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윽, 하으읏...."
"후우...."
짝-
절정의 여운으로 침대에 고개를 박고 있는 릴리아나의 탱탱한 엉덩이를 한 번 때려주고 침대에서 몸을 나왔다.
스칼렛은 그 옆에서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릴리아나가 내게 박힐 때마다 그 쾌감만큼 꼬리로 스칼렛에게 복수했기 때문이다.
"스칼렛. 하루 만에 이런 정보를 가져오다니, 역시 아이리스의 정예구나."
"가, 감사합니다앗...."
얘도 대충 임솔 교수나 백아영이랑 비슷한 나이 같은데, 나쁜 서큐버스한테 잡혀서 우리 집 침대를 애액으로 더럽히며 파들파들거리는 모습이 참 안타까웠다.
"대충 몸 추스려서 다시 돌아가. 다음에 또 좋은 거 찾아오고."
"네, 네엡."
스칼렛은 천천히 옷을 추스리기 시작했다.
역시 아이리스의 정예다운 모습이다.
은신 마법 사용자중 상위 십프로라는 뜻으로, 텐프로라고 부를까?
"...양기를 써서 그런지 시덥잖은 생각만 나네."
릴리아나가 내 생각을 들었으면 기분좋은데 망친다면서 또 쌍욕을 했을 것 같다.
나는 기지개를 피면서 방을 나왔다.
슬슬 바깥이 어두워지는 게 잘 시간이 다 된 모양이다.
아직 추가적인 공지가 없는 걸 보면, 내일은 돌아다녀도 되나 보네.
하긴 내가 마인도 찾아줬지, 테러도 막아줬지, 간부도 떠먹여 줬지, 다 해줬는데 조사할 게 뭐가 있어.
스마트 워치를 키자 섹스 중에 꺼놨던 스마트 워치 알림이 한꺼번에 나타났다.
"단체로 약속이라도 했나?"
나는 하나씩 메시지를 확인했다.
- 아영 씨 : 미안. 바빴어.
"많이 기분이 안 좋은가."
이렇게 차가운 답장이 오는 건 처음이다.
여자친구랑 싸우고 나면 항상 이런 답장이 와서 어떻게 답장해야 하나 고민하곤 했는데, 지금 이 딱 그 상황이었다.
내가 우리 아영 씨한테 조금 심하긴 했지.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어차피 백아영은 이미 날 버릴 수 없는 상태까지 왔다.
호감도가 99까지 올라갔던 사람을 어떻게 버릴 거야.
나도 마음 같아선 당장 끌어안고 위로해주러 가고 싶지만, 세상일이란 게 그렇게 쉽게 풀리지 않는다.
지금 당장 공략해야 할 여자가 몇 명인데... 한 명 한 명 순애 루트로 진행하다간 칼 맞고 뒤지기 십상이다.
연애에 있어서 갑을은 없다지만 여기선 확실하게 갑을 잡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게 안 된다면 공략을 멈춰야 한다.
느리더라도 완벽하게 공략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한 명 한 명 완벽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는 게 하렘 루트니까.
"스읍. 일단 답장은 해야겠지."
- 나 : 아영 씨. 다음에 한 번 찾아갈게요. 잘 쉬세요.
'네가 대충 답장하면 나도 대충 답장하기' 전법이다.
서로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커플의 싸움에서 자주 사용한다.
[싸운 걸 화해하고 싶지만 내가 먼저 사과하긴 싫다] 라는 뜻이다.
백아영과는 당분간 이렇게 가야지.
기다리다 보면 결국 고개를 숙이고 들어올 거다.
나는 그때를 노리면 된다.
"수린 누나랑... 엘리스도 있네?"
엘리스랑은 번호 교환을 한 이후에 연락을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는데, 심지어 먼저 연락이 왔다.
일단 위에 있던 문수린의 메시지를 먼저 확인했다.
- 수린 누나 : 호연아. 주말에 만날 시간 있어? 테러 때 고생도 했는데 누나가 밥 사줄 게 ^^
"되게 밝아졌네."
분명 테러때문에 생긴 일에 치여서 엄청나게 피곤할 텐데.
기분 좋은 일이라도 있나?
- 나 : 당연하죠! 토요일이나 일요일 편한 날짜로 정해주세요.
미인과 공짜 밥은 거절해선 안 된다.
문수린의 멘탈체크도 할 겸 한 번 만나야지.
에브리데이를 보니 슬슬 위험할 때다.
- 엘리스 : 마사지 관련해서 상담할 게 있어. 시간 있으면 연락해줘.
왔다.
드디어 왔어.
하지만 그 전에 확인해야 할 게 있다.
"스칼렛."
"네?"
방금 막 밖으로 나가기 위해 천장에 달라붙은 스칼렛에게 말을 걸었다.
"엘리스가 마나 마사지사 구하는 거 알고 있지?"
"당연하죠. 대외비긴 하지만 저는 나름대로 측근이니까요."
탁-
스칼렛은 내 말을 듣기 위해 천장에서 내려와 차려자세로 다소곳이 섰다.
자세 좋고.
"대충 상황이 얼마나 진행되었는지 알아내고 바로 알려줘."
"알겠습니다. 최대한 빨리 알아올까요?"
역시 에이스답게 척하면 척 알아듣는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빠르면 빠를수록 좋아."
"넵!"
스칼렛은 주먹을 꽉 쥐더니 천장에 다시 달라붙어 도마뱀처럼 슈슈슉- 하며 밖으로 빠져나갔다.
다 좋은데 저것 좀 안 하면 안되나?
솔직히 릴리아나와 같이 섹스할 때마다 저게 생각나서 영 집중이 안 된다.
섹스하다가 갑자기 알몸으로 천장에 달라붙어 도망가지 않을까 하는 이상한 생각만 들게 한다.
아직 릴리아나의 보조역할이지만... 솔직히 같이 하다 보면 꼴리긴 한다.
그래서 스칼렛에게 박고 싶다가도, 저 자세가 생각나니까 박기 싫어진다.
"다음에 꼭 얘기해야겠다. 제발 정상적으로 나가라고."
어쨌든, 엘리스와 만나기 전에 확실하게 정보를 알아내야 한다.
지금 절박한 상황인지, 아니면 여유로운 상황인지를 알아야 내 행동방침을 정할 수 있으니까.
"저렇게 호언장담을 했으니 금방 알아 오겠지?"
엘리스에게는 일단 답장을 보류했다.
상황을 보니 하루 이틀은 좀 간을 봐도 된다.
- 루시 : 이거 해봐! 재밌어 보이지 않아?
루시는 무슨 MBTI인지 뭔지 하는 걸 보내왔다.
요즘 여자애들한테 이게 그렇게 인기라던데.
루시와 루미랑은 일상적인 대화를 많이 해서 그나마 마음이 편한 상대였다.
제일 많이 만나기도 하고.
"친구 느낌이 강해지면 안 되는데...."
너무 친해지면 그런 관계로 이어지기 또 애매해진다.
루시와 루미도 깔끔하게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
"흐음... 아 머리를 너무 썼더니 두통이."
나는 머리를 식히기 위해 샤워실로 들어갔다.
*
토요일 아침.
인기척을 느끼고 침대에서 일어나보니 내 옆에 스칼렛이 무릎을 꿇고 있었다.
"알아 왔습니다."
"... 벌써?"
"네. 완벽합니다."
고개를 든 스칼렛이 자신만만한 미소를 보냈다.
"아으, 알았어. 보고해봐."
"꺄으으읏?!"
방금 일어나서 정신이 완전히 말짱하진 않지만 보고를 받을 순 있다.
옆에 누워있던 릴리아나의 가슴을 만지며 스칼렛을 바라봤다.
스칼렛은 잠꼬대로 이리저리 움직이는 릴리아나의 꼬리를 바라보다가, 꿀꺽 침을 삼키고 나와 눈을 마주쳤다.
"일단 엘리스 님과 접촉한 마사지사는 28명으로 예상합니다. 기록에 남기지 않은 사람도 있을 수 있지만, 거의 확실합니다."
"28명... 하루에 몇 명이나 본 거야 그럼."
서바이벌이 끝난 지 이제 6일 차인데 28명이면 하루에 4번 넘게 마사지를 받은 거다.
"마사지사는 모두 여성이었고, 마지막 기록은 은퇴한 마사지사까지 불러온 듯합니다."
"호오... 은퇴한 사람까지 불렀으면 이제 부를 사람이 거의 없나 보네?"
"네. 현역으로 활동하는 S급 마사지사부터 A급 상위 마사지사들은 모두 불렀고, 그 외에 특출난 점이 있는 마사지사들까지 모두 부른 모양입니다."
"절박하구나.... 좋아."
이 정도면 그냥 배 째라 식으로 나가도 될 것 같은데.
물론 호감도도 중요하니까 "옷 벗는 거 아니면 안 해" 이런 식으로 막 나갈 순 없다.
적당히 선을 지키면 될 것 같다.
"넵. 여기 정리한 자료도 있으니 자세한 건 살펴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고마워. 다른 특이한 점은?"
"엘리스 양이 어젯밤에도 이호연 님의 이름을 부르면서 자위했습니다. 어제보다 훨씬 격렬했습니다. 영상도 있는데 보여드릴까요?"
"어... 고맙다. 일단 줘."
그냥 마사지라고 하고 자지를 박아버려도 될 것 같은데.
물론 그렇게 공략하면 안 되겠지만.
"고생했어. 릴리아나 일어날 때까지 여기 있을래?"
"넵. 그래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침은 먹었냐?"
"아직 안 먹었습니다."
"그럼 내가 아침 차려줄게. 기다려."
요즘 배달음식만 처먹었더니 몸에 기름이 낀 것 같다.
가끔은 K-집밥이 그립다.
K-집밥도 배달해주는 시대가 왔지만, 그건 감성이 없으니까.
가끔은 자취 시절의 감성이 그리울 때가 있다.
그게 오늘이다.
"아, 안그러셔도 됩니다!"
"괜찮아. 그리고 너 왜 그렇게 군기가 들어있냐."
"아앗. 상부에 보고할 때 습관이 나왔어요!"
스칼렛은 벌떡 일어나더니 쥐가 난 듯 허벅지를 주물렀다.
"큭."
얘도 진짜 어이가 없네.
나는 냉장고를 열어서 재료를 확인했다.
분명 저번에 김치찌개를 하고나서 남은 재료가... 없네?
"아니, 다 어디 갔어."
이 미친 서큐버스가 내가 사놓은 재료들 다 어디에 놓은 거야.
방에 들어가 세상 모르게 자고있는 릴리아나의 젖꼭지를 잡아당겼다.
"꺄흑?! 아앙! 뭐, 뭐야! 미쳤어?"
"내가 송송 썰어놓은 대파랑 김치 다 어디 갔어."
"어차피 먹지도 않을 거 내다 버렸어! 치킨이랑 먹어도 맛없잖아! 거짓말쟁이야!"
"아니 이런 미친...."
이게 관리를 안 해줬더니 다시 망나니가 되려고 하네.
김치킨이 얼마나 맛있는데.
서큐버스는 고쳐서 쓰는 게 아니라더니, 기강을 잡아야 할 것 같다.
"너 이리 와."
나는 누워있는 릴리아나에게 마운트 자세로 올라타 손을 밑으로 내려 꼬리를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이게 약점이라는 건 이미 알고 있다.
"뭐, 왜 이래! 아악! 살려줘 스카웃!"
"리, 릴리아나님...!"
침대 위로 올라온 스칼렛은 나와 릴리아나 사이에서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나와 눈이 마주쳤다.
'야, 여기서 내 편을 들어야 얘한테 벌을 받지.'
'...!'
내가 보낸 눈길을 알아들은 스칼렛은 릴리아나의 팔과 다리를 잡기 시작했다.
"죄송해요!"
"꺄악! 스카웃! 너 진짜 미쳤구나! 아앙! 주인님! 죄송해요! 사실 버리면 이렇게 덮쳐주실 줄 알고... 하흡!"
"그럴 줄 알았다. 이 망할 서큐버스야. 입 벌려"
대체 얘는 생각 회로가 어떻게 되어 있는걸까.
"컥... 쭙. 끄브븝...."
나는 아침부터 릴리아나의 목구멍에 내 성욕을 쏟아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