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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게임에 중국산 성인모드 깔지마라-9화 (9/91)

〈 9화 〉 3학년 F반에는 닌자가 있다(03)

* * *

F반 건물에서 기숙사까지 가는 길은 같은 통로였기 때문에 오필리아와 나는 같이 돌아가고 있었다.

다른 F반 학생들은 이미 도주한지 오래였는데, 심지어 골렘 2호마저도 자리에 없어서 교실에서는 오필리아 혼자 덩그러니 나를 기다리고 있다가 같이 돌아가는 중이었다.

"무슨 좋은 일 있어?"

이노리를 생각하면서 싱글싱글 웃고 있으니 기분 좋아하는 티가 났던 모양이었다.

"응? 아, 그럼. 좋은 친구를 사귀었거든."

친구라기 보다는 이제 심복이 되었지만.

'솔직히 말해서 원래는 지금이 2회차라도 지난 회차에서 이노리를 얻지 못했으니 고생고생해서 그림자 가문 본가로 쳐들어가야 하지만...'

안 그래도 원래 쿼터뷰로 봐야 밸런스가 맞는 게임에서 1인칭으로 고생하고 있으니 이 정도 이득은 달라고.

그리고 리타 시절에는 투명화가 가능해서 시야확보가 용의하고 회피가 높다는 것을 제외하면 크게 유용한 캐릭터는 아니지만, 그림자 인술로 능력이 변경되면 전장이 어두울 경우 능력이 크게 증가하고 거의 무적에 가까워지기 때문에 그야말로 사기 특성이었다.

대신 한 낮에는 보정이 사라져서 거의 능력이 없이 운동 좀 하는 누나 수준이 되지만 그래도 주인공보다는 세고 초반에는 전력 하나도 부족하기 때문에 같이 참전할 그녀가 있는 것이 나쁘지 않았다.

"오필리아는? 친구 많이 사귀었어?"

"그럼~ 아렌과는 다르거든?"

뭐 다르기는 하겠지.

실제로 그녀가 12월 마지막날, 자신의 생일에 반역을 선언할 때에도 많은 친구들이 다들 크고 작고의 차이만 있을 뿐 충격을 받았으니까.

가장 큰 충격을 받은 사람은 단연코 주인공 아렌이겠지만.

'그래도 주인공이기에 무너지지 않고 오필리아의 잘못된 길을 막기 위해......'

"그 표정."

"응?"

"아렌. 또 그 이상한 표정 짓고 있어."

손거울을 꺼내 얼굴을 확인하려고 하니 오필리아가 꺄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이미 표정 다 변했는데 확인해서 뭐 하려고? 아렌 정말 바보~!"

"너......"

잔뜩 약이 오른 내가 화내려고 하니, 오필리아는 빙글 하면서 스탭을 밟아 내 손에서 벗어나버렸다.

아슬아슬하게 손을 휘둘러도 닿지 않는 거리에서 뒷걸음질을 치며, 그녀는 나를 마주보고 있는 자세로 나를 앞서나갔다.

"그래, 아렌은 그런 표정이 어울려. 괜히 울상인 표정보다는 말이야."

"내 표정이 어때서?"

"응! 그런 얼빵한 표정!"

뭐가 얼빵하다는 거야 주인공의 얼굴은 그냥 미소년 일러스트인데.

'뭐 이 세계관에서 미남미녀 아닌 캐릭터가 오히려 드물기는 하지만'

"그래도 다행이야. 아렌이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있어서."

"응?"

노을을 등지고 있는 오필리아의 얼굴은 역광 때문에 잘 보이지 않았다.

"여기서 헤어져야 되겠네."

어느새 우리는 여자기숙사와 남자기숙사로 갈라지는 길에 도착해 있었다.

"잘 들어가 아렌."

오필리아는 손을 흔들며 작별을 고했다.

'아......'

그 모습이 너무나도 쓸쓸해 보여서 나는 순간적으로 물을 뻔 했다.

왜 우리를 배신했는지.

아무리 자신의 아버지라고는 하지만, 왜 그 미친 공작이 저지른 일을 자신이 끌어안고 붉은 여왕이 되어서 그런 일을 저질렀는지.

그리고 게임에서는 표현되지 않았던 그 때... 생략된 대사 속에서 마지막으로 아렌과 무슨 대화를 나누었는지.

"......"

모르겠다.

이미 셀레스티얼 아카데미를 한 번 깨고 이해가 가지 않아 위키를 보면서도, 오필리아의 항목에서는 스토리적인 비판 항목만 적혀있고 게이머들의 추측만 기재되어 있을 뿐이었다.

'지금이라면 들을 수 있을까'

오늘 리타를, 이노리에게 말을 걸면서 게임에서 정해주는 선택지가 아니라 내가 원하는 질문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오필리아에게는 차마 가장 궁금한 점을 묻지 못했다.

아직까지는 일어나지 않은 미래의 일이었기 때문에.

그리고 나는 안전을 위해서 결국 그녀를 적대하기로 결심했기 때문에.

나는 다시 한 번 그녀를 버릴 각오를 다졌기 때문에.

"조심해서 들어가 오필리아."

* * *

"여기가 아렌의 방이야."

"사일리안... 진심...?"

"하하! 남자기숙사 침대를 보면 보통 그런 반응이지. 그래도 지내다보면 살만해. 그나마 아렌이 온다고 최대한 좋은 침구를 제공한 거라고?"

'정말로? 이런 곳에서 빛의 왕자를 재운다고?'

전학생 시절에 사용하던 손님용 숙소를 보다가 남자기숙사의 침대를 보니 한숨부터 나왔다.

손님용 숙소도 별로 좋은 시설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불편하지 않게 지낼만했는데, 여기는 정말... 사람이 살만한 곳이 아니었다.

'방은 오히려 더 넓지만......'

첫 번째 임무가 끝나면 일단 기숙사 수리부터 올려야겠다. 최소한 벽에 구멍이 숭숭 뚫려있는 상태보다는 나아지겠지.

"하... 그래. 뭐 잠만 자고 나갈건데... 몇 주만 쓰자."

"지내다보면 오히려 낡은게 편해."

왕자라는 놈이 최소한 주먹만한 구멍이 뚫린 이불을 자랑스럽게 내보이지 않았으면 한다.

어린시절에 왕자와 거지 같은 사건이 일어나서 거지새끼랑 바뀐 것도 아니고.

"참, 처음 보는 곳에서 혼자 자려니까 무섭지?"

"아니."

누가 어린애인 줄 아나... 물론 내가 키는 작지만 2학기 되면 클 거라고.

"오늘 내 방에 오는게 어때? 좋은거 있는데."

"무슨 소리야?"

그 말에 사일리안이 씨익 웃으면서 포도주스(?)를 꺼냈다.

아니 이거 진짜 포도주스 괄호열고 물음표가 있다니까.

­ 포도주스(?) ­

­ 달콤해 보이는 포도주스 병에 알 수 없는 액체가 들어있다 ­

'술이네!'

누가봐도 술이었다.

반쯤 비어있는 병을 살랑살랑 흔들면서 손으로 잔 모양을 만들어 쭈욱 들이켜는 모습을 취했는데 꼬라지를 보니까 이런 일을 한 두 번 해본 것이 아닌 모양이었다.

"사일리안 너..."

"그런 표정 짓지 말라고? 생일 지난 친구들한테만 제안하는 거니까."

찰랑찰랑.

그러고 보니 사일리안의 생일은 1월 1일이었다.

"원래는 케이랑도 마시고 싶은데, 그 놈은 9월이 생일인지라 멀었고... 뭐 그리고 워낙 무뚝뚝한 놈이라 이런 걸 안 받아줄거 같아서 말이야. 그래서 아렌에게 물어본 건데...... 응?"

나는 사일리안의 손에서 포도주스를 낚아챘다.

"안주는?"

"후후... 이 녀석..."

사악한 웃음을 지으면서 사일리안이 고급 육포를 몇 개 꺼내 들었다.

­ 사일리안의 호감도가 '친구'단계가 되었습니다 ­

그렇게 정신없이 한 잔 두 잔 마시는데 사일리안은 어디서 구해오는지 몰라도 계속해서 포도주스(?)를 챙겨왔다.

"와, 진짜 너 대단하다. 어떻게 술이랑 안주가 끊기지 않도록 구해오지?"

"후후후...! 이 정도야 뭐."

"설마 주방장에게 찾아가서 대놓고 '나 왕잔데 포도주스 좀 내놔'라고 밀어붙이는 건 아니겠지?"

"......"

맞았냐.

"쓰레기네 쓰레기."

"크흠!"

"그래도 나에게 술을 가져다주는 쓰레기라서 좋다."

"후후... 칭찬으로 듣지."

누가 피해입는 것도 아니고... 딸꾹! 이 정도야 뭐...

"흐헤헤... 기분 좋다......"

* * *

".....주군. 주군!"

귓가에 살살 간지러운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청량하고 맑은, 음량이 작지만 집중해서 들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ASMR같은 그런 목소리.

"주군. 지각입니다. 주군."

"......"

"주군!"

갑자기 귀에 큰 소리가 울려퍼져서 정신을 번쩍 차렸다.

"뭐야? 사일리안?"

분명히 나는 사일리안과 같이 마시고 있었는데?

왜 옷이 벗겨져 있지? 그리고 왜......

"늦었습니다. 어서 가시지요."

내 눈 앞에 닌자가 있는 거지?

게다가 내가 알고 있던 사복이 아니라 옷차림이 평소처럼 몸을 둘둘 말아서 가리는 복장이 아니라 몸매를 강조하는 복장을 입고 있어서 놀랐다.

'여닌자... 쿠노이치라면 저 복장이 정석이기는 한데...'

평소에 아카데미 정복이나 검은 복장을 입고 있을 때에는 몰랐는데 이렇게 사복 디자인을 보니까 장르가 다른 게임에서 활약할 것 같은데...

"아니 잠깐... 누구?"

"주군의 그림자 이노리입니다."

"아, 이노리..."

1회차 때에는 복면 쓰고 있는 모습만 봐서 맨 얼굴이 익숙하지 않아서 순간적으로 알아보지 못했다.

위키 내부에서 스크린샷으로만 봤으니까 가느다란 턱과 생각외로 얌전한 입술이 오히려 어색......

"네가 왜 여기에 있어?!"

"어제 저녁 10시경 도착해 대기하고 있었지만 4시간이 지나 새벽 2시가 될 때까지 주군께서 밤새도록 돌아오지 않으셔서 찾으러 나갔습니다. 그리고는 빛의 왕자와 같이 분수대에서 등목을 하겠다면서 옷을 벗고 계셔서..."

보고서의 원칙인 육하원칙을 따라 냉정한 목소리로 내가 어제 저지른 술주정을 설명 받고 있으니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으아아아......"

아니 잠깐 그보다.

"왜 남자 기숙사에 온 건데?"

"낮에는 학업에 열중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지만 밤에는 주군을 지켜드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완전 위험한 사상인데?'

아니 그러면 내가 방에서 몰래 즐거운 시간을 가지려고 해도 이노리가 지켜보고 있다는거 아니야?

물론 내가 주군이니까 어디에 소문을 퍼뜨리거나 방해하지는 않겠지만.

나중에 물어보면 '주군께서는 밤 10시경 동반수련공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오른손으로 자신의 성기를 붙잡으시고 왼손으로는 책장을 넘기시더니 30분간의 반복행위 끝에 총량 20cc의 정자를 천조각 위에 내뿜으셨습니다'라던가 이런 말을 할 것 같잖아!

"가능하면 내가 부르기 전까지는 오지 마. 연락수단은 내가 알아서 생각..."

훌렁.

내 하반신을 덮고 있던 이불을 벗어 던지니 바벨탑이 하나 솟아 있었다.

'어쩐지 시원하더라!'

"......봤어?"

"지금 상황 말입니까?"

이노리는 생각보다 별로 당황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아니 이건...... 아!"

다행히 이노리는 아직 생일이 지나지 않아 성인모드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내가 옷을 벗고 있어도 속옷을 입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모양이다.

사복 복장이 성인모드처럼 변해있기는 한데 그냥 기본 모습이 저런 모양이고.

"하아... 다행이다......"

"남녀간의 신체적 차이는 이미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그 정도로 당황하지는 않습니다."

"그래. 알았어... 가능하면 생일 이후에는 이렇게 말 없이 찾아오지는 마."

그 때 되면 진짜로 위험하니까.

"대외적인 생일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아니면 진짜 생일 말씀이십니까?"

"7월 아니야?"

"가문 구성원의 생일을 노출할 경우 저주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대외적인 생일을 고르고 실제 생년월일은 가리게 되어 있습니다."

"아 그래... 언제인데?"

"10월 2일입니다."

오, 기간이 길어졌어. 개인사를 보호받을 시간이 조금 더 길어졌나.

"그런데 무슨 이유로 생일을 구별하시는지..."

"아니, 성년이 되면 선물이라도 줘야하지 않나 싶어서."

적당히 핑계를 댔는데 이노리의 표정이 약간 미묘하게 곤란한 상태로 변했다.

"왜 그래? 설마 그 생일도 아니야?"

"생일은 10월 2일이 맞습니다만..."

"맞습니다만?"

"미리 말씀드리지 못했지만 제 실제 연령은 기록된 연령보다 2살 많습니다."

흐릿한 눈을 크게 꿈뻑거리고 나니 이노리의 얼굴 옆에 하트표시가 생겨 있었다. 성년이 지난 이성에게만 나오는 애정도의 표시였다.

그리고 빨간 글씨로 [충성소망]이 적혀있었고. 그 뒤에는 [???]가 2개 박혀있었다.

"이노리. 솔직하게 대답해줘."

나는 하반신을 가리고 있던 이불을 걷고 물었다.

"이걸 설명해봐."

성인이 아니라면 속옷을 입고 있거나 반바지를 입은 것처럼 보일 것이다.

실제로 이노리는 지금 무표정한 얼굴인 것을 보니 당연히 반바지로 보이는...

'어?'

이노리는 무표정한 얼굴... 에서 뺨이 서서히 붉어지면서 사실대로 얘기했다.

"주인님의 발기된 작은 주인님..."

"으아아아아!!"

나는 다급하게 다시 이불을 덮어서 작은 주인님... 이 아니라 내 것을 숨겼다.

'동년배가 아니라 누나였어?!'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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