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3화 〉53화. 표창 수여식 (2)
수업이 끝난 후, 임솔 교수에게 찾아갔다.
루미가 동아리 방으로 간다고 은근히 전해왔지만, 매일 그 짓만 할 순 없잖아.
- 또 여교수 만나러 가는 거야?
"응. 연구할 게 있어서."
- 흐음.
원래라면 또 펠라 받으러 가는 거라면서 갈굴 타이밍인데 왜 아무 말도 안 하지?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임솔 교수님 만나러 오신 거죠?"
"네."
"엘리베이터 타고 올라가시면 됩니다~!"
마도관의 로비에도 내 이름이 등록되었다.
이제 임솔 교수의 연구실은 임솔의 허락 없이도 드나들 수 있었다.
무슨 문제가 있진 않을까 했는데, 어차피 자기가 연구실을 비울 일도 없고, 누가 훔쳐가도 못 알아본다면서 그냥 허가해줬다.
그만큼 자신 있으시다는 거지.
엘리베이터를 타고 임솔의 연구실로 들어왔다.
연구실에 얼굴이 없는 걸 보니 집무실에서 또 서류라도 보고 있나 보다.
똑 똑 똑
"어~ 들어와."
문을 살짝 열고 들어가자, 의자에 앉아서 프린트를 보고 있는 임솔이 보였다.
"안녕하세요."
"엥? 너였구나. 조교인 줄 알았는데."
"오늘 수업 끝나고 찾아온다고 했잖아요."
"응응, 어차피 할 것도 없어. 앉아."
지금도 서류에서 눈을 떼지 않으면서, 할 게 없다는 건 무슨 소리일까.
남들과 다른 세상에서 사는 건가?
잡생각을 하며 집무실 소파에 앉았다.
짝짝.
임솔이 박수 두 번을 치자 티 세트가 날아와서는 커피를 따라줬다.
홀짝.
역시 믹스커피였다.
"아이디어가 있다며? 말해봐."
"저번에 제가 보여드렸던 빠른 마법 발현 법은 진전이 있으세요?"
"아니, 그건 아무래도 네 스킬이랑 관련 있는 것 같아. 나는 도저히 안 되더라."
임솔은 툴툴대면서 프린트를 내려놓고 커피를 한잔 마셨다. 그러곤 행복한 표정으로 초코 쿠키를 입에 가져갔다.
"이번에는 교수님도 가능하실 거에요."
"냠. 뭔데?"
말보단 행동으로 보여주는 게 쉬울 것 같다.
더블캐스팅을 이용해 양손에 화염구를 만들어냈다.
한쪽에는 마법진을 그리면서 '파괴'의 의지를 담았고, 한쪽은 그냥 마법진을 그렸다.
두 화염구는 들어간 마나도 같았고 같은 술식을 사용하고 있었지만, 한쪽이 조금 더 강하게 타올랐다.
"이게 뭐……?"
임솔은 커피를 마시려고 잔을 입에 가져가다가, 입을 벌린 상태 그대로 굳었다.
조금씩 손의 힘이 풀리면서 잔이 떨어지려고 하길래 재빨리 잔을 받아서 테이블에 내려놨다.
"잠시만, 너. 컨디션 조절하는 법을 찾은 거야?"
잠시 정신을 못 차리던 임솔이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컨디션 조절은 또 뭐에요?"
"컨디션 조절을 왜 모르… 아, 맞다. 너 마법 한 지 얼마 안 됐지? 마법은 같은 마나에 같은 술식을 사용해도 강한 마법이 나오기도 하거든. 아직 정확한 이유는 안 밝혀졌는데, 그날그날의 컨디션 때문이라는 게 제일 유력해."
아하. 그렇게 생각하는 게 가장 합리적이긴 하다. 같은 마법이 가끔 다르게 써진다면 말이다.
하지만 그런 가설이 나온 건, 다른 마법사들이 마나를 제대로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설계도에서도 건물 전체를 지탱하는 부분이 있듯이, 마법진에도 마법 발현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과 보조하는 부분이 나뉜다.
그 핵심 술식에 의지를 불어넣어야 한다.
"핵심 술식…?"
임솔에게 내가 알아낸 개념에 관해 설명해줬다.
처음에는 이해가 안 되는 듯했던 임솔도 내가 다시 한번 마법을 보여주면서 설명하자 눈이 화악 떠지더니, 말 없이 마법진을 그리기 시작했다.
- 와, 너 진짜 천재야? 어떻게 아는 거야 이런 건?
"지옥에서도 이런 개념은 없어?"
임솔이 마법에 너무 집중해서 불러도 대답이 없길래, 조용히 릴리아나와 속삭였다.
- 애초에 지옥에선 마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너희랑은 마법구조가 달라.
"으흠, 나중에 한 번 배워야 하나."
저번에 매혹 마법은 큰 도움이 되지 않았지만, 혹시 모르니까.
"…됐어!!!"
파지지직!
선명한 푸른 전기가 임솔의 몸을 타고 흐르기 시작했다.
"와… 그거 원래되게 약한 마법 아니에요?"
내가 알기로 저거 몸 주변에 약한 전류이 흐르게 하는 마법으로 알고 있는데. 왜 삐까츄 볼트태클이 됐냐?
"이거, 이거… 말이 안 돼… 진짜로…!"
임솔은 엄청나게 흥분해서 내 어깨를 잡고 흔들었다. 조금씩 감전되는 거 같아서 아파요. 교수님.
"완전히 마법계를 뒤흔들만한 발견이야. 으으으…!"
"진정하세요. 교수님."
"이걸 보고 어떻게 진정해! 진짜 다행이야! 누구보다 내가 널 먼저 만나서 다행이야!"
임솔이 내 상체를 꽉 끌어안고 가슴을 마구 비벼댔다.
가슴을 비벼대기보다는 기뻐서 몸을 흔드는 것 같긴 했지만, 내가 그렇게 느꼈는데 어쩔 거야.
그렇게 집무실 소파와 테이블을 마구 때리면서 난리를 피우던 임솔은, 곧 진정하곤 소파에 몸을 맡겼다.
"하아… 진짜 좋아."
"저 잘했죠?"
"잘한 수준이 아니라니까?! 이건 진짜 세계적인 발견이라고! 네가 세계 마법 학계에 발자취를 남기는 거야!"
그 말을 하는 임솔은 진심으로 기뻐 보였다. 대체 마법이 뭐라고 이렇게 기뻐하는 걸까.
"하아, 진짜 너는 천재야. 아니 천재라는 단어로 표현할 수 없어. 그냥… 모르겠어."
"이번 아이디어는 어땠어요?"
"응? 그야 당연히 엄청났… 지… 이…."
임솔의 말끝이 고무줄처럼 늘어났다.
나와 임솔은, 희미해지긴 했지만 분명 계약관계다. 내가 임솔의 연구를 돕는 대신 임솔은 내게 그렇고 그런 일을 해주는 관계다.
"그, 뭐냐. 내가 전부터 너한테 맞을 만한 영약을 찾고 있는데, 도저히 매물이 없어."
"갑자기요?"
이 사람 말 돌리는 거 봐라?
"으응, 근데 진짜야! 너한테 잘못한 것도 아직 기억하고 있고… 그, 내가 원래 말을 잘 못 해서… 뭐, 뭐라는 거야 혼자. 으아…."
귀여운 척을 해서 내 신경을 돌리려는 의도는 좋았다.
"어, 어쨌든… 한 번에 모아서 정산할 테니까 기다려줘…."
그런 말을 하는 임솔은 얼굴은 새빨개져 있었다.
펠라는 적응했는데, 여기서 진도가 나가는 건 창피한 건가?
익숙한 듯 펠라 할 때보다 이런 모습을 보니까 다시 귀여워 보이기도 하고…?
임솔에게 다시 성욕이 올라오는 거 같긴 하지만…
"어차피 지금 할 생각도 없었어요."
"그, 그래?"
아무리 섹스가 좋아도, 지금 당장은 여유가 없다.
당장 내일 표창 수여식이고, 내일 모래면 던전 실습 훈련이다.
어제 루미의 상태를 보니 히로인들을 꼬실수록 내 아랫도리를 쓸 일이 많을 것 같다.
히로인도 아닌 임솔한테 비중을 너무 할애할 순 없다.
물론 그렇다고 섹스를 안 할 순 없지. 나중에 좀 여유로워지면 하자.
"대신,이거 연구 끝나면 확실하게 해주셔야 해요. 아시겠죠?"
"크흠! 알았어. 난 마법이 관련되어 있으면 절대 거짓말 안 해. 걱정 마."
부끄러움을 숨기려는 듯 빨개진 얼굴을 손으로 부채질하는 임솔의 모습에, 미소가 새어 나왔다.
"근데 원금은 나중에 정산해도, 이자는 받아야죠."
"어? 아… 응."
임솔은 천천히 로브를 바닥에 내려놓고, 익숙한 듯 내 바지에 손을 올렸다.
*
- 세상에 그런 마법 재능으로 여자나 따먹고 다니는 건 네가 최초일걸? 혹시 조상 중에 인큐버스가 있는 거 아닌지 확인해봐.
"닥쳐."
임솔에게 이자로 펠라를 받은 후, 마도관을 나와 기숙사로 향했다.
- 난 진지한데.
"알았어. 나중에 꼭 확인해볼게. 꼭."
기숙사에 가는 길은 이제 눈 감고도 갈 수 있을 정도였다.
처음에 여기에 떨어지고 우왕좌왕하던 때와 비교하면 장족의 발전이다.
- 그러고 보니 표창 수여식이란 게 뭐야?
"아… 그냥 나한테 잘했다고 포상 주는 거지 뭐."
- 너한테 뭘 잘했다고 상을 줘?
"마인 잡았잖아. 인마. 나 없었으면 큰일 났을걸."
사실 펠릭스가 루시를 덮치기 전에 미리 신고해서 잡았으면 작은 포상만 받았을 텐데.
내가 억지로 사건을 키워서 큰 상을 받는 느낌이 있긴 하다.
물론 양심에 찔리진 않는다. 뭐 어때 그럴 수도 있지.
꼬우면 자기들이 먼저 찾던가. 무능력한 아카데미 놈들 같으니라고.
생각난 김에 에브리데이에 표창 수여식에 관해 찾아봤다.
내일 오전 9시까지 학장실로 오라는 말을 듣긴 했는데, 학장이 나랑 루시만 불러서 주는 거면 표창 수여식이라는 단어를 안 쓸거 아니야.
에브리데이에 들어가서 추천 글을 좀 살펴보자, 다행히 표창 수여식에 관한 글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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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빅토리아 아카데미 대 강당에서 표창 수여식 한다는데 뭔지 아는 사람?]
뭐하길래 전 학년 필참임? 내용은 당일까지 비밀이라는데? 아는 사람?
추천 : 130 비추천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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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ㄹㅇ ㅋㅋ 전 학년 필참 뭐냐고]
[이번에 갑자기 터진 게이트 막다가 순직한 헌터들하고, 지원 나온 헌터 중에서 상 준다는 썰이 있던데.]
[각 학년에서 우수한 성적자 포상 준대요. 제 친구 그날 9시까지 학장실로 오라고 들음.]
[이호연하고 루시가 마인 잡은 거 포상한다는 말도 들었음]
[ㄴ 와, 이거 하면 진짜 에반데 ㅋㅋ 밖에서 취재도 온다는데 일반인들한테도 대놓고 밀어주겠다는 거네.]
[근데 이호연은 싸우는 거 보니까 잘 싸우긴 하던데. 잘 생겼고.]
[그래봤자 조작이 뻔한데 뭘 빨고있냐.]
[아무튼 이번 표창 수여식하고 나면 인기 개 많아질 듯. 개 부럽네 시발]
"아니, 표창 수여식 규모가 왜 이렇게 크냐?"
대강당이라고? 입학식 때 썼던 곳을 갑자기?
띠링-
그제서야 내 스마트워치에 메시지가 날아왔다.
[내일 1학년 A클래스 전 인원 10시까지 대강당으로 모일것.]
처음엔 A클래스 내에서 작은 포상하고 상장이라도 하나 주나 했는데, 갑자기 표창 수여식이라고 하더니.
뭐 이렇게 커진 거야?
*
다음 날, 아침.
최대한 깔끔한 옷을 챙겨입고 기숙사를 나섰다.
표창 수여식을 한다고 해서 머리도 최대한 신경 써서 만져봤는데, 평생 아싸로 살아와서 도저히 안 되겠더라. 그냥 평범하게 옆으로 넘겼다.
"야! 나도 같이 가!"
"빨리 와. 기다리고 있었어."
당연히 루시도 같이 가기로 했다.
루시한테도 개인적으로 9시까지 학장실로 오라는 연락이 왔다고 한다. 이럴 거면 둘이 처음부터 같이 불렀으면 될 텐데. 쓸데없이 일을 귀찮게 처리하네.
"올, 너도 표창 수여식 간다고 좀 꾸몄구나? 난 어때? 괜찮아?"
평소랑 똑같아 보이는데. 아, 가디건을 안 입었네. 그것만으로도 훨씬 예뻐 보인다. 교복은 진리니까.
"평소보다 훨씬 예쁜데? 생도복도 깔끔하고."
"그치? 표창 수여식이라 살짝 톤을 업했거든. 역시 관리하는 남자들은 이런 거 알아보네~."
"으응. 그렇지 뭐. 빨리 가자!"
"오케이!"
톤 업이 뭐지? 중량 업이랑 비슷한 건가?
"근데 우리 왜 오라고 한거지? 우수생도로 뽑혔나?
"가보면 알겠지."
얘는 자기가 왜 표창 수여식가는 줄도 모르네. 학장실에 가면 자연스레 알게 될테니 놀라는 표정을 기대하면서 상은 비밀로 했다.
루시와 대충 잡담을 하면서 아카데미 행정관에 도착했다.
행정관 꼭대기에 학장실이 있었다.
로비에서 학생증을 보여주며 통과하고, 학장실 앞에 가자 여러 학생들이 벌써 기다리고 있었다.
처음 보는 얼굴들도 있었지만, 딱 두 명 아는 얼굴이 있었다.
"후배님! 뭐야!"
★ 히로인 상태창
[문수린]
- [ 호감도 : 51]
- [ 성욕 : 20 ]
- [ 식욕 : 30 ]
- [ 피로도 : 59 ]
현재상태 : 새 안경을 꼈는데 알아봐 주려나?
"안녕하세요 회장님."
문수린. 당연하지만 3학년에서 제일 뛰어난 인재였으니, 우수생도에 뽑히는 건 당연한 일이다.
오랜만에 문수린의 예쁜 가슴과 골반라인을 보니 반가웠다.
2년 차이지만 그만큼 다른 생도 히로인보다 성숙함이 더해진몸매였다.
"오… 안경 바꾸셨네요?"
상태창에서 말하는 것도 한 번 언급해줬다.
전의 촌스러운 뿔테안경은 어디 갔는지, 동글한 안경을 쓰고 있었다.
"알아보는구나? 요즘 좀 분위기를 바꾸고 싶어서 한 번 바꿔봤어."
씩 웃으면서 안경테를 한 번 올리는 자태가 왜인지 섹시했다.
"근데 후배님은 왜 왔어? 1학년 우수생도는 엘리스로 알고 있는데?"
"저번에 마인 잡은 거 때문에 포상을 준다고 해서요."
"아하…! 잘됐네! 이번 기회에 사람들한테 얼굴도 좀 알리고 해. 순직한 헌터들하고 포상받는 헌터들 행사 때문에 길드 VIP들도 다 모일 거거든."
와, 마인하나 잡았다고 내가 거기 껴도 되는 건가? 아니지, 우수생도보다 내가 더 높은 상 이잖아. 나 사실 대단한 놈일지도 몰라.
"하하… 좀 부담되네요. 회장님도 화이팅하세요. 혹시 힘든 일 있으시면 아시죠?"
"응. 걱정마. 제일 먼저 연락할게."
문수린은 그렇게 말하고 자리를 피했다.
다른 사람들이 너무 많은 곳에서 대화를 나누는 게 편해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병문안 왔을 때 보다 호감도가 3 올랐다. 역시 호감도가 알아서 오르는 자동사냥 히로인 답다.
그래도 확실한 공략을 위해서, 스토커 놈이 좀 더 힘냈으면 좋겠다.
그리고 천천히 몰아갔으면 좋겠다. 내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생기게.
아직 인사 할 사람이 한 명 더 있었다.
금발을 찰랑이며 스마트워치를 바라보고 있는 엘리스에게 다가갔다.
"안녕?"
"응. 오랜만이네. 이호연."
엘리스는 열심히 바라보던 스마트워치에서 눈을 내게로 돌렸다.
확실히, 오랜만이다.
물론 얼굴이야 매일 수업하면서 보지만, 느낌이 그렇단 말이다. 서로 교류를 한 적이 없으니 오랜만이라고 느껴진다.
저번에 홍보부 활동 때 만나고… 아, 이론 시험 성적 공개 때 1등 자리를 뺏기고 날 노려봤었는데 지금은 괜찮나?
내가 조용히 엘리스를 바라보자, 엘리스도 나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게 다행히 지금은 별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응. 이번에 1학년 우수생도라며? 축하해."
"너야말로. 우수 생도보단 마인을 잡은 게 더 대단한 거 아니야?"
엘리스는 아카데미에서 퍼지는 소문에 관심이 없는 건가? 문수린이야 나를 좋아하니까 믿는다고 쳐도, 의심이 많은 엘리스는 한 번쯤 의심해볼 만한데.
★ 히로인 상태창
[엘리스]
- [ 호감도 : 26 ]
- [ 성욕 : 20 ]
- [ 식욕 : 30 ]
- [ 피로도 : 30 ]
현재상태 : 빨리 공부해서 1등을 되찾아야 하는데, 이딴 건 언제 끝나는 거지?
엘리스… 너 아직 1등 자리 신경 쓰고 있었구나.
뭐, 의심 안 해주면 나야 좋으니까. 넘어가자.
"그냥 운이 좋았어. 고마워."
"응. 표창 수여식 열심히 해."
얘는 대화마다 '응.' 을 꼭 붙이네. 단답충이야 아주.
엘리스는 대화를 끝내버리고 다시 스마트워치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강의라도 듣는 건가?
대화하기 싫다면 어쩔 수 없지 뭐.
나는 다시 루시의 옆으로 돌아왔다.
"…아는 사람이 많네?"
루시는 뭔가 불만이 있어 보이는 표정으로 인중을 찌푸리고 있었다.
이렇게 표정에 드러나면, 나도 느낄 수밖에 없다. 지금 약간 삐졌다.
"어? 응. 되게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들이라서. 너는 매일 보지만 저 사람들은 가끔 보니까 인사라도 잘 해줘야지. 안 그래?"
"…응. 그렇지."
"그, 그러고 보니 저번에 만들었던 쿠키는 이제 안 만들어? 되게 맛있었는데."
"그으래? 그렇게 말한다면야 내가 또 만들어 줄 수 있지! 항상 만들거든. 여성스럽게 말이야!"
루시가 여성스러움을 신경 쓰고 있던 거구나.
그 거대한 미드만 봐도 여성스러움은 충분한데, 이걸 말해 줄 수도 없고 참.
다행히 기분은 풀린 것 같다. 대신 내일 독약을 먹어야겠지만.
끼익-
그 때, 학장실의 문이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