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32화 (332/648)

EP.332 332화. 켄타우로스 추적 작전(4)

콰아앙-! 콰아앙-! 파지지직-!

- 쟤 무서워….

"… 저거 말려야 하는 거 아닌가."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릴리아나는 놀란 듯 말했고, 옆에 있던 스칼렛도 내 말에 동의했다.

아이작의 명령으로 추적팀 전부가 숲에다 마법을 펑펑 쏴댔는데, 그 중심에는 엘리스가 있었다.

"하, 하아…."

한참 마법을 쏘아낸 엘리스는 후련한 표정으로 이마를 쓸어넘겼다.

마치 부모님의 원수라도 갚은 듯 시원한 표정이었다.

"아가씨가 저렇게 강했나…?"

"그러게. 오늘따라 컨디션이 엄청 좋은가 봐."

다른 추적팀들도 처음 보는 엘리스의 모습에 놀란 것 같았다.

사실 놀란 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마사지의 효과가 저렇게 좋았나?'

어쩐지 화가 별로 안 났다 싶었는데, 역시 밤샘 마사지를 하길 잘했구나.

'하암.'

덕분에 더럽게 피곤하긴해도 저 정도면 충분히 감수할 수 있다.

"어제 엘리스 아가씨를 마사지하느라 늦으신 건가요?"

내 하품과 엘리스를 번갈아보던 스칼렛이 말을 걸어왔다.

"사실 맞아. 비밀로 할려고 했는데."

"굳이 비밀로 안 하셔도 될 텐데요."

"뭐, 다른 여자 얘기를 듣는 게 좋지는 않잖아."

다른 여자들이 나를 좋아해 줘서 고맙긴 하지만, 거기다대고 굳이 다른 여자 얘기를 할 필요는 없다.

겉으로 싫다고 말하지 않아도 좋지는 않을 테니까.

만났을 때 좋은 얘기만 해줘야지.

"… 호연 님은 나쁜 남자 아니었나요."

"나만큼 착한 사람이 없다야."

적어도 난 착하다고 생각하거든.

스칼렛은 내 말에 가볍게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젓더니 입을 열었다.

"뭐, 일단 저도 도우러 가야겠네요. 그만하라는 명령을 내리질 않으시니."

"응. 고생해줘."

- 스카웃도 갔으니까 나랑 얘기하자.

스칼렛이 떠나고, 릴리아나가 말을 걸어왔다.

"그래그래. 알겠…."

"… 우리 딸이 약이라도 했나?"

하지만 그때 내 옆에 서 있던 아이작이 불안한 듯 무서운 말을 중얼거렸다.

너무 급성장한 딸의 모습에 적응을 못하는 걸까.

따님은 내추럴입니다. 아버님.

아이작의 표정이 심각하길래 슬쩍 옆으로 다가가 말을 걸었다.

"설마요. 제가 오늘을 위해 마사지에 힘 좀 썼습니다."

"마사지… 아, 자네가 엘리스의 마사지사였지."

"네."

참고로 나와 아이작, 그리고 아이린까지 마법을 쏘는 추적팀의 뒤에서 대기했다.

예정되어 있던 건 아니고, 엘리스를 도우려고 걸어가는데 아이작이 날 뒤쪽으로 데려왔다.

"그 마사지가 효과가 엄청나긴 한가 보군. 들어보니 선천적 마력 장애가 고쳐질 수도 있다고 하던데."

"저도 확실한 건 아니었는데 오늘은 효과가 엄청나네요."

"기회가 되면 나도 부탁할 수 있겠나."

"… 글쎄요. 엘리스의 치료가 끝나면요."

"마사지…."

아이린이 날 쓰레기같이 보며 속삭였지만, 난 아이작의 말을 넘기며 아이린의 중얼거림도 가볍게 무시했다.

당신도 엘리스가 좋아하는 걸 봤잖아!

콰앙- 파아앙-

그 사이에도 추적팀들의 마법은 멈추지 않았고, 무성하던 나무들은 대부분 타버린 후 밑동만 남았다.

아예 황무지가 된 건 아니지만, 이 정도면 상대의 매복이나 습격이 두려울 정도는 아니었다.

"길드장님. 이후 작전은 있나요?"

"켄타우로스는 혼자 다니지 않아. 마인은 기본이고 가끔은 판데믹의 간부급까지 테러에 동참하지.추적팀도 그에 맞춰 팀을 구성하고 있다."

"그렇겠죠. 음, 근데 이제 슬슬 그만해도 되지 않을까요. 싸우기도 전에 힘이 다 빠질 것 같은데."

이 정도면 그냥 숲에다가 스트레스를 푸는 것 같다.

특히 엘리스.

아무리 신나도 거기 마력을 다 쓰면 안되잖아.

"은신처까지는 자네가 명령권자네."

"아."

그랬구나.

어쩐지 다들 조용히 있더라.

나는 통신기를 켜고 말을 걸었다.

- 슬슬 진입하겠습니다. 멈추세요.

추적팀은 내 명령에 마력을 수습했고, 정돈이 끝난 걸 보고서 다시 말을 이었다.

- 제가 앞장서서 들어가겠습니다.

정확한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게 나뿐이니 내가 앞장서서 가야겠지.

나는 자신 있게 숲으로 발을 내디뎠다.

정확히는 숲이었던 곳.

마력의 연기가 점점 가까워지는 게 느껴졌고,추적팀은 내 뒤를 천천히 따라왔다.

- 점점 가까워집니다. 결계가 있을 테니 긴장 늦추지 마세요.

난 계속 상황을 브리핑했다.

은신처인데 결계는 무조건 있겠지.

아마 육안에 보이지 않는 결계가 있을거다.

아마 이런 류의 결계는 가까이 가도 감지하기 힘든 게 대부분이지만….

두근-

나랑은 상관이 없는 이야기.

'전투 감각'이 있는 한 내게 위협이 될만한 존재는 바로 감지할 수 있다.

- 정지. 정면 50미터에 두꺼운 결계가 있습니다.

나는 결계를 감지하자마자 마력을 일으켰다.

"결계라고? 아직 느껴지지 않는데."

"… 아니. 집중해라 아이린. 앞에 확실히 있다."

아이린은 내 말에 의문을 보냈지만 아이작은 바로 눈치챈 듯 나를 따라 마력을 일으켰다.

아마 나랑 아이작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것 같은데, 그래도 길드장인 아이작이 마력을 일으키자 다른 추적팀들도 하나둘씩 따라 하기 시작했다.

"결계는 제가 역산하겠습니다."

"그래."

나는 마력을 끌어올려 룬의 결계를 펼쳤다.

역산 도중에 받는 기습이 제일 귀찮은 법이니까.

"… 길드장님. 이 정도로 은신한 결계를 집중하지않고 눈치챌 수 있나요?

"그러게 말이다. 나도 듣고야 눈치챘어. 나중에 자문이라도 구해야 하나."

뒤에서 들리는 아이린과 아이작의 말을 들으며 마나를 모으고 있을 때, 갑자기 앞에 설치되어있던 결계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 벌써 역산이 끝났다고?"

"말도 안 돼…."

뒤에서 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나는 보람이 아닌 당혹감을 느꼈다.

'… 뭐지? 기습인가?'

왜 자기 혼자 역산되는 거야.

혹시 적들이 직접 열고 나온 건가?

당황스러워서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을 때, 아주 옅은 마력이 느껴졌다.

나와 같은 룬의 결계의 파장이었다.

- 레베카 아니야?!

'레베카가 한 거구나.'

릴리아나도 레베카의 마력을 눈치챈 것 같았다.

뒤에서 보조해준다고 했는데, 아마 이게 그 보조인가보다.

안전하다는 걸 알았으니, 나는 자연스럽게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역산 끝났습니다. 진입하죠."

- 야비해.

*

"… 생포하고 싶다고?"

"켄타우로스를 제압하는 건 죽이는 것보다 배는 어려운 일이야."

아이작과 아이린에게 슬쩍 켄타우로스를 생포하겠다는 말을 해봤는데, 반응이 꽤 거셌다.

"희망 사항입니다. 안되면 죽여야겠죠."

"네가 있다고 해도 그건 어려울 텐데."

"그 분이 올 수도 있어요."

"그 분…? 아, 붉은 머리의 레이디를 말하는 건가?"

"… 길드장님. 그 레이디는 또 누구죠?"

"그렇다면 시도해볼 만 하겠어. 생포하면 정보도 많이 얻을 수 있을 테니."

"길드장님? 어머니한테 이를 거에요?"

레베카랑은 내가 신호를 보냈을 때 전투에 참여하기로 미리 말을 맞춰놨다.

아이작과 나만 아는 사람이라 다른 추적팀에게 설득이 필요하긴 하지만, 뭐 그건 나중에 생각해도 되겠지.

길드장인 아이작이 괜찮다고 하면 오케이인 게 아이리스 길드다.

일단 켄타우로스는 잡아야 할 거 아니야.

켄타우로스의 세뇌를 해제하는 건 나도 가능하지만, 레베카 자체의 전투력도 강하다.

아마 낮이라면 아이작과 비슷하거나 그 이상.

이 정도의 강자가 전력에 추가된다면 제압도 꿈이 아니다.

그나저나 이 사람 혹시 레베카를 넘보는 건 아니겠지.

진심인 것처럼 보이면 바로 끊어내야겠다.

- 켄타우로스 못 잡는 거 아니지?

"잡을 수 있어."

- 나 너만 믿는다?! 으응?

"걱정하지 마."

안되면 되게 해야지.

난 릴리아나를 위로하듯 목걸이를 꽉 쥐었다.

"저기, 이호연? 왜 아까부터 혼잣말을…."

아이린이 걱정스러운 말투로 내게 말을 걸어왔다.

걱정해주는 거냐고 너스레를 떨며 대답하려했는데, 동시에 두근대는 심장을 느꼈다.

저벅저벅.

쿵쿵-

우리는 정면에서 느껴지는 수많은 인기척에 대화를 멈췄다.

수많은 마인들을 데리고 다가오는 판데믹의 간부들.

중앙을 유유히 걷는 거대한 덩치의 켄타우로스까지.

… 기습이나 술수 없이 바로 총력전이야?

무서운데.

아이작은 다가오는 마인들을 보며 통신기에 대고 말했다.

- 모두 전투준비. 켄타우로스를 상대하는 건 나와 1팀장. 그리고… 이호연 마법사다. 나머지는 2팀장의 지휘 아래에서 마인들을 상대하도록.

"… 네? 2팀장이 아니라 이호연이요?"

"그래. 이호연이 2팀장보다 강해. 이호연. 괜찮나?"

아이린은 놀란 듯 날 바라봤지만, 사실 대충 예상했다.

숲을 폭격할 때 아이린과 아이작은 마력을 비축하고 있었고, 엘리스를 도우려는 나를 아이작의 손이 막았으니까.

마력을 보존할 이유가 보스전 말고 뭐가 있겠어.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좋아. 준비하도록."

*

전투의 양상은 신기하게도 우리가 바라던 대로 나뉘었다.

중심에 있는 켄타우로스를 바라보는 아이작과 아이린, 그리고 나.

- 크어어어억!

- 죽여버려! 우리는 약한 놈들을 상대한다!

마인과 간부들은 우리를 피해가듯 나머지 추적팀들에게 달려들었다.

아마 저쪽에서도 켄타우로스가 강자를 잡아놓기를 바랬겠지.

어차피 중요한 건 이쪽의 승부다.

'이거 생포를 주장할 때가 아닌 것 같은데.'

콰아앙- 뿌드득-

마인의 수가 꽤 많았고 옆에서 격렬한 전투의 소리가 들렸다.

간부급도 섞여 있었으니, 최대한 빨리 켄타우로스를 처리해야 한다.

게다가 추적팀 사이에는 엘리스와 스칼렛이 있다.

'한두 번만 시도하고 안되면 바로 포기한다.'

타앙-

룬의 결계를 넓은 구형으로 펼쳤다.

빠르게 팽창한 결계는 곧 몸을 숨기고 있는 레베카의 결계에 닿았고, 나는 레베카의 결계에 약속한 파장을 집어넣었다.

"이호연. 그분은 오시는 건가?"

"예. 바로 올 겁니다."

"그니까 그분이 누구냐고요."

"아이린 님에게도 소개해드릴게요. 제 지인이에요."

"… 어, 어. 응."

이 사람은 내가 말을 거니까 왜 이렇게 놀라.

[서큐버스인가.]

그때, 앞에 있는 켄타우로스가 말을 걸어왔다.

몸으로는 살기를 풀풀 풍기면서 저렇게 온화한 말투로 말을 걸어오는 건 여전히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저게 세뇌에 걸려서 그런건가?

"저번부터 서큐버스가 대체 뭐지? 저런 말을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는데…."

"아마 새로운 목표가 생긴 거 아닐까요. 아니면 저희가 모르는 다른 뜻이 있을 거예요."

"… 뭐 고문하다 보면 불겠죠."

- 아니, 서큐버스를 모르는 인간들이 어딨어? 말도 안 돼!

아이작과 아이린이 혹시라도 날 의심할까 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대화가 길어지진 않았다.

타악-

"음, 안녕하세요?"

"오셨네요. 레베카 씨."

주변에 은신해있던 레베카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녀는 룬의 결계를 해제하면서 자연스럽게 우리 옆에 나타났다.

"히이익? 뭐야, 누구야!"

"레이디. 여전히 성격이 재밌으시군요. 아이린. 이분이 지원군이다."

"... 지원군이요?"

"칭찬 고마워요. 그럼 애, 크흠. 호연아. 바로 상대하면 될까?"

"네. 일단 생포 시도를 해보고, 안되면 척살입니다."

지금도 주변에서 열심히 싸우는 소리가 들려오니, 시간을 지체할 수 없다.

[어째서 네가 거기 있는 거지… 인간들은 이해할 수가 없군.]

나는 켄타우로스의 말을 듣자마자 가슴이 철렁했다.

생각해보니 레베카도 켄타우로스랑 만난 적이 있잖아.

이건 뭐 릴리아나랑 레베카랑 쌍으로 폭탄도 아니고.

"또 무슨 말을…."

"길드장님. 시간이 없습니다. 저희가 빨리 켄타우로스를 제압하고 다른 인원들을 도와야 해요."

"… 그래. 그 말이 맞군. 시간을 끌려는 속셈일 수도 있어."

파지직-!

그냥 대화할 틈을 안 주는 게 낫겠네.

나는 바로 준비한 마법진 구성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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