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38화 〉 438화. 빅토리아 빌딩
* * *
아이린의 방.
침대에 누운 아이린은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고민했다.
슬쩍 옆을 바라보면 자연스럽게 웃옷을 벗고 있는 이호연이 있었다.
'어, 어....'
결국 거절하지 못했다.
엘리스와 통화를 하며 고민했던 것도, 혼자 자위하며 가슴 졸였던 것도.
모두 쓸모없었다.
그의 권유 한 번에 자연스럽게 넘어갔다.
그나마 다행인 건 자신의 방에서 하자고 말해준 것이다.
엘리스의 방에서 하자고 하는 무뢰한은 아니었다.
아이린은 이호연의 등을 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넓은 등판은 둘째 치고, 저 잔근육 하나하나가 남성성을 어필하는 것 같았다.
마법사인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운 몸.
아이린은 다시 한번 자신의 상황을 떠올리며 긴장을 유지했다.
"왜 그렇게 긴장한 얼굴이에요."
"네, 네가 이상한 거잖아. 어째서 이렇게...."
"뭐가 어째서 이렇게예요. 다 오케이 했으면서."
이호연은 아이린에게 다가오며 아이린의 몸을 훑었다.
어떻게 저렇게 자연스럽게 섹스를 유도할 수 있을까.
이호연의 시선에도 기분 나쁨보다는 두근거림이 먼저 느껴진 아이린은, 아무 말이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그게... 엘리스. 엘리스가 한 달 뒤에 오는데...."
"...?"
"엘리스는 건드리면... 안 돼...."
"아하. 네네."
무슨 말을 하나 했더니 딱히 중요한 말은 아니었다.
이호연은 미소를 지으며 아이린의 가슴을 움켜쥐었다. 아이린은 몸을 파르르 떨었다.
이 남자의 손길이 괜히 불안했다.
기분이 좋을 걸 알면서도 엘리스의 얼굴이 자꾸 떠올랐다.
"주, 중요한 거야. 엘리스가...."
"제가 오늘은 좀 피곤해서 애무 없이 바로 갈게요. 이미 충분히 젖은 거 같은데."
"아, 으... 싫어. 안돼... 흐, 흐으응...."
아이린은 싫다고 말하면서도 다리를 벌리며 보지를 내줬다. 이호연은 웃으며 아이린의 몸을 끌어안았다.
따뜻한 체온과 두근거리는 심장소리. 부드러운 살결은 평생 안기고 싶을 정도였다.
이호연은 흠뻑 젖은 아이린의 보지에 귀두를 비비며 천천히 삽입했다.
"흐, 흐으응... 아앙...."
"앞으로 여기서 하면 되겠네요. 그렇죠? 엘리스가 올 때까지는 조용할 테니까."
아이린은 이호연이 무슨 말을 하는 지도 들리지 않았다.
머리를 강타하는 쾌감과 싸우며, 엘리스를 떠올렸다.
자신에게는 엘리스가 있으니 괜찮다. 버틸 수 있다.
이건 희생이다. 엘리스를 위한 희생.
섹스가 아닌 희생이라고 생각하면... 그나마 아이린의 마음이 편했다.
"오랜만이라 그런가 저항이 심하네요."
이호연은 아이린의 보지의 감촉을 느끼며 자지를 움직였다.
애무 하나 없이 이렇게 젖은 건 아이린도 기대하고 있다는 뜻인데, 정작 아이린은 성스러운 성전에 나가는 성기사처럼 눈을 질끈 감고 있었다.
왠지 죄책감이 들지만, 그냥 해도 되겠지.
아이린에게 나쁜 짓은 안 하기로 했다. 섹스로 기분 좋게 만들어주며 사과하자.
"흐그읍, 으응... 처, 천천히. 아, 아읍...."
아이린은 아랫배에서 울리는 쾌감에 고민을 멈췄다.
당장 존재하지 않는 엘리스의 대한 생각은 살짝 미뤄뒀다.
일단 당면한 일부터 해결해야 한다.
이호연이 만족할 때까지만 어울려주고, 그다음에....
'... 그다음에는 어쩌지?'
아이린은 눈을 질끈 감은 채 고민을 이어갔다.
섹스를 한 번 한 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 설마 한 번만 하진 않겠지. 적어도 엘리스가 오기 전까지 일주일에 한 번씩 하면 5번은, 아니. 시간상으로 10번도 가능....
"끄흐응... 아, 앙...?!"
"집중하세요. 집중. 계속 딴생각하고 있으면 제가 싸기가 힘들잖아요."
아이린은 젖꼭지를 꼬집는 이호연의 손길에 깜짝 놀라며 눈을 떴다.
자신을 내려다보며 입꼬리를 올리고 있는 이호연은 눈이 마주치자 그제야 자지를 더욱 깊숙이 박아왔다.
"아, 으으, 으으응... 깊어. 아, 아으으...."
고분고분한 게 좋네.
역시 섹스를 하는 게 정답이었을까.
이호연은 아이린의 가슴을 건드리며 생각했다.
*
아이린과 관계를 가진 이후, 방학은 빠르게 흘렀다.
할 일이야 정해져 있었다. 여자들과 돌아가면서 데이트도 하고, 집에서는 레베카와 마법 연구를 하거나 휴식을 취했다.
중간중간 임솔 교수님의 연구실과 백아영의 응급실에도 놀러갔다.
옆 집에 있는 아이린을 심심할 때 마다 덮치러 가는 것도 잊지않았다.
갈 때마다 점점 기대하고 있는 눈빛이 강해진다. 엘리스가 오기 전까지는 아이린도 교육시켜놔야지.
마법 훈련도 당연히 빼먹지 않았다.
임솔을 이기기 위해서는 계속 마법에 대해 고민하고 실전 감각을 키워야 했다.
본래 이호연은 아카데미의 훈련장을 사용했지만, 이사를 하면서부터 집에 있는 훈련장을 사용했다.
비싼 저택답게 고급 마법진이 그려진 훈련장은 레베카와 이호연의 보수로 인해 아카데미의 훈련장만큼 강한 강도를 가졌다.
이 넓은 훈련장은 보통 남다은과 이호연 둘이 사용한다.
레베카는 마법 연구에 몰두하고 있고, 스칼렛은 훈련보다 실전을 좋아하는 편이다.
보통 이호연이 마법 훈련을 하고 남다은은 자신의 검술을 수련한다.
예전에 아카데미 훈련장을 같이 쓸 때는 이호연과 남다은이 대련을 하기도 했는데, 이사 온 이후로는 여러모로 바빠서 대련을 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시간이 맞은 오늘, 둘은 오랜만에 대련을 하고 있었다.
'룬의 결계. 이중첩.'
가득. 빠드득.
이호연의 몸 주위를 두꺼운 룬의 결계가 덮는다. 이호연의 실력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매일 같이 성장하는 그의 마법은 이제 자신도 정확히 어느 정도 수준인지 파악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강해진 건 이호연만이 아니었다.
남다은도 엄청나게 강해졌다.
원래는 남다은이 바이어 길드에 협박당하는 시간이 훨씬 길었다. 멘탈을 다시 복구하고 실력을 키울 때 까지는 더욱 더 긴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그녀는 이호연의 도움으로 빠르게 일을 해결했다. 고통받으며 깎여나갔을 남다은의 멘탈은 원작보다 빠르게 회복되었고, 이호연이라는 지원이 있었으니 더 강하게 성장할 수 있었다.
샤아아악
허공에 그어지는 시커먼 선.
이호연을 두 동강 낼 기세로 남다은의 참격이 쇄도했다.
그걸 예상해 룬의 결계를 이 중첩으로 깔아놨지만, 공간을 건드리는 남다은의 참격은 룬의 결계를 뚫어냈다.
"아니 무슨...."
살짝 당황스러웠다.
룬의 결계가 이렇게 쉽게 뚫리다니.
타앗.
이호연은 룬의 결계가 뚫리자마자 마력을 쏟아내며 뒤로 뛰었다.
남다은은 기회를 놓치지않기 위해 즉시 거리를 좁히며 다가왔다.
이호연과 눈이 마주친 남다은은 입꼬리를 올렸다.
그녀의 입에는 즐거운 웃음이 피어나 있었다.
이호연도 따라 미소를 지었다. 저 웃음 없는 남다은이 미소를 짓는 걸 보니 이 대련이 굉장히 즐거운 것 같아 보였다.
그렇다면 자신도 어울려줘야겠지.
카앙!
빠르게 만들어진 마력의 검이 남다은의 칼날과 부딪쳤다.
날카롭게 파고드는 참격을 걷어낸 이호연은 거리를 벌리며 다시 마법을 캐스팅했다. 남다은을 배려하기 위해 마천궁을 쓰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마법의 속도는 빨랐다.
카앙. 캉. 카앙....
이호연은 입술을 씹으며 마법진 캐스팅에 집중했다. 남다은의 실력은 충분히 봤으니 이제 봐주지않는다.
이호연에게 시간을 주지 않으려던 남다은이 공세를 이어갔다.
공간참과 가속.
위협적인 공격과 빠른 속도로 이호연을 압박하던 남다은의 템포가 점점 늘어졌다.
이호연의 마법은 하나둘씩 쌓이고 있었고 남다은의 흐름은 계속 끊어졌다.
그리고 남다은이 날아오는 매직 미사일을 피하기 위해 두 걸음 물러섰을 때. 공방의 흐름이 바뀌었다.
남다은은 압박을 포기하고 마법을 피하기 위해 계속 뒷걸음질 쳤다.
뜨거운 열기와 바닥에서 다가오는 나무 덩굴.
하늘을 채운 폭풍과 떨어지는 우박.
그녀도 느끼고 있었다. 앞으로 나가는 순간 마법을 피하지못하고 대련은 끝난다.
하지만 이렇게 뒷걸음질만 칠 순 없었다. 어떻게든 틈을 찾아 파고들려 했지만,틈이 보이지 않았다.
패배가 당연한 거라고 생각했어도 이 정도로 차이가 날 줄은 몰랐다.
남다은은 다가오는 마법을 보며 깔끔하게 패배를 인정했다.
"내가 졌어."
치이이이이익!
훈련장의 문이 열리며 안전 시스템이 작동했다. 내부를 데우던 열기와 바닥을 채우고 있던 덩굴들이 동시에 자취를 감췄다.
이호연은 남다은에게 다가가며 말을 걸었다.
"고생했어. 다은아."
"응.... 오랜만이라 이기고 싶었는데."
"그래도 실력이 엄청나게 늘었어. 솔직히 나도 엄청 강해졌다고 생각했거든."
"역시 호연이야. 그 정도면 레베카 씨보다 강할 지도 몰라. 저번에 대련을 도와준 레베카 씨 보다 힘들었어."
"... 일단 좀 쉬자. 죽겠다."
"응응. 저기 앉아. 음료수 가져올게."
남다은은 총총 걸어서 훈련장에 있는 냉장고로 향했다.
저렇게 말하긴 했지만, 레베카랑 싸우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강자들끼리 싸움에서 100%란 없다.
만약 내가 임솔을 이기고, 임솔이 레베카를 이기더라도 내가 레베카를 이길 확률은 100%가 아니다. 마법의 상성이나 그날의 컨디션. 혹은 심리전 등이 전부 맞아떨어져야 하니까.
종합적으로 보면 아직은 레베카를 이기기에 역부족이라고 생각한다.
"... 그나저나 쟤는 왜 이렇게 강한 거야. 몇 달 더 수련하면 위험하겠는데."
남다은은 원작 게임의 메인 히로인이자 전투에 재능이 있는 히로인이다.
물론 다른 히로인들도 마찬가지지만, 재능이 있다는 언급이 나오는 건 남다은과 엘리스 정도.
"생각해보니 수린 누나는 원래 강했으니까 다 강하구나."
심지어 백아영은 성녀라고 불리는 치료 마법의 스페셜리스트다.
원작의 히로인들은 모두 먼치킨에 가까운 실력을 가진 것이다.
물론 루시와 루미는 조금 떨어지지만, 그 둘이 같이 싸우면 다른 히로인들 만큼의 능력은 낼 수 있다.
"여기. 항상 먹는 거로 가져왔어."
"잘 마실게. 고마워."
이호연은 음료수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쌓였던 갈증이 풀리며 시원함이 몸에 퍼졌다.
남다은의 훈련을 봐주려고 했는데 이호연에게도 꽤 좋은 시간이었다.
"다은이 너도 열심히 훈련했구나. 장하다 장해."
"으응... 고마워."
이호연은 남다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자신의 가슴으로 끌어당겼다.
포옥 안겨온 남다은은 이호연에게 머리를 비비면서 등을 꽉 안았다.
집에는 대부분의 시간에 남다희가 붙어있다 보니, 남다은은 훈련장이나 침대에서만 애교를 부려왔다.
그 모습이 귀여워서 잘해줄 수밖에 없다.
"그러고 보니 요즘 자주 나가던데 뭐 하러 나가는 거야?"
"루시랑 루미를 만나러 가."
"그 둘이랑 여전히 사이가 좋네. 만나면 뭐하고 놀아?"
"동아리 방에서 같이 놀기도 하고, 카페도 가고...."
남다은도 드디어 또래 여자들 같은 생활을 하는구나.
괜히 감격스러워져서 남다은의 몸을 더욱 끌어안았다.
킁킁.
남다은은 이호연의 몸을 더듬었다.
등부터 시작한 손길은 옆구리를 타고 사타구니까지 내려갔다.
"다은아. 하고 싶어?"
"... 몸이 뜨거워서."
이호연은 헛웃음을 지었다.
그래. 순서를 정하면 뭐해. 다들 이런 식으로 나오는데.
'결국 나만 죽어나는구나.'
이호연은 마지막 희망을 가지고 속삭였다.
"방금 대련해서 땀 냄새날걸? 차라리 씻고 침대에서...."
"호연이 냄새라면 좋아."
"... 클린 마법 쓸 테니까 기다려."
따악.
손가락을 튕긴 이호연은 휴식용 의자에 앉았다.
남다은은 익숙한 듯 훈련용 얇은 티를 벗고 이호연의 위에 걸터앉았다.
이미 젖은 보지는 자연스럽게 자지를 받아들였다.
"호연아...."
"응. 마음대로 움직여."
"고마워. 하아. 후으응."
남다은은 허락을 구하자마자 자지를 잡아먹을 기세로 허리를 흔들었다.
앞 뒤로 흔들다가 위 아래로 내려찍기도 하고, 이호연의 얼굴을 붙잡고 키스해오기도 했다.
이호연은 남다은의 엉덩이를 받치며 쓴웃음을 지었다.
훈련이 끝나면 몸이 뜨겁다면서 덮쳐오는 남다은을 막을 수가 없었다.
물론 열정적으로 움직여줘서 기분이 좋긴 했지만... 이러다가 쓰러지는 거 아닐까.
방학 내내 이런 식이었으니 몸이 남아날 수가 없었다.
'나도 모르겠다.'
일단 섹스는 즐기고 생각하자.
이호연은 남다은의 가슴에 얼굴을 묻은 채 쓸데없는 생각을 지웠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