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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야겜에 빙의했다-383화 (383/648)

〈 383화 〉 383화. 장인어른.

* * *

'너무 심하게 놀렸나.'

엘리스가 귀여워서 장난을 좀 쳤더니 마지막에는 거의 쫓겨나듯이 집에서 나왔다.

뭐, 그래도 좋아 보였으니 괜찮겠지.

와인이 맛있다고 했더니 고급 와인도 하나 선물 받았다.

나중에 애들하고 나눠 먹자.

"이거 봐봐. 릴리아나 언니."

"응. 구래구래."

집에 들어오자마자 남다희와 놀아주는 릴리아나의 모습이 보였고, 안쪽에는 스칼렛과 레베카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다은이는 안보이는 게 훈련이라도 간 것같았다.

비싼 집 답게 공간이 많이 남아서 훈련장도 하나 만들었거든.

"오셨습니까. 호연님."

"응? 애기 아빠왔구나."

"네. 저도 정보 좀 얻어왔어요."

"정보…? 당신한테도 정보통이 있었나요?"

스칼렛은 놀란 듯 날 쳐다봤다.

그렇게 까지 놀랄 건 없잖아.

"당연하지. 업계 최고 아이리스 길드의 정보력이 생겼다고."

"아이리스 길드? 거기 스칼렛 양이 쫓겨난 곳 아니야?"

"… 쫓겨난 게 아닙니다. 아이리스 길드라면 엘리스 아가씨의 도움을 받은 모양이네요."

"응. 그렇지."

"아, 팬티를 훔쳐갔던 금발 아가씨? 애기 아빠 여자 친구들은 다 대단하네."

레베카는 왜 내 여자들을 다 이상하게 기억하고 있는걸까.

나는 자연스럽게 테이블에 앉으며 스칼렛의 커피를 내 입으로 가져갔다.

이제 스칼렛도 내 행동이 익숙해졌는지 딱히 뭐라하지 않았다.

아오, 써.

"둘은 뭐 했어요? 얻은 정보 취합?"

"개인적인 인맥을 돌려봤는데… 아무래도 난 도움이 안 될 것 같아. 내 인맥은 마에스트로가 다 파악한 것 같더라고."

"저는 나름대로 조사하고 있습니다만, 마인 쪽에 심어놓았던 정보원들이 모두 연락을 끊고 숨었다고 하더군요."

"갑자기 연락을 끊다니?"

"듣기로는 마인을 향한 테러 때문에 몸을 숨기고 있다는데… 아마 최근에 일어난 마인들의 다툼 때문 아닐까요."

스칼렛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긴, 문성민의 존재를 모른다면 이해가 안 될 수도 있겠지.

잠시만.

그럼 다들 아무 정보도 못 얻은 거 아니야?

"… 결국 둘 다 소득이 없는 거예요?"

"으음…. 나는 쫓기는 몸이잖아. 이해해줘."

"저는 시간이 좀 필요할 겁니다."

"오호."

어쩌면 엘리스가 먼저 알아낼 지도 모른다.

드디어 나도 가장으로서 일을 할 수 있겠구나.

"걱정 마세요. 제가 금방 처리해드릴게요."

"자신만만하시네요."

"아이리스 길드는 무적이잖아."

"제가 다녀봐서 아는데, 거기도 개판입니다."

나는 스칼렛의 반응에 너스레를 떨며 미소를 지었다.

원래 자기가 일하는 곳은 다 마음에 안 들기 마련.

정보수집에서 관심 떼고 잘하는 싸움이나 하자.

전문가가 있으니 굳이 내가 나설 필요는 없겠지.

"스칼렛 양의 말대로, 아이리스 길드라고 해도 시간이 꽤 걸리겠지?"

"아마 그럴겁니다. 다은 양을 불러서 식사라도 하고 있을까요?"

"그럴까?"

며칠이면 정보가 나올 테니, 그때까지 힘을 늘려놓으면 되겠지.

나도 밥먹고 다은이랑 훈련이나 할까.

띠링­

그때, 내 스마트 워치가 울렸다.

화면에는 엘리스의 이름이 떠 있었다.

­ 엘리스 : 내가 보낸 파일 확인해.

"파일?"

스마트 워치를 톡톡 건드리자 엘리스가 보낸 파일이 보였다.

파일에는 지도와 사진 몇 장이 담겨있었고, 그 밑에는 사진에 있는 마인들에 대한 정보가 정리되어 있었다.

나는 고개를 들어 스칼렛을 쳐다봤다.

"스칼렛."

"네?"

"벌써 찾은 거 같은데?"

이게 아이리스 길드의 후계자?

몇 시간밖에 안 지났는데 왜이렇게 빨라.

­ 나 : 엘리스, 조사 과정을 보낸 거야? 아니면 이게 조사 끝?

­ 엘리스 : 당연히 끝이지. 너한테 부탁받자마자 명령했으니까.

­ 나 : 와… 고마워. 다음에는 더 예쁜 팬티를 챙겨갈게.

­ 엘리스 : 다시 내놔. 다시 내놔!

탁­

스마트워치를 끄고, 아직 상황파악을 못해 눈을 끔벅거리는 둘을 바라보며 웃었다.

"다은이 불러서 준비하죠?"

*

쨍하게 비치는 햇빛을 손으로 가리며 도시 한 가운데를 걸었다.

내 옆에는 여자가 셋이나 있었는데, 셋은 신나게 대화중이었다.

"이야, 저런 좋은 직장을 사랑 때문에 나왔다니, 스칼렛 양도 대단하네."

"맞아요. 스칼렛 씨도 호연이에게 진심이거든요."

"… 아니요. 저렇게 좋은 직장인 줄 알았으면 안나왔을겁니다. 엄청나게 후회 중입니다."

"스칼렛 양은 거짓말쟁이네."

"…."

나는 놀림당하는 스칼렛을 보며 앞장서서 걸었다.

향하는 곳은 엘리스가 알려준 주변에서 제일 큰 판데믹의 은거지.

엘리스가 준 자료에는 은거지의 구조와 안에 있는 간부의 전력까지 모두 적혀있었다.

현재 은신처에 있는 간부급 마인은 셋. 즉 S급 마인이 3명이라는 뜻이다.

원래 이렇게 방비가 약한 곳은 아니지만, 문성민의 테러로 인해 다른 곳으로 빠져나간 간부들이 많다고 한다.

즉 간부가 추가되기 직전인 지금이 제일 싸우기 좋은 타이밍이었다.

"릴리아나 씨는 괜찮겠지?"

"응. 아마 집은 안전할 거야. 릴리아나한테 마법을 붙여놨으니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돌아갈게."

릴리아나는 집에서 남다희를 맡기로 했다.

남다은을 남길까 했지만, 릴리아나보다 남다은이 훨씬 강하다 보니 어쩔 수 없었다.

"그런데 우리가 마인을 습격하면 레베카 씨가 안전해지는 거 맞아?"

남다은은 내게 작전의 의의를 질문했다.

좋은 질문이네.

"일단 판데믹의 전력을 줄이는 것부터 의미가 있지. 판데믹도 한국에만 전력을 투자할 순 없거든."

"그냥 엄청나게 강한 마인들이 와버리면?"

"그때는 헌터 협회나 아카데미도 눈치챌 거야."

그들이 마인을 잡지 못해서 안 잡는 게 아니다.

마인들에게 과도한 전력을 투자하면 틈을 내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대편에서 먼저 전력을 늘린다면, 협회나 아카데미에서도 태도를 바꾸겠지.

"근데 애기 아빠. 계획은 뭐야? 다짜고짜 나와도 되는 거야?"

"당연히 있죠."

사실 우리의 전력은 압도적이었다. s급 마인이 셋이나 있지만, s급 마인이라고 해서 모두 강한 건 아니다.

은신처를 지키고 있는 간부는 s급 중에서도 하급.

우리에겐 s급 마인을 개박살낼 수 있는 전투 인원이 넷이나 있으니 이런 은신처 하나 정도 처리하기는 쉬웠다.

"일단 암호를 대고 안으로 들어가요."

"아까 호연이가 말했던 암호로?"

"응. 그리고 보이는 마인마다 죽이면 돼."

"…."

남다은은 내 완벽한 계획에 입을 벌렸고, 레베카는 고개를 저었다.

"애기 아빠. 너무 무서운 말은 하지 마. 태교에 안 좋아."

"판데믹 놈들을 세상에 남겨놓는 게 태교에 더 안 좋을 거에요."

"으음, 그럴지도?"

레베카는 그제서야 내 말에 공감하듯 고개를 끄덕였는데, 다른 사람들은 그렇지않았다.

"호연아, 그건 너무 위험하지 않을까?"

"그래? 전력은 우리가 압도적이긴 한데."

"… 애초에 그런 건 계획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계획이 완벽한 줄 알았는데, 반응은 별로였다.

특히 스칼렛이 답답한 듯 말을 이었다.

"지도에 간부의 집무실 위치까지 나와 있었잖아요. 각각 한 명씩 맡아서 조용히 처리하죠. 그 후에 출구를 막고 남은 마인들을 정리하면 될 겁니다."

"… 괜찮은데?"

"전력이 압도적이라고 해도 굳이 시끄럽게 할 이유는 없어요. 무슨 일이 일어날 지 모르니까요."

"그렇구나. 우리는 네 명인데 팀은 어떻게 나누고?"

"은신이 가능한 사람이 셋이니 전력이 부족한 제가 다은 양을 데려가겠습니다. 레베카 님과 당신은 알아서 할 수 있을 거에요."

"역시 경력자는 다르구나."

스칼렛은 아이리스 길드에서 일한 경험으로 괜찮은 계획을 내줬다.

이렇게 보니 내가 낸 건 계획도 아니었네.

"그럼 둘이 제일 가까운 곳으로 가. 나랑 레베카 씨는 먼 곳으로 갈 테니까 둘이 먼저 처리하고 합류하는 방식으로 가자."

"좋아. 애기 아빠."

"알겠습니다."

"응. 잘 부탁드려요. 스칼렛 씨."

우리는 거리의 골목골목으로 들어가며 판데믹의 은신처로 향했다.

도시에 이런 공간이 있었나싶을 정도로 어두운 곳.

대낮부터 자고 있는 부랑자들의 옆을 지나자 목적지인 거대한녹슨 철문이 보였다.

"여기야?"

"네. 잠시만요."

똑똑­

나는 녹슨 철문에 노크를 했다.

대답은 없었지만, 안쪽에서 인기척은 느껴졌다.

아마 암호가 맞으면 문을 열어주겠지.

나는 원작 게임에서 상인들이 쓰던 암호를 읊었다.

"아르마 자 마에스트라."

철커덩. 끼익­

잠금장치가 해제되는 소리와 함께, 안쪽에 있던 거한이 녹슨 철문을 열었다.

우리를 슬쩍 흘겨본 거한은 목소리를 깔면서 벽에 붙었다.

"물건을 놓자마자 돌아가도록."

"예. 알겠습니다."

나는 허리를 굽신거리며 거한을 지나쳤다.

룬의 결계로 모습을 숨기고 있으니, 우리 넷이 배달기사처럼 보였을거다.

모퉁이를 돌자마자 허리를 편 내게 레베카가 슬쩍 다가왔다.

"애기 아빠는 어떻게 상인이 쓰는 암호까지 아는 거야? 그건 나도 모르는 건데."

"예전에 잡았던 마인한테 들었죠."

나는 대충 변명하며 안쪽으로 들어갔다.

개미굴처럼 이어진 은신처의 길을 따라가자 마인 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안쪽은 마치 아이리스 길드의 로비를 보는 것 같았다.

앉아서 쉬는 마인들도 보였고, 열심히 무언가 하고 있는 마인도 있었다.

나는 여자들과 눈을 마주쳤다.

"… 모두 위치 기억했죠? 이제 흩어집시다."

우리는 말없이 간부들에게 물건을 배달하는 상인처럼 흩어졌다.

이제 아무도 없는 곳에서 은신을 한 후, 목표를 암살하면 된다.

'나만 잘하면 되겠네.'

레베카는 물론이고 스칼렛과 남다은도 믿을만 하니까.

나는 천천히 내가 맡은 간부의 집무실로 걸어갔다.

근데 인테리어도 그렇고 사람들의 행색도 그렇고 진짜 회사라고 해도 믿을 정도네.

가끔 외형이 무섭게 생긴 마인들만 빼면 모두가 인간 같았다.

지나다니는 마인들을 구경하며 걷다 보니 금방 목표지점에 도착할 수 있었다.

집무실엔 마인 특유의 기분 나쁜 마력으로 결계가 쳐져 있었다.

아마 간부실에 있는 경계장치겠지.

주변에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한 나는, 마력으로 결계를 박살 내며 문을 박차고 안으로 들어갔다.

반응 할 틈도 주지않고 처리하려 했는데, 안 쪽의 모습은 내 생각과 달랐다.

부숴진 접대용 테이블과 갈기갈기 찢어져 솜을 뱉어낸 소파.

그리고 마인의 목을 꺾고있는 중년 남자.

콰득­ 콰드득­

"… 뭐지? 결계를 쳐놨을 텐데."

마인을 들고있는 중년 남자는 날 보며 눈을 찌푸렸다.

그의 손에 들린 마인은 내가 목표로 했던 간부 중 한 명이었다.

"마인이 아니니 부하는 아닐테고, 인간인가? 은신처 습격 작전이라도 있나 보군. 타이밍이 안 좋았어. 아, 인간은 건드리지 않으니 걱정하지 마라."

중년 남자는 죽은 마인의 시체를 바닥에 던졌다.

그리고 내게 천천히 걸어왔다.

적의가 하나도 없는 걸 보면 내 옆을 지나 문밖으로 나가려는 속셈이겠지.

'… 왜 하필 만나도 나랑 만나냐.'

아무튼, 만났으니 조용히 보낼 수는 없다.

"문성민 씨. 안녕하세요."

"누구지? 내 이름을 알고 있는 자는 협회에서도 없을 텐데."

내 말을 들은 문성민은 발을 멈추고 날 쳐다봤다.

적의를 활활 태우는 그를 보니 역시 괜히 아는척을 했다싶지만….

"당신 딸 남자친구입니다. 장인어른."

수린 누나의 아버지를 만났는데 그냥 보낼 수는 없잖아.

나는 한숨을 쉬며 방어태세를 취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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