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62화 〉 462화. 개학 (4) [수정 후 재업]
* * *
임솔은갑자기샘솟는불쾌한감정에입술을앙깨물었다.
아무리그래도자신은스승이다.
예전에초콜릿을사왔다며민트초코를꺼내며놀리는건참았지만,저런개그를…매번올때마다꺼내는건도저히참을수없었다.
"아무리내가제자와허울없이지낸다고해도…이건아니야.이호연."
임솔은차가운목소리로제자를내려다봤다.
"어,어…."
이호연은곧바로돌아온거센반응에당황을감추지못했다.
이렇게까지심하다고?
임솔은생각이상으로화가난것같았다.
마치마법박람회에서마인을척살할때와분위기가비슷했다.
이호연은곧바로마력을움직였다.
증폭시켰던불쾌함과무례함을없애고,곧바로임솔에게고개를숙였다.
"죄,죄송해요.그냥할말이없어서해본건데…앞으로절대헛소리안할게요."
"…하아,너정말….으응?"
임솔은눈을찌푸린채허리에손을얹고제자를내려다봤다.
앞으로절대헛소리를….
임솔은자신의손을내려다본뒤,눈을깜박거렸다.
왜화를내고있던거지?
머릿속을채우던불쾌함과무례함이사라지고,자신의행동을이해할수가없었다.
상황을파악한임솔은깜짝놀라자리에서일어났다.
"자,잠시만.미안해.호연아.내가왜그랬지?이리와.우리제자야.내가미안해."
임솔은이호연의옆에다가와이호연을끌어안았다.
제자의헛소리는항상있던일인데,왜그렇게과민반응을했을까.
방금전의자신은왠지이상했다.
혹시마법연구의스트레스때문일까.
임솔은이호연의머리를쓰다듬으며자신의가슴에파묻었다.
'…효과가제대로네?'
이호연은임솔의가슴에얼굴을묻은채미소를지었다.
임솔의상태를보니자신의수작을전혀눈치채지못한것같았다.
물론저렇게불쾌한개그였는지는조금의문이지만…아무튼효과는있었다.
"미안해.호연아.미안해…."
"사과안하셔도괜찮아요."
"아니야.이리와."
이호연은임솔의품에안긴채따뜻한온기를느꼈다.
물론임솔의잘못은애초에이호연때문에일어난일이었으니,오래죄책감을느끼게하고싶진않았다.
"진짜괜찮아요.대신제부탁좀들어주세요."
"응응.얼마든지해줄게."
*
전래동화.
오래전부터전해지는희망적인이야기들.
어릴적부터자주듣다보니익숙해졌지만,교훈을주며어린아이의가치관을형성하는데에도움이되는좋은이야기다.
물론흔해빠진권선징악이나귀신,도깨비같은비현실적인이야기가어른에게영감을주진않는다.
임솔은전래동화보다는마법,달콤한초콜릿,그리고귀여운제자가더좋았다.
그렇기에,그녀는열변을토하는제자를멍하니바라봤다.
"우리제자가뭘말하려는건지아직도모르겠어.내가웃을때까지계속하려는거야?"
"…그런게아니라요.제얘기를들으니까막슬퍼지지않아요?"
"흥부가족이야기가비극이긴하지만,슬퍼지는사람은얼마없지않을까?결국해피엔딩이고."
"흥부가뺨을맞았다니까요.그것도밥이묻은밥주걱으로."
"…혹시뺨을맞고싶다는건아니지?"
"죄송합니다.그만할게요."
이호연은입맛을다시며슬픔을증폭하던마력을해제했다.
그래도임솔이도와준덕분에꽤정보를모았다.
[감정증폭]은말그대로감정을증폭하는스킬.
부정적인감정만을증폭할수있기에기쁨이나희망적인감정은증폭할수없다.
허공에있는마력을건드리기때문에마력소모가엄청난편은아니지만,길게이어진다면꽤나소모될것같았다.
장점은임솔에게도들키지않는안정성.그리고단발성.
좋아하는남자에게정색을했으니그죄책감이오래갈만도하지만,임솔의미안한얼굴은금방사라졌다.
감정증폭을했을때의임솔은아예다른사람이라고봐도될정도.
'증폭된감정은금방사라지고,뒤끝이나불편한감정도안남아.'
하지만그만큼단점도있었는데,이걸대체어디다쓰냐는것이다.
차라리죄책감이오래간다면그걸이용해무언가해보겠는데,그것도아니었다.
흥부와놀부이야기에슬픔이증폭되지않는걸보면정말확실한감정만증폭한다는뜻.
약간의감정변화가아닌누구나느낄정도의격한변화가있어야증폭하는게가능했다.
게다가정신적으로꽤힘들었다.
몇번사용한것뿐인데두통이엄청나게심했다.
실험을해볼수록애매한능력이라는생각이든다.
'근데흥부와놀부에는반응안해놓고내개그에반응한거면…그만큼화가난건가?'
임솔은기본적으로감정표현이많지않다.
그런데그정도로싫어했다면평소에많이참은모양이다.
'…그건조금상처네.'
이번에꺼낸건숨겨놨던회심의개그들이었는데아쉽다.
"아무튼.이상한얘기할힘이있으면대련이라도할까?"
"대련이요?"
"응.최근에연구중인마법이있다고몇주나안했잖아."
"그렇긴한데…."
임솔은이호연과대련을하고싶었다.
이호연이지옥의마력을실전에서사용하는연구를하기위해임솔과대련을몇주간멈춘상태였기때문이다.
같은마법사로서임솔은상황을이해했지만,방학내내언제연구가끝나냐고재촉했다.
"사실연구는다끝났는데요.오늘은컨디션이좀별로네요."
"으응?그러고보니혈색이안좋은것같기도하고."
"네.조금…."
임솔은이호연의이마에손을얹고걱정스러운눈빛을보냈다.
이호연의혈색이안좋은건[감정증폭]을사용했기때문이지만,임솔은다른가능성을생각했다.
"입으로안해줘서그런건아니지?그니까해준다고했잖아."
"그런거아니라니까요."
아까임솔이사과할때미안하다며입으로해준다고했었는데,양심에찔려서차마받지는못했다.
이호연은대화주제를돌렸다.
그러고보니실전대련에대해서물어봐야한다.
"맞아.실전대련인가뭔가는왜하는거예요?거기솔이교수님도나오는거죠?"
"실전을대비한훈련에이유가왜필요해.그냥하는거지."
"…그렇게말하면할말이없긴한데요.솔이교수님도나와요?"
"응.당연하지.내가계획안을제출했으니까."
"엥?"
임솔이계획안을제출했다는소리에이호연은꽤나놀랐다.
이사람이아카데미에서일을한다고?
매일연구비만타는게역할아니었나?
"솔이교수님이그런일도해요?맨날연구만하는거아니에요?"
"너때문이잖아."
"저요?"
"네가데이트한번에여자를엄청나게데리고다닌다고해서나도할수있는노력을하는거야."
이호연은순간등에소름이돋았다.
임솔의입에서저런말이나올줄이야.
"…누구한테들었어요?"
"아영이가그러던데?연구실에찾아와서펑펑우는데얼마나난리였는지몰라."
"아…."
이호연은한숨을푹쉬었다.
식당에서있었던일이겠지.
문성민을생포하고백아영에게긴급치료를부탁했을때,데이트현장도들켜버렸다.
그이후로만났을때서운해하는걸열심히달래줬는데임솔에게도찾아왔나보네.
펑펑울었다고하니까왠지더미안해진다.
"너무늦으면경쟁에끼어들기도전에끝날것같아서…힘내서움직이려고.나도놓칠생각은없거든."
"옙.알겠습니다."
"그러니까더욱강해져야해.안되겠어.대련을안할거면내개인과외라도받아."
"…제가이론에서부족한게없는건아시잖아요."
임솔은미소를지으며이호연을바라봤고,이호연은자신도모르게눈을피했다.
저런도발적인표정을지으면어떻게대처해야할지모르겠다.
'그래도우리솔이누나는전투적으로달려들지는않아서다행이야.'
이호연은백아영에게도곧가봐야겠다고생각하며커피를홀짝였다.
*
임솔의연구실에서나온이호연은곧바로집으로돌아왔다.
아카데미가끝나면동아리방에서루시루미쌍둥이와노는게일상이지만,오늘그둘은남다은과쇼핑을하러갔다.
그셋이친해지는건자신에게도좋은일이니오늘은자리를비키기로했다.
'다른히로인들도서로친하게지내주면좋을텐데.'
모두가친해지면어려운계획없이도행복한하렘이되지않을까.
…물론개인적인욕심이다.
집의거실은조용했다.
릴리아나는아마방에서방송을하고있을것이고,스칼렛은아직퇴근시간이아니다.
레베카도백수가아니라고했으니일을하고있겠지.
이호연은방에들어가침대에누워천장을바라봤다.
이제는익숙한내방.
고급침대와예쁜여자들이있는넓은집.
모든게참행복하지만,부담은여전했다.
"뭐이렇게할게많냐."
처리해야할문제가너무많다.
물론긍정적으로생각하면문제가없던적이없으니평소대로라고볼수있다.
"수린누나아버님도곧괜찮아진다고하고…엘리스한테도가야하고.응급실이랑동아리방…실전대련에가짜던전준비…."
이호연은쌓여있는일정에답답함을느끼며몸을일으켰다.
"일단은우리솔이를이겨야하는데…."
가장먼저다가온건임솔과의대련.
임솔이강한건당연히알고있는데,어떻게이겨야할까.
지옥의마력을마법에섞는연습은거의마쳤다.
알베도를잡은이후몇주간연습했으니당연한결과겠지.
'알베도는뭐하고있으려나?'
이것도내일엘리스한테물어봐야겠다.
케이론도잘지낸다는데알베도도잘지내면좋겠다.
그놈이나쁜놈이긴하지만약간은미안한감정이남아있거든.
'지옥의마력만잘섞으면솔이랑대련도할만할것같은데.'
자신의실력은방학에도빠르게늘어났다.
다만부족한게있다면전투경험.
지옥의마력을섞은마법을사용해진심으로싸워본적이얼마없다는점이다.
"주변에멍청한마인이라도하나떨어지면좋겠는데."
지옥의마력을써보고싶어도쓸곳이없었다.
물론스칼렛이나남다은과대련에서쓸수는있지만,둘은마법사가아니다보니임솔과의대련과는느낌이달랐다.
"실전에서써봐야진짜위력을알수있을텐데…레베카씨한테부탁이나해볼까?"
사실레베카도임솔과똑같은마법사는아니다.
그녀는룬의결계만사용할수있으니까.
그래도없는것보다는훨씬낫겠지.
똑똑.
끼이이.
"애기아빠,돌아왔어?"
"레베카씨?"
이호연은자연스럽게방문을열고들어오는레베카를보며인사를건넸다.
여자들이자신의방을허락없이들어오는건이미익숙한일이다.
레베카는머리하나를들이민채방안을확인하고있었다.
전체적으로방을훑은레베카는이호연을보며헤헤웃었다.
"들어가도괜찮지?이상한일하던중아니지?"
"네네.아니니까들어오세요."
문을열고들어온레베카의손에는둥근쟁반이있었다.
쟁반위에는처음보는초록색음료가있었는데,대체뭐가들어간건지부글부글끓고있었다.
보기만해도불안한색깔.
'…혹시저걸나한테먹이려는건가?암살은아니겠지?'
이호연은살짝불안감을느끼며정체불명의음료에대해물었다.
"레베카씨,그건뭐예요?"
"아…애기아빠몸에좋으라고좀가져왔지."
"레베카씨부업이마녀였어요?아무리봐도부글부글끓고있잖아요."
"이상한건안들어갔어.그냥몸에좋은복분자,오미자,장어,전복,아스파라거스,구기자,오가피,당근…."
"그만그만.먹을테니까이리주세요."
안에들어간재료들과레베카의기대에가득찬표정을보고나서야이해할수있었다.
생각해보니오늘밤같이자는상대가레베카였다.
분명임신이나정력에좋은것들을가득넣어왔겠지.보기보다순수해서저런걸잘믿는사람이다.
나를위해가져왔다고하니감사하게먹자.분명건강에도좋을거다.
이호연은레베카의마음을생각해음료를받았고,냄새를맡자마자감사의마음을지웠다.
이건사람이먹을음료가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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