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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야겜에 빙의했다-463화 (463/648)

〈 463화 〉 463화. 개학 (5)

* * *

'이건 역시 암살이 목적 같은데.'

이호연은 부글부글 끓는 음료를 보며 레베카의 상태창을 확인했다.

★ 히로인 상태창

[레베카]

­ [ 호감도 : 100 ] ( + 0.9 )

­ [ 성욕 : 60 ]

­ [ 식욕 : 40 ]

­ [ 피로도 : 30 ]

현재 상태 : 이거 먹으면 5번은 할 수 있으려나? 잠시만. 생각해보니 애기 아빠가 아니라 내가 먹어야 하는 건가?

[호감도 100 달성시 이호연을 남편으로 섬기며 내조함]

'… 어쩐지 마법 연구를 너무 잘 도와주더라.'

레바카가 저런 기특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구나.

하지만 이걸 먹는 건 다른 일이다.

이호연은 진지한 표정으로 레베카에게 부탁했다.

"레베카 씨. 역시 마음만 받는 게 좋아 보여요. 이거 먹으면 죽을지도 몰라요."

"안돼. 먹어야 건강해지는 거야. 애기 아빠."

"…어차피 항상 먼저 쓰러지는 건 레베카 씨잖아요. 오히려 레베카 씨한테 필요한 거 아니에요?"

"…역시 그런가?"

"레베카 씨도 알면서 모르는 척한 거죠?"

레베카는 이호연의 지적에 음료를 보며 눈을 찌푸렸다.

자신이 만들었지만, 어떻게 음료수에서 이런 냄새가 나는 걸까.

역시 재료가 너무 과했을지도 모르겠다.

'남자한테 좋은 건 다 넣었지만… 여자가 먹어도 되는 거겠지?'

사람 몸은 다 그게 그거 아닐까.

정력에 좋은 건 임신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꿀꺽. 꿀꺽.

레베카는 눈을 질끈 감고 음료를 삼켰다.

"그걸 어떻게 먹는 거지…."

이호연은 레베카의 목이 꿀렁이는 걸 보며 눈을 피했다.

그 정도로 집념이 대단하다는 건가.

"애, 애기 아빠. 다 먹었어. 후우. 나도 이제 애기 아빠만큼 버틸 수 있겠지?"

"…네. 그렇겠죠."

따악.

이호연은 레베카에게 클린 마법을 사용한 후에야 가까이 다가갔다.

방금 그 음료수의 냄새를 좋아하는 여자의 입에서 맡고 싶진 않았다.

"레베카 씨는 일 다 끝난 거예요? 스칼렛이 말하기로는 레베카 씨도 하는 일이 있다면서요."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라서 괜찮아. 오늘은 애기 아빠에게 만들어줄 특제 음료수에 시간을 더 썼어. 내가 먹긴 했지만…."

레베카는 눈물을 글썽이고 있었다.

자신이 저걸 먹었다면 반대 상황이겠지.

생각만 해도 무섭다.

"그럼 저랑 대련이나 해주세요."

"갑자기 대련은 왜 하려고?"

"네. 임솔 교수님하고 대련을 해야 하는데, 마땅한 훈련 상대가 없어서요."

"아하. 그럼 도와줘야지."

마침 레베카가 왔으니, 실전 대신 실전 같은 훈련을 하면 된다.

임솔과 같은 마법사라 도움이 많이 되겠지.

레베카도 임솔의 팬이었으니 흔쾌히 허락했다. 좋아하는 사람 둘의 대련을 응원해주는 건 당연한 일.

이호연은 고개를 끄덕이는 레베카를 보며 감정 증폭을 사용했다.

여기서 긴장감을 올리면 어떻게 될까.

혹시 땀이라도 더 흘리는 건가?

"레베카 씨. 지금 좀 어때요?"

"응? 뭐가?"

"곧 있을 저와의 대련에 대한 생각이나…뭐 느낌 같은 거요."

"기대되네. 애기 아빠의 마법을 제대로 본 게 얼마만인지 몰라."

레베카는 대련을 상상하며 미소를 지었고, 이호연은 아쉬움을 삼켰다.

…아무래도 긴장감을 전혀 느끼지 않는 모양이다.

오히려 기대하고 있는 것 같네.

조금 더 테스트를 해보고 싶었지만, 더 하다가는 마력이 부족해질 것 같아서 그만두기로 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대련장이나 내려가죠."

"알겠어. 어으, 근데 속이 울렁거리는 것 같은데."

"재료를 너무 많이 넣어서 그래요."

"다음에는 조절해야겠다… 하나 배웠어."

"… 그런 거 없어도 잘해줄 테니까 만들지 마세요."

이호연은 레베카의 등을 토닥이며 집에 있는 훈련장으로 향했다.

*

레베카는 룬의 일족이라는 소수 민족의 마지막 생존자.

룬의 일족이 사용하는 마법은 단 하나.

룬의 결계다.

룬의 결계는 현존하는 최고의 결계 마법이지만, 단순 결계용으로만 사용하는 건 룬의 결계의 능력을 반도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다.

실제로 레베카는 룬의 결계를 이용해 대부분의 일을 해낼 수 있다.

레베카는 살짝 긴장한 이호연을 보며 손가락으로 볼을 쿡 찔렀다.

"긴장하고 있어. 엄청 중요한 대련인가 봐?"

"네. 임솔 교수님을 꼭 이겨야 하거든요."

"애기 아빠가 의욕이 있는 걸 보니 교수님이 대단한 선물이라도 준비했나 봐?"

"…."

이호연은 레베카의 놀림을 무시하며 대련장의 세팅을 마쳤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마이웨이가 심했던 사람이다. 이곳이 침대였으면 고분고분 했을 텐데 아쉽다.

"마천궁 전개."

이호연은 몸 주변의 마력이 일렁이는 걸 보며 전투 감각을 끌어올렸다.

몸의 마력을 점검하던 레베카는 심상치 않은 이호연의 모습을 보며 꽤나 놀랐다.

"애기 아빠, 진짜 실전대로 하는 걸 원하는 거구나."

"네. 중요한 대련이라니까요. 적당히는 안돼요."

"생각해보면 애기 아빠랑 진심으로 싸워본 적은 없었네?"

"처음 만났을 때는 제가 압도당했으니까요. 레베카 씨도 적의가 없었고."

레베카를 처음 만났을 때는 아직도 생생하다.

마력 자체의 격이 달랐다.

레베카가 걸어오는 것만으로도 이호연의 룬의 결계가 무너졌다.

말 그대로 규격 외의 마법사.

하지만, 지금은 어떨까.

이호연의 마천궁은 룬의 결계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마천궁은 마력 영역을 전개해 영역 안에 있는 마력에 강한 지배력을 가지는 마법.

그 지배력은 다른 사람의 마법에도 적용될 정도로 막강하다.

한편 레베카는 마천궁의 역할을 룬의 결계로 해낸다.

룬의 결계를 이용해 영역을 만들고, 그 안에서는 무엇이든 해낸다.

말 그대로 룬의 결계의 극의.

애초에 마천궁의 아이디어도 레베카가 보여준 룬의 결계에서 따온 거였다.

'상성이 나쁘지 않아.'

룬의 결계와 마천궁.

둘 다 뛰어난 마법인 건 틀림없지만, 마법의 완성도 자체는 마천궁이 압도적이다.

물론 그게 레베카에게 다다를지는 모르겠지만.

'솔이의 마법 지배력이 레베카 씨보다 부족하진 않을 것 같은데.'

임솔과 레베카는 둘 다 규격 외의 마법사.

하지만 임솔이 레베카에 비해 부족하다고 느껴지진 않는다. 레베카를 이기지 못하면 임솔도 이기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게 맞겠지.

연습 상대로는 이만한 사람이 없다.

이호연은 맞은편에 서서 빙긋 미소를 짓고 있는 레베카를 바라봤다.

천천히 마력을 풀어내 룬의 결계를 만들어낸 레베카는 이호연을 뻔히 쳐다보고 있었다.

누구든 먼저 움직이는 순간 대련이 시작되는 긴장감 넘치는 순간.

이호연은 곧바로 마천궁을 펼쳤다.

룬의 결계를 알고 있는 이호연이기에 그 약점도 알고 있다.

마천궁을 이용해 룬의 결계의 영역을 먹어치우는 순간, 레베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진다.

까득­. 까드득­.

룬의 결계와 마천궁은 둘의 정가운데에서 커다란 장벽을 만들어냈다.

서로의 영역을 먹어치우려는 마력이 격돌했고, 둘은 정확히 동수를 이루어냈다.

'…애매한데.'

마천궁이 룬의 결계보다 뛰어난 마법인 건 맞지만, 완전히 상위 호환의 마법은 아니다.

레베카 정도의 숙련도라면 어떻게든 빈틈을 파고들 수 있다는 뜻.

지금도 그랬다.

아직 탐색전에 불과했지만, 마천궁이 압도할 거라는 이호연의 생각과 다르게 정확히 반반을 이루고 있었다.

서로 진심을 내면 누가 이길지 모르는 상태.

혹시나 마천궁이 밀린다면 그 뒤는 굉장히 귀찮아진다.

'…지금 지옥의 마력을 지금 섞어볼까.'

레베카 정도의 마법사에게 지옥의 마력이 통할지도 궁금했다.

이호연은 마천궁을 조절하는 마력의 흐름에 지옥의 마력을 흘려보냈다.

영역 싸움은 상대방의 마력을 자신의 휘하로 끌어들이는 싸움이다.

거기서 익숙하지 않은 마력이 들어온다면, 당연히 휘청거릴 수밖에 없다.

"…응?"

이호연은 레베카의 룬의 결계가 떨리는 걸 느꼈다.

감정의 동요가 마법에까지 전해지는 것이다. 룬의 결계와 마천궁이 맞닿은 곳에 서있던 장벽이 조금씩 레베카가 있는 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불길한 마력은 릴리아나의…애기 아빠가 어떻게 사용하는 거지?'

생각할 시간은 짧았다.

레베카는 밀려들어오는 이호연의 영역을 어떻게든 막아내려고 했지만, 한 번 뚫린 결계는 무너진 댐처럼 막을 수 없는 급류에 휩쓸렸다.

곳곳에 뚫린 구멍에서 이호연의 마력이 파고들었다.

'…영역 싸움은 포기해야겠어.'

레베카는 빠르게 판단을 끝냈다.

룬의 결계를 가다듬고 마천궁이 닿지 않는 곳으로 뒷걸음질 쳤다.

정면 싸움은 불가. 그렇다면 다른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

만약 실전이었다면 도망쳤겠지만… 지금은 다른 방법을 사용할 수 밖에.

레베카는 룬의 결계를 넓게 펼쳤다.

이호연을 중심으로 하는 마천궁을 감싸도록, 룬의 결계로 대련장 대부분을 감싼 것이다.

"레베카 씨, 무슨 생각이에요?"

이호연은 레베카의 움직임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렇게 한다고 달라지는 건 없다.

한 번 마천궁에게 밀린 이상, 저렇게 넓게 결계를 펼쳐도 달라지는 건 없다.

"글쎄… 애기 아빠가 생각해봐!"

촤악­

마천궁의 바깥에서 룬의 결계를 구성하던 마력이 분열하며 이호연의 목을 향해 날아왔다.

망설임 하나 없는 날카로운 공격.

이호연은 마천궁 내부로 들어온 마력을 막아내며 레베카의 모습을 확인했다.

레베카는 여전히 룬의 결계로 마천궁을 감싼 채 미소를 짓고 있었다.

무슨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굳이 상대해줄 필요가 없다.

마천궁의 크기를 늘리는 건 꽤 부담이 가는 일이라 별로 하고 싶지 않았는데, 저렇게 나오면 어쩔 수 없지.

이호연은 마천궁의 범위를 서서히 늘렸다. 마천궁이 부담이 가더라도 대련장 정도는 충분히 커버할 수 있었다.

이호연이 마천궁을 늘릴수록 레베카도 룬의 결계를 넓혔고, 이호연에게서 점점 뒷걸음질 쳤다.

지직­. 지지직­.

삐빅. 삐비비비비, 삐비비비빅.

점점 커진 룬의 결계는 대련장을 가득 채웠고, 그걸로도 모자라 대련장의 마법진을 건드리고 있었다.

대련장의 마법진에서 위험하다는 알람이 보내졌다.

이호연은 대련장을 부술 기세인 레베카를 보며 깜짝 놀라 말했다.

"레베카 씨! 그만! 대련장을 부술 생각이에요?"

"애기 아빠. 실전이라고 생각해. 만약 대련장이라는 제한이 없었다면 어떻게 되었을 것 같아?"

"…하. 진짜 야비하게. 저 좀 도와달라니까 왜 억지로 이겨먹으려고 해요."

"야비한 게 아니라 착한 거지. 애기 아빠를 도와주려고 이렇게 하고 있는 거잖아. 만약 실전이었으면 난 이대로 도망치면서 애기 아빠의 마력에 대처할 방법을 찾을 거야."

레베카는 미소를 지었다.

그녀도 이렇게까지 하고싶진 않았다. 하지만이호연과 대련할 기회는 얼마 없으니, 이번에 진다면 꽤 오랫동안 진 상태를 유지해야한다.

그건 그녀도 원하는 바가 아니었다.

남편에게 순종하는 건 침대에서만.마법사로서는 지고싶지않았다.

만약지금이 실전이었다면, 레베카는 곧바로 도망쳤을거다.

비밀 병기가 나왔으니 이 쪽도 재정비해 상대할 방법을 생각해오는 게 정상적인 대처다.

오히려 대련이라고 불러놓고 도망칠 수 없는 상황에서 비밀 병기를 꺼내는 이호연이 치사한 것이다.

이대로 레베카가 계속 거리를 두며 룬의 결계를 넓히면 이호연이 따라잡을 방법이 없다.

마천궁 바깥으로 나간 마법은 레베카의 영역에 들어서기 때문이다. 게다가 마천궁이 뛰어난 마법이라도, 그만큼 룬의 결계보다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이 적다.

이 정도로 강한 마법을 오래 유지할 수 없다는 건 레베카도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대련. 도망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니까 협상을 제시한 것이다.

자신도 도망치지 않을 테니, 마천궁의 범위를 줄이라는 무력시위였다.

"어쩐지 그냥 뒷걸음질만 치는 게 아니라 이상한 짓을 하더니."

"애기 아빠도 그게 좋잖아. 대련인데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고 싶어?

"… 그것도 그렇네요. 너무 흥분했나 봐요. 이번은 무효로 하고 다시 해보죠."

"응. 준비할게."

이호연은 마천궁을 원래대로 줄이며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대련에서 이기는 것에 너무 집중했을지도 모르겠다.

레베카와의 대련에서 얻어야 할 건 룬의 결계를 압도하는 게 아닌 마법사와의 실전 경험과 지옥의 마력을 사용하는 싸움이다.

그래도 지옥의 마력에 대처하지 못하는 레베카의 모습을 봤으니 나름 성과는 있었다.

'이제 수싸움 연습으로 갈까.'

파앙­!

이호연은 양손에 마법진을 소환하며 레베카에게 쏘아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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