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58화 (258/648)

생활감이 가득하고 여성스러운 기숙사의 안. 

혹자가 이 방을 보면 깜짝 놀랄 거다. 

벽 곳곳에 붙어있는 남자의 사진. 

인터넷 기사의 캡쳐는 물론이고 개인적으로 찍은듯한 사생활의 사진도 많이 있었다. 

전체적으로 여성스러운 방의 분위기와는 정 반대의 음침함이 흘렀다. 

그런 방의 책상에서, 문수린은 조용히 하루를 끝마칠 준비를 했다. 

당장 내일이면 기념회고, 처음부터 끝까지 행사를 직접 관리하기로 했으니 의외로 바쁠 거다. 

"… 안돼. 도저히 집중을 못하겠어." 

고개를 휘휘 저은 문수린은 자리에서 일어나 스트레칭을 했다. 

조금의 서류만 정리하면 끝날 텐데 떠오르는 잡념들이 막고 있었다. 

물론 잡념이라는 게 없는 사람은 없겠지만, 그녀는 요즘따라 잡념이 떠오르는 빈도가 너무 늘었다. 

한 남자에 관한 생각이다. 

수업을 들을 때 생각나기도 하고, 회의할 때 생각나기도 한다. 

기숙사에 돌아와 씻는 중에 생각나기도 하고, 자기 직전에 생각나기도 한다. 

"… 흐." 

그래도 싫지는 않다. 오히려 힘든 생활의 유일한 활력소 같은 느낌이다. 

생각만 해도 좋은지, 입꼬리를 올린 문수린은 침대로 동동 달려가서 몸을 던진 뒤에 스마트워치를 켰다. 

'메시지라도 보내볼까.' 

서로 점점 바빠지면서 연락의 빈도가 줄긴 했지만, 연락하는 게 부담을 느낄만한 사이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자, 자연스럽게 셀카라도…." 

이호연이 사진 정도는 줄 수 있다는 말은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사실 저번에 찍어서 보내려 했는데, 하필 해골 가면 마인에게 습격을 당하는 바람에 못했다. 

그때 싸우면서 이호연의 사진을 많이 잃어버렸으니 새로 충원해야 한다. 

"흐, 후우…." 

하지만 스마트 워치를 건드리던 문수린은 시간을 확인하고 한숨을 쉬었다. 

새벽 3시. 

그녀는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이었지만, 일반인이라면 이미 자고도 남을 시간이었다. 

"역시 새벽에 연락하는 건 무례한 여자라고 생각하겠지…?" 

사진은 나중에 보내기로 하자. 

아무리 썸을 타는 사이라도 예의는 지켜야지. 

음음. 

고개를 끄덕인 문수린은 스마트 워치로 이호연에 대한 기사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면 요즘은 남는 시간마다 이호연과 관련된 일을 한다.

그에 대한 기사를 찾아보거나, 사진을 찾아보기도 하고, 만날 수 있다면 만나고, 만날 수 없다면 생각한다.

'왜 이렇게 된 걸까?'

성격이 좋아서?

그가 잘생겨서?

하지만 지금까지 수 없이 잘생긴 사람을 봤지만 이렇게 강렬하게 기억에 남은 적은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나올리 없는 문제를 고민하던 문수린은 그냥 단순하게 생각했다.

운명이라고.

스마트 워치를 키고 음성 녹음에 들어가자, 여러 파일들이 보였다.

문수린은 그 중 가장 많이 들었던 이호연의 목소리가 담긴 파일을 재생했다.

- 누나. 사랑해요.

"흐읍…."

역시 안 되겠다.

일은 잠시 미뤄둬야겠어.

목소리를 듣기만 해도 가슴이 울리는데, 이게 운명이 아니면 뭘까.

듣는 것 만으로 숨이 멎을 것 같은 미성을 음미하며, 문수린은 조심스럽게 손을 사타구니 사이로 집어넣었다.

찌걱찌걱-

손가락이 움직일 때마다 찰랑거리는 물소리가 기숙사 안으로 울려퍼졌다.

일 때문에 바쁜 와중 오랜만의 위로행위였기에, 그녀의 몸은 금방 긴장상태에 들어갔다.

- 누나. 여기가 좋아요?

"히으… 으, 으응…."

이런 음란한 자신을 좋아해줄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썸을 타는 사이니까.

침대에 깔려있는 고급 침대보는 이미 젖기 시작했고, 다리는 배배 꼬이기 시작했다.

문수린은 귀에 울리는 이호연의 목소리에 집중하며 손가락을 계속 움직였다.

그녀의 입에는 나쁜 남자에게 당한 순진한 여자가 지을만한 기쁜 미소가 걸려있었다.

*

기말고사 기념회 당일인 금요일 아침.

기분나쁜 아침 햇살을 받으며 잠에서 깨어났다.

분명 커텐을 확실하게 친 걸로 기억하는데 잠결에 발로 건드린 모양이다.

하필 운없이 살짝 열린 곳에서 들어오던 아침햇살을 커텐으로 막은 뒤 스트레칭을 하며 잠에서 깨어났다.

고양이처럼 몸을 만 채 곤히 자고 있는 남다은을 보니 어젯밤의 기억이 선명해졌다.

항상 나보다 일찍 일어나 있던 남다은이 이렇게 깊은 잠에 빠져있는 것만으로도 어제 얼마나 격렬하게 사랑을 나눴는 지 알 수 있었다.

얼굴을 가리고 있던 머리를 귀 뒤로 넘겨주자, 남다은도 부스스 눈을 떴다.

천천히 눈을 뜬 남다은은 눈 앞에 있는 날 보고 입을 열었다.

"잘 일어났어…?"

"응."

남다은은 내 대답에 뾰루퉁한 표정을 지었다.

"… 한 번만 한다고 했으면서." 

"미안." 

너무 흥분해서 자제를 못했다. 

성욕은 이상하게 주체를 못하겠단 말이지.

사실 섹스할 때만 되면 내가 이상해지는 걸 알면서 받아준 남다은의 잘못도 어느 정도는 있다고 생각한다. 

'아님 말고.' 

남다은은 잠이 덜 깬 모습을 보여주기 싫은지 재빨리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다. 

걸을 때마다 하복부에 통증이 느껴지는지 살짝 불편하게 걸었는데, 저걸 보니 또 흥분되네. 

그래도 역시 자제해야곘지. 

곧 다희도 일어날 테고, 어제 충분히 했으니까. 

남다은이 화장실로 들어가자마자,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일어나셨습니까."

"… 응." 

스칼렛은 어젯밤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내게 말을 걸어왔다 

저 탱탱한 붉은 입술을 보고 있으니 어젯밤의 펠라치오가 생각나서 뭔가 기분이 이상했다. 

"오늘은 이사할 집이 비었다고 해서, 보고 와야 할 것 같습니다." 

"아, 그래?" 

"네. 주말에 이사할 수 있게 만들어놓겠습니다. 이름은 호연 님으로 올려놓아도 될까요?" 

"당연하지. 괜찮아." 

"알겠습니다. 그럼." 

스칼렛은 정말 그 말만 남기고 창문 밖으로 나갔다. 

혹시 어젯밤 일이 꿈은 아니겠지? 

너무 갑작스럽긴 했는데, 내가 꿈을 꾼 걸까? 

"스읍… 아닌데." 

"뭐가?" 

"아이 씨. 진짜." 

"뭐야! 왜 놀라는데!" 

부스스한 머리로 츄리닝을 걸친 릴리아나가 어느새 침대에 누워있었다. 

"… 언제 온 거야." 

"스카웃이랑 말하고 있는 거 듣다가 가고 나서 누웠는데." 

"그래?" 

스칼렛과 대화하느라 하나도 느끼질 못했다.

아니, 이거 스칼렛이 말했던 내 약점이 틀리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여자에 대해서 생각을 하고 있으면 주의력이 엄청나게 낮아진다. 

확실하게 인식해야겠다. 

"그나저나 스카웃은 오늘따라 왜 저렇게 예쁘지?" 

"스칼렛이? 평소랑 똑같은데." 

안 예쁘다는 말은 아니다. 

예쁘긴 한데, 평소랑 비슷하게 예쁘다는 말이다. 

릴리아나가 말하는 정도로 확연한 차이는 모르겠다.

"으음. 아닌데…." 

릴리아나가 고개를 갸웃갸웃 거리는 걸 보다 보니, 질문이 떠올랐다. 

"… 릴리아나." 

"응?" 

"그, 스칼렛하고 요즘은 꼬리로 안 놀아?" 

"어… 가끔 하긴 했는데. 최근 일주일은 안 하긴 했네? 예전에는 스카웃이 먼저 다가왔거든? 근데 요즘은 스칼렛이라서 잘 안 다가와."

"… 뭐라는 거야. 헷갈리니까 호칭 통일해." 

"아무튼, 스카웃이랑 안 한지 일주일 정도? 왜?" 

"그냥, 궁금해서. 아, 네가 처음 고문할 때 있잖아. 스칼렛한테, 그… 처녀막이 있었어?" 

살다 살다 여자한테 이런 질문을 하게 될 줄이야. 

다행인 점은 상대가 서큐버스라는 거다. 

그나마 양심의 가책이 덜해진다. 

"당연하지. 내가 조심히 관리해서 지금도 남아있을 거야." 

역시 서큐버스라 그런지 저런 질문도 이상하다고 안 느끼는 모양이다. 

근데 답변이 좀 이상하다?

"… 뭐? 꼬리가 들어갔는데 처녀막이 어떻게 남아있어." 

"처녀막은 수컷한테 뚫려야 하는 거니까… 나는 네가 고문할 때 뚫을 생각인 줄 알았지. 지금도 그래서 물어본 거 아니야?" 

릴리아나는 날 위해서 남겨놨다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늘어놨다. 

"날 대체 뭘로 보고 있는 거냐." 

혹시 성욕의 괴물로 보고 있는 건가? 

그런 건 아닌데. 

아닌가? 맞나? 생각해보니 그런 의도로 물어본 거 맞잖아. 

나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던 그때 릴리아나가 말을 이었다. 

"성욕의 괴물." 

"미친 변태 서큐버스." 

"한남충." 

"너 내가 그런 말 쓰지 말라고 했지." 

나는 헛소리를 하는 릴리아나의 가슴을 꼬집었다. 

부드러운 살결이 꽤 기분좋았다.

"악! 장난이야 장난!" 

"너 그런 말 쓰면 방송 망한다니까." 

"이상하다. 분명 내 팬이 '울 언니 한남들 말 듣지 말고 힘내요!'라고 응원해줬는데." 

"… 그 팬은 차단해라. 안 그러면 네 방송 진짜 망한다." 

릴리아나의 방송이 욕으로 도배가 되고 내 방송이 망했다며 엉엉 우는 릴리아나를 받아줄 생각만 하면 머리가 지끈거린다. 

… 꽤 꼴릴지도 모르겠네. 

"엥, 또 속은 거야? 으으…!" 

얘는 왜 이상한 걸 믿는 걸까. 

그 팬은 서큐버스랑 너무 극과 극이잖아. 

침대를 팍팍 때리며 화를 푸는 릴리아나를 지켜보다가 문득 떠올랐다. 

"너 오늘은 뭐할 거야?" 

"응? 방송해야지." 

"오늘 기념회라서 생도가 방송하면 의심당할 텐데." 

일단 문서상 필참이니까.

"헉. 어떡해. 나 어떡해! 오늘 스카웃도 없단 말이야."

"음…." 

내가 데리고 다녀야 하나? 

릴리아나를 내버려 두긴 싫었다. 

오늘 루시 루미를 만나기로 하긴 했지만 목걸이로 바꿔서 데리고 다니면 괜찮긴 할 텐데. 

"언니… 우리랑 같이 놀아." 

"응? 그럴까?" 

그때 방에서 나온 남다희가 릴리아나에게 다가갔다. 

"웅. 우리 닭꼬치 먹을 거야." 

"좋아! 같이 가주지!" 

'다행이네.'

사실 릴리아나를 데리고 다니는 것도 힘들다. 

틈만 나면 나오려고 발악을 할 테니까. 

나는 릴리아나와 남다희가 와와 거리는 동안 나갈 준비를 시작했다.

"닭꼬치 10개, 타코야키 10개, 피카츄 10개... 으음, 다 먹을 수 있을까? 이건 서큐버스 일생일대의 도전이야...!" 

"적당히 먹어라. 적당히." 

"가자. 다희야." 

"응. 언니." 

우리 넷은 거리를 걸었다. 

원래 기숙사 주변만 빠져나오면 되지만, 기숙사부터 아카데미까지 쭉 깔려있는 사람들 덕분에 틈을 찾질 못했다. 

"릴리아나. 조심해. 결계 유지하는 거 잊지 말고." 

"걱정하지 마. 이래 봬도 서큐버스거든?" 

내 수준이 올라가면서 자연스럽게 릴리아나의 마력도 올라갔는데, 이게 의외로 강해서 직접 강한 결계를 펼칠 수 있는 경지까지 올라갔다. 

"릴리아나. 근데 너 방구석 히키코모리라고 하지 않았냐? 마법을 너무 잘 쓰는 거 아니야?" 

의심스럽긴 하다.

첫 만남때부터 마법을 퓽퓽 쏴댔으니까.

"우리 엄마가 나는 공부를 안 해서 그렇지 똑똑하다고 했거든." 

"... 그래." 

릴리아나와의 대화에선 역시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없었다.

"호연아, 이 즈음이면 될 것 같아." 

"응. 잘 놀다 와." 

적당히 사람이 없는 골목을 찾아서, 여기서 헤어지기로 했다. 

나도 루시 루미와 약속이 있으니까. 

"... 춤 요청 안 할 테니까. 호연이 너도 편하게 놀아." 

헤어지기 직전 남다은이 내게 조용히 말해왔다. 다희에게 안 들리도록 조심하는 것이다.

그 행동이 뭔가 귀여워서, 나는 남다은에게 다가가 짧은 입맞춤을 했다. 

"읏, 너, 너. 뭐 하는 거야. 다희가 보고 있는데...!" 

"못 봤어." 

남다희는 릴리아나와 닭꼬치와 피카츄 토론을 하고 있었다. 

나는 그 틈을 노린 거고. 

"...... 고마워." 

포옥- 

남다은은 이 쪽을 보지 않는 남다희를 확인하고 안심한 뒤에, 나를 살짝 껴안고 재빨리 도망쳤다. 

"귀엽네." 

역시 예쁜 여자가 부끄러워하는 건 매력이 넘치는구나.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반대편 골목으로 빠져나왔다.

"누수는 없네요." 

"아가씨… 당연하죠. 여기가 얼마 짜린데." 

스칼렛은 부동산 사장의 말에도 꿋꿋이 집을 구석구석 체크했다. 

"곰팡이도 없고, 수압… 좋고." 

"…." 

그 넓은 집을 벽지 마감부터 배수구, 창문, 채광, 소음과 전망까지 모두 확인한 스칼렛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네요." 

"… 예. 다행입니다." 

"이제 계약 마무리하러 가죠." 

"알겠습니다…." 

드디어 끝났구나. 

부자들은 편할 줄 알았는데.

최근 계약 중에 이렇게 까다로운 사람은 오랜만이었다. 

부동산 사장은 한숨을 쉬며 앞장서서 건물을 빠져나갔다. 

"흐음…." 

좋은 집이야. 

스칼렛은 마당을 보며 생각했다. 

이 정도면 엘리스 아가씨가 사는 집과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다. 

"… 음." 

일을 끝내고 여유로워진 스칼렛은 어젯밤을 떠올렸다. 

자의적으로 이호연의 자지를 입에 물었던 밤. 

사실 왜 그랬는지는 자신도 정확히 알 수 없었다. 

굳이 따지자면… 짜증이었을 거다. 

이호연은 모든 사람이 인정하는 미남이다. 스칼렛이 봐도 잘생긴 사람이다.

능력은 말할 필요도 없다. 성공 보증 수표니까. 

처음은 부정계약으로 시작했지만, 스칼렛은 결국 아이리스 길드를 나와서 이호연에게 붙을 생각이었다. 

비전도 있고, 좋은 서큐버스 상사도 있고, 능력 있는 사장도 있는 좋은 직장이다. 

다만 약간 문제인 건 사장이 너무 바람둥이라는 거다. 

이호연은 아무 여자나 건드리는 무뢰한은 아니지만, 예쁘고 매력 있는 여자만을 골라서 건드리는 성욕의 화신이다. 

그래서 스칼렛도 처음엔 걱정했었다. 

스칼렛은 객관적으로 봤을 때 예쁜 편이다. 

지금은 그 능력을 인정받아 아무도 그런 얘기를 꺼내지 않지만, 처음 아이리스 길드에 왔을 때 미인계 담당이라고 멸시를 받았던 기억은 아직도 남아있다.

하지만 스칼렛의 걱정은 기우였다. 

오히려 이호연은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참는 것도 아니고, 아예 단 한 톨의 관심도 보이지 않았다. 

릴리아나에게 꼬리로 능욕당하고, 발정 마법 때문에 차마 외간 남자에게 보여줄 수 없는 모습을 모두 보여줬지만 이호연은 다른 여자들에게만 관심이 있었다. 

어떻게 이럴 수 있나 싶을 정도였다. 

처음에 걱정했던 일은 없었지만… 사람 마음이라는 게 또 이상하다.

아예 관심이 없으니까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자신이 있는데도 신경 쓰지 않고 다른 여자와 섹스를 이어가고 자연스럽게 알몸으로 자신과 대화를 나눈다. 

여자로서 너무나도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다.

특히나 어디에서든 부족한 적 없다고 생각했던 스칼렛이었으니 더 심했다.

'날 여자로 보지 않는 건가?' 

그렇다면 어째서? 

살짝 찔러봐도 감흥이 없는 이호연을 보며 스칼렛은 왠지 모를 서운함을 느꼈다. 

그렇게 계속 쌓이던 스칼렛의 마음이 어젯밤 폭발한 것이다. 

"… 너무 막 나가긴 했어." 

이호연의 자지를 빨았던 경험은 꽤 재밌었다. 

그가 기분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다른 여자들이 그에게 매달리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이렇게 잘난 남자를 내가 컨트롤 할 수 있다… 라는 만족감이 느껴졌으니까. 오히려 더 해주고 싶었다.

다만 스칼렛은 조금 자제하기로 했다. 

이 정도로 보여줬으면 내일부터는 좀 더 관심을 가지겠지. 

지금은 그것만으로도 괜찮다. 

"아가씨. 계약 도장 안 찍어요?" 

"지금 가요." 

스칼렛은 살짝 웃으며 건물을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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