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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야겜에 빙의했다-368화 (368/648)

〈 368화 〉 368화. 일족 늘리기

* * *

"오늘 돌아왔으니까 할 게 많겠네?"

"으음… 오랜만에 왔으니까 못 본 사람들을 좀 보러 가야 할 거 같아요."

"맞아. 우리 제자는 친구가 많지?"

"그래도 교수님을 제일 먼저 보러왔잖아요."

"고마워."

임솔 교수님은 연구 결과를 정리하며 내게 말을 걸었다.

일주일 내내 연구를 했다는 게 거짓말은 아닌 듯, 서류가 엄청나게 많았다.

저걸 언제 다 보냐.

"시간이 없을 테니까 금방 끝내자."

"아니에요. 한 두시간 정도는 괜찮아요."

"그래? 아카데미가 닫기 전에 가야 하는 거 아니야?"

"음, 생도들은 내일 보고 오늘은 아영 씨를 만나러 갈 것 같아요."

수린 누나와 루시루미 쌍둥이는 내일 봐야지.

어차피 시험을 보러 아카데미에 가야 하니 그때 볼 시간이 많을 거다.

"아영이는 오늘 야근이야."

"야근이요? 양호 선생님도 야근이 있나?"

"이제 양호 선생님 안 한다는데?"

"… 네?"

"아프지도 않은 생도들이 양호실에 너무 와서 그냥 의료팀에 합류하기로 했대."

이게 무슨 소리야. 양호선생님하려고 온 거잖아.

혹시나 해서 스마트 워치를 확인하자 백아영에게 온 메시지가 있었다.

­ 백아영 : 여보. 오늘 의료팀이 너무 바빠서 못 볼 것 같아요…. 흑.

진짜네.

왜 나한테 얘기를 안 했지?

얼굴 보고 말하려고 한 건가?

"그럼 성녀님이라고 불러도 되겠네요."

"응. 그래야지. 대충 정리가 끝났으니까 훑어볼래? 학회에서 발표할 내용이야."

나는 교수님이 건네준 서류 더미를 천천히 확인했다.

내용은마법의 핵에 대한 정리.

같이 연구했던 주제였다.

"오…."

어느정도 읽자 입에서 자동으로 감탄사가 튀어나왔다.

확실히 내용이 쉬웠다.

물론 소재 자체는 어려웠지만, 일반 마법사가 읽어도 이해할 수 있도록 최대한 쉽게 풀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였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임솔 교수님이 이렇게 정리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다.

슬쩍 서류에서 고개를 들자 반짝반짝 빛나는 눈초리로 날 바라보는 교수님이 보였다.

"어때? 괜찮지. 아니, 좋지?"

"확실히 괜찮네요. 이 정도면 진짜 누구든지 이해할 수 있겠어요."

"당연하지. 그 자료를 정리하는 데만 며칠이 걸렸는데."

"음, 근데 좀 아깝긴 하네요. 이 좋은 걸 공짜로 알려줘야 한다는 게."

나도 조금은 도왔지만, 대부분이 임솔 교수님 혼자 정리한 정보다.

즉 이 세상에서 교수님과 나만 알고 있는 엄청난 정보인데 이걸 공짜로 공개해야 한다니.

그것도 임솔 교수님을 차별한 놈들한테.

나는 솔직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괜찮아. 좋은 정보라고 꽁꽁 숨기는 놈들 중에 잘 되는 놈은 없었어."

"뭐, 저는 교수님의 의견에 반대하는 건 아니에요. 근데 마법사 학회가 마음에 안 들어서요. 우리 교수님의 재능을 모르잖아요."

"호연이가 알아주니까 괜찮아. 그리고 다 공개하는 건 아니야. 진짜 좋은 건 숨겨야지."

"저한테도 숨기실거에요?"

"우리 제자한테는 보여줄 수 있어."

"어? 진짜요?"

"사실 새로운 마법은 아니고… 저번 대련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거야."

"대련이요?"

저번 대련이라면 그렇게 열심히 했는데도 교수님의 털끝 하나 못 건드린 그걸 말하는 건가?

거기서 뭘 얻으신 거지?

"응. 너한테만 보여주는 거야."

임솔 교수님은 집중하는 표정으로 손에 마력을 끌어올렸다.

곧 허공에 마법진이 그려졌다.

기초 중에 기초인 파이어 볼.

이걸로 뭘 보여주려는 건지 조용히 지켜보자, 잠시 후 마법진의 가장자리부터 조금씩 재구축되기 시작했다.

"… 어?"

난 교수님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지금 임솔 교수님이 하는 건 내가 보여줬던 필살기.

이미 완성한 마법의 마력을 재구성해 다른 마법으로 바꾸는 기술이다.

그게 내 눈 앞에서 그대로 재현되고 있었다.

아니, 내가 하는 것 보다 더 고급진 느낌이었다.

'도대체 이걸 어떻게 따라 한 거지?'

내겐 [마력 감응]이라는 특전이 있다.

아무리 마력을 잘 다루는 인간이라도 나보다 마력 컨트롤이 뛰어날 수는 없다.

이 능력은 내기의 신이라는 높은 차원의 존재에게 받은 힘이니까.

그래야 정상인데….

완전히 다른 마법으로 변한 파이어 볼 마법진을 보며 나는 눈을 끔벅거렸다.

말문이 막힐 정도로 높은 수준의 마력 컨트롤이었다.

내가 마력을 재구성하는 건 사실 노력의 결과물이 아니다.

그냥 그렇게 하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바꿀 수 있다.

손을 들면 손이 들리고 발을 들면 발이 들리는 것 처럼, 마력을 움직이는 건 내게 자연스러운 일이다.

어떻게 보면 치트 같은 능력이지.

그런데 교수님은 다르다.

그런 능력을 타고나지 못했으니마력 하나하나에 정밀한 계산이 있어야 했고, 마력의 양도 정확히 맞춰야 했다.

그런데 나보다 잘하면 어떻게 해.

"와… 그냥 엄청난데요…."

"이것 때문에 일주일이나 연구실에 틀어박혔거든. 마력을 처음부터 새로 접근했어."

교수님은 자신이 봐도 자랑스러운 듯 가슴을 살짝 내밀고 있었다.

눈썹을 씰룩거리는 걸 보면 진짜 좋은 모양이다.

좀 귀엽네.

내 반응을 확인하려는 듯 날 뻔히 바라보는 교수님을 보며 말을 이었다.

"이걸 일주일 만에 익혔다고요?"

"응. 네 덕분이야. 그 마법을 본 덕분에 한계를 뛰어넘었거든."

"… 그만 좀 강해지세요."

여기서 더 강해지면 어쩌라는 거야.

내가 어떻게 이기라고.

아쉬움에 한숨을 쉬자 임솔은 혀로 입술을 핥으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왠지 열 받네.

그래. 누가 이기나 보자.

"웃지 마세요. 진짜 금방 따라잡습니다. 교수님."

"응. 노력해봐."

교수님은 너그럽게 웃었는데, 저러니까 의욕이 팍팍 떨어진다.

그래도 열심히 하라고 응원이라도 해주지.

"…제자한테 의욕이라도 생기게 해주세요. 보상을 좀 더 늘린다거나?"

"이기기만 하면 뭐든 지 해줄 수 있어."

"정말요?"

"당연하지."

"… 이거 녹음해놓습니다. 계약서도 쓸까요?"

"난 거짓말 안 해. 해달라는 건 다 해줄게."

★ 히로인 상태창

[임솔]

­ [ 호감도 : 96 ]

­ [ 성욕 : 55 ]

­ [ 식욕 : 30 ]

­ [ 피로도 : 30 ]

현재 상태 : 역시 우리 제자는 귀엽네.

나는 여유롭게 웃는 교수님을 보며 생각했다.

'이 사람이 아직도 내 본성을 모르는구나.'

진짜 이기기만 해봐.

오늘부터 마법 수련 시간을 두 배로 늘려야겠다.

*

"수린 누나는 내일 보고… 아영 씨도 내일. 루시와 루미는 시험장에서."

교수님의 연구실에서 나온 나는 일정을 정리하며 집으로 향했다.

의외로 시간이 그렇게 늦지 않아서 하나는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생각해보니 오늘 밤에 레베카 씨랑 할 일도 있었지."

준비는 다 하셨으려나?

워낙 느긋한 사람이라 걱정되네.

'아…. 내 팬티 도둑.'

생각해보니 엘리스도 있다.

집으로 팬티를 찾으러 오라고 했었잖아.

그 팬티를 해명 할 생각 하니 또 머리가 아프다.

나는 스마트워치를 켜 엘리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 엘리스 : 엘리스, 이따가 집에 들러도 될까?

엘리스에게 메시지 하나를 보내놓고 집으로 향했다.

어차피 옆집이니까 답장이 오면 그 때 가면 된다.

팬티를 챙겨간 게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답장도 없는데 쳐들어갈 순 없지.

끼익­

집에 올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역시 집을 구하길 잘한 것 같다.

우리 집에 사는 사람만 벌써 5명이다.

릴리아나, 레베카, 스칼렛, 남다은, 남다희.

'나까지 6명이구나.'

6명이 기숙사에서 지냈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네.

역시 미리 집을 구해놓길 잘했어.

집에 들어가자 거실에서 남다희와 놀고 있는 릴리아나의 모습이 보였다.

"내가 빵을 양보해줄 테니 앞으로 릴리아나 님이라고 불러. 알겠지?"

"알았어. 릴리아나 언니!"

"… 릴리아나 님이라고 부르라니까? 다시 해보자."

둘 다 귀엽게 놀아서 참 보기가 좋단 말이지.

하지만 다희도 이제 제대로 된 학교에 갔는데 릴리아나가 이상한 걸 불어넣지 않을까 걱정이다.

남다은이 있으니까 내가 걱정할 건 아닌가?

"호연아. 일찍 왔네."

"응. 둘이 같이 있구나?"

스칼렛과 남다은은 테이블에 자리 잡고 있었다.

둘이 대화라도 하는 중이었는지 맞은 편에 앉아있었는데, 나는 별생각없이 가까웠던 스칼렛의 옆자리에 앉았다.

"둘은 무슨 얘기하고 있어?"

남다은은 평소처럼 날 보며 살짝 웃어줬고, 스칼렛은 눈을 감으며 고개를 숙였다.

뭐야.

왜 그러지?

"호연아."

"응?"

"프랑스에서 스칼렛 씨하고 많이 친해졌나 봐?"

"……."

꿀꺽.

나는 미소짓는 남다은을 보며 침을 삼켰다.

맞다.

남다은한테 말을 안 했지.

내 옆에서 스칼렛이 고개를 숙이고 있는 걸 보니 직접 고백한 모양이다.

"어…."

"나는 하루하루 호연이를 기다렸는데 호연이는 아니었나봐…."

"아니아니. 정말 그런 거 아니야…."

나는 눈동자를 굴리며 날 도와줄 사람을 찾았다.

릴리아나는 아직도 다희와 놀고 있었고, 이쪽을 신경 쓸 기세가 아니었다.

레베카 씨는 어디 갔는지 보이지가 않았다.

"레베카 씨는 방에 있어. 오늘 거사를 치른다고 하던데… 뭔지 알아?"

"……."

나는 스칼렛을 따라 고개를 숙였다.

되는 일이 없구나.

스칼렛부터 레베카까지 날 도와주질 않는다.

"큭…."

반성하는 마음으로 무릎에 손을 올리고 있었는데, 들려오는 남다은의 웃음 소리에 살짝 고개를 들었다.

"고개 들어. 왜 그런 반응이야? 스칼렛 씨도 왜 그러는 거예요."

"… 남다은 양한테는 뭔가 죄책감 드네요."

"그런 걱정 안 하셔도 돼요."

나는 싱긋 웃어주는 남다은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진짜 쉽지가 않네.

다은이가 그럴 성격이 아닌 걸 알면서도 마음에 걸린다.

하지만 내가 정상이잖아.

여자를 하나 늘리고 왔는데 자연스럽게 말을 걸기도 좀 이상하다.

"뭐야? 다들 분위기가 이상하네."

괜히 어색함을 느끼고 있을 때, 구세주 같은 목소리가 들렸다.

특유의 여유로움이 묻어나는 레베카의 목소리였다.

"레베카 씨…? 준비할 게 있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으응. 근데 애기 아빠 목소리가 들리길래 잠깐 나와봤지."

레베카는 우리의 표정을 살피더니 웃으며 테이블 옆 소파에 앉았다.

"흐음. 애기 아빠하고 다은이하고 사랑 싸움 중이었구나. 스칼렛 양 때문이야?"

레베카 씨는 테이블에 앉아 입꼬리를 올리며 우리를 바라봤다.

그 미소는 마치 어릴 때 날 놀리던 사촌 누나 같았다.

"… 그런 거 아니거든요."

"그래? 그럼 다행이구. 다은이가 너무 착해서 애기 아빠한테는 아깝잖아. 더 잘 해줘."

"아니에요. 호연이가 예전에도…."

"아하. 그랬어? 애기 아빠한테 그런 모습이 있는 건 몰랐네."

레베카는 남다은과 대화를 이어가며 자연스럽게 분위기를 풀어줬다.

다행이다.

저 여유로운 말투가 분위기를 환기하는 데 딱이다.

나도 조금은 여유를 되찾을 수 있었다.

"아, 스칼렛 씨. 잠시 이 쪽으로 와주시겠어요?"

"저 말인가요?"

몇 분정도 담소를 나누다가 남다은의 부름으로 스칼렛이 방으로 들어갔다.

둘이 무슨 대화를 하는 지 궁금하긴 했지만, 그 전에 레베카 씨에게 감사를 전했다.

"감사해요 레베카 씨. 분위기가 어색했거든요."

"내가 뭘 했다구. 애기 아빠가 고생이 많지. 그나저나, 오늘 일정은 다 끝난 거야?"

"아마도요? 잠깐 나갈 일이 있을 수도 있긴 한데 괜찮아요."

"그럼 내 방으로 와줄래?"

그녀는 묘한 눈웃음을 띄며 옆 방을 흘겼다.

"저 둘도 금방 대화가 끝날 것 같진 않거든. 아, 잠시만. 한 번만 더 확인해볼래."

레베카는 소파에서 몸을 일으키더니 방으로 들어갔다.

저기 있던 방을 레베카 씨가 사용하기로 했구나.

근데 방에 무슨 준비를 해놓은거야.

룬의 일족은 섹스도 특이하게 하나?

나는 천천히 레베카 씨의 방으로 들어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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