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화 〉 조교를 하려는 자 본인도 조교 당할지어다(01)
* * *
'이걸로 조교하는 건가?'
각각 조교도 상승이 낮음, 중간, 높음으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각 성향에 따라서 추가 효과가 있는 방식이었다.
대부분 1000포인트가 넘어서 바로 살 수는 없었지만 딱 하나, 벽에 걸려있는 가죽으로 이루어진 수갑만 100포인트라 겨우 하나 구매할 수 있었다.
"으음...... 조교라."
이노리는 솔직히 조교가 필요 없는 캐릭터 F반에서 두 명 정도가 통하는데...
"마리안에게 시험해볼까?"
일단 가죽수갑을 든 채로 방을 빠져나오는데, 방을 나오는 순간 마치 신기루처럼 수갑의 모습이 흐릿해지면서 사라지고 있었다.
"어! 내 100포인트!"
당황해서 다시 고개를 벽 안쪽으로 집어 넣으니 그곳에는 처음 구매한 벽에 얌전히 걸려있는 가죽수갑을 발견하고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내부에 있는 물건을 꺼내올 수는 없는 모양이고...'
"뭐 해?"
조교실에서 밖으로 나오던 나는 내 방에서 기다리고 있던 마리안이랑 딱 눈을 마주치고 말았다.
"안녕 동생?"
내가 최근에 가장 피하고 두려워했던 목소리와 모습이 보이고 있어서 화들짝 놀랐지만, 그녀가 온화한 웃음을 지으면서 손인사를 하는 모습을 보고 겨우 그녀에게 안전장치가 걸려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휴우...... 이제 완전히 동생으로 인식하고 있었지'
그래도 습관이란 것이 이렇게나 무섭다.
언제라도 조교실로 도망갈 수 있게 살짝 몸을 벽에 걸친 상태로 마리안을 예의주시 하게 된다.
"왜... 남자기숙사에 있어?"
"이번에 여자기숙사 건물도 수리 예정인데 여기서 재료 얻어가라고 해서."
"아, 그래?"
여자기숙사도 이번에 충분한 포인트가 모였으니 기본수리에 들어가는 모양이었다.
시스템적으로 남자기숙사와 여자기숙사는 업그레이드를 가능한 맞춰가는 모습이니까.
나중에는 내가 얼마나 많은 학생들을 데리고 다니면서 활약하느냐에 따라서 차이가 생기지만.
중요한 것은 왜 왔느냐가 아니고 반쯤 벽에 파묻혀 있는 내 모습을 어떻게 인지하느냐는 건데.
"흐응. 근데 벽에는 왜 달라붙어 있어? 벌레 잡는 거야?"
다행히 모드의 영향으로 추가된 시설이라 그런가 내가 드나드는 모습을 보고도 이상함을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어어, 마침 거미가 좀 있어서."
일부러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휘휘 저어서 쫓아내는 시늉을 하면서 침대 머리맡을 밟으며 밖으로 나왔다.
한번 실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당연히 성인모드 적용 대상이어야 제대로 먹힐 것이다.
성인모드가 개방이 안 된 캐릭터에게 했다가는 먹히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고 최악의 경우 버그가 터져서 어떤 사고가 벌어질지 알 수 없으니...
그리고 마리안을 내 방에 들여놓을 수 있는 상황은 지금과 같은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면 어려울 것이다.
"마리안 누나?"
"응?"
"잠깐... 손 잡아줄래?"
내가 손을 내밀자 마리안은 함박웃음을 지으면서 내 옆으로 다가왔는데, 나는 몸을 벽 안으로 밀어넣는다는 느낌으로 옮기자 마리안의 손이 나에게 딸려서 같이 들어온다.
'누군가를 데려올 수 있다'
마리안은 영문을 모른 채 내 손을 꽉 잡고 있었고, 나는 한번 기능을 시험해볼 생각으로 마리안의 몸을 끌어당겨 조교실 안으로 밀어넣었다.
"......여기는...?"
자신의 몸이 완전히 조교실 안으로 이동되고 나서야 마리안은 이상한 점을 느낀 모양이었다.
"이상해... 몸이 무거워지고 머리가 어지러워..."
앎쟑태?홁 방의 영향으로 아렌을(를) 제외한 모든 인원의 능력치(이)가 애정도에 비례하여 하락한다
마리안의 상태창에 떠오르는 능력치가 급속도로 감소되더니 이제는 그녀의 능력치가 전체적으로 줄어들어 있었다.
'그래도 나보다 힘이 강한데?'
비틀거리는 마리안의 손을 잡아주니 평소와는 다르게 내 손아귀 힘에 이끌려서 당겨오는데, 그 순간 마리안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
띠링
마리안의 셁겕겪 기능이 잠금 되었습니다
'이거 방금 전에 잠깐 발정하려고 했다가 기능상 막힌거지?'
순간 소름이 돋았지만, 나보다 힘이 아주 약간 강한 정도라서 여기 안에서는 어떻게든 대응이 가능할 것 같았다.
"동생... 누나는 이 방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기분이 이상해."
빨리 나가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더 이상 있으면 자신이 이성을 잃고 다시 예전처럼 폭주할 것 같아서 불안한지 마리안은 초조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곳 안에서는 지난번과는 다르게 마리안이 나를 덮치려고 해도 어느 정도 반항할 수 있으니 나는 오히려 느긋하게 마리안의 손을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나는 여기서 누나랑 놀고 싶은데?"
"흐읏...!"
방금 전에 내가 한 말이 취향에 직격이었는지 마리안의 하트 게이지가 크게 출렁인다.
그래도 다섯번째 칸의 무지막지한 애정도 요구량에 비해서는 적은 수준인 것 같았지만.
"우리 동생... 그건...?"
"아, 이거?"
나는 씨익 웃으면서 벽에 걸려있던 가죽수갑을 들어올렸다.
"재미있는 놀이를 할 때 쓰는 거야."
이것이 어디에 쓰이는지 모르는 채로 겁에 질린 마리안의 손목에 나는 가죽수갑을 채워주었다.
어떻게 여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손을 대는 것만으로도 끈이 풀리고 마리안의 손에 가져가자 자동으로 잠겨버리는데, 역시나 성인모드의 편의성으로 내가 일일이 신경쓰지 않아도 이런 기능은 잘 먹히는 모양이었다.
게다가 손목에 걸어주고 나니 그 끝부분에 줄 같은 것이 생겼는데, 공중에 매달려 있는 너까래에 줄을 올려서 걸어주고 나니 마리안은 꼼짝없이 양팔을 들어올린 채 매달리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끝인가?'
조교 기능이 활성화되었습니다
마리안 : 조교 진행 없음
'이렇게 쓰는거구만!'
자신의 양팔을 들어올리고 겨드랑이와 가슴라인을 강조하는 자세가 되어버리자 마리안은 당황해서 팔을 내리려 했으나 가죽수갑의 힘으로 인해 자세가 고정되어 있어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팡! 팡!
양팔에 힘을 줘서 가죽끈은 물론이고 연철 정도는 끊어버릴 수 있을 마리안이 얇고 낡은 가죽수갑 하나에 묶인 채로 어쩔 줄 몰라하는 것을 보니, 이 가죽수갑은 이곳 조교실 안에서는 손상되지 않는 물건인 모양이었다.
"동생...? 이건 대체 무슨......"
"잠깐만."
마리안을 결박하는 순간 사방의 벽에서 빛으로 이루어진 글씨가 떠오르고 있었는데, 나는 당황한 마리안을 묶어둔 채로 새로이 나타난 글귀를 읽어보았다.
조교은(는) 상대에게 성적 요구를 거부할 수 없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조교은(는) 각 인물마다 알맞은 도구와 방법을 사용해야 효율적이다
애정도에 따라서 조교효과을(를) 높일 수 있다
조교에 실패하면 애정도가 하락한다
조교도가 높으면 일상생활에서도 말을 거부하기 힘들게 만든다
조교를 진행하는 동안 성향이 교체될 수 있다
이 방 안에서는 무슨 일이 있어도 본인의 안전과 상대의 생명을 보장받는다
상대의 생명을 보장한다니 어떤 하드한 조교를 해도 죽지는 않는다는 건가? 어느 수위까지 가능하길래... 무섭다 무서워.
'노예화랑은 다른 기능이군'
일단 노예화가 완료된 초급 노예 1호를 확인해본 결과 그냥 인격 자체가 다른 사람으로 변해버린다.
성인모드 기반인지라 상시 발정모드인 것은 기본이고.
그래서 어지간하면 앨리스에게도 초급 노예화의 환단을 사용하려하지 않은 것인데 조교는 원래 인격은 두고서 내 명령에 쉽게 따르도록 영향력만 늘리는 모양이었다.
'조교는 성격을 교정시키는 것이고 노예화는 포맷 후 다시 까는 셈인가'
그렇다면 윌리엄처럼 주변 NPC라 버그나도 상관없는 캐릭터가 아니라, 같은 F반의 학생인지라 나름대로 챙겨야 하는 마리안이나 앨리스에게는 조교가 더 유용할 수도 있겠다.
'일단 마리안을 상대로 시험해보고...'
조교에 실패해도 리스크가 없다. 마리안의 애정도는 좀 떨어져도 된다.
솔직히 너무 높아서 문제라고 보니까.
"우리 동생? 슬슬 누나 풀어주지 않을래? 이상하게 잠깐 밖에 안 매달려 있었는데 팔이 저려서..."
내가 생각하는 조교는 막 삼각목마에 태우고 채찍으로 때리고 이런 거였는데, 막상 도구도 없이 시작하라고 하니까 어디서부터 해야 할지 막막해졌다.
그래서 가장 먼저, 마리안의 앞섶을 벗기면서 그녀의 가슴이 도드라지도록 만들었다.
"동생...?"
"우와......"
여자의 가슴크기는 기본적으로 키와 비례한다고 하던데, 키가 모델급으로 큰 마리안 같은 경우는 가슴도 확실히 큰 편에 속했다.
원래는 키만 크고 모범생처럼 보이는 복장이라 티가 나지 않았지만 성인모드가 적용되면서 몸매의 굴곡이 그대로 드러나니 굉장히 파괴적인 스펙이라고 해야 할까.
'위키에서도 수치상으로는 글래머인데 작화 특성상 드러나지 않는다고 했었지'
가슴이 그냥 큰 것이 아니라 커다란 키와 잘 발달한 골반과 조화를 이루고 있었기 때문에 밸런스가 잘 도드라져 있어 보인다고 해야 할까.
"우읏..."
내 조교방법이 잘못된 것인지 마리안의 애정도가 살짝 내려가는 것 같기는 했는데, 어차피 다섯번째 하트에서 찰랑거리는 게이지는 아직 여유가 있어서 마음대로 해도 상관이 없겠다.
아까 줄을 잡아당겨놔서 살짝 발꿈치를 들어올린 상태인지라 각선미가 도드라지고 있었기 때문에 살짝 잡아당겨서 검은색 스타킹의 올을 나가게 해줬다.
찌이익
허벅지에 힘을 주고 있어서 그런가 살짝 손톱으로 자국을 내는 것만으로도 스타킹이 터져버리고 있었는데 마리안은 자신의 허벅지를 교차시키면서 내 손길을 피하려 했다.
'마리안의 약점은 남동생집착이니까... 계속해서 그쪽으로 불러주면 효과가 있겠지?'
"흐응? 누나?"
"흐읏... 동생... 이제 그만해... 더 이상 참기... 힘들어서..."
"뭘 참기 힘들다는 거야?"
"우리... 남매끼리는 이러면..."
"왜 그래? 나는 누나랑 '장난'을 하고 싶을 뿐인데."
사실 요즘들어 내가 욕구불만이기도 했다.
성인모드가 적용된 게임에서 한창 성욕에 민감할 몸을 가진 채 마리안에게 덮쳐져서 역으로 당하기 직전까지 가지 않나.
이노리와 같이 욕탕에 잠입할 때의 그 아슬아슬한 관계에 얼마 전에는 앨리스의 자위현장까지 목격하고.
솔직히 밤마다 동반수련공을 잡을 때마다 다른 동반자를 잡아야 한다는 생각이 물씬물씬 들기 시작하는데 굳이 그렇게 체력을 뽑기에는 자존심이 상하기도 하는데 이노리는 괴롭힐 수가 없고.
이럴 때 조금 재미라도 봐야하지 않겠는가?
"남매는 이러면 안 돼...!"
"이런게 뭔데?"
"하아... 하아..."
마리안의 입에서 거친 숨소리가 나오면서 남동생 집착이 반짝거리고 있었다.
"그게 뭔지 말해줄래 누나?"
"그건... 가족끼리는 서로... 이런 일을 하면..."
"그렇지? 그럼 지난번에는 왜 그랬어?"
"그거언..."
"내 몸 위에 올라타서... 이 야한 몸뚱이를 문지르고 있었지? 잘못했으면 나 거기서 잡아먹혔던 거지 누.나?"
띠링
마리안 : 조교 진행 미약
내가 계속해서 자극하자 마리안의 조교도가 올랐다.
'역시나 누나라고 부르면 꼼짝 못하는구만!'
조교도가 오르는 모습을 보면서 오늘 한번 조교를 마쳐보자고 생각할 때였다.
"맞아... 누나로써 그러면 안 됐어..."
마리안의 눈에서 참회의 눈물이 흘러내린다.
띠링
조교 진행에 따라서 마리안의 성향이 교체되었습니다(남동생집착〉동남애호)
"오! 드디어 이 지긋지긋한 남동생집착이 바뀌었...? 동남애호는 뭐야?"
뭔가 불길함을 느끼는 순간.
퍼엉!
마리안의 양쪽 손목을 결박하고 있는 수갑이 터져버렸다.
'뭐... 뭐지 이거?!'
조교에 실패하였다!
애정도가 감소합니다
일회성 아이템 가죽수갑이 소실됩니다
"시... 실패?! 그리고 일회성?!"
어쩐지 100포인트더라! 싸구려더라! 포션 하나 가격이더라!
"생각해보니 동생이랑 이 누나는... 진짜 남매가 아니잖아?"
마리안의 셁겕겪 기능이 잠금 해제 되었습니다
"이건 아렌이 잘못한거야... 누나는... 그저 누나랑 동생으로써 지내려고 했는데..."
무언가를 깨달은 마리안의 표정이 위험하게 변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얼굴 옆에서 동남애호가 반짝이며 빛나고 있었다.
동남애호가 뭔가 가만히 설명을 지켜보고 있으니 이런 설명이 떠올랐다.
귀여운 외형의 사내아이에게 호감을 가짐
......난가?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