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화 〉2화. 문수린 (2/648)



〈 2화 〉2화. 문수린

『 '섹스 아카데미'의 세계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

 플레이어 [김진호]는 '내기의 신'에게 직접 초대받았으며, 내기 주최자는 '섹스 아카데미'의 신입니다. 』

 그 과정에서 약간의 강제성과 불공정성을 확인한 시스템이 균형을 맞추기 위해 참가자를 돕습니다. 』

이게 뭐야. 라고 생각하기도 전에 눈앞에 문장들이 빠르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빙의간 강제성이 80% 확인되었습니다』
『마나와 괴수가 없는 세계선에서 빙의했음을 확인했습니다.』
『메인퀘스트의 강제성을 확인했습니다.』
『판정결과. 난이도 극상[極上], 클리어 확률 0.002%입니다.』
『공정성에 심히 어긋난다고 판단한바, 특전을 지급합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메시지를 읽고 싶어도, 나에게 틈을 주지 않으려는 듯 빠르게 다음 메시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강제성 있는 빙의에 대한 특전, [기억보완능력]을 지급합니다.』
『마나와 괴수가 없는 세계선에서 빙의한 것에 대한 특전. [뚜렷한 정신력]을 지급합니다.』
『메인퀘스트의 강제성에 대한 특전. [마나감응]을 지급합니다.』
『히로인 공략 시스템을 도입합니다.』

"아니, 이게 무슨..."

『재판정 결과. 난이도 최상[最上] 클리어 확률 6%입니다.』
『플레이어가 어떻게 행동하냐에 따라 확률은 얼마든지 달라질  있음을 명심하세요.』
『건투를 빕니다.』

문장들이 순식간에 내 눈을 가득 채운다.

한번 읽기는 했지만, 뇌가 제대로 상황을 따라가지 못했다.

정신을 차리고 다시 문장을 읽으려는 순간, 글자들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빛이 나며 진동하는 문장들은 점점 형태를 잃어서, 이윽고 빛의 덩어리가 되어 내 몸을 강타했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악? 하나도 안아프네?"

지금은 극심한 고통에 몸부림치는  클리셰 아닌가?

고통 대신, 머리가 너무나도 맑아졌다. 정신이 너무나도 뚜렷해졌다.

시스템이 말하기를 나는 이 세계의 신에게 직접 초대된 존재.

즉 그날 대화를 나눴던 [god6974]는  이 세계의 신이고, 내가 리뷰로 자신의 세계를 욕하는 걸 보다가 빡쳐서 날 자신의 세계에 초대한 것이다.

초대? 이런 걸 신들 사이에선 초대라고 하나?

스토리를 대차게 까내렸으니 내가 직접 주인공이 되어 바꿔보라는 건데...

어이가 없네.

맞아. 메인퀘스트. [메인 퀘스트의 강제성]이라는 말이 있었다.

"메인퀘스트"

띠리링.

진짜 설마설마하고 말해본 건데  눈앞에 글자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메인 퀘스트 : 모든 히로인들을 공략하고 게임의 엔딩까지 살아남으시오. 할 수 있으면. 실패 패널티 : 죽음』

누구든 모르는 사람한테 욕을 먹으면 짜증 나겠지만, 신이라는 새끼가 이렇게 찌질해도 되는 걸까?

이 게임에 나오는 히로인은 여섯 명이다. 게임 안에서도 여섯 명 동시공략이 안 되는데 현실에서 여섯 명을 동시에 공략하라고?

'해봐야겠지. 일단은.'

할 수 있을까? 라고 고민하는 건 심력 낭비에 불과하다. 차라리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해야겠지.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마주한 이상, 최선을 다해야한다.

이런 어이없는 상황에도 이렇게 침착할 수 있다니, 특전으로 받은 [뚜렷한 정신력] 덕분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제 뭐 하지?'

먼저, 게임에서 나오는 이호연을 최대한 따라 한다는 선택지는 배제다.

'섹스 아카데미'에는 하렘 루트란 게 존재하질 않는다.

한 번의 게임플레이당 한 명의 히로인만 공략할 수 있다.

물론 히로인 각각의 공략 방법은 다 기억나지만, 지금은 게임이 아니라 현실이다.

게임처럼 이벤트   진행한다고 호감도가 쭉쭉 오르지도 않을뿐더러, 게임에 나오는 이벤트마다 이호연과 똑같이 따라 하는 행동은 의미가 없다.

그 외에 평소 생활이나 어떤 사소한 판단 하나하나도 이호연처럼 해야 하는데, 그건 말이 안 되는 가정이기에 나는 나만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정리해볼까.

항상 무슨 일을 하기 전에 일의 순서를 정하는 게 내 버릇이었다.

가방에 있던 노트와 펜을 꺼내 책상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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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야 할 일.


특전이란 걸 확인.


- 원작과의 차이점 확인.

주변 지리 확인.


- 전투력 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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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생각나는 건  정도?

솔직히 주변 지리 확인까지 쓰고 생각이 안 나서 억지로 전투력 체크라고 써넣어놨다. 언젠가는 체크를 하긴 해야 할 테니.

가장 중요한 건 원작과의 차이점이 있나 확인하는  같은데...

시계를 보니 6시 30분. 늦은 시간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이른 시간은 더더욱 아니었다.

'주변 상가를 한번 돌아볼까?'

방금 받았던 특전도 연구를 해봐야겠지만, 주변 지리를 탐색하는 것도 그만큼 중요한 일이다.

원작과의 차이점을 확인하는 일에도 약간이나마 도움이  수 있고, 정보정리는 밤에도 할 수 있으니 일단 지금은 아카데미 주변을 돌아봐야겠다.

할 일을 정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카데미 주변 상가는 확실히 신기했다.

정문으로 나와 조금만 걸어가면 대형 상가와 유흥시설, 편의시설들이 뭉쳐있다.

능력 있고 놀고 싶은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아카데미인 만큼, 그 주변 인프라는 말할 필요도 없다.

온갖 유흥시설과 편의시설이 즐비했고 심지어 가까운 곳에 발전소도 있었다.

역시 주변을 돌아보는 건 좋은 선택이었다.

일단은 게임에서 나왔던 이벤트 장소 위주로 돌아보자.

운이 좋다면 히로인과 접점을 만들 수도 있고, 운이 안 좋더라도 이벤트 장소의 주변 지리를 익혀두면 언젠가는 무조건 써먹을 데가 생긴다.

게임에서만 보던 거리를 실제로 걷는 기분은 정말 오묘했고, 마나가 상용화된 세계인 만큼 원래 세계보다 신기해 보이는 상품도 많았다.

'첫날에는 지리를 익힌다는 생각으로 주변에 뭐가 있나 천천히 살펴보기만 하자.'

그렇게 별 생각 없이 주변을 둘러보며 걸었다.

몬스터 고기 꼬치를 파는 노점도 있어서 하나  먹어봤는데 의외로 너무 맛있어서 놀랐다.

아카데미에서 생활비를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했는데, 품위 유지비로 한 달에 300만 원씩 지원이 된다고 한다. 이러니까 다들 아카데미에 오려고 하지.

걸어가면서 꼬치를 먹고 있는데, 갑자기 눈앞에 말풍선이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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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 퀘스트가 전송되었습니다.』

[히로인과 인연 쌓기!]

과연 당신은 히로인을 가질 자격이 있을까요?

 만날 히로인과 5마디 이상 대화를 나눠보세요!

- 보상 : 랜덤 능력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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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씨. 깜짝이야."

뭐야 이건? 서브 퀘스트?

이게 그 히로인 공략 시스템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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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호연]

▶ 근력 : 34
▶ 체력 : 35
▶ 민첩 : 30
▶ 내구 : 34
 마력 : 36

- 고유 권능 : 전투 감각

스킬 : 없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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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 능력치는 30~40 사이에 포진해있다. 빅토리아 아카데미 생도 중에서는 중~하 정도의 능력치다.

'랜덤 능력치 1이면 나쁘지 않네.'

게임에서는 [수련] 버튼만 눌러도 능력치가 쭉쭉 올라갔는데 현실에서 그럴 리가 없다. 그렇다고 내가  시간이나 체력단련을 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다.

'근데 누굴 만나려나?'

히로인들의 공략 난이도는 천차만별이다. 퀘스트를 깨려면 어떤 히로인을 만나느냐가 중요하다.

쉬운 히로인을 만나면 좋겠는데. 말을 들어주기는 커녕 무시할 거 같은 남다은 같은 히로인을 만나면 답도 없다.

그때, 저 앞에서 여학생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야, 저기 봐 저기. 카페 안에 앉아있는 사람, 학생회장님 같은데?"

"와, 미쳤나 봐. 가끔 이 카페로 일하러 온다는  진짜였나 봐. 나도 오늘부터 여기만 다닌다."

한쪽 면이 통창으로 된 카페에서 살짝 보이는 옆모습만으로도 주변의 시선을 강탈하는 미녀.

놀랍게도 내 레이더에 첫날부터 거물이 걸렸다.

문수린.

빅토리아 아카데미 이사장의 손녀가 카페에서 미간을 찌푸리며 노트북을 붙잡고 있었다.

멀리서도 눈에 띄는 백금발의 생머리에, 나 모범생이에요. 라고 주장하는 듯한 단정한 이목구비와 새하얀 피부는 남자를 유혹하는 페로몬을 뿌리는 것 같았다.

촌스러운 뿔테안경도 그녀의 미모를 가릴 순 없었다.

애초에 제복 차림인데도 불구하고 저렇게 가슴과 골반라인이 부각되는 것부터 그녀는 모범생 루트를 탈  없게 태어난 몸이었다.

문수린은 '섹아'에서 유일한 안경을 낀 히로인으로, 안경 파들의 많은 지지를 받았지만 문수린 루트를 타게 되면 주인공에게 잘 보이기 위해 안경을 벗고 렌즈를 끼는걸로 밝혀졌고, 수많은 안경 파들을 오열하게 한 요망한 히로인이다.

내가 제일 처음 만나고 싶었던 히로인이기도 했다. 어쩌면 일이 쉽게 풀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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