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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1화 〉101화. 1대1 결투 (7) (101/648)



〈 101화 〉101화. 1대1 결투 (7)

"큭."

남다은은 이게 마지막 기회인 것처럼 나를 공격했다.

저렇게 필사적인 모습을 연기하는 이유는  방심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이게 마지막 발악이고, 이것만 막으면 이긴다는 생각을 심어주면서 더블 캐스팅을 유도하는 거다.


지이잉-

남다은의 몸에서 나오는 마력이 내 주변을 둘러쌌다. 내 몸이 무거워진다. 대련장의 공기들에 무게가 생기며 나를 압박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런 거 까지 가능하다고?'

 정도면 진짜 1년 뒤 남다은하고 차이가 없었다.

대체 얼마나 힘을 숨기고 있던 거야.

몸이 무거워지자 남다은의 공세를 막아내기는 점점 더 힘들어졌다.

하지만 공간참을 준비하는 신호인 자줏빛 검날이 유지되는 이상 코튼 가드로 공간참을 막기 위해 더블 캐스팅을 하나 남겨놔야 했다.


내 허벅지를 노려온 검격을 막아내며 견제를 위해 화염구를 소환했다.

'이거 안 되겠는데.'

'개안'으로 남다은의 공격로를 모두 예측했지만, 그래도 막기가 힘들 정도의 속도와 파워였다.


콰앙!

아직까지는 코튼가드로 공격을 받아치며 역공이 가능했지만, 남다은의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나는 느려졌다.

이대로라면 공간참까지 가지도 못하고 내가 패배할 것 같았다.

나는 승부수를 던졌다.

남다은이 공간참을 사용하지 않는 건, 확실한 순간에 쓰기 위해서다.

아직 어디에도 공개하지 않은 스킬이었으니 내가 알고 있다는 생각은 전혀 안 하고 있겠지.

그러니  생각을 파고들어야 했다.

지금 경기의 흐름은 내가 불리하지만, 남다은의 입장에서도 마력량의 부담으로 빨리 끝내고 싶을 거다.

그렇기에 일부러 공간참을 사용할 틈을 내주면, 남다은의 공격을 유도할 수 있다.

공간참은 남다은의 마력으로 지배한 공간 내부라면 어디든  수 있다.

하지만 룬의 결계라면 어떨까.

룬의 결계는 존재하는 결계마법 중에서 가장 강력하다.


결계 바깥과의 연결을 완전히 끊어내기 때문에, 남다은의 [공간 지배]도 끊어낼  있을 것이다.

"큭!"


코튼 가드의 틈을 파고들며 들어온 검에 팔이 스쳐 상처가 났다.

'가속'을 쓰고 있는데도 남다은의 공간에 있다 보니 속도가 부족했다.


나는 거리를 벌리고 '룬의 결계'를 사용했다.

 몸을 중심으로 커져가는 결계가 대련장의 반절을 채웠다.

"좀 끝내자...!"

룬의 결계가 확실히  주변 공간을 차단하자 느껴지던 답답함이 사라졌다.


완전히 남다은의 [공간 지배]에서 벗어난 걸 깨닫고. 답답한 듯 소리치며 마법을 캐스팅했다.


양손으로 화염구와 화염창들을 소환했다. 더블 캐스팅이었다.

맞은편에 서 있던 남다은이 미소를 지었다.


"이걸로 끝이야!"

남다은도 내가 여유가 없어졌다고 생각한 것 같았다.

검의 자줏빛이 찬란하게 빛나며 천천히 허공을 베었다. 공간을 뛰어넘는 검격이  몸을 두 동강 내며 경기가 끝나야 정상이다.


하지만, 내 몸은 베이지 않았다.

"어?"


순간 당황해서 의문을 내뱉는 남다은의 눈앞에 순식간에 섬광을 터트렸다.

원래라면 당하지 않았겠지만, 당황한 틈을 노렸으니 남다은도 반사적으로 눈을 감아버렸다.


"크흡!"

곧 정신을 차리고 다급히 양손으로 몸과 머리를 보호하는 남다은이지만, 내가 마법을 빗맞힐 리가 없었다.


사이사이로 파고들어 간 화염창들이 남다은의 몸을 관통했다.

제대로 방어하지 못하고  마법을 직격으로 당했으니, 상처가 엄청날 것이다.

이대로 마무리만 지으면 끝나는 상황이다.

남다은은 너덜너덜한 몸으로도 검을 들었지만,  눈에는 체념이 담겨있었다.

★ 히로인 상태창


[남다은]

- [ 호감도 : 31 ]
- [ 성욕 : 20 ]
[ 식욕 : 30 ]
[ 피로도 : 33 ]

현재 상태 : 아파, 하지만 이겨야 해. 무조건 이겨야 해. 지면...  죽이고 죽는 수밖에 없어.




"...."


전투 감각으로 뜨거워졌던 머리가 조금 차가워졌다.

지금 내가 남다은을 도와줄 수 있을까.

물론 내 인맥들을 총동원한다면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임솔과 백아영, 문수린에 엘리스까지.


능력 있는 여자들이 하도 많으니 도와주기만 한다면 가능하겠지.

하지만 다른 히로인을 공략하는 데에 히로인들에게 도움을 받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아니었다.


물론 엘리스에게 받은 아이리스 길드장 의뢰권을 남다은에게 사용할 생각이었지만, 그건 직접적인 도움까진 아니니까.


지금 내 성장세를 봤을 때, 반년이면 남다은을 구할 수 있다.

실력도 그렇고, 입지도 그렇고. 지금 남다은을 구하려면 다른 사람들에게 억지로 도움을 요청해야 하지만 그때가 된다면 그럴 필요도 없어진다.


그러니 지금은 한 수 물러나는  맞다.


솔직히 싸가지없던 남다은을 참교육하고 싶은 마음도 약간 있었지만... 불쌍하기도 하고. 일단 히로인 공략이 제일 중요하다.


검을 들고 내 공격을 대비하고 있는 남다은을 바라보며 마법진을 그리다가, 마법진을 캔슬시킴과 동시에 가슴을 부여잡고 한쪽 무릎을 꿇었다.

"끄아악!"

여기서 기권할 수는 없으니... 나도 마나가 떨어진 척하는 수 밖에 없다.


이제 남다은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나를 베기만 하면 되는데... 남다은은 가만히 서서 나를 보고 있었다.


'아니 뭐해! 와서 베라고!'



 히로인 상태창


[남다은]


[ 호감도 : 31 ]
[ 성욕 : 20 ]
- [ 식욕 : 30 ]
- [ 피로도 : 33 ]

현재 상태 : 아무 전조도 없이 마력 탈진이...? 혹시, 나 때문에 저렇게 일부러... 항복. 내가 항복을 외쳐야 해. 하지만 그러면 다희가...



너무 갑작스러운 연기였는지, 남다은도 눈치를 챈 것 같다.

하지만 동생을 생각하는 남다은의 마음이 훨씬 앞서서 혹시 눈치채더라도 망설임 없이 날 베어낼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이미지 관리가 독이 되어버렸다.

그때, 갑자기 관람석에서 내려와 대련장 앞까지 찾아온 엘리스가 밑에서 난동을 부리기 시작했다.


"시, 심판! 이호연 생도의 상태가 안 좋아요! 빨리 중지시켜요!"


엘리스의 당황한 표정을 보니 내가 더 당황스러웠다.

'너는 갑자기 왜 그러냐?'

심판은 갑자기 대련장 밑까지 찾아온 엘리스가 곤혹스러운 듯 스태프를 불렀다.

남다은은 아직도 날  생각이 없는 건지, 동공이 흔들리는 상태로 서서 고민을 이어가고 있었다.

"심판!!! 경기 중지시켜요!!! 죽으면 당신 책임이야!!!"

밑에서는 나보다도 엘리스가 더 난리다.

"이호연 생도, 경기 진행에 문제가 있으면 조치할 수 있도록 말해주게."

심판은 결국 내게 직접 물어왔다.


나도 모르겠다. 기권할 생각은 없었는데, 엘리스가 저렇게 해주니까 괜찮겠지.


"기, 기권하겠습니다."

나는 메소드 연기를 위해 눈을 감고 대자로 누워버렸다.


"긴급환자! 긴급환자! 엠뷸런스 불러!"


'... 이게 맞나?'

나는 들것에 실려서 대련장 밖으로 빠져나왔다.


엠뷸런스인지 뭔지에 실려서 내가 도착한 곳은... 양호실이었다.

"또 보네요. 아영 씨."


"… 아무 이상도 없는데 왜 엠뷸런스에 실려 온 거야?"

긴급 환자라는 말에 다급히 뛰어나온 백아영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들것에 실려 들어온  하필 나였으니 더 놀랐겠지.

"… 죄송합니다."




★ 히로인 상태창

[백아영]

[ 호감도 : 87] (+0.4)
- [ 성욕 : 73 ]
- [ 식욕 : 30 ]
- [ 피로도 : 35 ]

현재 상태 : 호, 혹시 나를 보러...?

'당신 보려고  거면 왜 들것에 실려 왔겠냐고....'

 사람의 뇌 구조는 아직 이해하기 어려웠다.



*




이호연이 들것에 실려 나간 이후, 결승전이 끝났다.


이호연의 마력탈진으로 인해 우승은 남다은이 차지했다.


하지만 남다은은 하나도 기쁘지 않았다.

'나를 위해 져준 거야.'

이호연의 연기실력은 형편없다는 걸 음료수를 사줄 때부터 알아봤다.

자신의 공간참이 막힌 이유는 아직도 모르겠지만, 그와 동시에 나를 노린 공격은, 분명히  공격이 막힌 걸 알고 있는 눈치였다.

그때 입은 치명적인 피해로 사실상 경기는 끝난 거였다. 남다은이 억지로 검을 잡고 일어났을 뿐이다.

쓰러지기 직전이었던 남다은과 달리 이호연의 기세는 그대로였다. 그 상태에서 갑작스러운 마나탈진이 일어날 리가 없었다.

'내가 진 건데…. 이호연도 1등이 하고 싶었을 텐데… 나를 위해….'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자만했을까. 준우승을 시켜주긴 무슨. 정작 자신이 우승을 당해버렸다.


자신이 경기 전에 보여준 여동생과의 통화 때문에 마음이 약해진 이호연이 기권을 해준 것이다.


"하아… 난 쓰레기야."

동생을 팔아먹어서 1등을 한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결과적으로는 다행이었다.


이호연 덕분에 1등을 할  있었으니까.

자신과 여동생의 목숨을 구해준 것과 마찬가지였다.

'이건 꼭 보답해야지.'

남다은은 자신에게 1등을 안겨준 이호연에게 감사하며 다음에 꼭 보답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



실기 시험이 끝난 다음 날. 빅토리아 아카데미 회의실.

1학년 교수들이 모두 모여 각자 눈앞에 홀로그램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었다.

"1대1 결투까지 끝났으니, 이제 점수합산을 해보죠."


실기시험 채점은 모든 교수들이 모여서 진행한다.

공정함을 위해서이기도 하고, 최대한 객관적인 점수를 부여하기 위해서다.

"1대1 결투 우승이 남다은이니까... 1등도 남다은 이겠죠?"

"하긴, 1대1 결투에 부여된 점수가 워낙 높잖아. 지금까지 1대1 결투 우승자가 실기 1등을 놓친 적은 없지."


"으음... 여러분들. 잠시 이 자료를  봐주세요."

남다은의 대한 얘기가 한창인 와중에,  여교수가 모니터에 자료를 띄웠다.

거기엔 남다은의 조별시험 태도에 대한 내용이 쓰여있었다.

"아... 이번 중간고사 때도 고치질 못했네요. 분명 저번 던전 실습 때도 지적받았을텐데."

"그렇죠. 팀원과의 소통이나 협동성이 아예 없어요."

"오히려 같은 조인 이호연이 팀의 핵심적인 역할인 것 같은데? 남다은과 전투력이 비슷한데도 나서지 않고 팀을 먼저 챙기잖아. 상황 파악 능력도 압도적이고."

"저게 바로 던전 실습 시험에서 원하는 인재 아닌가?"

이호연은 이미 완성된 인재였다.


생도 시절에는 자신의 힘에 취해 주변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 면이 있는데, 이호연에게는 그런 자만심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단서를 조합해 길을 찾아내고 보스 몬스터를 예상하는 능력은 현역 헌터급이었다.


"실전 괴수 훈련도 이호연 생도가 신기록을 세웠네요. 10단계 9초는 정말 전무후무한 기록이에요."


"정신력이 얼마나 강하길래 '하멜 던전의 악몽'이 보여주는 악몽을 9초 만에 떨쳐낸 거야? 말이 안 되는 데."

"정신력과 관련된 스킬이 있을 수도 있죠. 어쨌든, 이호연 생도도 점수가   나오겠어요."


여교수는 이호연의 점수를 체크하고 합산된 점수를 홀로그램 모니터에 입력했다.

"어? 잠시만요. 이러면 1대1 결투까지 포함해도... 이호연 생도 점수가 조금  높은데요?"


1대1 결투가 비중이 크다지만, 이호연도 1대1 결투에서 2등이라는 성적을 냈다.


게다가 남다은은 다른  시험에서 모두 이호연에게 밀렸기에, 점수가 뒤집힌 것이다.


"남다은은 아쉽겠네. 1대1 결투에서 1등을 했는데도 2등이라니."


한 교수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던전 실습에서 깎인 점수가 꽤 크다보니 어쩔  없어요."


"3등인 엘리스 양과는 차이가  큰데, 1등과 2등이 정말 종이 한  차이야."

"일단 이번 실기시험의 1등은 이호연 생도로 정해졌네요. 결과 발표는 시험이 끝나고 하면 되겠죠?"


"응, 다음 주 시험까지 끝나고 발표해야지."

'나는 안 나서도 되겠네.'

교수들 사이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임솔은, 굳이 나서지 않아도 이호연이 1등을 차지한 상황에 안도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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