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카데미 야겜에 빙의했다-391화 (391/648)

〈 391화 〉 391화. 마법사 학회 준비

* * *

"그게 무슨 소리야?"

아카데미의 방학이 시작한 날, 엘리스의 저택.

엘리스는 세바스 찬의 보고를 들으며 눈을 크게 떴다.

"아이린 아가씨가 한국 지부로 파견을 나오신다고 합니다."

"그니까 언니가 왜 여기 오는데. 1팀은 어쩌고?"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길드장님의 허락은 끝났다고 하셔서…."

"그게 무슨…."

1팀장인 아이린이 자리를 비운다니, 엘리스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특히 아이린은 한 번도 그런 행동을 한 적이 없었다.

아이리스 길드를 엄청 소중하게 생각했으니까.

"아무튼, 알겠어. 내가 나중에 물어보든지 할게."

"예. 저는 돌아가 보겠습니다."

끼익­

"언니한테 연락이라도 해볼까."

엘리스는 방 안에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최근 자주 오던 연락이 안 온다 싶었는데 한국 파견때문에 바빴나 보네.

스마트 워치를 실행한 엘리스는 아이린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 나 : 언니. 한국에 오는 거야?

­ 언니 : 응. 엘리스. 한국 지부에 인원이 필요하다고 하더라고.

­ 나 : 그걸 왜 언니가 채워? 다른 1팀 멤버가 오면 되는 거잖아.

­ 언니 : 엘리스는 언니를 보는 게 싫니…?

엘리스는 아이린의 답장을 보고 스마트 워치를 덮어버렸다.

"… 또 왜 이래."

가끔은 저런 언니의 반응이 적응이 안 됐다.

오글거리는 걸 넘어 마치 연인 같은 메시지를 보내오니까.

이게 가족애라는 건가.

… 아닌 것 같은데.

­ 언니 : 엘리스, 한국에 있는 동안 너희 집에서 지내도 되지?

­ 나 : 그건 괜찮은데… 그래. 그냥 마음대로 해.

엘리스는 고개를 저으며 답장을 보냈다.

여전히 이해는 안 되지만, 아빠가 허락했다면 괜찮겠지.

멍청한 아버지지만 길드 운영은 잘하는 사람이다.

"아."

그리고 답장을 보내고 나니 문제 하나가 생각났다.

바로 옆집에 이호연이 살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이호연은 혼자 사는 것도 아니고 여러 여자랑 같이 살고 있다.

혹시 아이린이 그걸 알게 되면 어떻게 반응할까.

"… 괜찮겠지 뭐."

프랑스에서 잠깐 봤을 뿐인데, 그렇게 관심을 가질 리가.

아마 한국 지부의 파견만으로도 바쁠거다.

엘리스는 머릿속에서 문제를 금방 지워냈다.

*

또각또각­

아카데미의 교수용 건물.

헌터학을 담당하는 강효린 박사는 수업을 끝내고 자신의 교수 연구실로 돌아왔다.

조용한 연구실 안에는 당연히 아무도 없었고, 그녀는 자리에 앉아 업무를 이어갔다.

서걱­ 서걱­

강효린 박사는 오랫동안 일을 이어갔다.

교수로서의 업무와 아이리스 길드 한국 지부장으로서의 업무.

두 가지 모두 끝내려면 꽤 시간이 필요했다.

힐끗 시간을 보자 시계는 4시 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구나.

강효린 박사는 서류를 정리하며 혼잣말을 시작했다.

"무슨 일이야? 아이리스 길드도 그만두고."

슥슥­

당연히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지만, 강효린 박사는 말을 멈추지않았다.

"예전과 다르게 엄청 여유가 생긴 모양이네?"

"그랬으면 너한테 찾아오지도 않았지."

스르륵­

곧 허공에서 대답이 들려오며 소파에 앉아있는 스칼렛의 모습이 드러났다.

강효린 박사는 웃으며 스칼렛과 눈을 마주쳤다.

"뭐야. 이제 반말하는 거야?"

"이제 내 상급자도 아니잖아."

"내 밑에서 일하기로 했으면 내가 상사지."

"그럼 그만두고."

스칼렛이 미련없이 몸을 일으키자, 강효린 박사가 급하게 말을 이었다.

"왜 그래. 스칼렛. 장난이잖아. 아무리 아이리스 길드 전 멤버라고해도 프리랜서한테 나만큼 챙겨주는 곳도 없을걸?"

"네네. 사장님. 그럼 좀 더 일찍 말을 걸어주시지 그러셨어요. 4시 약속인데 30분이나 모르는 척하시던데."

"미안. 일에 집중하느라 시간 확인을 못 했네."

강효린 박사는 테이블을 마저 정리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손님 접대용 찻잔을 꺼낸 그녀는 익숙하게 커피를 내며 소파에 앉았다.

"그나저나 진짜 아이리스 길드를 그만둘 줄은 몰랐네. 예전에는 아이리스 길드에 평생 몸을 묻을 것처럼 굴더니."

"친구가 상사인 곳에서 어떻게 일을 해."

스칼렛은 커피를 홀짝이며 살짝 웃었다.

일개 길드원일 때는 한국 지부장인 강효린을 대하기 힘들었지만, 이제는 프리랜서니 마음 편하게 대할 수 있었다.

"거짓말. 남자 때문이지?"

"아니야."

"에이. 남자 맞잖아. 이호연 생도."

"… 어떻게 알았어."

"네가 남자 기숙사에 들어가 있던 것부터 뻔하지 뭐. 지금은 그냥 동거 중이지?"

"집까지 아는 거야?"

스칼렛은 강효린을 째려보며 말했지만, 강효린은 자연스럽게 그 시선을 넘겼다.

"프리랜서를 고용하려면 안전한 지 확인해야 하잖아. 당연한 일이야."

"쓸데없이 눈치가 빨라."

"정보 길드원에게는 칭찬이지?"

홀짝­

강효린은 커피를 마시다가 문득 생각났다는 듯 말을 이었다.

"이호연 생도. 나도 소개 해줘. 새 직장 상사잖아."

"기회가 되면? 근데 어차피 둘은 아는 사이 아니야?"

"그래도 직접 소개받는 거랑은 느낌이 다르지. 나도 친구의 남자친구랑 놀아보고 싶어."

"그렇다면야."

스칼렛은 고개를 끄덕였다.

친구한테 소개시켜주기에 부끄러운 남자는 아니니, 당당하게 해줄 수 있겠지.

"그럼 첫 일부터 해볼래? 저번에 바이어 길드에서 챙겼던 S급 마인 실험체를 처분하려고 하거든. 강도 높은 고통 실험을 몇 번 했더니 정신이 거의 나갔어. 이왕이면 말을 할 수 있을 때 비싸게…."

*

"후우…."

나는 루시, 루미 그리고 남다은과 파티를 즐기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사실 파티라기엔 보드게임 동아리 같은 느낌이었지.

물론 엄청나게 재밌었다.

미녀와 함께하는 보드게임을 어떻게 참아.

파티가 끝날 때 즈음 쌍둥이의 눈에 도는 색기를 나도 읽었지만, 남다은이 있어서 그런 건지 날 덮치진 않았다.

다행히 아직 그 정도로 막 나가지는 않는구나.

남다은은 장보러 갔다가 다희를 데리고 같이 온다고 해서 나는 혼자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가는 길에는 임솔 교수님과 메시지를 했다.

방학도 했으니 마법사 학회 준비를 해야한다.

­ 나 : 교수님. 마법사 학회 정확한 일정이 어떻게 돼요?

­ 임솔 교수님 : 다음 주 월요일로 잡아놨어. 가서 며칠 쉬다가 발표하고 돌아올 거야.

­ 나 : 알겠습니다! 내일쯤 한 번 찾아갈게요.

­ 임솔 교수님 : 응. 알겠어.

나는 스마트워치를 덮었다.

일주일인가.

그전까지는 좀 쉴 수 있겠네.

내일은 찾아가서 대련도 한번 해봐야겠다.

새로 생긴 스킬이 꽤 강해서 써보고 싶거든.

'아닌가?'

내 전력을 좀 숨겨야 할지도.

그래야 이길 가능성이 늘어날 텐데.

잡생각을 하면서 집으로 돌아와 보니 거실에서 쉬고 있는 스칼렛과 레베카가 보였다.

아까 같이 돌아가라고 했더니 같이 쉬고 있나 보다.

그 옆에 있는 릴리아나는 모니터에 눈을 고정하고 있었는데, 아마 방송 관련으로 뭘 하는 모양이길래 일단은 내버려두고스칼렛에게 다가갔다.

"아, 하필 지금 오셨군요."

스칼렛은 날 보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왜 그래?"

"마침 다희 양을 데리러 갈 시간이라서요."

"아. 그렇구나. 새 직장은 잘 구했고?"

"네. 나름 잘됐습니다.'

표정이 괜찮네.

스칼렛이 저렇게 표현했다면 좋은 직장이겠지.

역시 강효린 박사님한테 인사라도 한번 가야겠어.

나는 스칼렛을 배웅하고 레베카에게 다가갔다.

"레베카 씨는 뭐 하고 있었어요?"

"마법 연구하고 있었지. 집에서는 거의 이거만 하고 있어."

"아, 지금 진도가 어느 정도예요?"

"집에만 있다 보니 꽤 많이 되긴 했는데… 한번 볼래?"

"오케이. 한 번 보죠."

나는 레베카의 뒤를 따라 그녀의 방으로 들어갔다.

여성스러운 방 안에는 커다란 마법진이 있었는데, 이게 그 가짜 던전 마법의 열화 판이다.

레베카는 마법진을 보며 입을 열었다.

"던전의 컨셉은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그건 제가 고민해볼게요. 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컨셉이 필요하니까, 사연이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저주받은 땅 같은 느낌으로."

저주받은 땅은 유명한 특이던전이다.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 지 몰라 저주받은 땅이라고 불렸는데,내 목적은 히로인들의 마음을 확실하게 움직이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내 계획을 제대로 실현시켜줄 특이한 던전이 필요했다.

"구상은 다 한 거지?"

"대충 구상은 끝났어요. 제가 마력으로 내부를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들면 베스트일 텐데, 그건 힘들겠죠?"

"으응. 그건 좀 힘들어. 들킬 가능성이 너무 커져."

"그럼 내부를 외우는 방식으로 가면 되겠네요. 중요한 트리거가 작동하는 것만 제가 하면 되니까 그것도 괜찮아요."

우리는 던전 마법진을 보며 의견 교환을 이어갔다.

내 사활이 걸린 던전인만큼 더욱 집중할 필요가 있었다.

잠시 마법진을 보며 대화를 나누다 보니 꽤 시간이 지났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죠. 머리 아프네."

"응. 지금처럼 애기 아빠가 종종 도와주면 훨씬 빨리 만들 수 있을 거야."

"당연히 도와줘야죠."

나는 마법진을 정리하며 레베카의 말을 들었다.

"애기 아빠는 미국으로 간다고 했었지?"

"네. 마법사 학회가 있어서요."

"아하… 이번에 마법사 데뷔하는 거구나. 천재 마법사 이호연이라면 20살에 데뷔할만하지."

"그런 건 아니고요. 아마 제가 아는 교수님의 논문 조수 역할이에요."

"그걸 마법사 데뷔라고 하는 거야. 애기 아빠."

"… 그래요?"

몰랐네.

데뷔같은 건 교수님이 말해주지 않았다.

"응. 처음부터 마법 논문을 가져오는 신인 마법사는 없다고 봐야지."

"제 교수님은 그럴 성격이 아닐텐데."

임솔 교수님이 누구의 조수를 할 성격은 아니다.

오히려 다른 마법사들에게 본때를 보여주기 위해 혼자 엄청난 걸 제출하지 않을까.

"그런 별종도 있긴 하지. 유명한 천재 마법사도 있잖아."

"저요?"

"아니, 애기 아빠 말고 임솔 마법사."

"응?"

나는 레베카의 입에서 나온 익숙한 이름에 눈을 끔벅거렸다.

레베카는 내가 임솔 교수님의 조수인 걸 모르는 건가?

"이번에 제가 임솔 교수님의 조수 역할이에요."

"정말?"

"네. 저도 임솔 교수님의 제자라서 천재 마법사라고 부르는 거잖아요."

"그런 거였어? 나는 제자라길래 그냥 아카데미에서 배우는 줄 알았지. 개인 제자였구나. 설마 임솔 마법사도 애기 아빠 여자친구야?"

"아직은 아닌데요…."

"와. 애기 아빠 진짜 대단하네."

레베카는 놀란 듯 날 바라봤다.

나도 좀 놀랍네.

이 사람은 날 잘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모르겠네.

그리고 마법사 협회는 왜 또 잘 아는 거야.

"레베카 씨는 의외로 마법사 사회를 잘 아네요?"

"당연하지. 마법사인 가짜 신분도 있거든."

"아하."

한국에서 본 것만 해도 가짜 신분이 3개는 있던데, 대체 몇 개나 숨겨놓은 거야.

혹시 레베카도 가짜신분인가?

"애기 아빠. 나중에 임솔 마법사 소개해줘."

레베카는 눈을 빛내며 내 손을 꽉 잡았다.

"소개요?"

"마법사라면 한 번은 만나보고 싶은 사람이거든. 대화를 해보면 내 결계도 발전시킬 수 있을 거야."

"안될 건 없죠. 안 그래도 다음에 만나러 가는데 한 번 물어볼게요."

"응. 정말 고마워."

"근데 교수님 말로는 마법사들이 교수님을 별로 안 좋아한다던데, 레베카 씨는 신기하네요."

"평생 일류가 될 수 없는 삼류 마법사들은 그렇겠지. 질투심과 열등감에 가득 차 있으니까. 하지만 나는 다르거든."

"역시 레베카 씨네요."

내 여자들 중에 멍청한 사람이 있을 리가 없지.

교수님이 칭찬을 받으니까 괜히 나도 기분이 좋다.

미소를 짓고 있는데,거실에서 컴퓨터를 보던 릴리아나가 울상을 지으며 이쪽으로 다가왔다.

"레베카, 나 좀 도와줘. 컴퓨터가 또 고장 났어."

"릴리아나. 컴퓨터가 고장 났다고 나한테 복구시켜달라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몇 번이나 말해. 룬의 결계는 한 번 쓰는 데에 마력이 엄청 든다니까."

"그러지 말고 한 번만 해줘. 저번에도 고쳐졌잖아."

"원인을 해결하지 않고 시간만 돌리면 똑같이 쓰니까 똑같이 고장나잖아. 릴리아나."

릴리아나는 슬픈 표정으로 레베카에게 부탁하고 있었다.

아마 고장 난 컴퓨터를 룬의 결계로 복구시켜달라고 하는 것 같은데….

음.

'멍청한 사람 하나 쯤은 나쁘지않지.'

멍청미라는 단어가 있다.

예쁘면 그것도 매력으로 볼 수 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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