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4화 〉 결전(4)
* * *
마수왕은 분노했다.
순간적으로, 저 인간으로부터 떠올린 기억 때문에.
전대 용왕, 묵시록의 붉은 용에게 죽을뻔한 기억에, 그는 ‘분노’했다.
놈……!
마수왕이 두 팔을 위로 올렸다. 주택만 한 손가락이 주먹을 쥐었다. 그 행동만으로 공기가 찌그러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끼이익주먹을 쥐고 내려친다. 그 행위가 몹시 위험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양 주먹으로 이연아를 내리쳤다. 마치 운석이 떨어지는 듯한 광경이었다.
“흡!”
광성자가 손을 뻗었다.
빛의 입자가 마수왕이 내려치는 타점으로 뭉쳤다. 빛의 방패에 멸망의 번개가 더했다. 그리고 그곳에 미국의 영웅 더 원이 현실조작 능력으로 마수왕의 파괴력을 줄였다.
───콰아아아앙!
그러나 마수왕의 공격을 막지 못했다. 빛의 방패가 산산조각이 났다. 마수왕의 주먹은 빛의 방패를 부수고, 더 원이 사용한 현실조작 능력을 능력체로 부쉈다. 멸망의 번개가 마수왕의 주먹을 태웠지만, 고작 태운 정도다.
“흠.”
이연아는 희게 웃으며 조용히 손을 뻗었다. 그녀가 갖춘 능력은 천의무봉.
그녀가 행하는 모든 행위는 마치 하늘의 선녀가 만든 듯, 단 하나의 흠도 없다.
가장 완벽한 자세로 그녀가 손을 뻗었다.
그리고 천수.
마수왕은 강하다. 근력이라는 단순한 능력으로 따진다면, 이연아는 마수왕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그리고 분노한 마수왕은 근력 하나만으로 따지면, 세상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거력.
공간째로 갈기갈기 찢어버릴 듯한 힘이 이연아에게 쇄도했다.
이연아가 뻗은 손으로 검을 휘둘렀다. 검이 태극을 그렸다.
퉁.
마수왕의 주먹이 이연아의 검로를 따라 튕겼다.
일찍이 이시우가 학생들을 상대로 까다롭게 느끼게 했던, 패링. 이연아는 그것으로 마수왕의 일격을 너무나도 간단하게 무산시켰다.
무슨…….
마수왕은 자신의 주먹이 위로 떠오르는 것을 보며 당황했다. 이 기술, 당한 적이 있다. 일찍이 자신이 오만한 용이 완전한 상태였을 때였다. 그 여자와 싸웠을 때 였다. 그러나 완성도가 달랐다. 마치 이쪽이 진짜인듯한.
척.
마수왕의 상념은 길지 않았다. 이연아가 자세를 잡았다.
일월천뢰검은 강하다.
그러나 사용자에게 너무 심한 부담을 준다. 이연아는 이시우 같이 부담을 주는 것을 푸는 특성이 없다.
‘다른 특성들도 까다로워 죽겠는데.’
이시우 능력을 공유 받고 있어서인지, 천수와 천의 가면. 그 모든 것들에 제약을 받고 있다.
그래도,
이연아는 만족한다. 이시우가 추천해준 어떤 특성보다도 천의 가면과 천수는 그녀에게 잘 맞았다. 천의 가면은 아직, 여러가지의 특성을 쓸 수 없고, 천수는 그녀의 기교에 도움이 될 뿐, 이시우 처럼 재능을 늘리는 데에 쓸 수는 없지만.
‘역시 이 녀석쯤 되면, 일월천뢰검으론 무리인가.’
솔직하게 말해서 이연아가 보는 관점에서 그녀가 쓰는 일월천뢰검은 형편없다.
이시우가 만든 검법이라서 애정을 가졌지만, 아무리 자기 멋대로 개조하고, 사용자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며, 연계식으로 만들어도 그 근본은 일월천뢰검. 사용자의 몸에 부담을 주는 검법이다.
‘무련.’
그래서 이연아는 방식을 바꿨다. 그녀의 주변에서 수십 줄기의 기파가 일렁거렸다. 기파가 모여 하나의 꽃을 만들었다.그녀의 근처에서 연꽃이 피었다.연꽃, 무련.
동시에 마수왕의 팔이 부풀어 올랐다.
끼익.
공기가 팽창한다. 조금 전, 공격을 무위로 돌렸지만, 이연아는 방심하지 않았다.
‘공격을 흘릴 생각은 아니었는데.’
카운터.
그녀의 특기인 카운터로 마수왕에게 한 방 먹이고 시작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생각만큼 되지 않았다. 마수왕의 힘이 너무나도 강대했다.
‘무리를 좀 해야 되나.’
이연아가 부상을 염려하려는 그때.
이 상태로 싸우기는 힘들군.
화아아악!
마수왕의 몸이 빛났다. 환한 빛을 머금으며 태산과도 같았던 크기가 줄어들었다.
약 15m 정도의 크기로. 그러나 그것으로도 어마어마하게 컸다.
“후, 이 몸은 오랜만이군.”
마수왕이 오연하게 영웅들을 보며 말했다.
“덤벼라, 버러지들아!”
***
이시우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마수들은 대부분 정리되었다
이시우는 하늘을 굽어보는 눈으로 마수왕이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거대한 마수왕이 어느새 사라졌다.
‘2페이즈로 넘어간 건가.’
작아진 마수왕은 근력과 체력이 줄은 대신에 민첩이 크게 늘어난다.
기본 베이스가 마수라서 능력치 자체가 대단히 커서 까다로웠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분노하면 분노할수록 강해지는 체질.’
그 강함은 무시무시할 정도다. 부상을 좀 당하고 단기전으로 끌고 가는 것이 맞다.
‘방어와 관련된 특성이 없는 게 아쉽군.’
일찍이 티타니아가 입었다는 방어구를 착용하며 이시우는 맞을 준비를 했다.
‘최대한 약하게 맞자.’
이시우는 대검을 들었다. 길쭉한 대검. 마수 살해자. 마수를 상대하는 데에 있어서, 특출난 대검이다.
“저쪽으로 가게?”
윤채린이 물었다. 조금 두려움이 담긴 목소리로.
“응, 금방 해결하고 올게.”
“해결한다고?”
의문이 깃든 눈으로 윤채린이 이시우를 바라보고는, 이내 일본에서 있던 일이 떠올랐다.
‘진짜 어떻게든 했었지.’
“잘 갔다 와.”
“엉.”
“……이렇게 말하니까, 남편 배웅하는 신부가 된 것 같네.”
윤채린은 피식하고 웃으면서,
“잘 갔다와, 남편.”
“후우, 얜 신경 쓰지 말고 빨리 갔다와.”
윤승하가 숨을 몰아쉬고는 말했다. 이시우는 옅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시우는 광익을 모방한 가면을 착용했다. 파앗──! 번개와 불꽃이 휘감긴 광익이 그의 등에서 피어났다.
“금방 갔다가 올게.”
이시우는 힘껏 도약했다. 한순간에 전장을 이탈한 이시우가 날개를 펴고 빠르게 솟구쳤다.
‘가장 좋은 것은 내가 공격해서 틈을 만드는 게 아니라, 상대가 공격할 때 빗겨 맞아야 해.’
잘못 맞으면 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쿠르르르르릉!
번개가 이는듯한 소리가 났다. 마수왕이 날뛰면서 산 하나를 그대로 무너트리고 있다. 수십 줄기의 빛이 퍼지면서 노랫소리가 들렸다. 김은정이 멸망의 번개를 두른 채, 마수왕에게 돌진했다.
미국의 영웅인 더 원이 자신의 무기인 대검을 들은채로 뛰어들었다.
가장 선두에는 이연아가 있었다.
이연아를 제지하려고 마수왕이 움직였다. 팔을 뻗었다. 마기로 인해 크게 부풀어 오른팔을 휘둘렀다.
이연아가 팔을 튕겼다. 꾸드득. 마수왕의 팔이 뒤틀렸다. 이연아의 힘에 반작용으로 뒤틀린 게 아니라 마수왕의 의지였다. 뒤틀린 마수왕의 팔이 다시 한번 이연아에게 쇄도했다. 주변의 공간마저 가르며.
이연아는 쯧하고 혀를 차며 뒤로 물러났다.
그때, 한 남자가 나타났다. 이시우였다. 그러나 마수왕은 신경쓰지 않았다. 조금 요정을 닮은듯한 껄끄러운 생명의 마나가 느껴졌지만, 마수왕은 그냥 세계수 근처에서 수련해서 마나 성질이 세계수의 마나에 영향을 받은 놈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주먹을 그대로 휘둘렀다.
“위험해!”
김은정이 소리쳤다. 이시우는 마수 살해자를 움켜쥐었다.
‘한 번만.’
딱 한 번만 버티면 된다. 티타니아가 일찍이 입었던 갑옷. 그리고 비염이 불꽃과 뇌전이 뒤섞인 방어막을 만들었다.
그 뒤로 이시우는 동화의 가면을 썼다. 동화, 태양의 돌과 일시적으로 동화했다. 화르르륵! 태양의 마나가 이시우에게 힘을 북돋았다.
일월천뢰검
일식무위의 검.
영허낙뢰검은 사용하지 않는다. 영허낙뢰검은 기본적으로 베기다. 저 공격을 막기에는 부적절했다.
──콰아아아아앙!
마수왕의 주먹이 모든 것을 부숴버렸다.
불꽃과 뇌전이 섞인 방어막이 비산하며, 더 원의 현상조작과 멸망의 번개, 빛의 입자, 남다윤의 어검, 바티칸이 만든 방어막. 그리고 티타니아가 입었다고 말하는 갑옷을,
그리고 무위의 검과 기린검마저도 부쉈다. 쩌어어엉! 기린검의 조각들이 흩날렸다.
‘이런, 씹……!’
생각보다도 훨씬 강한 통증에 이시우는 욕을 하면서 튕겨 나갔다.
뭐?
그러나 마수왕도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왠 날파리 같은 놈을 치자마자, 깨달았다.
마왕과 거악, 삼왕이 맺은 계약이 자신을 옭아매고 있다는 것을.
그러나 이상하다. 그것은 삼왕과 맺은 계약이었다.
각기 종족들의 장을 건드리지 않는다면 거악도 개입할 수 없다. 반대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계약은 조금 전 저 남자를 일족의 ‘장’이라고 판단했다.
무슨…….
말을 끝내자마자 화염이 솟구쳤다.
화염속에서 붉게 타오르는 여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시뻘건 여인이었다. 얼굴을 제외한 모든 것을 가리는 풀 플레이트 메일의 갑옷을 입은 여성. 그녀의 머리에는 용과도 같은 뿔 두 개가 달려 있었다.
“진짜였네?”
마치 도마뱀 같은 샛노란 눈동자가 반달을 그렸다. 지금부터 벌어질 장면이 굉장히 흥미롭다는 듯이.
허공에서 공간이 열리며 공허속에서 공허족의 여왕이 나타났다.
“이야~난 놈인 줄은 알고 있었는데, 쩝. 이럴 줄 알았으면 그 때 바로 낚아챌걸 그랬나~.”
검은색의 드레스를 입은 살짝 어려 보이는 얼굴의 공허왕이 중얼거렸다.
검은색의 지팡이를 들면서.
녹빛의 드레스를 입은 요정여왕이 선두에 섰다.
요정여왕이 녹빛으로 빛나는 눈이 호선을 그렸다. 그러나 기색은 달랐다. 요정여왕이 온몸으로 살의를 두르고 있었다.
“건드렸네, 내 남편을?”
‘남편’이라는 말에 힘을 주며 티타니아가 말했다.
그제서야 마수왕은 깨달았다.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요정족의 왕은 오베론에서 저 남자에게 넘어갔다고.
마수왕은 곧바로 움직였다.
방금 전의 날려버린 남자를 어떻게 해서든 죽여야겠다고.
“어딜.”
용왕, 하메르가 앞을 막았다. 주위가 붉게 물들었다.
“흐.”
마수왕은 주변을 둘러다 보았다. 도마뱀들과 공허에서 기어 다니는 벌레들, 그리고 자연에서 자라나는 벌레들과 가장 하찮은 벌레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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