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56화 (156/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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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 퀘스트가 전송되었습니다.』

[실기 시험 1등의 사나이!]

이론 시험 1등은 이미 떼놓은 당상!

거기에 실기 시험까지 1등으로 문무겸비의 남자가 되어봅시다!

 - 보상 : 모든 히로인들의 호감도 1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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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전송된 퀘스트 중 깨지 못한 퀘스트는 이것뿐이었다.

어쩐지 요즘 퀘스트가 안 나오더니 아직 이 퀘스트의 판정이 끝나지 않은 모양이다.

그런데 성공이라는 건... 잠시만.

드르륵-!

"야! 성적 나왔다! 중앙 복도에 게시되어있어!"

"아악! 성적!"

"지수야. 빨리 성적 보러 가자."

우르르-

대부분의 생도들이 밖으로 나갔고, 내 가슴에 불안감이 엄습해오기 시작했다.

"저, 정말 미안해. 그리고... 훌쩍."

하지만 울면서 내게 사과하는 루시를 내버려 두고 갈 순 없었다.

루시도 중요한 히로인이니까.

결국 몇 분 동안 루시의 말을 듣다가, 조금 진정되었을 때 성적을 확인하러 나왔다.

"와, 이호연 1등 3개 실화냐?"

"진짜 미쳤네. 아카데미 최초 아닌가?"

"전 과목 1등은 학생회장님이 최초인데, 1학년 첫 시험 1등 3개는 이호연이 최초일걸?"

아니, 어디서 부터 꼬인거지?

대체 왜?

하지만 아무리 부정해봐도 현실은 냉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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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 시험]

1. 이호연.

2. 엘리스.

.

.

.

[실기 시험]

1. 이호연.

2. 남다은.

.

.

.

[특별 시험]

1. 이호연.

2. 엘리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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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는 모르겠다.

이미 성적표는 나와버렸다.

잠시만, 남다은 어딨어.

강의실부터 중앙 복도까지 어디에도 남다은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두근. 두근.

불안감과 긴장감에 가슴이 뛰었다.

"봐봐. 역사 바꿨잖아."

그때 익숙한 남자의 목소리가 내 옆에서 들렸다.

"... 야. 남다은 봤냐?"

나는 루시에게 집중하느라 못봤지만 김영한이라면 뭔가 알지 않을까.

"남다은? 아까 성적표 보더니, 가방 챙겨서 어딘가 가던데."

"...."

"그나저나 1등 3번이면 길드에서 네 몸값도 진짜 엄청 오르…."

김영한은 옆에서 뭐라 뭐라 계속 말을 했지만, 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어제 지갑을 받고 기뻐하던 남다은의 순수한 얼굴이 떠올랐다.

분명 여동생에게 자랑하러 간다고 했지.

아까는 1등한 보상으로 여동생과 외출권을 받으면 어디에 갈까 고민했었다.

그 순수한 표정 위에, 순결을 지키기 위해 길드원들을 학살하고 자살한 배드 엔딩의 남다은이 교차했다.

"아, 씨발."

좆됐네.

나는 그대로 뒤로 돌아 강의실로 뛰어갔다.

지금 아카데미에 있을 때가 아니니까.

"루, 루미… 내가 너무 잘못한 건가?"

루시는 굳은 표정으로 뛰어간 이호연을 보며 루미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괜찮아. 루시…. 호연 씨 성격 알잖아. 아마 악감정 같은 건 없을 거야."

토닥토닥

루미는 다행히 진정한 상태였기에 루시를 다독여줬다.

당연히 루시가 잘못한 걸 루미도 알고있지만, 지금은 그걸 지적할 때가 아니었다.

가끔 장난스럽지만 착하고 상냥한 이호연의 성격을 알기에 루시도 곧 흥분을 가라앉힐 수 있었다.

잠시 후 강의실에 이호연이 뛰어 들어왔다.

이호연은 책상 위에 있던 책들을 집어넣고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호, 호연아. 뭐해?"

"급한 일이 생겨서 가봐야 할 것 같아."

"… 지금 간다고?"

"응. 오후 수업은 같이 못 듣겠다."

수업이 끝나면 같이 카페에 가자고 말하려던 루시는 갑자기 짐을 싸는 이호연을 보고 당황을 감추지 못했다.

"그, 그럼 내일 수업 끝나고 같이 카페에 가지 않을래? 아카데미 카페에 맛있는 케이크가 생겼다는데…."

"… 미안. 당분간은 좀 바쁠 것 같아. 내가 시간이 비면 꼭 얘기할게."

이호연은 그 말을 남기고 바로 강의실을 뛰쳐나갔다.

남은 루시는 고개를 돌려 루미를 바라봤다.

"루미…."

"괘, 괜찮아. 루시. 악감정은 없을 거야…. 분명."

루미도 저런 모습의 이호연은 처음 봤다.

서바이벌 시험 때도 항상 여유가 있던 이호연이 무슨 일로 저렇게 다급한 표정을 짓는지 루미도 의문이었다.

정말 급한 일이 생긴 모양이다.

'그래도… 비밀 친구 활동은 해주겠지?'

루미는 루시를 다독이면서도 자기의 영역은 확실하게 챙겼다.

*

"하아…."

어디서부터 꼬인 지 모를 매듭을 다시 푸는 일은 정말 귀찮고 힘든 일이다.

나는 오후 수업을 빼고 기숙사로 달렸다.

루시가 조금 걱정되긴 하는데, 지금은 어쩔 수 없다.

매정한 말일지 몰라도 루시는 목숨이 위험하진 않으니까.

루시의 멘탈은 어떻게든 복구할 수 있다.

하지만 남다은은 다르다. 정말 어떻게 될지 모른다.

오후 수업 시간이다 보니 아카데미에 돌아다니는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띠링-

기숙사에 도착해 문을 열었다.

"엥? 뭐야."

내 침대에 누워서 스마트 워치로 동영상을 보던 릴리아나가 벌떡 일어났다.

"왜 이렇게 일찍 왔어? 지금 수업 시간 아니야?"

"맞아. 근데 급한 일이 있어서."

"수업 빼먹고 그러면 안 돼. 내가 학생 때부터 게임을 하다가 수업 빠지면 엄마가 엄청나게 때렸거든."

참고로 아카데미는 상관없다. 중간고사가 끝나면 최소한의 출석점수가 채워진다.

이때부터 남다은도 수업을 잘 안 나오기 시작하는데, 지금 이게 중요한게 아니지.

"괜찮으니까 걱정 마."

나는 내 책상에 숨겨놓은 아공간 주머니에서 구슬 하나를 꺼냈다.

엘리스에게 받은 '의뢰권'

구슬 안에 아이리스 길드 장에게 직통으로 의뢰를 맡길 수 있는 번호가 적혀있다고 한다.

하지만 열어보고 1시간 이내에 연락을 하지 않으면 번호가 폐기된다고 해서 아직까지 확인하지 않았다.

딸깍-

나는 고민하지 않고 구슬을 열었다.

안에는 어떤 전화번호가 적혀있었다.

바로 전화를 걸자, 연결음이 나왔다.

"뭐야? 뭐 하는 건데?"

"잠시만. 조용히 해봐."

"흥."

입을 다물고 침대에서 바둥거리는 릴리아나에게 한쪽 손을 내밀었다.

릴리아나는 내 손을 앙앙 깨물면서 갖고 놀았고, 그동안 나는 전화를 받았다.

띡-

통화가 연결되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아서 내가 먼저 말을 꺼냈다.

"여보세요. 의뢰입니다."

- … 의뢰는 대면으로만 받아요. 내일 오전 아카데미에서 기다리면 직접 찾아갈게요.

뚜-

여성인지 남성인지 모를 변조된 목소리가 들렸고, 전화는 바로 끊겼다.

"아니, 이 개새끼들이 진짜."

일분일초가 급한데 지금 뭐 하는 거야.

아무리 보안이 중요하다지만 이건 너무하잖아.

큰일 났다. 계획이 틀어졌다.

처음에는 엘리스에게 받은 의뢰권으로 천천히 남다은의 정보를 수집하려 했는데, 실기 시험에서 내가 1등을 해버리는 바람에 상황이 급박해졌다.

생각해보면 그 대단한 아이리스 길드 길드장인 밤의 제왕이 하루 만에 일을 수락하는 것도 이상하긴 하지.

"이제 어쩌지. 다음은… 아이씨. 그만 물어. 아파."

내 손을 질겅질겅 씹으며 들러붙던 릴리아나에게 손을 빼냈다.

혹시 남다은이 여자 기숙사에 있을지도 모르니 직접 여자 기숙사에 잠입해봐야 하나?

슈슈슉-

진지하게 고민을 하고 있는데, 익숙한 마력의 움직임이 느껴졌다.

"오! 스카웃 왔당."

살짝 열린 통창 사이로 무언가가 천장을 타고 빠르게 들어왔다.

타닥-

천장에서 떨어진 스칼렛은 날 보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호연님. 오늘은 일찍 오셨네요. 마침 보고드릴 게 있었는데 다행입니다. 가끔은 그런 일탈도 필요한 법이에요."

원래라면 천장에 붙어서 오지 말라는 지적을 했겠지만, 오늘만큼은 그럴 수 없었다.

스칼렛을 보며 희망의 불빛을 느꼈기 때문이다.

"스칼렛… 네가 희망이다."

"네?"

스칼렛은 갑작스러운 지목에 물음표를 띄웠다.

"네가 바로 해줘야 할 게 있어. 여자 기숙사로 잠입해서 남다은이란 여자 생도가 방에 있는지 확인해줘."

"지금 바로요? 엘리스 아가씨에 관해서 보고드릴 것도 있는데……."

"… 지금 이게 더 중요해."

엘리스가 내 동영상을 보며 자위했는지 안 했는지 정말 궁금하지만, 어쩔 수 없다.

"알겠습니다. 오래 걸리진 않을 테니 바로 갔다 올게요."

다행히 스칼렛은 내 말을 듣고 바로 천장에 달라붙어 밖으로 나갔다.

"뭔데 그래? 나 스카웃이랑 놀고 싶은데."

"대신 내가 놀아줄게. 좀만 참아."

"진짜? 우와앙. 그럼 치킨 먹자."

"… 시켜."

놀아주는 거랑 치킨 먹는 게 무슨 상관인지는 몰라도, 그걸로 좋다면 뭐.

릴리아나가 콧노래를 부르며 치킨을 고르는 동안, 스칼렛이 도착했다.

"빨리 왔네."

"단순한 일이었으니까요. 남다은이란 생도가 1학년에 한 명 있었는데, 방에는 아침에 나간 후로 사람이 들어온 흔적이 없었어요."

"… 그래?"

이거 진짜 심각한데.

이러면 바이어 길드에 갔을 확률이 높다.

직접 찾아간 거든 불려간 거든, 이유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남다은이 위험하다는 거다.

'내가 찾아갈 순 없어.'

무턱대고 쳐들어가봤자 남다은을 만날 수 없는 데다가 의심만 당한다.

"호연 님께 중요한 분인가 보네요."

"응. 스칼렛. 바이어 길드란 곳 알아?"

"으음… 들어본 기억이 있긴 한데, 그리 유명한 곳은 아니라고 알고 있어요."

그렇다.

바이어 길드는 운 좋게 남다은을 품었을 뿐, 평범한 중소길드였다.

하지만 그 배후에는 엄청난 세력들이 있다.

자금 세탁, 음지의 일처리, 살인, 약탈 등 거대 길드가 직접 할 수 없는 일을 대신해주는 곳이다.

국내 정보를 빠삭하게 파악하고 있는 게 아닌 이상 스칼렛은 모르는 게 당연하다.

"스칼렛. 바이어 길드의 내부를 확인해봐. 혹시 남다은이 그쪽에 있는지 알아야 해. 대신 네 안전이 최우선이니까 애매하다 싶으면 바로 돌아와. 알았지?"

"네. 알겠습니다."

"아니다. 나도 같이 가. 길드 건물 앞에서 기다릴게."

기숙사에서 가만히 스칼렛이 정보를 가져다주길 기다릴 순 없다.

혹시라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지 모른다.

할 수 있는 일이 없어도 괜찮다. 1초라도 정보를 빨리 받을 수 있을테니까.

"저는 먼저 출발할게요. 길드 건물 앞에 계시면 제가 찾아가겠습니다."

스칼렛은 고개를 끄덕인 후에 바로 밖으로 나갔다.

"양념치킨 괜찮지?"

"마음대로 해. 조금만 놀다가 시켜. 몇 시간 안에 올 테니까."

생도복을 입은 채로 길드에 찾아가면 너무 눈에 띈다.

나는 사복을 챙겨입고, 옅은 인식 저하 결계를 걸은 뒤에 기숙사를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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