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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이 나에게 최면어플을 사용한다-241화 (241/298)

〈 241화 〉 Re:제로부터 시작하는 이세계 여행인줄 알았지만, 나 혼자 힘을 숨김

* * *

상견례 당일.

여자들과 조율한 결과 우리 집 부모님만을 대동하기로 했다.

부모님이 안 계신 예도 있고, 막장인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어때?”

나는 선물로 받은 정장을 입은 채 말했다. 요정왕의 장막은 넥타이로 변환시켰고, 시계는 그란데힐이 맞춰줬다.

“흥, 뭐, 꽤, 꽤 멋있네.”

시계를 보며 원숭이가 말했다.

시계 안에 시간에 따라 봄과 여름, 가을, 겨울의 모형이 작게 이루어진 마도공학의 정수(??).

과연, 정수라 말할 수 있었다. 시간에 따라 바뀌는 지금의 계절은 여름. 시계 안에는 거대한 나무 한 그루와 바닷가의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십삼 월의 단장이 나에게 이걸 진상했을 때, 배신당한 표정의 티타니아의 표정이 떠올랐다.

­어, 어떻게 네가 그, 그걸?

­개인적인 돈을 투자해서 벌었습니다.

­그거 105억에 낙찰받은 시계 아니야……?

나는 전신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바라봤다. 보랏빛의 눈동자와 진한 흑색의 머리카락.

‘음……기생오라비처럼 생겼군.’

내가 봐도 잘생겼다. 나는 잘 모르겠지만, 여자들이 말하기를 ‘무언가 홀리는 것 같은’ 분위기까지 지녔다.

‘그냥 외모 보고 홀린 게 아닐까?’

어쨌든.

나는 거울을 뒤로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12살짜리 어린애가 보였다.

“준비는 됐나?”

“……진짜 하려고?”

“진짜 하려고 말했지, 설마 안하려고 그 계획을 말했을까.”

“지, 진짜 그, 그걸 해야 해? 이 내가? 색욕의 좌이면서 한때 마왕 취급을 받던 내가 해야 되는 거야?”

정숙한 처녀의 동공이 좌우로 거세게 흔들렸다. 자신은 이딴 짓은 도저히 할 수 없다는 듯이.

그러나 내가 부탁한 것은 애초에 정숙한 처녀만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근데 언제까지 나를 정숙한 처녀라고 부를 거야?”

­맞아, 맞아. 펫을 기르기로 했으면 이름을 지어줘야지.

화륵­비염이 옆에서 보랏빛의 불꽃을 동반하며 나타났다.

“펫이라니. 하, 정령, 주제란 걸라나?”

“확실히……칭호나 이름 같은 게 필요하기는 하겠군. 정숙한 처녀라고 부르면 위험하기는 하니.”

나는 잠깐 정숙한 처녀를 봤다.

“정숙은 어떤가?”

“…….”

­계약자는 기술명은 멋지게 짓는데 이름 짓는 솜씨는 진짜 형편없네.

“정수기?”

“…….”

­…….

반응이 이상하다. 마음에 들지 않은 것 같다.

나는 진지하게 이름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펫에 어울리는 이름이라…….

“오빠! 시간 다 되가!”

원숭이의 부름에 나는 몸을 일으켰다. 시계는 어느새 5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슬슬 출발해야 여유롭게 도착할 수 있는 시간이다.

“뭐, 갖고 싶은 이름은 있나?”

“예쁜 이름.”

더 난감해졌다.

“생각해 보겠다.”

“예쁜 이름으로 부탁해. 그럼 당신이 한 개조……는 한 번 해볼게.”

정수기가 말했다.

최면어플은 정수기의 말에 따르면 천상의 마에 갇혀있었던, 존재들 탓에 변질하고, 오염되었다.

나는 이걸 바꿔서 생각했다.

최면어플이 무엇인가?

상대를 최면시켜서 내 마음대로 조종한다.

그렇다면 이걸로 천마 윤채린 만큼은 아니더라도 일시적으로 천마 윤채린의 발끝까지는 따라갈 수 있을 정도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말이다.

정수기는 내 말에 긍정했다. 가능성은 있는 이야기라고.

망령들은 육체에 개조에 능하다. 최면으로 훈련을 몇 가지 추가하면 될지도 모른다고 했다.

나는 바깥으로 나왔다. 엄마나 이하나는 한껏 꾸몄고, 아빠는 그냥 정장 차림으로 있었다.

“슬슬 출발할까?”

“네, 가죠.”

주차장으로 내려와서, 차에 탔다.

“제가 운전할까요?”

“괜찮아, 너희 아빠가 저 차를 얼마나 좋아하는데. 저거 사겠다고 대출받은 돈을 생각하면…….”

“어허.”

엄마가 앞자리, 나와 원숭이가 뒷자리.

아빠가 운전대를 잡았다. 아빠의 마음도 이해가 간다. 나는 차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친구들이 벤츠라고 호들갑 떨었던 것은 기억한다.

레스토랑에 도착하자, 눈에 익은 실루엣들이 보였다.

“하이하이~.”

엣된 얼굴. 고등학생 즈음으로 보이는, 보랏빛의 드레스를 입은 보랏빛 일색의 소녀가 보였다.

“오랜만이군.”

그리고 그 옆에 붉은 여인이 있었다. 자신만만한 미소를 띠는 검은색 제복을 입은 여인.

공허의 왕과 용왕.

그 둘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여기는 왜?”

“우리에게도 꽤 좋은 정보력이 있거든. 이곳에서 ‘회의’를 하는 게 아니었나?”

“맞아맞아~. 티타니아도 오길래 무슨 방법을 꾸밀지 궁금해서 우리도 같이 와봤지~.”

말과는 다르게 장난기가 가득한 표정이었다.

“뭐, 농담이고, 매우 중요한 용건이 있어서 왔지. 아, 다른 분들은 가족이셔? 그럼 이 기회에 인사드려야겠네.”

공허의 왕은 진중한 표정을 지으며 우리 부모님에게 왔다.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이런 훌륭한 영웅을 키워내신 부모님을 뵙고 싶었거든요.”

“가히 인류 전체로 봐도, 업적이라고 봐도 좋다. 혹시 경호가 필요하다고 느껴지지 않는가? 우리 일족의 게으름 벵이들이 몇 있는데, 경호원으로 써줄 수 있는가?”

“당신들이 왜 여기에……?”

어느새 나타난 티타니아가 당황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이번에 마수왕을 잡으면서 남은 정수가 있잖아~. 그거 때문에 말하려고 왔지.”

“그럼 자리를 바꾸겠습니다. 지금 식장을 잡은 곳은 자리가 조금 부족하고 세 왕께서 있기에는 격이 부족합니다.”

그란데힐이 상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우선 이시우 님의 가족분들은 저를 따라와 주시기 바랍니다.

“잠깐, 그란데힐. 그러면 우리는?”

“예, 저희가 있는 곳은 세 왕께서 같이 있기에 격식이 부족하니, 세 분께서 이야기를 나누고 오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란데힐이 입꼬리를 아주 약간 올리면서 말했다.

“괜찮아괜찮아~. 우리는 격식이라던가 그런 걸 잘 안 따지거든~. 그래도 나름 중요한 대화니까 이 레스토랑에서 시우랑 앉아서 얘기하고 싶은데~. 마냥 시우랑 관련 없는 이야기도 아니라서.”

서로 방긋방긋 웃으면서 이야기하는데 묘하게 싸늘한 느낌이 들었다.

“……아들, 진짜 괜찮은 거 맞아?”

이젠 나도 모르겠다.

***

다행히도 공허의 왕, 에니스와 용왕 하메르는 금세 자리를 비웠다.

애초에 그들의 목적은 내 얼굴을 보러 잠깐 왔다고.

­정숙한 처녀를 잡았다고 들어서 말이야.

그렇게 말하고는 정숙한 처녀의 상태를 보더니 꽤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잘 관리해.

­만약 죽여야 한다면 바로 죽이도록. 그런데 이건 능력에 의해 종속된 거라 꽤 잘 써먹을 수 있겠는데.

흥미로운 표정을 짓던 하메르가 생각났다.

뭐, 아무튼.

상견례는 나름 만족스럽게 끝났다. 임나연이 등장했을 때, 부모님이 굉장히 놀라기는 했지만.

“그래도 좋았다.”

“그래?”

“응, 처음엔 좀 불편해하시다가, 그래도 시간이 좀 지나니까 직장 상사가 아니라 며느리로 대하려고 하셔서.”

임나연이 만족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이시우 님.”

“응?”

그란데힐이 나에게 왔다.

“검이 완성되었습니다.”

“검?”

나는 그란데힐을 바라봤다. 공간에서 묵색의 상자 하나를 꺼내었다.

나는 상자를 열었다.

상자 안에는 붉은색의 비단 안에 한 자루의 검이 들어있었다.

묵빛의 검신.

나는 검을 들어 올렸다.

“이연아 님이 주신 기린의 시체 일부와 마수왕의 이빨, 가장 단단한 합금인 아르펠과 아다만티움, 미스릴을 재료로 만들었습니다.”

나는 검신을 손가락을 튕겼다. 팅­맑은소리가 울렸다.

“이건 어떻게 쓰는 거지?”

“먼저 기린의 정수를 거기에 주입하시면 됩니다.”

나는 그란데힐의 말에 따라 기린의 정수를 검에 주입했다.

파직­번개가 검에 흡수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점점 회색빛을 띠다가 자색빛을 띠고, 이내 회색빛을 띠었다.

‘아직 기린의 정수가 더 강해서 그런가.’

그래도 굉장히 만족스럽다.

“검에 대한 성능에 대해서 말씀드리자면 우선, 사용자의 마나를 먹고, 그 마나에 따라 검의 성질을 변화시킵니다.”

“성질을 변화한다고?”

“예, 이시우 님이 가지신 ‘조화’와 ‘번개’의 마나를 가장 우선적으로 흡수합니다. 그리고 이시우 님이 가지신 마나를 주입하면 길이 조절도 됩니다. 그리고 가장 먼저 언급하신 내구도도 신경을 썼습니다.”

“그래?”

나는 반색했다.

대부분의 무기는 현재 내 마력을 버티지 못한다. 천수로 세밀하게 마나를 운용하고, 조화의 마나로 엮어도, 파괴력이란 부분에서 내 뇌신이 너무 강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어떤 요청?”

“십삼 월의 단장이 이시우 님을 호위하고 싶다고 합니다.”

“음…….”

나는 잠시 단장에 대해서 떠올려 봤다. 요정족 중에서도 특별한 혈통인 하이엘프의 혈통. 무력 하나로 따지자면 티타니아를 제외한 이인자.

‘……데려가면 좋기는 하겠지만.’

탑에는 인원 제한이 정해져 있다.

“일단 생각해본다고 말해줘.”

“알겠습니다.”

“그리고 준비해달라는 물건들은 어떻게 됐어?”

“예, 생필품은 모두 준비해 두었습니다.”

그란데힐이 가죽 가방을 3개 꺼내면서 말했다.

“이 검은색 배낭에는 마력으로 움직이는 가전제품들을, 하얀색의 배낭에는 식량들을 넣어두었습니다. 회색의 배낭에는 생필품들을 넣어 두었습니다.”

“고마워.”

나는 그란데힐에게 고맙다고 말하고는 배낭을 장막 안에 넣어 두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렀다.

***

히어로 아카데미가 방학을 끝마치고, 개학했다.

학생회장은 뜻밖에 윤채린이 나가서, 한종우보다 압도적인 표를 받았고, 릴리의 소녀나 장미의 소년도 입학하는 것을 봤다.

이외로. 원숭이도 합격했다.

요정족들이 내 동생인 줄 알고 합격시켰나 해서 잠깐 봤는데, 나름 성장해서 아슬아슬하게 합격선에 들어갔다. 이론 쪽에서 많은 점수를 받고, 실기에서 점수는 조금 덜 받았다.

그리고 시간이 조금 더 흐른, 3월 말.

나는 샤오메이랑 아야네, 정수기와 함께 탑에 올랐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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