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63화 (163/648)

*

띠링-

"하으읏… 합…."

"오랜만이네. 그러고 있는 거."

기숙사에 돌아왔더니 릴리아나가 꼬리로 스칼렛을 희롱하고 있었다.

"왔네? 스카웃이 원하길래 놀아주고 있었어."

"하윽… 호, 호연님. 남다은 양이 바이어 길드로 향했… 하악… 지금 당장 침투할까요…? 흣!"

"진정해. 괜찮으니까 계속 즐겨."

알몸으로 침대에 누워 경련하는 와중에도 일 걱정을 하다니, 역시 프로다.

"너 그거 엄청 중요한 일 아니야? 스카웃 빌려줄까?"

릴리아나가 꼬리를 움직이며 내 걱정을 해줬다.

"이미 믿을만한 사람한테 맡겨놨어. 스칼렛이 믿을만하지 않는다는 건 아닌데, 혹시 서로 방해가 될 수도 있으니까."

아예 침투조차 못 한 스칼렛이 괜히 들어갔다가 강효린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이번에는 가만히 있어 주는 게 도와주는 거다.

"아하… 그럼 뭐. 계속 데리고 놀아야징."

찌붑… 찌걱….

"아흡. 릴리아나 님… 이제… 하응!"

"…."

당장 저기에 끼고 같이 몸을 뒹굴고 싶지만, 언제 강효린이 찾아올지 모른다.

"릴리아나. 대충 마무리하고 밥이나 먹자. 오늘 손님이 올 수도 있거든."

"구랭? 알았어. 끝내자 스카웃."

"하읏, 아아앙! 아앗…! 하악!"

스카웃, 아니 스칼렛은 몸을 파들파들 떨며 성대하게 절정했다.

스칼렛의 보지에서 빠져나온 릴리아나의 꼬리는 흠뻑 젖어있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나는 계속 가지고 있던 의문을 입 밖으로 꺼냈다.

"릴리아나. 스칼렛이랑 놀면 재밌어?"

솔직히 나로서는 이해가 가질 않는다.

물론 보는 내 입장에선 좋아도, 어떻게 보면 동성의 자위를 도와주는 느낌이잖아.

내가 한다고 생각하니 구역질이 나와서 절대 못 할 것 같다.

"으음, 나름 재밌어. 그리고 언젠가를 위한 일이야."

"언젠가?"

무슨 소리야 그건.

"네가 여자를 늘리다 보면 집에도 데려올 거 아니야. 그럼 같이 섹스를 할 날도 올 테니까. 그때 주도권을 잡기 위한 훈련이지. 후후."

"오…."

엄청나게 개소리 같은데 생각해보면 괜찮은 것 같기도 하고…?

나한테 도움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구나.

역시 서큐버스다. 마음가짐부터 제대로 되어있다.

"잘했어 릴리아나. 오늘 저녁은 치킨 먹자."

"야호! 치킨이당!"

엘리스에게 계약금을 받은 이후로 이틀에 한 번은 다른 걸 먹고 있다.

어제 치킨을 먹었으니 오늘은 다른 걸 먹는 날이지만 릴리아나가 기특해서 오늘도 치킨을 먹어줘야겠다.

그러고보니 엘리스한테 연락이 없네.

"스칼렛. 엘리스 쪽은 이상 없지?"

"네. 이상하게 어제와 오늘은 길드장님 이랑 연락을 자주 하셨어요. 그거 빼곤 특이사항 없습니다."

"부녀간 대화야 뭐… 내가 낄 게 아니니까."

아마 마사지를 요청하기엔 비서의 눈치가 보여서 못 하는 모양이다.

'오히려 좋아.'

이렇게 바쁜데 엘리스까지 마사지를 요구했으면 진짜 힘들었을 거다.

"이거 봐봐. 오늘은 포스트모던 치킨 어때?"

그때 릴리아나가 내 팔을 잡아당겼다.

"… 그딴 치킨집이 있다고?"

정글도 이상했는데 포스트 모던은 진짜 아니지.

"아니 장난이야. 포스트 모던 치킨이 있겠어? 바보야?"

"정글의 맛, 정글 치킨도 말 안되거든?"

우리는 치킨을 시키고 떠들기 시작했다.

*

바이어 길드의 길드장 실.

"왔구나. 다은아."

"…."

남다은은 내일 있는 파티를 위해 바이어 길드에 찾아왔다.

며칠간 아무 생각 없이 침대에 틀어박혀 있었다.

아직 컨디션이 완전히 돌아오지 않았지만, 호출에 응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일이 파티인데, 얼굴이 수척해."

남다은은 자신의 얼굴에 다가오는 박민규의 손을 피했다.

다행히 박민규는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네."

"너를 위해 드레스도 주문했는데, 한번 보렴."

바이어 길드장 박민규는 웃는 얼굴로 드레스를 내밀었다.

드레스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천의 면적이 작았다.

등이 깊게 파여있었고 가슴골이 다 보이는 야한 원피스였다.

"내일은 그걸 입고 파티에 참여할거니까, 준비하고 있어라. 다은아."

"이건 너무 …."

너무나도 천박한 옷이었다.

살면서 이런 옷을 입어본 적이 없는 남다은은 얼굴이 뜨거워짐을 느꼈다.

"왜… 싫어?"

박민규는 웃는 얼굴로 남다은을 바라봤다.

굳이 말로 꺼내지않고 있을 뿐, 동생을 이용해서 협박하고 있었다.

"아니요…."

남다은은 저항하지 못했다.

여동생이 잡혀있는 한, 성적인 행동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면 어떤 수모든 견디기로 마음먹었다.

성적인 행동을 참지 않는 이유는 간단했다.

남다은에게 요구한다면 남다희에게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네 방에서 기다리고 있어. 내일은 같이 파티에 가야하니 푹 쉬어라."

박민규의 축객령에 남다은은 드레스를 가지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방에서 혼자 남은 박민규는 천천히 웃기 시작했다.

"큭… 얼마 남지 않았구나."

이번 파티부터 시작이다.

한 번 허락하기 시작하면 다음은 더 쉬워지고, 그다음도 쉬워진다.

이미 더럽혀진 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언젠가 남다은의 저 몸을 취할 생각을 하며 박민규는 내일 파티를 준비했다.

*

바이어 길드가 관리하는 병원.

총 10층으로 이루어진 건물은 누가 봐도 평범한 병원이었다.

하지만 지하에는 일반인들이 모르는 여러 시설이 설치되어 있었다.

중소 길드가 운영한다기엔 너무 철통같은 감시망이 유지되는 곳이었다.

남다희 말고도 여러 인질들을 잡고 있는 이 곳은 바이어 길드가 숨기고 있는 감옥이었다.

강효린은 그 사이를 파고들었다. 

남다희의 병실을 찾아낸 후, 틈을 봐서 마법으로 경비원을 재웠다.

"하… 힘드네."

툭- 툭-

온갖 더러운 곳을 지나오며 묻은 먼지를 털어내고 병실로 들어갔다.

병실 앞에는 3교대로 지키는 경비원이 서 있었지만 지금은 자고 있었다.

CCTV는 마법으로 같은 화면만 나오게 만들어놨고, 알람 마법진은 인식저해를 걸어놨다.

덜컥-

병실 안에는 귀여운 여자아이가 앉아있었다.

남다은이 사다 준 장난감을 가지고 놀던 남다희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항상 밥을 주러 오던 우락부락한 남자들이나 민규 아저씨가 아닌, 예쁜 언니가 들어왔기 때문이다.

"언니 누구예요…?"

남다희는 이불로 자신의 몸을 가리며 움츠러들었다. 

처음 본 강효린을 경계한 탓이다.

강효린은 편안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네가 다은이 동생 다희 맞지? 언니 보러 가자."

남다은의 이름이 나오자 약간 경계심이 옅어졌지만, 아직은 의심하는 상태였다.

"아저씨가 모르는 사람이 말 걸면 대답하지 말라고 했는데…."

강효린은 미소를 유지하며 은밀하게 마력을 뿜어냈다.

곧 경비원을 감시하는 경비원의 순찰시간이기 때문이다.

길게 대화 할 시간은 없었다.

"괜찮아. 잠시 눈을 감았다 뜨면 편해질 거야."

"으으… 졸려… 민규 아저씨…."

남다희는 스르르 감기는 눈에 저항하지 못하고 잠에 들었다.

잠시 후, 강효린은 잠든 남다희를 데리고 병원을 빠져나왔다.

"맛있당. 맛있어. 여기 시키길 잘했네."

"그러게. 역시 릴리아나는 치킨의 신이야. 대단해."

솔직히 평범한 치킨 맛인데, 릴리아나는 맛있다고 난리가 났다.

평소였다면 스칼렛이 손뼉을 치며 릴리아나와 놀아줬겠지만, 아이리스 길드의 한국 지부장이 올 거라고 하니까 자기는 이만 가보겠다면서 사라졌다.

결국 내가 스칼렛의 역할을 대신해야 했다.

릴리아나가 감탄하며 치킨을 먹는 동안 식사를 빠르게 끝내고 소파에 앉았다.

언제 강효린이 올지 모르니 나라도 기다려야지.

"흐음…."

스마트 워치로 에브리데이에 들어갔다.

여론을 확인하는 데엔 이거만 한 게 없어서 자주 확인하는 편이다.

추천 수가 많은 글 중 내 이름이 들어가 있는 글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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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 성녀님 8살 연하 이호연과 열애 중 ㅋㅋ]

[영상]

구라아님 ㅋㅋ

방금 막 나온 인터뷰임.

성녀님에게 남자친구라니… 진짜 슬프다.

그래도 응원해주긴 시발. 이호연 개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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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예쁘고 잘생긴 것들끼리 만나면 나 같은 사람은 언제 예쁜 사람 만나냐?]

[ㄴ ㄹㅇ 쟤들 자식은 얼마나 좋을까. 태어나보니 엄마아빠가 저 둘이면]

[뭐야. 사귄다는 언급은 없는데?]

[ㄴ님 국어 8등급임? 저게 사귄다는 게 아니면 뭐임]

[ㄴ 이런 뉴스에 한 두 번 속아보나 ㅋㅋ 공식 발표 기다려야지]

[남자들의 우상이 한 명 가버렸네….]

[아카데미 오자마자 눈 맞았네 ㅅㅂ ㅋㅋㅋㅋ]

[ㄴ 와 맞네….]

[ㄴ 뭘 맞네야. 아카데미 오기 전부터 친해졌다잖아.]

[그럼 눈 맞고 아카데미 온 거네 ㅋㅋㅋㅋ]

[이호연 아직 논란도 많은데… 굳이 지금 발표했어야 했나?]

[와, 어제부터 이호연 논란에 반박 자료들 엄청나게 나오던데 이거 때문에 미리 뿌린 건가?]

[님들 제가 이호연하고 같은 클래스인데 사귀는 거 아니라고 했어요.]

"참 피곤하네."

확실히 여러모로 난리가 났다.

하지만 백아영의 인터뷰부터 나에 대한 논란까지 여러 글을 읽으며 여론을 파악한 결과는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어제부터 그 자리에 있던 교수들의 인터뷰가 나오기 시작했고, 임솔 교수와 민예지도 직접 나서서 열심히 나를 변호해줬다.

아직 아카데미의 공식 입장이 나오지 않는 게 의문이지만… 다음 주면 아카데미에서도 입장을 내놓겠지.

"아직 저는 움직이지도 않았는데 호연 생도 인맥이 대처가 참 빠르네요."

"그러게. 아무래도 임솔 교수님이 열심히… 응?"

소파 옆자리에서 자연스럽게 내게 말을 걸어오길래 스칼렛인 줄 알았는데 목소리가 전혀 달랐다.

목소리가 들린 옆을 보자 미소를 짓는 강효린 박사가 앉아있었다.

깜짝이야.

"어… 와우. 놀랐네요."

"놀란 사람 반응이 아닌데요? 제가 지금까지 놀라게 한 사람 중에 제일 재미없는 반응이었어요."

겉으로 티가 안 날 뿐 진짜 엄청나게 놀랐다.

[뚜렷한 정신력]이 아니었으면 추하게 소리를 질렀을 거다.

강효린은 한 소녀를 공주님 안기로 안고 있었다.

"남다희…."

"네. 구해왔어요. 안 늦었죠?"

원작에서 많이 나오지 않지만, 그 얼굴은 확실히 알고 있었다.

언니를 닮아 귀여운 아이였다.

"뭐, 뭐야! 당신 누구야!"

치킨을 먹던 릴리아나는 눈을 크게 뜨고 갑자기 나타난 강효린을 노려봤다.

"저분은 누구예요? 여기는 남자 기숙사일 텐데."

강효린도 릴리아나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사정이 있어서요. 설마 아카데미에 말하진 않으실 거죠?"

"제가 의뢰인의 사생활을 잘 지키기로 유명해요. 일단 다희는 여기에 놓고 갈게요. 30분 정도면 깰 거에요."

"갑자기 눈을 떴는데 모르는 사람들과 있으면 너무 당황하지 않을까요?"

남다희는 자신이 감금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

눈을 떠보니 병실이 아니라 모르는 사람의 기숙사라면 엄청나게 당황할텐데.

"그렇긴 한데… 알아서 하셔야죠. 그건."

"…."

하긴 강효린 박사가 베이비 시터도 아니고, 그 정도는 내가 알아서 해야지.

"남다은 양은 바이어 길드 내부 어딘가에 있었는데… 그 곳은 아예 틈이 없더라고요. 그래도 특이사항은 없었어요. 그냥 길드장과 대화만 나누고 방으로 들어갔거든요."

"다행이네요. 감사합니다."

나도 잠입 능력이나 배워볼까?

참 쓸모가 많아 보이는데.

"저는 아직 의뢰가 남았으니 조사를 하러 갈게요. 그래도 다희를 구하는 과정에서 증거를 수집하는 일도 꽤 많이 진행되었어요. 다음 주면 결과가 나올 것 같아요."

"알겠습니다. 고생해주세요."

"야, 야. 그래서 그 사람은 누군데?! 이 여자애는 또 누구고?"

"설명해줄게. 기다려."

강효린 박사는 소파에 스르르 녹아들며 사라졌다.

진짜 귀신같은 능력이다.

내 [마나 감응]으로 못 알아챌 정도로 접근하다니… 아직 많이 부족하네.

"누구냐고! 누구! 이 여자애는 또 누구야? 혹시 네 여자친구 후보?"

"닥쳐. 이 미친 서큐버스야."

나는 릴리아나를 진정시키며 설명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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