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은퇴한 1위 헌터의 남편이 됐다-68화 (68/131)

〈 68화 〉 뒤풀이(1)

* * *

겨우 한국으로 돌아온 다음 날.

나는 꿉꿉한 기분으로 침대에서 일어났다.

일단은 주말이라서 편히 쉴 수 있지만, 정작 기분은 그리 편하지 않았다.

기껏 영국으로 원정까지 갔는데, 블랙 로터스의 정보는 입수 실패.

블랙마켓의 회원들은 죽어도 싼 놈들이라 쳐도 되지만 역시 충격이 좀 있었다.

무겁게 몸을 일으킨 나는 물을 한 잔 마신 뒤에 거실로 나가려 했다.

그런데, 침실의 문 안쪽에 어제 미처 보지 못했던 종이가 한 장 붙어있는 것이 아닌가.

나는 멍청한 기분으로 그 내용을 더듬더듬 읽었다.

"부인을 임신시키지 않으면... 나갈 수 없는 방?"

무슨 능력 같은 것으로 막혀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쓸데없이 세련된 글씨체로 쓰여있다는 사실이 너무 공포스러웠다.

이건 예리엘이 직접 써서 붙여놓은 것이다.

어느새 내 뒤로 접근한 그녀가 짐짓 시치미를 떼며 웃었다

"아앗, 이건 큰일났네요. 예전에 야한 책에서 봤던 방이 돼버렸군요?"

"저, 사모님. 이거 조건이 너무 빡세요..."

차라리 진짜 능력으로 봉인된 것이라면 그린 더스트로 뚫고 나갈 수 있을텐데.

내가 힘겹게 항의하자 고개를 갸웃거리던 예리엘이 매직을 들고와서 줄을 죽죽 긋더니, 문구를 조금 수정했다.

[3명이 되지 않으면 나갈 수 없는 방]

도대체 뭐가 바뀐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예리엘은 아주 뿌듯하게 웃었다.

그녀가 나를 벽으로 밀어붙이던 찰나.

돌연 현관에서 반가운 소리가 들려왔다.

철컥!

언제나 우리집에 놀러왔던 앨리스가 주말 일찍부터 찾아온 것이다.

나는 반가운 심정으로 문을 열고 녀석을 들여보냈다.

"이야, 네가 도움이 되는 순간이 다 있구나."

"엥? 갑자기 무슨 소리야?"

"..."

예리엘은 쓰게 웃으면서도 순순히 침실을 나섰다.

이윽고 티아까지 합류해서 아침 식사를 해치운 다음, 느긋하게 하루를 시작했다.

티아는 푸른색 머리가 죽은 뒤로 한층 공손하게 변했다.

"주인님, 제가 어깨 주물러 드릴까요?"

"아니."

나는 난생 처음으로 가장다운 주말을 보내기로 결심했다.

소파에 드러누운 채 TV를 돌려보며, 무의미하지만 치유되는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사람이 언제나 의미있는 시간만 보낼 수는 없을 뿐더러... 블루 라이트닝과의 전투는 아주 버거웠다.

일단 상성이 최악이었을 뿐더러 결정적으로 원래 사용하던 장비가 없어서 제법 상처를 입어버렸다.

'가끔은 이러는 것도 괜찮겠지.한예진이 당분간 요양하라고 했으니까...'

그러나 가장으로서 주말을 보내는 것도 썩 쉬운 일은 아니었다.

애완동물 대신 티아를 쓰다듬으며, 채널을 요리조리 돌려봤지만, 주말 아침의 TV프로그램들은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최근에 무슨 시사 문제가 터진 것도 아니라서 많이 심심했다.

[서울의 S대 학생회가 결국 탄핵당했다는 소식이...]

"앗, 저기 봤던 것 같아요."

"어허."

잽싸게 채널을 돌리자 다음은 예능 프로그램이다.

윈터킹덤 길드 소속의 연예인들이 우루루 나와있는데, 그들에겐 미안하지만 요즘 예능은 내 취향이 아니다.

내가 앨리스의 눈치를 살피며 다시 채널을 돌리려 하자 그녀가 슬금슬금 거리를 좁혀왔다.

"..."

녀석이 눈 깜짝할 사이에 찰싹 달라붙자, 티아도 위화감을 눈치채곤 몸을 살짝 떨었다.

TV의 소리는 순식간에 배경음악이 되어서 내용이 귀에 들어오지 않게 됐다.

오늘은 정말 남자다운 주말을 보내려고 했는데 이미 글러먹은 것 같다.

"잠깐, 아침부터 무슨."

"어차피 할 일도 없는 것 같은데 뭘."

"아니 글쎄 귀중한 휴식시간..."

쪼옥.

"와, 와앗..."

티아는 우리가 입술을 맞추는 것을 보곤 얼굴을 화악 붉혔다.

애써 무표정을 유지한 채 몇 번이고 쪽, 쪽 입술을 부딪히는 앨리스.

귀여운 인상의 녀석이 야한 키스에 열을 올리는 모습은 언제봐도 흐뭇해졌다.

나는 그것을 조금 더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쪽, 쭈웁... 하웃,"

나를 따라서 점점 몸을 일으키던 앨리스는 어느새 온몸을 곧게 펴고 있었다.

우리는 신장 차이가 있어서, 나는 아직 엉거주춤한 자세.

그대로 조금 더 허리를 펴자 앨리스는 키스를 위해서 까치발을 들 수밖에 없게 됐다.

양팔을 내 목에 두른 그녀는 발가락으로 온몸을 지탱하며 내 혀를 쭙쭙 맛있게도 빨아댔다.

"휴릅, 쪼오옥, 쪽..."

"에, 에엣? 두, 두 분... 그런 관계였어요? 그럼 예리엘 주인님은..."

예리엘은 아예 공손히 무릎을 꿇은 채 본인의 차례를 기다렸다.

티아는 그것을 보고 기겁하면서도, 달아나긴 커녕 용케도 자리를 지켰다.

나는 설마 싶어서 앨리스와의 키스를 중단하고 물었다.

"너는 안 가고 뭐하니?"

"저, 주인님... 저도 꿈에서 주인님이랑 야한 짓 엄청 해봤는데..."

"엑..."

이것도 다 업보다.

사실상 원인제공자인 예리엘은 차마 티아에게 무어라 하지 못했다.

애초에 그녀가 약을 잘못쓴 것이 원인이었던 것이다.

나는 내친김에 세 여자를 나란히 앉혀놓곤 카메라를 손에 쥐었다.

이걸 들고있으면 예리엘이 평소보다 귀엽고 얌전해진다.

앨리스와 티아도 촬영을 당하고 있다는 생각에 살짝 움찔거렸다.

"아무리 나라도 3명은 좀 버거우니까... 그만두고 싶으면 언제든지 그만둬도 돼. 알겠지?"

"..."

세 여자는 서로의 눈치를 살피면서도 차마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이렇게 된 이상 빠르게 허들을 좀 올리기로 했다.

"그럼 먼저 속옷부터 보여줄래?"

"엣..."

다른 여자들이 얼굴을 붉히는 사이.

예리엘은 냉큼 치맛자락을 들어서 안쪽을 보여줬다.

안 그래도 짧은 옷을 들추자 면적이 상당히 아슬아슬한 팬티가 훤히 드러났다.

그러자 앨리스도 이를 악문채 본인의 팬티끈을 스르륵 잡아당겼다.

그녀는 아예 벗은 속옷을 손가락으로 집어들곤 앞으로 보여줬다.

"... 자."

"이야, 완전 승부 속옷이란 느낌이네."

"큭."

"그, 그럼 저도..."

티아도 뒤늦게 두 사람을 따라서 팬티끈을 풀어냈다.

그런데, 녀석은 얇은 팬티 안쪽에도 뭔가를 입고 있었다.

처음에는 C스트링인가 싶었지만... 그것치고도 너무 면적이 작다.

저 정도면 사실상 스티커라고 봐야한다.

"이건, 어떤가... 요?"

"다들 마구 해댈 생각밖에 없었군요?"

예리엘이 쓰게 웃는 사이, 나는 안방에서 장난감들을 가져와 그녀들의 앞에 내놓았다.

"제일 좋아하는 걸 하나씩 골라서 설명해봐."

"와앗..."

티아가 얼굴을 붉히는 사이.

예리엘은 망설임 없이 물방울 모양의 애널 플러그를 집어들었다.

끝에 진짜 보석이 박혀있는 그것은 예리엘이 가장 선호하는 장난감이었다.

"저는 이거에요. 이 뭉툭한 부분으로 뒷구멍을 괴롭혀주시는 게 가장 좋죠."

애널 플러그를 핥으며 말하는 예리엘을 보고있자 나도 당장이라도 장난을 치고싶어졌다.

한편, 앨리스는 자그마한 전동 바이브레이터를 집어들었다.

"나, 나는 이거..."

"엣, 그럼 저는... 이, 이거요!"

영문을 모른 채 고개를 두리번거리던 티아는 장난감 중에서도 가장 크고 두꺼운 물건을 집어들었다.

아무래도 그냥 아무거나 대충 집어든 것 같은데...

그것을 본 나와 예리엘은 장난기를 머금었다.

"이야. 생각보다 고급스런 취향이었군요?"

"그럼 어디 한 번 써볼까요?"

"아앗? 그, 그런데 이거 어떻게 쓰는... 아웃..."

나는 자연스럽게 티아의 뒤로 돌아가서 그녀를 무릎 위에 앉혔다.

몸을 살살 떨면서도 묘하게 안심이 되는 듯 엉덩이를 딱 붙이고 있는 녀석.

우리는 그런 녀석에게 본인이 선택한 장난감을 들이밀었다.

앨리스는 아직 그 용도를 짐작조차 못한 눈치였다.

"근데 이건 또 뭐야?"

"우리도 직접 써본 적은 없어."

"엑..."

그제야 불길함을 느낀 티아가 살짝 바둥거렸지만, 이미 늦었다.

우리는 그녀의 비부를 봉하고 있는 스티커에 손도 대지 않고 뒤쪽으로 넘어갔다.

길쭉하지만 상당히 비실비실해보였던 장난감은 그새 수분을 빨아들여서 크게 부풀어올랐다.

"자, 잠깐만요. 취소. 저 이 장난감 별로에요!"

"뭐? 그럼 너 나한테 거짓말 한 거야?"

"아니, 그건 아닌데요... 아아앗..."

장난감의 뭉툭한 끝부분이 티아의 엉덩이 사이를 비집고 들어갔다.

이건 야한 책에서도 상당히 마니악한 장르를 재현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종류였다.

예리엘이 골랐던 애널 플러그를 훨씬 더 얇고 길쭉하게 늘려놓은 것 같은 물건.

구슬이 여러개 꿰여있는 애널비즈와는 또 다르다.

"히익, 하악, 하앗..."

길쭉한 장난감을 천천히, 부드럽게 밀어넣자 점점 더 가빠지는 티아의 호흡.

그녀는 상당한 시간을 들여서 그것을 거의 다 머금었다.

이제 그녀의 밖으로 나와있는 부분이라곤 자그마한 손잡이 정도밖에 없었다.

"헤윽, 하아, 주, 주인님. 저 뱃속이 좀 괴로워서... 아히익♥"

쭈우욱...

그 손잡이를 잡고 장난감을 천천히 잡아당기자 티아의 얇은 허리가 움찔움찔 떨렸다.

손가락과 발가락이 뻣뻣하게 펴지고, 앞쪽 균열에선 끈적한 꿀물이 줄줄 새어나왔다.

균열을 봉인하고 있던 스티커는 금세 흐물흐물해졌다.

"아힛, 오오옷♥"

뽀오옥...

요상한 소리를 내며 거의 다 빠져나왔던 장난감이 다시 티아의 안쪽으로 밀려들어가기 시작했다.

"아아앗! 다시 넣으시면 안 대엣, 히이익..."

"왜 그래, 가장 좋아하는 장난감이라면서?"

"그, 그치만... 응호옥♥ 하흣♥"

븃, 뷰우웃!

결국 스티커의 틈새로 기세 좋아 새어나오는 분수.

티아는 눈동자의 초점이 사라진 와중에도 정신없이 내 혀를 찾았다.

녀석이 하도 간절히 바라는 탓에, 나는 결국 혀를 내줄 수밖에 없었다.

"으옷♥ 하읏... 쭈우웁."

"와아. 저, 저런 건 또 어디서 산거야?"

"저런 것만 취급하는 가게가 있어. 하아, 나라면 인격이 빠져나가는 연기도 제대로 해드릴 수 있는데..."

"엑..."

나는 예리엘의 말을 못 들은 체 하며 티아를 천천히 함락시켰다.

뭉근하게 녹아내린 녀석이 끊임없이 혀를 빨아대며 야한 신음으로 애교를 부렸다.

* * *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