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12화 〉112화. 서바이벌 시험 (5) (112/648)



〈 112화 〉112화. 서바이벌 시험 (5)

짹짹-

밖에서 들리는 새소리에 눈을 떴다.


바로 몸을 일으키려다가, 배에서 느껴지는 무게감에 눈을 내려보니  위에 루미가 누워있었다.

"아 맞다…."

그제서야 자지를 조이고 있는 보지의 감촉도 느껴졌다.


"으으음…."


루미도 내가 일어나자 정신을 차린  잠에서 꺠어났다.


"하아암… 호연 씨… 좋은 아침이에요. 흐응…."


"루미, 한  하고 일어나자."

나는 일어나려는 루미의 엉덩이를 꽉 붙잡았다.

"아, 네엣…."

루미도 얼굴이 빨개진 채로 내게 다시 붙어왔다.


일어나자마자 아침 발기가 풀리기 전에 하는 섹스를 상상했던 적이 많은데, 지금 이루게 될 줄이야.


나는 동의를 얻자마자 허리를 쳐올렸다.


"아, 흐으읏…."




*


섹스를 끝내고 보니 몸에 마나가 고갈되어 있었다.

밤새 룬의 결계를 유지한 탓이다.


결계도 불안정한 걸 보니 밤새 꺼졌다 켜졌다 한 거 같은데… 다행히 별문제는 없었네.

다음부턴 확실하게 정리하고 자야겠다.

루미는 허리를 들어올린  이불 위에서 몸을 움찔대고 있다.


아침부터 너무 격하게 했나.

결계를 풀고 나와서 주변을 살폈다. 어젯밤과 달라진 점은 없었다.


개울가에 가서 어푸어푸 세수하니 정신이 좀 말끔해졌다.

루미도 곧 정신을 차리고 텐트에서 나왔다. 시체처럼 걸어와서는 어푸어푸 세수하고 기지개를 켰다.


"굿모닝."

"네엣… 좋은 아침이에요."


늦은 아침 인사를 건네고 나도 스트레칭으로 몸을 좀 풀었다.


★ 히로인 상태창


[루미]


- [ 호감도 : 92 ] (+0.3)
- [ 성욕 : 46 ]
- [ 식욕 : 78 ]
[ 피로도 : 55 ]

현재 상태 : 배고픈데… 먼저  먹자고 꺼내자고 할 수도 없고… 호연 씨는 언제쯤 식사하려나

어제 잠을  자서 그런가? 피로도가 많이 내려갔다.


그래도 식욕은 더 높아진 걸 보니 계란하고 초코바로 채운 열량보다 나랑 섹스로 태운 열량이 더 많은 모양이다.


"루미, 배고픈데 아침 먹을까?"

"네. 좋아요…."


나도 나름 배고팠으니 같이 아침을 먹기로 했다.


빈속에 너무 기름진 걸 먹으면 안 좋을 테니 소고기 죽이랑 장조림을 꺼내서 가볍게 아침 식사를 마쳤다.


"호연 씨… 진짜 고마워요…."

"아니야. 어차피 너희들 챙겨주려고 많이 산 거라서 괜찮아. 이제 어디 갈까?"


"저는 루시를 찾으러 가려구요. 루시랑 같이하고 싶어요."


"그럼 같이 가자. 나도 같이 다니지 뭐."


"아니에요. 이번에는 저희 둘이 해보고 싶어요."


딱히 할 것도 없으니 같이 다니려고 했는데 예상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뭐지?  거부당하는거야?


"어, 그래?"


"네. 시작하기 전에 루시랑 얘기했거든요. 둘이 만나서 합을 맞춰보기로."

"아…."


드디어 둘이 합을 맞춰보기 시작하는 모양이다.


하긴 내가 너무 많이 봐줘도 성장의 기회가 사라지는 거니까.

가끔은 둘이 해결하게 내버려 두자.


"그럼 먹을 거만 챙겨가."


"괜찮아요. 저희가 해볼게요."


"시끄러. 그냥 준다면 받아."

나는 루미의 말을 무시하고 아공간에서 음식을 꺼냈다.

가볍고 열량이 높은 음식 위주로 비닐에 담아 루미의 손에 강제로 들려줬다.


"아, 괜찮은데…."


"너희 주려고 산 거라 괜찮다니까."

"…  먹을게요."

루미도 하루 버텨봤으니 이 섬에서 얼마나 식량을 구하기 어려운지 알 거다.

물론 오늘부터 보급이 떨어지겠지만, 그거 얻으려고 싸우느라 빠질 힘을 내가 대신 채워주는 거다.


 식량은 길어도 며칠분량이니까,  다음부터 나에 대한 감사가 더 늘겠지.


"힘내고. 위치 정보 공유해줄 테니까 혹시 또 도망갈 일 있으면 나한테 도망 와."

"푸흡… 알겠어요."

루미는 내게 인사를 하고 총총총 숲으로 들어갔다.


찐따같던 루미가 저렇게 크다니 가슴이 웅장해지네.

약간 걱정되긴 하지만 언제나 내가 도와줄 순 없다. 가끔은 실수도 하면서 성장해야지.

루미의 모습이 완전히 보이지 않게 되자 나는 텐트를 정리했다.


조용한 곳에서 명상을  마나를 채워야 한다.


다행히 뒤에 있는 돌산에 있는 작은 굴을 어제 찾아놨다.


거기서 하면 되겠지.


부스럭- 터벅터벅.

하지만 텐트 정리를 마치자마자 뒤에서 묘한 인기척이 느껴졌고, 나는 고개를 돌렸다.

"엘리스?"

상태가 영  좋아 보이는 엘리스가 내게 비척비척 걸어오고 있었다.

★ 히로인 상태창

[엘리스]

- [ 호감도 : 30 ]
[ 성욕 : 57 ]
- [ 식욕 : 85 ]
- [ 피로도 : 90 ]

현재 상태 : 마석이 필요해. 배고파 죽을  같아….




피로도가 90에 식욕이 85… 진짜 힘든가 보네.


성욕이 57까지 올라온  죽기 전에 번식이라도 하고 싶어서 그런 건가?

"엘리스, 무슨 일이야. 밥 좀 나눠줄까?"


일단  상태가 말이 아니라서 밥을 좀 먹여야 할 것 같은데.

"마석… 조금만 나눠줘."


"뭐?"

인사도 없이 다짜고짜 하는 말이 저거다.


마석을 왜 나한테 찾아. 너 예비용 마석 있잖아.


"밥은 있어도 마석은 없는데. 애초에 시험 보는데 마석을 왜 들고 와."

"다 알고 있어. 마석도 챙겨왔잖아."

"아니 안 챙겼다니까?"

왜 나한테 마석이 있다는 건지 모르겠네.


아무리 쓸데없는 물건을 다 사 왔다지만 마석까지  와서 뭐하냐고.


"하아… 나  알고 있어. 네가 마력 장애가 있는 것도 알고, 루미나 백아영 선생님, 임솔 교수님과 육체적 관계를 맺고 있는 것도 알고, 몰래 여자랑 동거하는 것도  알아. 하지만 소문내지 않을게. 대신 이번 시험에서 나를 조금만 도와줘."



'뭐?'


마력 장애는 무슨 개소린지 모르겠지만, 내 여자관계를 알고 있다니.

'아니 도대체 어떻게 안 거지?'

나름대로 최대한 주의 깊게 했는데…?

심지어 임솔 교수와 관계까지 들킨 거면, 임솔 교수의 연구실까지 뚫렸다는 건데…


'엄청나게 고위 간부가 붙었나 보네.'

임솔 교수가 마법 계의 신성 취급이긴 하지만 아직 20대 중후반이다.


몇십 년간 경험을 쌓은 진짜 최강자들에게는 스토리 초반부인 지금은 아직 부족하다.

설마 그 정도의 간부가 붙어있을 줄이야… 더 신중했어야 했는데.

"… 일단 밥 먹고 얘기하자.  상태가 말이 아니야."

나는 훈제 삼겹살을 꺼냈다.

빈속에 기름진  먹는 게 안 좋다고 하지만,  협박하려고 찾아온 애한테 굳이 챙겨줄 필요는 없다.


"자, 천천히 먹어."

"…."

엘리스는 내가  고기를 젓가락으로 하나씩 집어먹기 시작했다.

애가 왜 이렇게 됐을까.

원래 엘리스는 이런 캐릭터가 아니다.


자존심이 강한 캐릭터의 대표지만, 막상 꼬시면 쉽게 함락되고 약해지는 여자.

실제로 얼마 전에 호감도가 급격히 높아지고 상냥해지는 모습에서  일면을 보기도 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변했지?


내게 여자가 많아서? 쓰레기라서?


'그건 아니야.'


엘리스는 의외로 하렘에 관대하다.

자기 아버지부터 아내 몰래 바람을 피우고 다니는 희대의 쓰레기지만, 능력이 있기에 용서해주는 엄마를 보고 자랐기 때문이다.


원작 게임에는 순애 루트 밖에 없지만, 엘리스에겐 이런 대사가 있다.

[능력 있는 남자에 벌이 꼬이는 건 당연하지. 다 허락할 수 있어. 하지만, 내가 여왕벌인  잊지 마.]

즉 능력이 있다면 용서해준다는 건데, 나는 지금까지 열심히 능력을 입증해왔다.


이 정도면 떡상보증수표인데 능력이 없다는 건 말이 안 되잖아.

그럼 부족한 건 뭘까.

'호감도.'

 좋아하지 않아서 그렇다.


날 좋아하게 되면 다른 여자들도 허락해주는 거다.

'일단 내려간 호감도를 올려야겠네.'


그리고 확실한 상하 관계를 입증시켜야 한다.

내가 꽃이면 엘리스는 벌이다.


엘리스가 내게 찾아오는 관계가 되어야 한다. 내가 찾아가는 관계가 아니다.

여자관계도 처음부터 밝히고 가는 게 좋겠지.  명쯤은 이런 히로인도 있어야 한다.

고기를 슬슬 다 먹어가는 엘리스에게 말을 걸었다.


"마트에서 할인하길래 산 고기인데, 맛 괜찮아?"

"… 응."


"다행이네. 하긴 배고프면 다 맛있겠지."

"… 너 진짜 이상해. 난 지금 널 협박하러  거야. 그런데 왜 계속 친한  하는 거야?"

엘리스는 젓가락을 내려놓고 나를 이상한 듯 쳐다봤다.

"크흡."


나는 일부러 소리 나게 코웃음 쳤다. 그걸 본 엘리스의 표정이 약간 굳었다.


"엘리스. 소문  거라고? 하려면 해봐. 여기는 네 본국이 아니라 한국이야."

"…."

"백아영 선생님과 임솔 교수님은   자의로 나와 만나고 있어. 네가 모르는 물 밑의 계약관계가 복잡하거든. 게다가 공론화하더라도, 언론이 네 편을 들어줄까 내 편을 들어줄까? 너는 아카데미를 졸업하면 프랑스로 돌아가겠지만, 나는 한국에 남을 텐데?"

당연한 이치다.


졸업하자마자 남의 나라의 국력이 될 엘리스와, 졸업하면 한국을 대표할 헌터가 될 이호연.

한국에서 누구 편을 들까는 생각할 필요도 없다.

누가 하는 말이 진실인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사람들은 언론에서 쏟아내는 기사들을 믿을테니까.

물론, 진짜 엘리스가  일을 터트린다면  입장에선 굉장히 귀찮아진다.

히로인들을 공략하는 데에 꽤  걸림막이 될테니까. 애초에 엘리스도 히로인인데 큰 적을  순 없다.

하지만 중요한 건, 엘리스는 그 사실을 모른다는 점이다.


만약 내게 특정 여자를 꼬셔야 하는 조건이 없다고 치면, 내가 볼 피해는 거의 없다.

정 안되면 다른 여자를 만나도 된다. 나는 그런 능력이 있었다.

똑똑한 엘리스라면 내 말을 알아들었겠지.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엘리스. 정작 뒷조사를 한  넌데 왜 네가 화를 내는 거야. 난 네 친구로서 널 도와주고 싶은 거뿐이야. 내 말에 일리가 있는  네가 제일 잘 알잖아."


"…내 몸을 노리는 게 아니라?"

"미안한데, 네 몸을 노렸으면 지금 당장 행동했겠지. 너 지금 몸에 마나 하나도 없잖아."


엘리스는 내 말에 입을 다물었다.


이런, 약간 위협하는 말이 되버렸다.

"나라고 보이는 여자를 다 덮치진 않아. 그리고 미안한데 마석을 챙겨오진 않았어. 마력 장애는 솔직히 무슨 오해인지 모르겠다."


아예 전말도 모르는 사실로 블러핑을 칠 순 없다.


허세인 게 들키기라도 하면 괜히 꼬일 수도 있으니까.

"… 그래. 얘기해줄게. 나는 선천적 마력 장애가 있어. 당연히 마력 장애에 대한 정보를 많이 알지."

이걸 자기 입으로 고백할 줄이야... 꽤 다급했나보네.

"그런데 너. 생도한테 전혀 쓸모없는 최상급 마석을 구매하고 있고, 백아영 선생님에게 주기적인 치료를 받고 있고, 마법 실력에 비해 마나량이 적잖아. 이게 마력 장애가 아니면 어떻게 설명할 건데?"


"…."

나를 다그치듯이 따박따박 얘기하는 엘리스는 정말 다급해 보였다.


나에게 약점을 잡지 않으면 내가 시험을 도와주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깔려있는 것 같았다.



 히로인 상태창

[엘리스]


[ 호감도 : 31 ]
- [ 성욕 : 55 ]
[ 식욕 : 43 ]
- [ 피로도 : 87 ]

현재 상태 : 이건 분명히 거짓말이야…! 반드시 진실을 듣고 말겠어.



'이 정도면 블러핑 칠만 한데…?'

지금 엘리스는 높은 피로도 때문에 정상적인 사고가 잘 안되는 것 같았다. 치밀하고 철두철미한 엘리스가 저런 정보를 다 말해주는 건 큰 실수다.



대충 상황 파악은 끝났다.

원작과 달리 내게 마력 장애가 있다고 오해한 엘리스는 호감도가 급격히 상승했고, 내게 상냥해졌다.

그러다가  여자관계를 알고 나서 다시 호감도가 떨어진 거다.


그럼 다시 호감도를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당연히 마력 장애에 대해서 얘기해야겠지.

나는 표정을 관리하며 말을 이었다.


"하아… 그래. 맞아. 나는 마력 장애였어."


"마력 장애였다고…?"

일부러 흘리듯이 얘기한 말을 엘리스는 놓치지 않았다.


"그래. 최근에 치료했거든."


나는 말을 함과 동시에 대기의 마나를 빨아들였다.

순식간에  몸을 채우기 시작한 마나들은 내 마나 회로를 따라 빠르게 돌아갔다.


"어, 어떻게 이런…?"

마석도 없이 대기에서 마나를 채우는  마력 장애는 절대 할  없는 일이다.


"보다시피 난 마력장애를 치료했어. 그리고… 치료 방법도 알고 있어."


엘리스는 내 말에 눈을 크게 떴다.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