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53화 (153/648)

*

"나갔다 올게. 집 잘 지키고 있어. 릴리아나. 스칼렛도 내가 시킨 일 열심히 해줘."

"네. 알겠습니다!"

"갔다 와~."

이호연이 기숙사에서 나간 후, 스칼렛도 엘리스에게 갈 준비를 했다.

"릴리아나 님. 저도 가볼게요."

"... 스카웃. 큰일 났어. 여기 앉아봐."

"네?"

릴리아나는 진지한 얼굴로 밖으로 나가려던 스칼렛을 붙잡고 자리에 억지로 앉혔다.

"경제 주도권을 빼앗겨버렸어.... 계약금만 받아도 내 월 수입을 뛰어넘는다구. 근데 한 번 갈 때마다 수입이...."

릴리아나는 처음 보는 거액에 깜짝 놀란 상태였다.

지금까지 릴리아나가 벌었던 수입을 합친 금액 보다도 0이 하나 더 붙어있었다.

"이제 쓸모없어진 나를 버릴지도 몰라...."

릴리아나는 이호연을 위해 열심히 일했던 나날들이 필요 없는 날이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어... 제 생각에 호연 님은 그런 생각을 하실 분이 아닌데요. 만약 릴리아나 님이 돈을 아예 못 벌어도 버리거나 하지 않을 거예요."

"아니야. 혹시 몰라. 항상 모든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구."

요즘 점점 늘어나는 여자들 때문에 릴리아나도 약간이지만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나마 가정의 중심이라는 자존심이 있었는데 이제 그것도 사라졌다.

나중에 지옥으로 데려가기 위해선 확실한 쐐기가 필요했다.

"이리 와봐. 우리 작전을 짜자."

"굳이 안 그래도... 하읍... 넷."

릴리아나는 스칼렛과 머리를 맞대고 이호연을 공략할 방법을 작전을 짜기 시작했다.

약속시간보다 조금 빠르게 훈련소에 도착했다.

테스트해 볼 게 있기 때문이다.

"셀프 마나 마사지도 되겠지?"

정확한 효과는 몰라도, 마법 발동에 도움이 된다면 안 쓸 이유가 없다.

남다은을 기다릴 겸 프라이빗 룸이 아닌 공용 훈련실에 자리를 잡았다.

구석으로 향하는 동안 나에게 눈길이 쏟아졌다.

"야, 저기 이호연이다. 진짜 징계받으려나?"

"안 받으면 문제 있는 거지."

"아오, 이 병신들아. 내가 그런 거에 속지 말라고 했잖아."

"와,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 생겼냐... 자괴감 드네."

자기들 딴에는 조용히 말하지만 내게 다 들렸다.

'흠.'

항상 룬의 결계를 치고 다녀서 이런 관심이 오랜만이다.

요즘 느끼는 게, 이상하게 룬의 결계가 자주 뚫린다.

분명 원작에서는 최고이자 최악의 결계이고, 교수 여러 명이 달라붙어야 해석할 수 있는 수준급의 결계라고 묘사되었는데 내 결계는 왜 이 모양인지 모르겠다.

나중에 임솔 교수랑 상담을 해야하나.

'일단 마사지나 하자.'

남들의 시선 정도야 이제 익숙하다.

난 오른손으로 왼 손목을 잡았다가, 다시 풀었다.

"이거 굳이 잡을 필요가 없구나."

생각해보니 왼 손목에 있는 마나도 내 마나인데 마사지라고 할 것도 아니었다. 

나는 눈을 감고 마나 회로의 마나들을 부풀리면서 마나 회로를 억지로 늘렸다.

"큭...."

약한 고통이 전해지고, 온몸의 마나 회로가 조금씩 늘어난 기분이 들었다. 몸 안에 있는 고무 호스가 부푸는 기분이었다.

"오...."

확실히 마나 운용 속도가 빨라졌다.

지금은 엄청난 체감이 되지않지만 마법 활용에 도움이 될 건 분명하다.

'조금 조절을 할 수 있을 거 같은데.'

엘리스나 릴리아나는 확실한 조절을 못하니 안전한 정도만 마사지 했지만 이건 내 몸인 만큼 마나 회로의 한계가 어딘지 대충 느낄 수 있었다.

서서히 마나 회로를 늘려가며 고통을 조절했다.

처음에 느꼈던 따끔따끔한 감각을 넘어 피부를 찢는 고통까지 느끼며 내 한계를 알아냈다.

"지금."

마나 회로가 30% 정도 넓어진 상태.

정확히 여기가 내 한계였다.

이 정도가 나중에 부작용이나 후유증이 없는 수치였다.

'30% 정도면 괜찮아. 아니, 너무 좋은데?'

꽤 성장한 지금으로서 30%는 엄청난 성과였다.

오래 유지하진 못하더라도 순간 도핑으로 쓸만했다.

[고유 스킬을 획득했습니다!]

──『 블러드 비트 』 ──

▶ 고유 스킬

▶ 마나를 팽창 시켜 순간적으로 마나 회로를 넓힙니다. (기본치 1.3배)

 1.3배 기준으로 최대 유지 시간은 1분입니다. 팽창률은 처음에 조절할 수 있으며, 그에 따라 유지 시간도 달라지지만 도중에 조절할 수는 없습니다. 억지로 팽창률을 높이면 유지 시간이 짧아지며 후유증이 생길 수 있습니다.

───────

"오...."

나는 주변을 슬쩍 둘러보고 조용히 감탄사를 내뱉었다.

오랜만에 스킬이 생겼다.

도핑 스킬이지만 나에게는 차라리 이런 스킬이 더 알맞다. 어차피 전투 감각이 있으니 힘의 총량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저기, 많이 기다렸어?"

그때 뒤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뒤를 돌아보자 그곳엔 생도복을 입은 남다은이 서 있었다.

"아니, 나도 방금 왔어. 바로 몸 풀고 대련할까?"

"응."

남다은은 주말인데도 항상 생도복을 입고 있었다.

사복이 없는건가?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풀며 마나를 끌어올렸다.

남다은은 훈련용 검을 꺼내더니 이리저리 휘둘렀다.

검을 쓰는 생도라면 기본적으로 자기 검을 가지고 있는 게 보통이지만, 남다은은 그럴 여유가 없으니 훈련장에 올 때마다 손에 맞는 검을 사용하는 듯했다.

'나중에 검이라도 사줘야겠다.'

다른 건 몰라도 검은 있어야지.

막 성인이 된 꽃다운 나이부터 저렇게 가난하게 사는 걸 보면 빙의 전의 내가 생각나서 참 씁쓸했다.

"들어가자."

공용 훈련실에도 대련장이 있었지만, 거길 사용하면 너무 이목이 쏠릴까 봐 둘이 쓸 수 있는 대련룸을 들어갔다.

지이잉-

마력구가 대련장을 덮고, 내 건너편에서 남다은이 스트레칭을 하며 몸을 풀었다.

두근.

"그럼, 시작할게."

"응."

남다은과 마주보았다.

두근. 두근. 두근.

오랜만에 느껴지는 전투 감각의 최대치.

남다은은 저번보다 더욱 강해졌다. 하지만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대련장은 안전 마법진덕에 마음대로 싸워도 상처가 남지않는다.

오랜만에 전력을 다해봐야지.

[대련 시작!]

나는 극한의 고양 상태에서 내 몸을 전투 감각에 맡겼다.

*

"후우...."

엘리스는 집 안의 트레이닝 룸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방금까지 땀을 흘리며 움직인 탓에 온몸이 땀에 젖은 상태였다.

"2배... 아니 2.5배 정도일까?"

평소에 마석을 이용해 억지로 마나를 쓰던 방식과 비교가 되지 않는 효율이었다.

이호연의 마나 회로는 거의 완벽에 가깝기에 30%의 효율 밖에 못 보지만, 선천적 마력 장애가 있는 엘리스는 2배 이상의 효과가 생겼다.

물론 이호연과 계약을 아마추어가 아닌 업계 탑 수준으로 해서 돈이 꽤 나갔지만, 그래도 마석보다는 돈을 많이 쓰는 게 차라리 낫다.

"이호연을 자주 만나야 하는데...."

이호연의 마사지 지속 시간은 하루 남짓이다.

매일 보면서 마사지를 받는 게 좋지만 그럴 수 없으니 나머지 날은 마석으로 때워야 한다.

그래도 긍정적인 측면은, 이호연의 마사지는 한 번 받을 때마다 약간씩 영구적으로 마나 회로가 넓어진다는 것이다.

이 기세면 몇 십번 안에 끝날지도 모른다.

"아가씨."

그때 금발의 여성이 엘리스의 뒤에 섰다.

"스칼렛. 왔구나?"

"네. 아까 찍은 영상을 드리려고 왔습니다. 혹시 훈련에 방해일까봐 지금 보고드립니다."

스칼렛은 정 자세로 서서 영상 파일을 내밀었다.

"고마워."

처음보다 스칼렛이 이상하게 순해졌다.

첫 만남 때 강한 자존심과 긍지가 사라지고 충성심이 늘어났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좋은 변화라서 가만히 내버려 두기로 했다.

"아, 그리고 아가씨의 방에서 이런 걸 찾았습니다."

스칼렛은 스마트 워치를 내밀었다.

"... 이건?"

"아마 이호연 생도가 마사지 때 빼놓고 놓고 간 걸로 보입니다. 안을 열어보진 않았지만요."

"그래?"

엘리스는 아무렇지 않게 스마트 워치를 챙겼다.

"영상은 나한테 보내줘. 혹시 협박용으로 쓸 수 있는지 확인해봐야 하니까. 아, 업무 중 특이사항은 있어?"

"없습니다. 그래도 곧 좋은 소식을 들려드릴 지도 모르겠네요. 거의 방비를 뚫어냈습니다."

"알았어. 수고해."

엘리스는 손을 휘휘 저어서 스칼렛을 내보냈다.

두근대는 가슴을 부여잡고 샤워를 마친 엘리스는 방에 들어와 문을 잠갔다.

일단 스칼렛이 보내준 영상부터 확인했다.

이호연이 땀을 뻘뻘 흘리며 자신의 몸을 주무르고 있었다

"으음."

별로 기대는 안 했지만, 역시나 엘리스에게 흥분을 가져다줄 수 없었다.

- 흐읏. 흐읍... 끕.

'내가 저렇게까지 반응했구나.'

저 광경을 보고 있자니 얼굴만 붉혀질 뿐이라 엘리스는 영상을 종료했다.

그리고 주머니에 있던 스마트 워치를 꺼냈다.

"... 스마트 워치."

딱히 잠금장치가 설정되어 있지는 않았다.

가끔 이런 사람이 있다. 어차피 자기 몸에서 떨어뜨리지 않으니 괜찮다고 생각하며 보안에 취약한 사람.

엘리스는 '이호연이 그런 사람이라 운이 좋다.'라고 생각했다.

이호연은 의심당하지 않도록 스마트 워치에 여러 작업을 해놨다.

메시지 목록부터 연락처, 인터넷 기록까지 조작해놨기에 엘리스도 속아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물론 정말 중요한 기록은 빼놨다.

"이건... 내일 전달하면 되겠지."

내일은 정상 등교일이니까 A클래스에서 전해주면 된다.

"...."

요즘 부쩍 성에 관심이 많아진 엘리스는 커플 중에선 자신들의 성관계를 영상으로 남기는 커플도 있다는 걸 알았다.

혹시나, 정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스마트 워치의 갤러리에 들어갔다.

"!"

그리고 한 여자가 입에 무언갈 물고 있는 영상을 발견했다.

두근. 두근.

엘리스의 심장이 두근거렸고, 영상을 눌러보자 방금까지 자신의 몸을 만지던 이호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뭐, 뭐에요. 주인님?

- 신경 쓰지 마. 그냥 해보고 싶어서.

- 조, 좀 창피한데.

- 빨리 물어.

- 으… 하읍.

쭙. 쪼옵. 쮸브붑.

두 남녀의 음란한 행위가 그대로 영상에 담겨 있었다.

아름다운 여자가 이호연의 물건을 입에 물고 아이스크림처럼 핥는 영상이었다.

"이, 이게 무슨...."

엘리스는 기대했지만, 정말 나올 줄 몰랐던 영상을 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

- 쯉- 정액 싸주세요. 주인님. 쫍

엘리스는 영상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영상 중간중간 들리는 이호연의 목소리가 이게 리얼한 영상이라는 걸 알게했다.

꿀꺽.

다시 문이 잘 잠겼나 눈을 돌려 확인한 후에, 엘리스는 손을 팬티 안으로 집어넣었다.

"으으응... 호연아."

찔꺽-

이윽고 야한 물 소리가 방을 가득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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