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7화 〉 공허
* * *
오베론을 죽이겠다고는 했지만, 당장 밀린 일들이 산더미였다.
그동안 밀린 요정왕으로서의 업무를 해야 했다.
요정왕의 업무라고 해서 그렇게 힘든 것들은 아니다. 내가 도와줄 때나 서류 작업을 하지, 그건 본래 요정왕의 업무는 아니니까.
외교는 티타니아의 이름을 빌린다면, 금방금방 해결된다. 삼왕이라도 그들과 논하는 것은 티타니아에게 맡기면 그만이다.
자잘한 업무는 그란데힐이 해결한다. 그란데힐은 무력보다는 그녀가 가진 업무 능력이 말도 안 되게 뛰어나, 요정여왕의 오른팔이 된 케이스.
그런 둘이 있는 나한테 업무가 많을 리가 없다.
“으음.”
그란데힐이 황홀한 표정으로 내 자지를 빨았다. 티타니아가 옆에서 부러운 듯이 보다가 내 옆에 다가왔다.
“쪽. 쪼옥.”
그리고는 입을 맞췄다.
그렇다.
요정왕으로서 가장 중요한 업무는 바로 정?을 토해내는 것이다.
내 정액은 요정족이 사용하면 한두 단계로 더 성장할 수 있는 극상의 비약이 되며, 세계수에 뿌리면, 세계수의 상처마저도 치유될 수 있다.
뿐이랴.
내 입장에서는 정말 끔찍한 일이지만, 내 정액으로 요정족 특유의 비약을 만들어서 세계수의 영기가 깃든 영약으로 만들 수 있다.
‘그 비약이 여의천주나 세계수의 정기에 비견되는 영약이라니.’
다행히도.
정말 다행스럽게도 나에게 효과는 없기 때문에 나는 먹어도 별 소용이 없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이냐.”
뚱한 표정으로 티타니아가 나를 바라봤다.
“잠깐 오베론에 대해서.”
“……다른 여자를 생각한 게 아니니 이번 한 번은 봐주지.”
“후움. 시우 님은…우움, 저희 요정족의 왕이십니다. 츄읍, 여왕님께서는 너무 간섭하는 게 아닌지…….”
“데힐, 너 마저?”
티타니아가 배신당한 표정으로 그란데힐을 봤다.
그란데힐은 여상한 표정으로 내 자지를 빨았다.
츄릅츕, 츄읍. 굉장히 맛있는 걸 먹는 듯이.
“……본녀에게 집중해라.”
티타니아가 초록빛의 눈동자로 나를 바라봤다.
동화.
세계수와 동화를 하면서, 그녀는 생명의 마나를 내뿜는다. 그리고 생명의 마나는 이성에게 강렬한 매력을 선사한다.
그리고 소파 위에 올라가서, 분홍빛의 보지를 벌렸다. 손가락으로 보지를 벌리면서.
“어떠냐, 넣고 싶지 않더냐?”
나름 치명적인 표정으로 티타니아가 말했다. 치명적이기보다는 애달파 보였다.
“이대로 하시겠습니까? 아니면 벗기시겠습니까?”
그란데힐이 미니스커트를 걷으며 말했다.
서로 겨루듯이 내 자지를 원하는 티타니아와 그란데힐.
나는 먼저 그란데힐의 팬티를 걷었다. 이미 젖은 상태.
“이대로 넣어도 되겠는데.”
“네, 제 보지는 언제나 요정왕님을 위해 준비되어 있습니다.”
“…….”
누가 저런 멘트를 가르쳐 준거야. 나는 어처구니없어 하며 그란데힐의 보지에 내 자지를 밀어 넣었다.
“흐으읏♡”
그란데힐이 내 자지를 받아들이며, 들뜬 신음을 흘렸다.
***
윤채린은 복도를 거닐었다. 학생들 사이에서 이시우를 봤다는 목격담 때문이었다.
‘진짜 얼굴 보기 힘드네.’
2학년이 시작되고 5월. 벌써 이시우를 못 본 지 1달이 넘었다. 다른 애들 얼굴을 보니 따로 만나는 것 같지가 않다.
‘성욕의 화신이니, 오면 어떻게든 얼굴에 티가 나니까.’
자신은 아니라고 부연하지만, 윤채린이 보기에는 이시우는 성욕의 화신이나 다름이 없었다.
윤채린은 교장실 근처로 가다가 금발의 요정족에게 제지당했다.
“여기는 요정족의 구역입니다.”
“나 학생회장이야.”
“그래도 안됩니다.”
“……이시우의 여자친구야.”
“들어 오십시오.”
학생회장의 권한보다 여자친구의 권한이 더 높다니. 학생회장이 된 보람이 없었다.
‘아니, 한종우를 엿먹일 수 있어서 좋기는 한데.’
요정족을 넘어 교장실의 앞. 이시우가 교장실에 나오는것이 보였다.
묘하게 뿌듯해하는 감정과 쥐어짜인듯한 모양.
“뭐야, 왜 얼굴이 반쪽이 됐어!?”
“내가?”
“어, 완전 홀쭉해졌네!”
이시우는 약간 고개를 갸웃하더니, 이내 멀겋게 웃었다.
“뭐야, 무슨 좋은 일 있어?”
“응. 이번에 승기를 잡았거든.”
“승기?”
“근데 여기는 웬일이야?”
“그야 너 보려고 왔지.”
윤채린은 히히웃으면서 이시우의 곁에 섰다.
“너, 교류회에 참가 신청 넣었다며. 그란데힐이 말해주더라.”
“아, 그거 때문에? 너도 갈 거야?”
“응, 나랑 승하도 넣었다. 나연이랑 수아도 간다고 했고, 하린이도 넣었어.”
“그래?”
“그리고 하나도 가고 싶어하는데, 어떻게 할까?”
“하나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이시우가 말했다. 이하나, 이시우의 동생. 아직 그녀가 갈 정도는 아니다. 그리고 곧 미국은 전쟁터로 바뀐다.
“어, 본인이 엄청 강력하게 원하더라고.”
“안 돼.”
“그렇게 단호하게 말할 정도야?”
“어, 미국행이 엄청 위험할 수 있거든. 그리고 명단에 아야네랑 샤오메이도 넣어줘.”
“아야네랑 샤오메이를? 둘 다 애매한데…….”
윤채린이 의아해했다.
“괜찮아. 둘 다 엄청 강해졌으니까. 특히, 아야네는 승하랑 싸우면 높은 확률로 이길 수 있거든.”
“아야네가?”
“어. 엄청 강하더라. 잘하면 너보다 강할지도 몰라.”
“하.”
윤채린이 어처구니 없어 했다. 그러나 묘한 불안감이 있다.
역대 천마 중, 그녀의 스승이라고 부를 만한 인간이 이시우의 ‘눈’은 굉장히 특별하다고 했다.
그리고 윤채린이 아는 이시우는 저런 발언을 함부로 할 정도는 아니다.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말하면 일단 넣어둘게.”
윤채린은 일단 머릿속에 아야네와 샤오메이의 이름을 넣어뒀다.
그리고 공적인 이야기가 끝났다.
이제 사적인 이야기로 넘어갔다. 윤채린은 이시우의 팔에 슬쩍 가슴을 끼우며 이시우를 올려다보았다.
“오늘 시간 돼?”
“……물론이지.”
약간의 공백 후 이시우는 답했다.
이시우는 왠지 아버지가 어머니가 예쁘게 꾸밀 때, 긴장했던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
윤채린을 재운 뒤에, 나는 훈련장으로 향했다.
아카데미에서 쓰는 개인 훈련장이 아닌, 요정족들이 나를 위해 만들어준 훈련장.
세계수 안.
나는 잠깐 허뢰를 사용했다. 손아귀에서 회색빛의 번개가 파직하고 튀었다.
‘아직도 인가.’
기린의 정수로 얻게 된 허뢰. 나는 아직도 이것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탑에서 마법과 성력을 주로 이용한 것이 컸다.
그리고 신염.
그 힘을 깨우치기 위해서 신염에 몰두한 것도 있다.
‘조금 더 하면 될 것 같은데.’
신염과 허뢰의 융합. 그리고 뇌신의 성장. 이 모든 것을 한 번에 하려고 하니, 성장이 더뎠다.
하지만 해야했다.
당장 두 개를 융합하기는 쉽다. 그러나 그것은 잠재성을 버리고 일시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용도.
미래를 보고 강해지자면, 한 번에 융합을 시켜야 한다.
그리고 성장시켜야 할 것은 또 있다. 나는 특성목록을 훑었다.
태극지체·극.
탑에서 마법과 신성력을 쓰면서, 어느 순간 태극지체가 진화했다. 태극지체·극으로.
그렇게 되면서 태극지체에 한가지 기능이 추가되었다.
음과 양의 마나를 극도로 반발시켜야 나오는, 김은정을 상징하는 기술.
멸망의 번개.
어젯밤, 칠익의 인원인 그레고리를 손쉽게 잡은 것은, 태극지체가 가진 파괴의 힘도 컸다.
그리고 태극지체·극으로 진화한 순간, 나는 본능적으로 이 위에 하나의 특성이 위에 더 있음을 깨달았다.
‘혼원체(Ex)가 태극지체에서 진화했던 거군.’
혼원체를 보지 못했지만, 어떤 유저가 게임의 데이터를 파헤쳐서 Ex등급의 특성들이 어떤 것들인지는 파악을 해 두고 있었다.
‘오버로드·극은 아쉽게도 능력치의 상한선이 커지고 다른 스텟도 건드릴 수 있게 되는 것이 끝이었지만.’
그래도 만족스럽다.
여기서 한발자국, 상격이 아니라 최상격으로 가서 각인, 일월까지 진화시켰으면 금상첨화였을 텐데.
“후.”
호흡으로 아쉬움을 털어냈다. 어차피 언젠간 올라갈 일. 내가 할것은 교류회 직전까지 내 본신의 무력을 올리는 것이다.
허뢰.
파직회색의 번개가 튀었다.
신염.
화르륵! 진홍색의 불꽃이 피었다.
그리고 몸속에 있는 뇌신이 그에 반응한다. 불꽃과 번개, 그리고 뇌신이 합쳐지기 시작한다.
보랏빛의 번개가 회색의 번개와 합쳐진다. 진홍색의 불꽃이 더해진다.
셋 다 개성이 강하고, 홀로 서려는 성질이 강해서 큰 반발력이 생겼다.
가장 먼저. 제일 약한 힘인 신염이 뇌신에 반쯤 합쳐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신염을 반쯤 흡수한 뇌신이 허뢰를 삼키기 시작했다.
그러나 반발한다. 허뢰는 이런 힘과 동화할 수 없다는 듯이, 홀로 뇌신과 신염을 감당했다.
‘이번에도 안 되는 건가.’
포기하려던 찰나.
순간 성력이 일었다. 성력. 무협에서 따지면 상단전에 위치한 신의 힘.
그것이 빛을 강렬하게 일으켰다.
대신관까지 오른 내 성력이 신염을 삼킨 뇌신을 도왔다. 거기에 세계수가 반응했다. 생명의 마나가 섞이기 시작하면서.
‘이건…….’
뇌신이 모든것을 집어삼켰다.
아니, 이걸 이제 뇌신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나는 천수로 뇌신을 가늠해봤다.
‘가늠이 안돼.’
이것저것 힘이 뒤섞여 있다.
마치 칠색의 끝에 있는 힘인 공허처럼.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