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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야겜에 빙의했다-379화 (379/648)

〈 379화 〉 379화. 응급실

* * *

"고생했어요."

"고마워."

백아영은 의료팀과 인사를 마치고 건물을 빠져나왔다.

양호 선생님은 그만뒀지만, 인망은 여전한 모양이네.

"여전히 인기가 많으시네요."

"고마워."

"새 일이 힘들지는 않아요?"

"힘들어도 즐거워. 내가 하고 싶은 일이니까."

"으응. 다행이네요. 아영 씨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게 좋죠."

우리는 대화를 나누며 백아영의 숙소로 들어갔다.

역시 성녀님의 숙소라 그런지 생도 기숙사보다 훨씬 크네.

생각해보면 이 쪽 숙소는 처음 오는 것 같다.

매일 양호실과 양호실에 달린 침대만 썼었지.

"여보…."

내가 집을 둘러보고 있을 때, 백아영이 내 손을 잡아왔다.

난 살짝 웃으며 백아영을 내려다봤다.

"일단 조금 쉴래요? 힘들잖아요."

"으응."

오랜만에 보니까 역시 반응이 강하네.

난 백아영의 손을 잡은 채 소파에 앉았다.

일하는 걸 직접 보진 않았지만 응급실 업무라면 꽤 힘들 거다.

특히 백아영은 성격이 워낙 순해서 잡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사람들도 좋아하는 거겠지.

내 예상대로, 백아영은 피곤한 듯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눈을 감았다.

가끔은 이런 것도 좋다.

백아영과 만났을 때는 항상 격렬한 섹스를 했는데, 오늘은 오랜만에 아닐지도 모르겠네.

우리는 잠시 조용히 휴식을 취했다.

어색함에서 나오는 침묵이 아닌 편안함에서 나오는 침묵.

불편하지 않은 고요를 즐기다보니 백아영이 먼저 입을 열었다.

"여보…. 미안해요."

"왜요?"

"응급실에 배정받은 지 얼마 안 됐거든요. 여보한테 신경을 못 써줘서…."

"미안할 건 없지. 여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중요하니까. 근데 왜 미리 말 안 했어요?"

"으응…. 그냥? 얼굴 보고 얘기하고 싶어서."

뭐, 그럴 수 있다.

어쩌면 양호 선생님을 그만두는 게 마음에 걸렸나?

그런 성격은 아닐 거 같은데.

"오랜만에 봤는데 할 말 없어요?"

"매일 연락했으니까… 여보랑 그냥 같이 있어도 좋아요."

처음과 비교해보니 참 신기하네.

말도 안 되는 억지로 관계를 시작했는데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되어버렸다.

그 때 내가 조금 더 성숙했다면 어떤 관계가 되었을까.

'… 모르겠네.'

나도 확신할 수 없다.

요즘은 처음 빙의했을 때와 마음가짐이 많이 달라졌으니까.

그때의 선택이 맞는 건지 틀린 건지.

후회 대신 지금부터라도 더 좋은 결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어차피 과거는 돌아오지 않는다.

"아영 씨. 양호 선생님은 왜 그만둔 거에요?"

"그거야, 여보 때문에…."

"… 내가 뭘 했는데요?"

나는 눈을 크게 떴다.

내가 모르는 사이에 무슨 사고를 쳐버린 걸까.

워낙 쓰레기 경력이 길다 보니 나도 나 자신을 믿을 수가 없다.

"여보의 아이를 가지려면 일이 너무 많아도 안 좋아요. 응급실 쪽은 지원이라 언제든지 그만 둘 수 있어요. 게다가 다른 남자와 접촉도 줄여야 하고…."

"…?"

부끄러운 듯 볼을 붉히고 내 어깨에 얼굴을 부비적거리는 백아영을 보며 난 빠르게 기억을 되짚었다.

'그랬었지. 분명 그랬어.'

레베카는 룬의 일족이라는 이유때문에 내 아이를 필요로한다면, 백아영은 '표식'을 원한다.

자신이 첫 번째라는 표식.

프랑스에 가기 전.

울먹거리며 자신이 첫 번째가 맞지 않냐고 묻는 백아영의 얼굴이 서서히 기억났다.

"여보… 혹시 기억 못 하는 건 아니죠?"

백아영은 내 손을 꽉 잡으며 슬픈 눈으로 날 바라봤다.

기억 보완 능력이 있어서 정말 다행이네.

"기억하지. 여보가 제일 먼저라고 했잖아."

"응. 제가 먼저예요."

"그래서 양호실도 때려치웠구나."

쩝. 상관없다.

이제 와서 거부감이 있다고 한다면 거짓말이겠지.

이미 레베카를 임신시킬 목적으로 엄청나게 박아댔다.

한 명 더 늘어난다고 달라질 건 없을거야.

아마도.

난 천천히 백아영의 허벅지에 손을 올렸다.

"아, 아응…. 여보. 왜, 왜 그래요…?"

"싫어요?"

"싫은 건 아닌데, 으흐응…."

다리 사이에 손을 집어넣었다가, 손을 위로 올려 백아영의 가슴을 주물렀다.

난 백아영에게 몸을 딱 붙이고 코를 킁킁댔다.

기분 좋은 여체의 향기.

성녀님이라는 이름이 틀리지 않은 듯 따뜻한 향이 난다.

다른 여자들과 다르게 백아영에게는 특별한 무언가가 있었다.

물론 모든 여자들을 좋아하지만, 백아영은 특히 신경 써주고 싶은 느낌?

어떻게 보면 가장 처음 호감도를 100까지 찍은 여자라 그럴지도 모르겠네.

"아이 만들기 섹스… 할까요?"

"… 네. 여보."

백아영은 다리를 벌리고 내 위로 올라왔다.

오늘은 다 이 자세를 좋아하네.

"여, 여보…."

"그대로 있어 봐요."

찌걱­ 찔걱­

난 백아영의 벌어진 다이 사이로 손을 집어넣었다.

이미 흠뻑 젖어있는 보지는 팬티 바깥으로도 내 손가락을 물어왔다.

"바로 넣어도 되겠네."

"으응, 여보. 넣어주세요…."

기다렸다는 듯 몸을 부르르 떠는 백아영의 옷을 하나 씩 벗겼다.

블라우스와 스커트. 속옷까지 다 벗기고나니 백아영의 새하얀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미 단단해진 내 자지는 아까부터 준비완료상태.

난 바지를 내리며 백아영의 허리를 잡아당겼다.

백아영은 흐읏, 하는 소리를 내며 다리 위에 주저앉았다.

허벅지가 백아영의 애액으로 젖는 게 느껴졌고, 백아영은 부끄러운 듯 얼굴을 피했다.

"으, 여보…."

"조금만 허리 올려봐요."

백아영은 허벅지를 피며 자지가 설 공간을 만들었다.

그 상태에서 자지를 움직이자 천박한 소리를 내며 보지와 자지가 만나기 시작했다.

찔걱­ 찔걱­

"아앙, 으응…. 여보…?"

"넣을게요."

귀두가 질구에 닿은 걸 확인한 채로 백아영의 허리를 내리자,쫀쫀한 질벽이 내 자지를 감쌌다.

나는 단숨에 자지를 안쪽까지 쑤셔 넣고 백아영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여보. 직접 움직여줘요."

"하, 으흑… 네. 네 여보…."

쯔걱­ 푹­ 쯔걱­

백아영은 음란한 신음소리를 내며 허리를 아래로 내려찍었다.

음란하게 벌리고 있는 다리 사이에서 찰박거리는 천박한 물소리가 났고, 직접 허리를 내려찍는 모습은 내 흥분을 훨씬 올려줬다.

스읍­ 하.

백아영의 상체에 얼굴을 묻은 채 소파 받침에 팔을 내려놨다.

백아영과 섹스할 때 좋은 점은 내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

혼자 움직이게 내버려 둬도 잘해주고, 내가 싸고 싶을 때는 빠르게 움직여서 싸면 된다.

난 백아영의 젖꼭지를 쪽쪽 빨면서 보지의 감촉을 즐겼다.

"흐아, 아앙… 여, 여보… 하으, 으으으응…."

"살짝 얼굴 내려봐요. 응, 그렇게."

"으, 으음…하아아앙. 하, 하아, 응. 으뭅…."

내 위에서 열심히 가슴을 흔들던 백아영은 나와 키스를 이어가면서도 허리를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열심히 내 혀를 빨아왔다.

서로의 혀가 섞이고 위아래로 느껴지는 점막의 감촉.

나는 올라오는 사정감에 백아영의 등을 쓰다듬었다.

"오, 아앙… 흐, 아읍… 소리가아… 하, 하읏… 가, 갈 거 같기도…. 아앗…."

"여보. 나 이제 곧…"

"응. 응…. 빨리… 여보의 정액 안에 싸줘…."

"하아…. 쌀게."

"아, 아아아앙… 여, 여보… 하으으응…."

뷰르릇­ 뷰릇­

쯔읍­ 쯔읍­ 하며 보지를 조여오는 백아영은 내 질내사정을 받으며 음란한 신음을 뱉어댔다.

난 백아영의 가슴을 주무르며 끝까지 사정했다.

백아영은 지친 듯 허리를 피며 내게서 살짝 떨어지려 했는데, 난자지를 빼지 않고 백아영의 엉덩이를 꽉 쥐었다.

백아영이 움직여줘서 사정하는 것도 좋지만, 역시 내가 움직이는 게 좋거든.

"여, 여보…."

"한 번만 더 해도 괜찮지?"

"으응…. 사랑해요. 사랑해. 아, 아앙…."

"나도 사랑해."

백아영은 사랑한다고 속삭이며 내 몸에 키스를 이어갔다.

내가 자지를 박아 올릴 때마다 조임이 강해지며 어깨에 있는 손이 부들거렸고, 벌어진 입에서는 침이 뚝뚝 떨어졌다.

나는 그 만족스러운 반응을 즐기며 다시 허리를 쳐올렸다.

*

"스칼렛 씨…. 정말 저 혼자 해도 괜찮은데요."

"아닙니다. 아직 일자리를 못 구했거든요. 오히려 다은 양이 쉬어야죠. 아카데미 시험이 오늘 끝났잖아요."

"저도 가계에 도움이 되는 몸이 아니라서…."

스칼렛과 남다은은 손에 가득 짐을 들고 집으로 향했다.

남다은이 장을 보러가는 시간에 마침 집에 있던 스칼렛도 따라나온 것이다.

아이리스 길드에 들어온 이후로 세일같은 걸 챙겨본 적이 없는 스칼렛은 오랜만에 마트쇼핑이 꽤 재밌었다.

물론 10원 단위까지 계산해야 하나 싶긴 했지만… 그게 남다은의 매력이겠지.

"호연이가 저녁 시간에 맞출 수 있을까요?"

"아마 그도 밀린 약속이 많을 거에요. 거의 이 주 만에 돌아온 한국이니까요."

"그렇겠죠…?"

남다은은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며 장바구니를 바라봤고, 스칼렛은 그걸 보며 웃음을 지었다.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이 있는 소녀.

저 모습을 보니자신이 직접 이호연을 데려오고 싶을 정도였다.

"그래도 남겨놓으면 와서 먹을겁니다."

"으음, 그것도 좋은 방법이네요."

"레베카 님도 연구할 때는 식사를 거르는 때가 많으니 같이 챙기면 되겠네요."

"맞아요. 얼마나 어려운 연구길래 하루종일 방에 틀어박혀 있는 걸까요. 저는 마법은 잘 몰라서요."

"글쎄요. 결계 관련 연구였을텐데."

둘은 천천히 걸으며 대화를 이어갔다.

같이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친밀도도 늘어났고, 이제 둘 사이에 어색함은 하나도 없었다.

잡담을 나누며 걷다보니 어느새 이호연의 집이 보였고, 둘은 속도를 조금 높였다.

"아니면 아예 저녁 식사를 늦게 하는 법도…."

"잠시만요. 스칼렛 씨."

별 생각 없이 대화하던 스칼렛은 장바구니를 땅에 내려놓는 남다은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갑자기 눈을 치켜뜨고 주변을 둘러보는 남다은의 모습은 너무 이질적이었기에, 스칼렛도 즉시 주변에 마력을 뿌렸다.

그제서야 스칼렛도 눈치챌 수 있었다.

"… 마인?"

"그런 것 같아요."

기분 나쁜 마인의 마력.

약하지만 분명한 마인의 마력이 집 주변에서 퍼지고 있었다.

"빨리 가봐야겠는데요."

"네!"

스칼렛은 달려가며 주변의 지형지물을 훑었다.

다행히 수상한 점은 없었지만, 의문은 여전했다.

'대체 무슨 일이지?'

바로 옆에 엘리스의 저택이 있는 이곳의 치안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이미 충분한 조사가 끝났으니까.

지나가던 마인이 나올만큼 위험한 곳이 아니다.

"… 저건 뭐죠?"

앞서나간 남다은이 먼저 걸음을 멈추고, 잠시 후 스칼렛도 집 주변을 도는 마인을 발견했다.

온몸에 해골 문양으로 뒤덮힌 기분 나쁜 마인.

­ 끼릭­ 끼긱….

놈은 이호연의 집에 침입하려는 듯 마당을 훔쳐봤고, 스칼렛은 그 즉시 마력을 움직였다.

상대가 뿜어내는 마력이 약했으니 이쪽을 알아보기 전에 처리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다.

­ 끄흐윽…?

털썩­

스칼렛의 마력을 맞은 마인은 그대로 절명했다.

긴장했던 것과 다르게 쉬운 결말이었지만, 둘은 찝찝함을 털어내지 못했다.

집에 마인이 침입하려 하는 건 그냥 있을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

"으음… 다은이하고 스칼렛 양이 이상한 걸 데려왔네?"

그때, 귀찮아 보이는 표정의 레베카가 마당에서 나타났다.

그녀는 쓰러져있는 마인을 보고 눈을 찌푸렸다.

"레베카 씨!"

"아쉽게도 저희가 데려온 게 아닙니다."

"그래? 한국 치안이 이렇게 나빠지지는 않았을텐데… 어?"

쓰러진 마인의 어깨를 들어 얼굴을 확인한 레베카는 눈을 크게 떴다.

판데믹에 있을 때 질리도록 봤던 해골 가면.

이놈들이 집 앞에 나타났기 때문이다.

"어떻게 벌써 여기까지 온거지…?"

"혹시 이 마인에 대해서 아는 점이 있으신가요?"

"있지. 응. 있는데…. 쯧. 일단 들어와. 밖에 서있지말구."

레베카는 쓰러진 마인의 시체를 마법으로 번쩍 들어 올리며 집으로 들어갔다.

밖에 남아있던 남다은과 스칼렛은 서로를 잠깐 마주봤다가 장바구니를 챙겨 그 뒤를 따랐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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