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화 〉1화. 입학식? (1/648)



〈 1화 〉1화. 입학식?

[…… 게임은 쓰레기지만 굉장히 꼴리는 야겜입니다. 사실 야겜이 게임성이 뭐가 필요하겠습니까? 꼴리면 장땡이지. 근데, 그래서  열 받아요. 야한 장면은 존나 꼴리게 잘 만들어요. 여캐들도 개연성 없는 변태들이긴 하지만 야겜이기도 하고 꼴리니까 괜찮아요. 근데 씨발, 주인공 능지가 그냥 침팬지 수준입니다. 그리고 스토리, 스토리를  쓰겠으면 그냥 대충 쓰면 되잖아요. 야한 장면은 존나 꼴리는데 거기까지 도달하는 과정이 그냥 개 암 덩어리에요. 그리고 주인공인 이호연은 ……]

”후“

오래전부터 취미로 해온 게임리뷰  작성을 한 뒤, 뻐근해진 몸을 위해 기지개를 핀다.

처음에는 취미였던 게임 리뷰였지만 이런 것도 오래 하다 보니 직업이 되더라.

가끔 광고도 들어오고 수입도 나온다

처음의 열정은 이미 없어졌다.

아무리 좋아하는 일도 직업이 되어버리면 싫어진다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가끔 예전의 열정이 돌아오는 게임들이 나오곤 하는데 그게 오늘 리뷰한 게임이었다.

”진짜 존나  받네.“

'오랜만에 우리나라에서 부랄이 물개박수를 치는 쌉명작게임이 나왔구나!’라고 생각했지만, 게임을 해보면 토악질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야한 씬이 꼴리긴 하지만  하나를 보려면 좃같은 RPG 게임을 3시간 넘게 진행해야 했으니까.

잠시 후,  리뷰 글에 동의하는 댓글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게임성이 너무 쓰레기다. 그래도 꼴리긴 하더라 등.

'그래, 이건 부처님이 와도 인정이지'

그런데 그중에서  댓글이 눈에 띄었다.

[god6974] : 지랄 ㅋㅋ 니가 주인공이었으면 뭐 얼마나  했을 거 같냐? 내가 보기에는 이건 스토리가 살린 게임이다.

원래라면 저딴 저급어그로에는 대답하지 않았겠지만, 이 꼴리는 히로인들을 조져버린 게임사에 화가 나서 홧김에 답글을 달았다.

ㄴ 제가 주인공이었으면 구라 안치고 여자란 여자는  후리고 다녔습니다.

ㄴ[god6974] : 뭐래 ㅋㅋ 내기할래?

 내기를 하긴 뭘 내기를 해. 이 새끼야 자기 개발이나 

한번 받아줬다고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답글을 다는 걸 보니 역시 관종새끼였다.

 답글을 달 수 없게 차단을 한 후, 피곤한 몸으로 침대에 누웠다.

저딴 새끼한테 신경을  바엔 내일 무슨 게임 리뷰를 해야 조회 수가 많이 나올지 고민해야 했다.

카톡!

‘뭐야 이 시간에?‘

애초에 카톡을 주고받을 친구도 없고 광고란 광고는 모조리 차단해놓았기에 가족이 아니면 카톡은 울릴 리가 없었다.


[내기 할거야 말거야 빨리 정해]

보낸 사람은 [god6974]

이게 누구였더라...?

그때, 방금 내 리뷰글에서 어그로를 끌던 놈의 닉네임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아까  병신이랑 닉네임이 똑같잖아?'

애초에 친구가 없기에 친구가 친 장난일리는 없다. 가족이야 카톡친구에 있긴 하지만 가족들은 내가 야겜리뷰같은 걸 하는지도 모른다.

god6974 : [한번만 더 씹으면 각오해라]

김진호 : [당신 누구야, 계속 장난치면 신고합니다.]

물론 계속 하든말든 사이버 수사대에 신고할거다.

근데 사실 신고한다고 해서 딱히 처벌을 받을 것 같지도 않고, 이걸 어떡해야 하나 고민하는 도중에 답장이 왔다.

god6974 : [내기 하자니까? 주인공보다 더 잘할 수 있겠냐고]

김진호 : [내기고 뭐고 알아서 하시구요. 사이버 수사대에 신고할게요.]

사실 약간 쫄았지만,  지랄을 하는걸 보니 긴장이 쫙 풀렸다.

게임에 얼마나 과몰입을 했으면 일개 게임 리뷰어한테 와서 저 지랄을 하고 있을까. 쯧쯧

우리나라의 어두운 미래의 편린을 봤다. 더 이상 답장해줄 가치도 없으니 칼같이 차단을 박았다.

사실 저런 놈들이 들러붙는다는 것 자체가 유명해졌다는 소리니 나름 좋은 일일지도 모른다.

‘내일 일어나자마자 사이버수사대에 신고해야겠다.‘

핸드폰 화면을 끄고 머리맡에 둔 뒤, 눈을 감고 내일 무슨 게임을 할지 생각하며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

"…기요, 저기요?"

 툭

아이씨, 누구야. 잘 자고있는데  건드리는거야.

"저기요. 지금 주무시면  될것 같은데..."

내가 잔다는데 니가 뭘... 어?

분명 내 자취방에서 잠에 들었는데 웬 여자가 나를 깨우고 있었다.

정신이 번뜩 들은 나는 잠에서 깨어났다.

눈 앞에는 어디서 많이 본 것같은 귀여운 여학생이 나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입학식중에 자는 사람이 어딨어요. 어제 긴장되서 잠을 못 잤나봐요?"

입학식이라고?

재빨리 주변을 살폈다. 거대한 강당 안에서 정복을 입은 학생들이 앉아 있었고, 2층과 3층에도 학생들로 꽉 차있었다.

근처에 있는 학생들은 나를 째려보고있었다.

강당의 앞을 보자 [제 32회 빅토리아 아카데미 입학식] 이라는 문구가 크게 떠올라있었다.

진짜다. 써있는게 아니라 단어들이 공중에 둥둥 떠있었다.

"이게 뭔 씹..."

이게 무슨 몰카지? 자취방에서 자다 일어났는데 처음 보는 강당에 납치되었다.


하지만 이 강당에서 나는 강한 기시감을 느꼈다.

어제 밤의 기억. 웬 키보드 워리어 씹덕과 대화를 했다. [섹스 아카데미]라는 야겜에 엄청난 자부심을 가지고 있던 그 자식은 어떻게 알았는지 나한테 개인  까지 보냈고, 분명 내기를 하니 뭐니 했는데...

[아아. 다음은, 신입생 대표의 연설문과 선서가 있겠습니다.]

"..."

슬쩍 시선을 밑으로 내렸다.

오른쪽 가슴에 '이호연'이라고 써있는 일회용 집게명찰이 달려있었다.

와우.

[섹스 아카데미]에 나오는 빅토리아 아카데미의 입학식, 주인공의 이름인 '이호연', 그리고 게임에서 자주 봤던 생도복, 학년을 나타내는 브로치 등등...

아무래도 [섹아]의 주인공이 되버린  같다.

'어이가 없네.'

주변을 보니 확실히 낯익은 얼굴들이 보인다. 히로인들인 루미, 루시, 엘리스, 남다은 등. 모두 [섹아]의 캐릭터들이다.

[신입생 대표는 단상 위로 올라와 주시길 바랍니다.]

내가 어이가 없든 말든 입학식은 계속 진행됐다.

단상 밑에서 대기하고 있던 여학생 한명이 단상으로 올라간다.

머리 뒤로 풀어져있는 금발이 찰랑거리고, 눈같이 새하얀 피부와 자신감이 가득찬 눈동자에는 그녀의 강한 자존심이 엿보였다.

계단을 오를때마다 흔들리는 가슴과 탱글하게 솟아있는 엉덩이는 옆모습도 완벽한 몸매였다.

"뭐야, 이번 수석이 외국인이야?"

"외국계 거대길드의 딸이래. 필기시험 만점맞고 들어왔다던데?"

"와, 이쁜 애들은 공부도 잘하는구나."

신입생 대표가 움직이자마자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신입생 대표 '엘리스'는 프랑스계 거대길드장의 딸이고, [섹아]의 히로인 중 하나다.

단상에선 그녀는 놓아져 있던 연설문을 읽기 시작했다.

"이 자리에 오신 입학생분들, 그리고 학부모님들 안녕하십니까…"

별로 중요한 내용은 아니었다.

"선서!"

당장이라도 뛰쳐나가서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보고 싶지만, 지금 나가면 어떻게 될지 몰라서 입학식을 계속 구경했다.

[이것으로 제 32회 빅토리아 아카데미 입학식을 모두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자리를 빛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입학식이 끝나고 학생들은 각자 부모님이나 친구들과 뿔뿔이 흩어졌다.

나는 주위를 둘러보다가 빠른 걸음으로 기숙사로 향했다.

*



스마트 워치와 연동되어있는 기숙사키를 입구에서 찍고 기숙사로 들어갔다.

기숙사의 크기는 원래 살던 내 원룸에 비해 충분히 컸다.

겉 옷을 벗어서 의자에 걸어놓고, 깔끔해 보이는 순백의 침대에 걸터앉았다.

"이제 어쩌냐."

괜히 볼을 당겨보고 귀를 꼬집어 봤지만 아프기만 하고 꿈에서 깨지를 않았다.

방구석에 있는 전신거울을 보니 부정할 수도 없는 [섹아]의 주인공 '이호연'의 얼굴이다.

"..."

마음속으로 상태창이라는 단어를 되뇌었다.

--------------------
- [이호연]

▶ 근력 : 34
▶ 체력 : 35
 민첩 : 30
▶ 내구 : 34
▶ 마력 : 36

- 고유 권능 : 전투 감각

- 스킬 : 없음

- ??? : ???

--------------------

와! 상태창!

[전투 감각]이라는 고유 권능은 주인공 이호연의 것이다. 이제 부정은 그만하자.

나는 야겜 주인공으로 빙의했다.

"흐음..."

근데, 이거 이득 아니야?

주인공이라서 얼굴도 잘생겼다. 게다가 [전투 감각]이라는 고유 권능은 작 중에서 최상급의 권능이다.

원래 삶보다 손해 보는  없는  같은데.

띠리링-

왼쪽 손목에서 울리는 진동에 스마트 워치를 확인했다.

[이호연 생도님은 A클래스입니다. 내일 9시까지 1학년 건물 A클래스로 등교해주시면 되겠습니다]

클래스 배정 안내 문자였다. 원작과 똑같은 A클래스다. 주요 인물들이 거의 포진되어 있다. 물론 야겜답게 대부분 여자다.

"일단 씻고 나서 생각하자."

생도 복을 벗어서 걸어놓고 욕실에서 대충 샤워를 한 뒤 스탠드 옷걸이에 놓여있던 이호연의 평상복으로 갈아입었다.

툭 툭 수건으로 머리를 말리면서 욕실에서 나왔다.

"어?"

책상 위에 처음 보는 봉투가 놓여 있었다.

'분명히 씻기 전에는 없었는데?'

손으로 들고 확인해보니, 아무것도 쓰여있지 않은 새하얀 편지 봉투가 단단히 봉해져 있다.

"못 본 거겠지 뭐."

기숙사 규칙 따위가 적혀있는 안내장일 게 뻔하다. 처음에 정신이 없었으니  볼 수도 있지.

봉해져 있는 봉투의 윗부분을 잡고 찢었다.

그러자, 봉투 안에서 빛과 글자들이 쏟아져나와 내 눈앞에 정렬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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