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읍, 윽… 끄흑."
"후우…."
릴리아나의 입과 보지에 각각 세 발씩 싸주고 나니 적당히 시원해졌다.
실신 직전까지 간 릴리아나의 입으로 대충 자지청소까지 끝낸 후에 몸을 일으켰다.
"여깄습니다."
"고마워, 스칼렛."
스칼렛이 건네준 이온 음료를 꿀꺽꿀꺽 삼켰다.
살다 살다 이런 대접도 받아보네.
격렬한 섹스가 끝나자마자 수분보충이라니.
"그, 호연님. 저도 청소를… 크흠. 도와드릴까요."
스칼렛은 무언가 조심스럽게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긴 스칼렛이 보는 데 너무 격렬하게 섹스하긴 했지.
아무리 스칼렛이라지만 약간은 창피할지도 모르겠다.
"응? 아니야. 클린 한 번이면 되는데 뭐."
딱-
손가락을 한 번 튕기자, 축축하고 찝찝한 무언가들이 묻어있던 침대가 깔끔해졌다.
"이러면 되잖아. 후우…."
꿀꺽꿀꺽.
"이건 땡큐…. 응?"
다 먹은 음료 페트를 스칼렛에게 내밀었는데, 왠지 모르게 스칼렛이 눈을 찌푸리고 있었다.
"예. 알겠습니다."
"뭐야, 왜 그래? 화났어?"
"안 났습니다. 갈게요."
"…?"
뭐야. 누가봐도 화났잖아.
★ 히로인 상태창
[스칼렛]
- [ 호감도 : 58 ]
- [ 성욕 : 70 ]
- [ 식욕 : 40 ]
- [ 피로도 : 50 ]
현재 상태 : 미친 새끼.
스칼렛은 그대로 부엌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래서 왜 화난 거지?"
혹시 릴리아나가 실신해버려서 꼬리를 못 즐긴 것 때문에 그런걸까?
나는 릴리아나의 가슴에 손을 올렸다.
주물주물-
잘 모르겠으니 그냥 부드러운 가슴이나 만지기 위해서다.
"흐응… 히익?!"
"아, 정신차렸구나. 릴리아나."
다행히 실신은 안 한 것 같다.
같이 씻을 수 있겠네.
"이, 일어나자마자 가슴을 만지다니. 이 변태 자식...!"
힘이 넘치는 릴리아나를 보니 아빠미소가 지어졌다.
"릴리아나. 나중에 좋은 곳에 꼭 가자."
나는 가슴에서 손을 떼고 릴리아나의 귀부터 볼을 쓰다듬었다.
이건 진심이었다. 릴리아나를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시간을 내야지.
"... 네엡."
살짝 붉어진 얼굴로 부끄러워하며 내게서 눈을 피하는 릴리아나의 반응은, 엄청나게 귀여웠다.
컴컴하고 어둡지만 고급스러운 판데믹의 회의실.
판데믹 간부 중 한 명인 레베카는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
몇 번이나 왔던 판데믹의 아지트지만 세뇌가 풀리고 처음 방문한 날엔 너무 놀랐다.
세뇌에 걸렸을 때는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들을 지금은 알 수 있었다.
- 끄아악
- 그, 그만….
아지트 곳곳에서 들리는 인간의 비명소리.
지금까지는 듣지 못한 것들이었다.
저런 큰 소리를 왜 알아채지 못했는지 그녀도 납득이 가지 않지만, 다른 간부들의 반응을 보면 이해는 간다.
"왜 그러지. 레베카?"
"… 아무것도 아니야."
옆에 앉아있던 덩치 큰 백인을 바라보던 레베카는 고개를 돌렸다.
아직 세뇌에 걸려있는 그들은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게 확실했으니까.
"레베카. 그러고 보니 내 일을 좀 도와줄 수 있나?"
"무슨 일?"
옆에 앉은 백인 남성의 이름은 라인하르트.
정의로운 이름을 가지고 있으면서 이런 짓이나 하는 한심한 놈이다.
물론 무력은 꽤 쓸만하지만.
"뭐긴, 테러지. 많이 죽이려면 네 협력이 필요해."
"… 바빠서 힘들겠는데."
예전이라면 몰라도 세뇌가 풀린 레베카는 저런 일에 협력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 아쉽네."
라인하르트는 애초에 기대도 안 했는지 바로 고개를 돌렸다.
그 편이 레베카에게도 좋았다.
잠시 후.
뚜벅뚜벅하는 구두 소리와 함께 판데믹의 보스인 마에스트로가 회의실로 들어왔다.
또 인간을 제거하는 기도인가 뭔가를 하다 왔겠지.
그의 등장과 동시에 시끌시끌하던 회의실이 고요해졌다.
"모두 오랜만이네요. 요즘 바빠서 정기 회의를 못 했어요."
상석에 예의바르게 앉은 마에스트로는 바로 회의를 시작했다.
테러니, 납치니 하는 얘기였다.
물론 레베카에게 쓸모없는 이야기의 반복이었지만, 티 내지 않고 끝까지 회의에 참여했다.
당장은 판데믹을 배신할 상황이 아니었으니까.
이미 너무 깊숙이 들어와버렸다.
빠져나오려면 확실한 기회를 노려야한다.
판데믹에 계속 숨어있으면 장점도 있다.
'사도의 특수한 이동기술….'
계획대로 켄타우로스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으니까.
현재 사도는 마인과 비슷하지만 다른 마력을 사용한다. 그 마력을 파악하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확실한 해결방법은 아니지만 없는 것보단 낫겠지.
"마지막 안건으로 빅토리아 아카데미인데…. 당장 내일이네요. 자, 라인하르트?"
"예. 마에스트로님."
바로 옆에 있던 라인하르트가 벌떡 일어나는 걸 보고 레베카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번 테러를 위해 준비해놓은 마인들이 있어요. 당신에게 큰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꼭, 성과를 보이겠습니다…!"
"좋아요. 당장 팀과 합을 맞추며 준비하세요."
"알겠습니다!"
주먹을 꽉 쥐고 결의를 다지던 라인하르트는 그대로 회의실 밖으로 뛰쳐나갔다.
'같이 한다고 할 걸….'
설마 테러가 빅토리아 아카데미의 테러였다니.
그걸 왜 안 말해주는 거야. 미친 새끼 같으니라고.
"하아."
이미 나가버린 라인하르트의 빈자리를 보며 레베카는 한숨을 흘렸다.
레베카에게 라인하르트의 연락처가 있는 것도 아니고, 연락할 수단도 없으니 포기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꽤 중요한 정보니까 애기 아빠에게 말해줘야겠지.
'좋아하면 좋겠네.'
착한 사람이니까, 분명 고마워할 거다.
레베카는 살짝 올라간 입꼬리로 고개를 끄덕이며 회의를 다시 듣기 시작했다.
*
목요일 아침.
당장 내일로 다가온 기념회를 생각하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으흐므냠… 냠."
내 옆에는 릴리아나가 누워있었다.
이렇게 같은 침대에서 아침을 맞는 것도 참 오랜만이네.
꿈에서도 뭘 먹는지 쩝쩝거리는 릴리아나를 보다가 거실로 나오자, 향긋한 커피 향이 풍겨왔다.
테이블에서 커피를 타고 있는 남다은이 보였다.
"일어났구나."
"응. 나도 한 잔만 주라."
어제 너무 힘을 써서 그런지 약간 어질어질하다.
이럴 때 마시라고 있는 게 커피지.
남다은이 타준 커피를 마시니 확실히 정신이 맑아졌다.
"고마워. 후우…."
"아니야. 뭘."
남다은은 커피를 저으며 살짝 미소짓고, 말을 이었다.
"어제 많이 피곤했나 보네."
"… 어쩌다 보니까."
홀짝.
다른 여자와 섹스한 걸 걸린 남자친구가 이런 기분일까.
아니, 좀 다른 비유긴 하지만… 느껴지는 죄책감은 비슷했다.
"크흠. 슬슬 등교할까?"
어쩔 수 없이 나는 말을 돌렸다.
"응. 가자."
다행히 남다은은 웃으며 내게 맞춰줬다.
진짜 화가 난 건 아닌 모양이다.
"언니이… 빨리 가자."
"알았어. 다희야."
남다은이 남다희를 챙기는 동안, 나는 스칼렛과 대화를 나눴다.
"다녀올게. 스칼렛. 릴리아나 일어나면 잘 챙겨줘."
"알겠습니다."
어제 스칼렛은 좀 이상했는데, 오늘은 정상으로 돌아왔다.
역시 섹스를 너무 격렬하게 한 걸까?
"가자. 다희야. 언니도 데리고 와."
"응, 오빠!"
"뛰면 안 돼. 다희야. 호연이 손잡고 가."
나는 남다은 자매를 데리고 기숙사를 나왔다.
내일 있는 기말고사 기념회 때문인지 노점 같은 게 들어오고 있었다.
"이거 그냥 축제네."
"그러게."
남다은은 신기한듯이 주변을 둘러봤다.
생각해보면… 저번 축제 때는 남다은과 이렇게 친하지 않았다.
서바이벌 시험에서 날 도와줬으니 나쁜 사이는 아니었지만, 친한 사이도 아니었다.
나 빼고 친구가 없는 남다은이 이런 축제에 왔을리가 없겠네.
'다은이도 챙겨줘야 하나.'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봤을 때 남다은이 노는 걸 싫어하진 않는다.
그냥 동생인 남다희를 챙기느라 시간이 없었을 뿐이다.
'할 수 있을까.'
챙길 사람이 한둘이 아니라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노력해봐야겠지.
"언니언니. 나 내일 저기 가보고 싶어. 같이 가자."
"응. 같이 갈까?"
하지만 곧 내 걱정을 대신해주듯 남다희가 남다은의 손을 잡아당기며 약속을 잡았다.
나는 몰래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여자가 많아지니까 살기가 이렇게 힘들구나.
하렘은 정말 멀고도 험하다.
남다희를 먼저 부설 학교에 보내고, 남다은과 따로 A클래스에 들어왔다.
여기서는 남남이다.
"좋은 아침."
"안녕하세요. 호연 씨."
"굿모닝! 마침 잘 왔어."
나를 반겨주는 루미와 루시 옆에 앉자마자, 루시가 기다렸다는 듯이 나와 눈을 마주쳐왔다.
"내일 뭐 할까? 응?"
"내일?"
"네. 기말고사 기념회잖아요."
여기도 이거구나.
이러다가 기념회에서 정모라도 하는 거 아닐까 걱정이다.
저번 축제 때는 이렇게 복잡하지 않았는데.
여자가 늘어난 부작용인 것 같다.
"… 음, 글쎄. 아직 뭐가 재밌는지 안 알아봐서. 한 번 봐야겠는데."
어떻게든 시간을 끌기 위해 말을 해봤지만.
"그럴 줄 알고 나랑 루미가 어제 정리했어."
"맞아요. 루시가 너무 기대된다면서 열심히 준비했어요."
"루, 루미…!"
"…."
도망치긴 글렀구나.
결국 저항을 포기한 나는, 교수님이 들어올 때 까지 루시와 루미의 계획을 들어줬다.
솔직히 재밌어 보이긴 하더라.
*
이호연에게 점심시간은 자유시간이다.
백아영의 치료 핑계를 대면 누구와 있든 빠져나올 수 있으니까.
물론 거의 매일 백아영을 찾아가니까 자유롭다고 표현할 수 있을까 싶지만, 아무튼 자유로웠다.
오늘은 평소와 다르게 깜짝 선물도 준비했다.
백아영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선물이었다.
개선할 만큼 안 좋은 사이라는 게 아니다.
그저 더 좋은 관계를 만들기 위함이었다.
'다른 여자와 놀아도 용서해줄만큼.'
이호연은 익숙하게 양호실로 찾아갔다.
직원 교육을 제대로 해놨는지 이번에는 직원이 가로막지 않았다.
똑 똑-
"저 왔습니다. 양호 선생님."
- 응. 들어와.
남이 듣는 곳에서 여보라고 부를 순 없으니, 항상 저렇게 부르며 들어갔다.
이호연은 천천히 양호실의 문을 열었다.
안쪽에는 언제나처럼 흰 와이셔츠에 검정 미니스커트를 입고 앉아있는 백아영의 모습이 보였다.
"아영 씨. 잘 지내셨어요?"
"어제도 봤잖아? 당연히 잘 지냈지."
이호연은 익숙하게 자리에 앉았고, 백아영도 자연스럽게 커피를 타고는 맞은 편에 자리 잡았다.
평소라면 서로 잡담을 나누다가, 빠르게 섹스까지 끝내고 헤어지는 패턴이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이호연은 준비해온 도구를 꺼냈다.
"아영 씨. 제가 가져온 게 있어요."
"응?"
백아영은 커피를 홀짝이다가, 이호연의 손에서 대롱대롱 거리는 동전을 발견했다.
"그건 뭐야?"
"무려 최면술이래요. 비싼 거니까 잘 통할 거에요. 아영 씨한테 한 번 해보려고요."
"그래?"
이호연이 가져온 동전을 보며 백아영은 속으로 웃음을 지었다.
'아직 애 같은 면이 있구나.'
조금 어울려줄까.
최면술 같은 걸 믿지는 않지만, 여보가 하고 싶다면 얼마든지 해줄 수 있다.
백아영은 열심히 준비하는 이호연을 보며 한 번쯤은 걸려준 척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자, 제가 해볼 테니까 여기 집중하세요."
"응응. 알겠어."
백아영은 미소를 지으며 이호연이 들고 있는 동전에 집중했다.
그녀가 보기엔 그저 귀여워 보일 뿐이었다.
저런 동전을 가지고 오는 것이든, 집중하라고 하는 것이든 모두 귀여웠다.
물론 행동의 주체가 이호연인 것도 꽤 크겠지만.
"크흠. 자, 당신은 점점 눈이 무거워집니다…."
한 편 이호연도 이런 걸 진지하게 연기하고 있는 자신이 조금 창피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희생이다.
★ 히로인 상태창
[백아영]
- [ 호감도 : 100 ] (+ 1.9)
- [ 성욕 : 95 ]
- [ 식욕 : 40 ]
- [ 피로도 : 35 ]
현재 상태 : 여보는 귀엽네. 역시 귀여워. 아직 20살이라 저런 걸 믿는 걸까?
아무리 저렇게 생각한다고 해도 참아야 한다.
그렇게 5분 정도 동전을 흔들며 지루한 말을 뱉어내자, 백아영은 어느새 눈을 감은 상태였다.
"자, 제가 손가락을 튕기면 당신은 눈을 뜨고 제 말에 순종합니다…"
입꼬리가 살짝살짝 올라가는 게 아무리 봐도 그냥 맞춰주는 것 같지만, 상관없다.
백아영이 어떻게 행동할지 예상은 끝났다.
"…."
"걸렸나?"
이호연은 백아영을 살피다가, 딱- 하고 손가락을 튕겼다.
그와 동시에 백아영이 번쩍 눈을 떴다.
멍하게 허공을 바라보는 게, 상태창만 없었더라면 진짜 속았을지도 모른다.
"아영 씨. 아니, 여보. 최면 걸렸어요?"
"…."
백아영은 이호연의 말에도 대답하지 않고 허공을 바라봤다.
'연기 제대로네.'
이제 슬슬 들어가도 되겠지.
"여보."
"네."
백아영은 정말 최면에 걸린 것 처럼 멍하게 대답했다.
"일단 다 벗어봐요."
"네. …네?"
순간. 백아영의 눈이 살짝 돌아간 걸 이호연은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