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8화 〉 준비(2)
* * *
철컥.
수갑이 채워지는 소리.
그 소리에 나는 소리 없는 환호를 내었다.
드디어 이시우가 제대로 플레이하려는 것이다.
‘드디어.’
이시우는 막상 자신과 하자고 하면 조금 불편한 표정을 지었다. 정확하게는 내키지 않아 했다.
그러나 나는 가끔 나오는 이시우의 행동에 확신하고 있었다. 이시우는 내 주인님이 될 수 있는 자질을 가졌다고.
“주인님?”
“아직 하지도 않았는데, 흠뻑 젖었네.”
“네, 네. 주인님의 암퇘지 보지에 주인님의 자지로 혼내주세요.”
“싫은데.”
짖궂은 미소.
이시우의 행동 하나하나가 나를 자극했다.
그리고는 이시우의 손가락이 육체를 타고 내려갔다.
배.
배꼽.
그리고 허벅지.
손가락이 육체를 타고 내리고, 이윽고 은밀한 곳으로 향했다.
“흐윽♡”
신음이 절로 나왔다. 이 상황 자체가 흥분되지만, 그것보다는 이시우의 손길이 흥분시켰다.
손길이 피부를 훑는 행위조차도.
“흐음.”
찔걱물이 가득 나온 보지에 새하얗고 길쭉한 손가락이 들어갔다.
전기가 찌릿하고 몸을 관통하는 기분이었다.
아.
순간 정신이 날아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어느새 아래쪽에서 물이 질질 흐르는 걸 느꼈다.
“뭐야, 벌써 가버린 거야?”
“네, 에엣.”
반사적으로 나오는 말.
나는 어느새 이시우의 자지를 보지로 받아들였으면 하는 충동에 휩싸였다.
“벌써 가버리는 마조 노예라니.”
이시우가 그렇게 말하며 가슴을 움켜쥐었다. 부드럽게. 그리고 자극적으로.
몸이 고장이 난 것 같았다. 큰 절정을 해버려서, 실금을 한 것도 아닌데 침대보가 완전히 축축해져서.
이시우가 가슴을 입에 대었다. 혀로 유두를 튕기면서. 시계 방향으로, 반시계방향으로, 혀로 유두를 튕기고, 내려찍고.
“주인님, 주힌님, 쥬힌임♡”
몸이 절정에 이르자.
행복해서, 너무 행복해서 죽을 만큼 행복해졌다.
“벌려.”
“네헤.”
이시우의 명령.
뇌를 거치지 않고 몸이 반응해서, 아입을 벌렸다.
그러자 이시우의 커다란 자지가 입을 틀어막았다.
“웁.”
입안을 틀어막아서 목 끝까지 자지가 들어왔다.
반사적으로 입술로 이빨을 감추고, 혀로 자지를 훑었다.
쭈읍, 츕.
그러자.
이시우가 목줄을 쥐었다. 설마, 설마.
“응붑.”
목줄이 지닌 가죽의 촉감이 느껴지면서 느리지도 않고, 빠르지도 않은 적당한 속도로 잡아당겼다.
손을 보지에 가져갔다. 질척거리는 보지. 보지를 매만졌다. 한없이 민감한데도, 보지로 느껴지는 쾌락은 별로였다.
그저 이시우의 자지를 빠는 것 보다 못한 쾌락.
‘중독이야.’
나는 이시우가 주는 쾌락에 중독되었다.
“멋대로 자위를 하는 거야? 완전 변태네.”
“츄읍, 츕, 쭈웁.”
나는 이시우의 자지를 빨았다. 말하고 싶어도 말할 수가 없었다. 다른 여자들은 말도 하던데. 아직 자신은 익히지 못했다.
그 때, 입안에 있는 자지가 움찔거렸다.
이시우의 자지가 보내는 신호. 정액을 이제 분출하겠다는 신호다. 나는 입을 더 벌렸다.
“간다. 잘 받아먹어.”
이시우의 명령. 나는 눈으로 알겠다고 답했다.
뷰르르릇! 뷰릇! 뷰르르르.
달짝지근한 맛. 달콤하면서도 싱싱한 채소처럼 생명이 넘치는 정액이 목 너머로 느껴졌다.
평생, 평생이랬으면 좋겠다.
이시우의 정액 받이. 은수아가 되고 싶다는 말이 떠올랐다. 진짜 그것도 나쁘지 않은데…….
“하아, 하아.”
정액을 다 목으로 넘기고 나는 이시우를 바라봤다.
그리고 시선을 내렸다.
팔뚝보다 조금 작은 물건이 보였다. 이시우가 자신을 내려다봤다.
“아.”
나도 모르게 소리를 냈다. 너무 좋아서.
저 내려다보는 시선이.
“그럼 이제…….”
이시우가 말을 하다 멈칫했다. 나를 바라보고는 잠깐 멈췄다. 이시우가 보지쪽으로 움직였다.
“흐읍.”
정신이 혼미해진다.
츄릅. 츕. 혓바닥이 보지를 핥는다. 혀로 느릿하게. 클리 겉 부분을 핥는다. 가지도 못하고, 조금만 더 하면 갈 것 같은데, 갈 것 같자니 이시우가 멈춘다.
“자, 잘모태써요. 잘못해써요.”
반사적으로 중얼거렸다. 쾌락의 파도가 뇌를 헤집었다.
제발.
가고싶었다.
이시우가 나를 바라봤다. 차가운 시선이 꽂혔다.
“넣고 싶어?”
“네, 네! 제, 제발 주인님의 자지로 나연이 보지를 따먹어주세요!”
그러자 이시우가 느긋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보지에 둔탁한 무언가가 느껴졌다.
수십, 수백번은 왕복한 익숙한 느낌. 그러나 그것이 주는 쾌락은 절대 익숙할 수 없다.
천천히.
천천히 보지를 헤집으면서 자지가 들어온다. 마치 이 구역은 내것이라는 듯이 질 전체에 자지가 달라붙어서 들어온다.
찔걱.
아.
들어오자마자 뇌가 녹는것 같았다. 자지가 밀려온다. 보지 안쪽으로. 절반. 절반이 들어오고, 이윽고 끝까지 들어온다.
“─────♡”
그리고 그 뒤의 일은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하앙♡ 아픕♡ 앗♡ 오호오옷♡”
“돼지처럼 울어야지.”
“꿀꿀♡”
내 보지가 누군가의 도구로 사용되는 듯한 느낌.
“싼다. 모두 받아.”
“주힌님의 정액, 주힌님의 정액받이안에 싸 주세요오♡”
그것이 너무 황홀해서, 행복에 잠겨서 다른것이 기억이 나지 않았다.
***
다음 날.
나는 은수아하고 만나기로 했다. 은수아의 실질적인 부모라고 할 수 있는 은수아의 이모랑 상아탑주를 만나기 위한 것은……아니다.
탑.
그곳은 하나의 세계로 연결되는 통로. 혹은 하나의 세계가 들어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과거의 이연아는 윤승하와 윤채린의 부모님과 함께 탑에 납치 되었고, 그곳에서 어떤 것을 봤고, 그 세계를 멸망시켰다.
세계를 구하기 위해서 소환된 용사는.
그 세계를 멸망시켰다.
그래서 그녀의 칭호는 바로 멸망의 용사.
그리고 나를 보면 호의 가득한 눈이나 이따금 야릇한 눈으로 보는 이연아의 반응을 생각한다면, 나도 그녀가 한 행위에 한 손을 보탰을 거다.
‘어쩌면 내가 시켰을지도 모르고.’
나는 이연아의 태도를 떠올렸다. 마수왕을 잡기 직전에 보였던 태도. 그녀의 태도는 명백하게 이상했다.
죽음을 각오한 태도였다. 그래서 공상의 구슬을 넘겨줬었지.
벤치에 앉아 생각했다.
가정을 해보자.
만약에.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이연아에게 시킨 게 아닐까라는 가정을.
더 정확하게는 이 세계선에 내가 아닌 다른 세계선의 이시우라면.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자. 내 성격이 뒤틀릴 정도의 가정을.’
윤채린.
그리고 윤승하.
저 둘이 없거나 혹은 그중 하나가 있는 세계관으로.
나는 ‘모종의 이유’로 지켜야 할 사람을 지키지 못했다.
‘모종의 이유’로 친한 사람이 죽었다.
그렇기에 이연아를 희생시켜서라도 지켜야하거나, 거악을 쓰러트릴 정도로 망가졌다면.
‘내가 지금과 같이 행동할 수 있을까.’
곰곰히 생각해봤지만, 답은 나왔다. 높은 확률로 안 될 거라고.
티타니아 : 준비 다 했어요. 근데 최면어플이 필요해요?
나는 잠깐 입을 다물었다. 최면어플에는 거악, 정숙한 처녀의 힘이 담겨있다.
탑은 미지의 공간이다.
그래서 나는 최소한의 인원으로 꾸몄다. 정숙한 처녀. 그리고 나.
최면 어플은 정숙한 처녀가 힘을 되찾는 데 필요하고.
‘샤오메이를 데려갈까?’
샤오메이의 능력, 탐욕의 시선. 그것은 물건과 인물에게 값을 매기는 능력이다. 그리고 뛰어난상재(??)의능력을 갖추고 있다.
‘그리고 아야네도.’
단절.
그 능력의 힘이 필요하다.
[바다의 잠든 괴물. 그 괴물이 가지는 힘은 너무나도 강대하다. 질투. 그 괴물이 상징하는 힘은 극단적으로 치우친 저주다. 평소에는 바닷속에 깊이 잠들어 있지만, 그 존재가 깨어난다면 어마어마한 재앙이 벌어진다. 한국에 있는 울릉도. 그 섬을 한입에 집어삼키는…….]
마수왕이 작은 형태로 변할 수 있다고 한다면, 레비아탄은 그냥 크다. 더럽게 크다. 한 입으로 섬 하나를 씹어 삼킬 수 있을 정도라고 하니까.
화력이 필요하다.
‘칠색도 완숙의 단계에 이르렀는데.’
나는 손을 활짝 폈다. 일곱 빛의 색이 뭉치고, 흩어진다. 이걸 검의 형태로 만들면 은수아가 자랑하는 절기인 칠색이 완성된다.
검을 이것으로 대체하고 일월천뢰검을 쓰면 내가 만족할만한 화력이 나오겠지만.
‘안되지.’
칠색은 기본적으로 일곱 빛의 색의 힘을 ‘폭주’에 가깝게 만든 상태에서 쓰는 거다. 그래서 은수아도 이걸 검처럼 휘둘렀던 거고.
“시우야!”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빛바랜 은발과 그에 대비되는 반짝이는 금발.
검은색 체크무늬 겉옷과 안에는 검은색 티를 입고, 청반바지를 입은 은수아가 보였다.
“왠일이야?”
“상아탑에서 살 물건들이 있어서.”
“그래? 그럼 나랑 같이 갈래? 내가 이래 봬도 상아탑에서 힘 좀 써서, 할인 같은 거 받을 수 있을 거야.”
“그래?”
그러면 좋기는 하다. 돈이야 많으면 많을수록 이득이니까.
“그럼 신세 좀 지자.”
“응응, 얼마든지 져도 돼.”
은수아가 웃으면서 말했다. 어차피 나중에는 다 우리 거니까라는 듯이.
***
“뭐, 뭘그리 많이 사.”
은수아가 당황하며 나를 바라봤다. 나는 잠깐 뒤를 돌아봤다. 카트 두개의 빼곡히 들어가 있는 아티팩트.
대부분이 하급이나 최하급으로 쓰이는 물건들이다. 전투용보다는 실생활에 쓰이는 물건.
“제 친구가 사는 건데 할인되죠?”
“……네, 가능합니다.”
마법사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30% 할인 해서 총 37억 7,700만 원입니다.”
“시, 시우야, 내, 내가 내줄까?”
“아니, 괜찮아. 생각보다 싸네. 다른 물건도 보고 와야겠다. 먼저 이걸로 계산해주세요.”
직원으로 보이는 남성에게 카드 하나를 건네줬다.
나는 포장하려고 움직이려는 직원들을 제지했다.
“아공간 가방 있으니까, 제가 챙겨갈게요.”
“네, 알겠습니다.”
나는 다시 물건들을 파는 곳으로 향했다.
씨앗 같은 것들도 쭉 훑어봤다.
탑이 어떤 곳인지 모르지만, 인간이 사는 세상일 거다. 척박한 곳에서도 자라는 고구마나 감자 같은 것들도 챙기자.
‘생필품도 사야지.’
생필품은 인터넷에서 사는게 좋을것 같은데.
“물건들을 사는 걸 보아하니, 어디 이민자들을 챙겨줄 셈인가?”
문득 내 옆에 중년인이 있단 것을 깨달았다. 나이는 대충 40대.
“아뇨, 그냥 미래를 대비해서 챙기는 거에요.”
“이렇게나 많은 물건을?”
호기심에 가득한 눈동자가 나에게 향했다.
“네, 곧 떠날 장소에 이런 물건들이 엄청 필요하거든요.”
“다른 세계라도 가는 건가?”
“비슷하죠?”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면 남아있는 사람들은 어쩔 셈이지?”
“음……이런 말을 하기 좀 뭐하지만, 미안하죠. 그래도 시간은 많이 안 걸릴 거예요. 시간 축을 꼰 탑이라서.”
“……다르게 말하면 10년이 지나도 못 넘어온다는 소리로군.”
“그럴 일은 없어요. 아무리 늦어도 1개월 이내에 올 겁니다.”
“근데 그곳에 꼭 가야하나?”
“마수왕 같은, 아니 마수왕보다 더한 재해가 그곳에 있으니, 그걸 저지하려면 가기는 해야죠.”
“…….”
눈동자가 변했다. 금빛의 눈동자로. 모든것을 꿰뚫을 것 같은 눈빛이 나를 향했다.
“……진짜로군.”
“네. 탑의 특성상 능력치가 초기화 됐을 테니, 지금도 좀 아슬아슬합니다.”
“자네는 괜찮은가?”
“음, 괜찮을 것 같네요. 제 고유 능력이 워낙 좋아서.”
나는 혹시 몰라서 마정석으로 작동되는 큰 냉장고 하나도 구매했다.
“그럼 이제 저는 합격인가요?”
“허허……젊은이, 처음부터 내 정체를 알았나?”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상아탑주를 봤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