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화 〉19화. 임솔 교수와 밀회 (2)
"얘들아! 초콜릿이랑 연구 결과 준비해라!"
내 앞에서 훈계하던 김현도의 중심으로 마법연구부 생도들이 과자와 종이 다발을 한 움큼씩 들고 나타났다.
과자랑 연구 결과 준비하라니, 저렇게 어울리지 않는 문장이 또 있을까.
"임솔 교수님! 이번 주 연구 결과입니다. 감평부탁드립니다!"
김현도가 대표로 종이 더미를 내밀면서 인사를 했고, 10명이 넘는 남정네들이 뒤에서 같이 허리를 숙였다.
하지만 임솔 교수는 그 무리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일직선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호연아, 왜 연락도 없이 왔어?"
"교수님이 연락처를 안 주셨잖아요."
"어허. 그게 아니라 네가 안 받아 간 거겠지."
"…예. 죄송합니다요."
"일단 여기 서 있지 말고 올라가자."
임솔 교수는 과자를 들고 있는 마법연구부를 완전히 무시하고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그 뒤를 따라가다가, 잠시 고개를 돌렸다.
넋을 놓은 채 이쪽을 바라보는 마법연구부 생도들의 얼굴이 보였다.
특히 부장이라는 김현도의 얼굴이 가관이었다.
나라를 잃은 표정으로 입을 떠억 벌리고 이쪽을 바라보고 있다.
"…어휴. 됐다."
뭔가 말로 골려주려다가 나까지 찌질해 질까봐 한번 비웃음만 보내주고 엘리베이터에 탔다.
김현도는 고래를 푹 숙이고 있었지만, 얼굴이 붉어진 게 다 보였다.
"인생 참 피곤하게 사네."
"응? 뭐가?"
이 사람도 참 무서운 사람이다. 그래도 마법연구부 담당 교수에 항상 과자도 받았다면서 그냥 무시해버리네.
"저 애들이요. 근데 교수님 마법연구부 담당 교수 아니에요? 저렇게 무시하고 오셔도 돼요?"
"마법연구부가 뭔데?"
"네? 교수님이 담당 교수라고 하시던데..."
설마 이 사람...
"혹시 가끔 과자를 바치면서 쓰레기를 가지고 오는 게 마법연구부인가 뭔가 하는 애들인가? 난 담당 교수 한다고 한 적 없는데."
누군지도 모르는 애들한테 과자를 얻어먹고 있었다니, 진짜 대담한 건지 생각이 없는 건지 모르겠다.
"그게 뭐가 중요해. 빨리 가자!"
"네. 갑니다 가요."
바보한테 바보라고 하는 건 실례라던데.
마법연구부 그 새끼들 진짜 할 일 없는 새끼들 맞구나. 괜히 미안해지네.
*
"진짜 아무 일도 없었지?"
"응응, 루시는 너무 걱정이 많아."
총총 걸어가는 루시와 루미. 작은 키와 귀여운 얼굴, 커다란 가슴이라는 시너지를 가진 히로인들에게 주변 남자들의 시선이 쏠리지만, 그녀들은 서로 투덕거리느라 바빴다.
"아니, 이호연은 약간 그래…."
"호연 씨가 왜? 착하기만 한데. 혹시 대련 진 거 때문에 그래?"
"힝… 그런 거 아니야. 나쁜 애는 아닌데, 으으으. 나도 몰라!"
"괜찮아. 괜찮아. 내가 언제 루시한테 거짓말한 적 있어?"
"알았어. 믿을게! 가서 쉬어 루미! 항상 남자 조심하고! 사탕 준다고 따라가지 말고! 알겠지!?"
"응응! 잘 가 루시!"
휴우-
어디서 저렇게 힘이 넘치는지 후다닥 여자기숙사로 들어가는 루시의 뒷모습을 보며 루미는 지친 한숨을 내뱉었다.
"루시도 참 걱정이 많아."
가끔은 귀찮기도 하지만 저게 다 자신을 생각해주는 일 이다 보니 뭐라 할 수도 없다.
띠리리-
이제는 슬슬 익숙해진 스마트워치로 기숙사 문을 열고 들어갔다.
기숙사에 입소한 후에 가장 먼저 한 일이 방 인테리어였다.
화사한 여자애의 방. 핑크 핑크 한 소품들과 인형들.
침대 위에는 어릴 때부터 루미와 함께 지내던 토끼 인형과 곰돌이 인형이 루미를 반겼다.
"루비~ 다이아~."
루미는 인형들의 이름을 부르며 토끼 '루비'와 곰 '다이아'를 끌어안고 침대에 뛰어들었다.
"오늘은 있잖아. 루시가 하루종일 주말에 뭐 했냐고 꼬치꼬치 캐물어서 너무 힘들었어. 어찌어찌 넘기긴 했는데 말이야…."
오늘 있었던 일을 루비와 다이아에게 얘기해주는 것이 루미의 하루 일과 끝이었다.
"근데 사실은 루시한테 거짓말을 해버렸어. 정말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구."
루비와 다이아를 양쪽 겨드랑이에 끼고 베개에 얼굴을 묻은 채로 허벅지를 비비적거렸다.
"으으응."
루미는 천천히 옷을 벗었다. 블라우스와 셔츠를 벗어 던지고, 안에 입고 있던 얇은 티까지 벗었다. 스커트를 내리고, 스타킹을 무릎으로 비비면서 내렸다.
브래지어와 팬티까지 벗고 완전히 알몸이 된 루미는 이불에 몸을 비비면서 몸을 달궜다.
어느 정도 몸이 뜨거워지자, 루미는 누운 상태에서 다리를 벌렸다. 곧이어 오른쪽 손을 다리 사이로 집어넣었다.
검지 손가락을 세워 소음순을 비비적거리면서 살짝 젖게 한 후에, 클리토리스를 건드리기 시작했다.
"읍…!"
루미의 손가락은 매우 능숙했다. 자신의 기분 좋은 곳이 어디인지 아는 것처럼 클리토리스를 비비고 만져댔다.
"하아. 하아…."
루미는 아직도 부족한지 남은 왼손으로 왼쪽 젖꼭지를 잡고 비틀기 시작했다.
"아으으으윽…!"
찌걱찌적
루미는 한 차례 뜨거운 숨을 토해낸 뒤에, 손가락을 보지 구멍 안으로 집어넣었다. 익숙한 듯 몇 번 구멍을 쑤시다가, 중지를 추가해 손가락 두 개로 마구 쑤셔대기 시작했다.
"아, 아아. 아아앙!"
루미의 손가락이 점점 빨라진다. 누워서 무릎을 세우고 다리를 벌린 상태에서 허리를 치켜든다. 손가락이 빨라짐에 따라 허리의 경련도 심해지고 루미의 신음도 커지기 시작했다.
침대는 루미의 보지에서 흐르는 애액으로 서서히 젖고 있었다.
"하윽, 아... 가, 가버려... 으아! 아아아아앙!"
루미는 허리를 엄청나게 치켜든 상태로 절정해 달했다. 몸에 점점 힘이 빠지고 손가락이 보지 구멍에서 빠져나온다. 경련하면서 치켜들었던 허리도 바닥으로 떨어진다.
"하아. 하아. 하아아아..."
평소였다면 이 정도로 만족했을 그녀지만, 루미는 어제 엄청난 쾌락을 배웠다.
"호연씨이이..."
루미는 어릴 때부터 소중히 여기던 다이아를 허벅지 사이에 끼우고 비벼댔다.
이호연과 모텔에서 했던 잊을 수 없는 경험... 자위밖에 모르던 루미에게 새로운 성의 길에 눈을 뜨게 해줬다.
아직 남자와 경험이 없던 루미였다. 자위는 자주 했지만, 삽입 자위는 손가락으로만 했다.
성인용품을 사서 삽입 자위를 하기엔 무서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제 봤던 이호연의 물건은 특이했다.
이상하게 냄새만 맡아도 흥분되고 더러운 걸 빨면서도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그를 애무하면서 애무를 받자, 훨씬 더 기분이 좋았다.
'이건 역시, 술에 취해서 그런 거겠지?'
처음에 모텔에서 깨어났을 땐 당황해서 거짓말을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 기분을 다시 느끼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처음 느끼는 남성의 단단한 감촉. 꽉 잡혀서 저항하지 못한 채 강제로 주입된 쾌락. 물론 처음에만 약간 저항하고 나중에는 그 쾌락에 빠져들었다.
'다시 술 먹자고 해볼까.'
그 비정상적인 흥분은 당연히 미약 때문이지만, 그걸 알지 못하는 루미는 처음 먹어보는 술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술에 취한다는 느낌을 처음 느껴봤으니 이런 결과가 도출된 것이다.
'술 먹고 나서 다시 쓰러진 척을 하면, 또 해주지 않을까?'
루미는 정말 순진하게도 이호연과 술을 먹으면 또 기분 좋은 일이 일어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또 내 입에다가 넣는 건가…?"
이호연이 루미의 입을 '사용'했던 그 날. 루미는 그 감촉이 잊혀지지 않았다. 미약 때문에 원래라면 고통스러울 기억이 쾌락으로 각인된 것이다.
오히려 약간 기대하고 있었다.
이호연도 모르는 사이에 루미는 혼자서 개발되고 있었다.
*
임솔의 집무실로 들어왔다.
"또 믹스커피에요?"
"왜 믹스커피가 제일 맛있는데. 달달하잖아."
홀짝. 접대용 책상 위에 있는 간식용 초코쿠키를 하나 까먹으면서 임솔이 말을 이었다.
"그래서, 왜 연락도 없이 찾아온 거야?"
"아니 연락을 안 한 게 아니라… 하, 됐어요. 실은 최근에 얻은 고유 스킬이 있는데 저 혼자서는 활용 방법을 잘 모르겠어서 교수님께 도움 좀 받으려고 왔어요."
"오오, 고유스킬 그런 거 막 알려줘도 되는 건가? 나를 벌써 그렇게 믿어?"
"외형이 너무 특이해서 그냥 스킬이라고 해도 안 믿으실걸요?"
"그래? 이리 와봐."
집무실에서 나와 조금만 걸어가자 훈련소의 프라이빗룸을 연상시키는 공간이 나왔다.
"설마 개인용 훈련실이에요?"
"응, 다 내 돈으로 만든 거라 괜찮아."
돈이 그렇게 많으면서 믹스커피나 주다니.
"일단 먼저 스킬을 보여드릴게요."
'개안'
지잉-
눈을 감았다가 뜨자, 시야의 확장되는 느낌이 온다. 주변을 한 번 둘러보고는 임솔과 눈을 맞췄다.
"오, 오! 오오!"
내 [개안]을 지긋이 쳐다보던 임솔 교수의 눈이 반짝반짝 빛난다.
그러다가 오오! 하면서 펄쩍펄쩍 뛰더니 훈련실 밖으로 뛰쳐나갔다.
"이쪽으로 따라와봐!"
뛰어가면서 말 하고 있는지 소리가 점점 작아진다.
"어휴… 진짜 마이웨이네."
을인 입장에선 어쩔 수 없다. 빠르게 임솔 교수의 뒤를 쫓았다.
임솔 교수의 연구공간으로 추정되는 장소에 도착했다.
임솔 교수는 거대한 마나석이 박혀있는 기계 앞에 앉아서 홀로그램 자판을 두드리고 있었다.
"이리 와서 내 앞에 서볼래?"
"…이상한 건 아니죠?"
"그런 거 아니니까 빨리 그 발판 위에 서봐."
"네."
"자, 가만히 있어."
임솔 교수의 손에서 보라색 파장이 나와 내 얼굴을 위아래로 훑는다.
"으음, 으음."
끄덕끄덕
임솔 교수는 다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홀로그램 자판에 무언가를 마구 입력했다.
"눈의 안력을 극대화하는 스킬이네?"
"오?"
"일단 파악한 걸 얘기해주자면, 마나를 관측할 때 동공이 비정상적으로 확장되면서 눈에 이상한 문양이 새겨져. 아마 마나를 관측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거 같은데, 맞아?"
"맞아요. 교수님 보기보다 대단하네요."
"칭찬 고마워."
약간 비꼰 건데 자기가 듣고 싶은 부분만 골라서 듣는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안력을 극대화하는 스킬이라 멀리 본다거나, 자세히 본다거나 할 수 있을 거야. 어쩌면 눈에서 마나 레이저를 발사할 수 있을지도 몰라. 효율은 별로겠지만."
"오오, 레이저... 멋있네요. 감사합니다."
"근데 진짜 신기한 스킬이네. 흥분으로 눈이 충혈되는 외향적 변화는 몇 번 관측된 적이 있지만, 너의 경우는 외형적 변화에서 그치지 않고 눈 자체가 진화한 느낌이야. 뭐라고 표현해야 되지? 수준? 아니 격이 달라졌다고 하나? 역시 널 연구대상으로 삼길 잘했어! 마침 오늘 시간이 비는데 네 눈에 있는 문양 연구나 해보자!"
임솔 교수가 급발진하기 시작했다. 왜 이렇게 흥분하는 거야 갑자기?
"일단 관측하는 마나의 양에 따라 눈의 문양이 바뀌는 지도 테스트해보고, 일정한 패턴이 있으니까 룬 문자나 고대 문자와 관련이 있는지도…."
아까부터 문양에 집중하는데 이거 진짜 아무 의미 없는 문양이다. '섹아'에 등장하는 수많은 시스템 중 하나인 문양 시스템.
문양을 모으면 캐릭터가 강해지는 히든피스다. 게임의 시스템이었는지 현실에선 구현되지 않았다.
"교수님. 일단 진정하시고, 문양에 대한 연구는 다음에 하는 게 어떨까요? 제가 곧 시험이라 바쁘거든요."
"응? 으음… 아하! 대가가 필요한 거구나?"
"네?"
푸른색 로브 사이로 새하얀 손이 튀어나와서는 내 손을 꽉 잡았다.
"교, 교수님?"
"연구를 위해서라면 괜찮아."
임솔의 손이 내 손을 로브 안쪽 미지의 세계로 이끈다.
꿀꺽.
진짜 급발진 뭐냐구요. 교수님... 진도가 너무 빨라요. 천천히 부탁...
"호연아. 긴장하지 마."
이제보니 이 사람은 이럴 때만 내 이름을 부른다. 거기에 그윽한 시선까지 더해지니 도저히 버틸 수가 없다.
"네, 넷."
꿀꺽.
침을 한 번 삼킨다. 긴장하지 말자. 이미 루미랑 할 짓 안 할 짓 다 했는데 임솔 교수라고 긴장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연상 누님이 주도하는 관계를 맺을 수도 있다.
두근 두근.
내 손이 로브 안으로 들어간다. 부드러운 촉감이 손에 닿는다.
"아흣."
가슴에 손이 닿자 임솔도 야릇한 한숨을 내뱉는다.
옷 위라도 부드러운 감촉. 가슴의 크기는 루미가 더 크지만, 임솔은 성숙한 여성의 부드럽고 탄탄한 가슴의 느낌이 났다.
다음은 손이 어디로 갈까. 밑으로 내려가겠지?
긴장하지 말자 호연아. 긴장하지….
"자, 이걸로 끝. 만족했지?"
"…?"
그렇게 손이 닿은 지 3초. 임솔이 이상한 소리를 하면서 손을 로브에서 빼냈다.
"흠흠! 그럼 빨리 연구에 들어가 볼까?"
임솔은 '후, 꽤나 무리했군.'이라고 말하는 듯한 뿌듯한 표정으로 홀로그램 자판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뭔가 잘못돼도 단단히 잘못됐다.
다리 사이에 있는 두 번째 뇌가 엄청난 불만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건 내 성욕이 문제가 아니다. 인생은 기브 앤 테이크.
무언가를 받았으면 대가를 치러야 한다. 나를 연구하고 싶으면 대가를 치러야지.
그때는 잘도 손가락으로 내 몸을 타고 올라오며 유혹했으면서, 이제 잡은 물고기다 이건가?
부당대우는 절대 못 참는다. 지금 져주면 계속 이용당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이건 내 자유를 위한 혁명이다.
절대 성욕을 못 이기는 게 아니다.
기대란 기대는 다 시켜놓고 허무하게 끝나서 화난 것도 아니다.
"…임솔 교수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