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화 〉 예리엘(3)
* * *
모두가 기다리던 금요일 저녁.
나는 퇴근 시간이 되자마자 집으로 호다닥 달려갔다.
팀을 책임지는 상관으로서 회식 따위의 헛짓거리로 부하 직원들의 시간을 빼앗을 수는 없다.
우리 모두에겐 소중한 개인 시간이 필요하다.
특히 집에서 예리엘 같은 여자가 기다리고 있다면 더더욱 그렇다.
앨리스의 한숨을 뒤로한 채 현관에 들어선 나는 목줄을 찬 예리엘을 마주했다.
벌써부터 몸을 살살 떨며 다가올 주말을 기대하고 있는 예리엘.
나는 저녁 식사를 하며 미리 생각해놓은 아이디어를 설명해줬다.
"서, 서방님... 혹시 제가 입었으면 하는 옷 같은 거 있나요?"
"옷은 둘째치고, 혹시... 이건 어때?"
"네에?"
이어진 설명에서 내 속셈을 깨닫곤 얼굴을 화악 붉히는 예리엘.
살짝 창백하기까지 하던 그녀의 얼굴이 물들어가는 모습은 좀처럼 질리지가 않는다.
그녀는 차마 싫다고 하지 못하곤 주춤주춤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 원하신다면... 알겠어요."
"역시 너밖에 없다니까. 고마워."
"우웃..."
예리엘은 내 말에 기뻐하면서도 눈매를 파르르 떨었다.
잠시 뒤, 몸을 씻고 나온 나는 주저없이 그녀의 침실로 향했다.
원래 그녀의 능력으로 인해서 크게 당황했던 나였으나...
이번에는 생각을 전환해서, 그것을 플레이에 써먹기로 했다.
검은색의 네글리제로 갈아입은 예리엘이 카메라 앞에서 어렵사리 웃었다.
"또 찍는 건가요?"
"당연하지."
단순히 즐기기만 해선 안 된다.
지금 하는 밤놀이는 내가 예리엘에게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분야.
당연히 그녀를 제어할 수 있을만한 재료를 확보해둬야 한다.
게다가 예리엘도 마냥 싫어하는 눈치는 아니었다.
작게 고개를 끄덕인 예리엘이 카메라 앞에서 오늘의 플레이에 대해 설명했다.
내가 묵직한 목줄을 풀어주자 얇은 목덜미가 드러났다.
"오... 오늘은 제 정지 능력을 이용해보려고 합니다. 정확하게는, 몸의 감각을 유지하면서 제가 그걸 느끼지 못하도록 하는 거에요."
지난번처럼 성감을 완전히 제한하는 것이 아니다.
성적인 자극은 제대로 받아들이지만, 예리엘 본인이 그것을 느끼지 못하도록 하는 것.
다시말해 목 아래로는 몸의 주인이 바뀐 것 같은 기분이 들 것이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나는 예리엘의 신호가 떨어지자마자 그녀의 가슴을 꽈악 움켜잡았다.
모양도 좋고 묵직한 가슴을 주물러주자 금세 젖꼭지가 딱딱해졌다.
나는 그것을 꼬집어줬으나, 예리엘은 아무것도 느끼지 못해서 난처하게 웃을 뿐이었다.
"이, 이렇게 하면 되는 건가요?"
"그래. 나중에 능력을 풀어버릴 때가 기대되지?"
"그... 그렇네요. 하지만 서방님께선 좀 심심하시지 않을지..."
"아냐."
이런 근사한 몸을 가지고 노는데 지루함이나 심심함 따위를 느낄 리가 없지 않은가.
나는 그대로 힘없이 벌려진 예리엘의 다리 사이로 손가락을 쑤욱 밀어넣었다.
새것처럼 깨끗한 비부는 내 손가락을 머금자마자 움찔움찔 떨려대며 흡족한 조임을 보였다.
예리엘 본인의 지시가 따로 없어도, 그녀의 여체는 자극에 반응하고 있는 것이다.
살짝 걱정스런 얼굴로 본인의 몸을 내려다보는 예리엘.
내 손에 의해서 활짝 벌려진 다리 사이에선 이내 븃, 뷰웃! 하고 기세 좋게 애액 분수가 분출됐다.
"푸흣, 너는 여기 찔러주는 거 진짜 약하네."
"그, 그렇게 말씀하셔도 어딘지 전혀 모르겠어서... 아앗..."
성감이 머리로 전해지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화들짝 놀라는 예리엘.
조금 전에 애액을 기세 좋게 뿜어댔던 본인의 다리 사이에서 다시 한 번 분출이 일어났던 것이다.
그녀의 몸이 파들파들 떨리며 아주 기분 좋게 절정했다.
물론 정작 예리엘은 그 혜택을 조금도 누리지 못했다.
"엣... 또 가버린 것 같네요..."
"하여간 너무 야한 거 아니야?"
"죄, 죄송해요... 서방님. 슬슬 지루하실 것 같은데..."
"아니라니까? 오히려 평소 이미지랑 잘 맞아서 좋아."
TV에서 자주 보여줬던 그 쿨한 얼굴로 애액을 마구 흩뿌려대는 꼴이라니.
이건 이것대로 굉장히 야하게 느껴졌다.
게다가, 이 와중에도 예리엘의 몸은 점점 더 음란하게 조교되고 있었다.
그녀가 절정하는 주기가 조금씩 짧아지고 있는 것이다.
예리엘도 그것을 아는지라 빨리 능력을 풀어버리고 싶었으나...
아직 내 허락이 떨어지지 않아서 차마 그러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이번 기회에 그녀를 확실히 길들여놓기로 했다.
"잠자리에서 반칙이나 저지르는 건방진 년은 제대로 버릇을 들여놓아야지."
"그, 그건 정말 죄송하다니까요... 우웃..."
"편하게 있어. 이번 기회에 내가 손만 대면 엉망으로 지려버리는 허접 보지로 만들어줄테니까."
"엣... 아앗..."
나는 또다시 붉게 물든 예리엘의 입술을 단번에 빼앗았다.
얼굴 위로는 감각이 멀쩡해서, 금세 몽롱해지는 예리엘의 눈동자.
물론 그와중에도 아래쪽에선 열심히 손이 움직이고 있었다.
안 그래도 민감하기 짝이 없는 그녀의 몸을 집요하게 괴롭히는 것이다.
앞으로는 몸이 먼저 내게 복종하도록 가르치고 있다.
무척 불안해진 예리엘은 내 입술에 정신없이 달라붙었다.
어찌보면 어서 용서해달라고 애교를 부리는 것 같았다.
"쭈웁♥ 후앗♥"
"앗, 봐봐. 또 가버리고 있어."
"흐읏, 하아, 하아... 여, 여자의 몸을 장난감처럼..."
"싫어? 그만할까?"
"싫다는 건 아니지만..."
감각을 느끼지 못하는 탓에, 제대로 도망치지도 못하는 예리엘의 여체.
나는 꼼짝없이 사로잡힌 그녀를 몇 번이고 절정하게 만들었다.
무척 순조롭게 진행되어가는 예리엘의 조교.
결국 불안을 참지 못하고 내게 무어라 하려던 그녀의 눈이 돌연 스르륵 감겼다.
아까 식사에 몰래 섞어놓은 수면제가 이제야 약효를 발휘했던 것이다.
당시의 그녀는 목줄을 차고있어서 눈치채거나 저항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저질렀군.'
이 기회에 그녀를 제대로 조교하지 못하면 나는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다.
내가 예리엘을 똑바로 눕혀놓고 일을 진행하려는데, 돌연 내 손이 휙 튕겨나왔다.
"윽, 자기 보호 본능인가..."
잠결에 능력을 발동시키다니, 역시 예리엘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녀에게 묵직한 목줄을 다시 채우자 저항감은 씻은 듯 사라졌다.
축 늘어진 그녀의 머리맡으로 이동한 나는 말랑한 입술에 발기된 귀두를 비벼댔다.
"흐읏...♥"
괴로운 얼굴로 뒤척이면서도 숨을 크게 들이쉬는 예리엘.
나는 그런 그녀를 추적하여 비린 냄새를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줬다.
성녀님의 단정한 얼굴을 괴롭히는 것은 제법 괜찮은 놀이였다.
"쪽, 쭈웁♥"
그대로 귀두와 좆기둥에 키스까지 시키던 나는 손가락을 튕겨서 그녀의 음핵을 자극했다.
가벼운 딱밤에 곧바로 븃븃 액을 뿌려대는 예리엘의 비부.
아까 깨어있었을 때보다 훨씬 요란한 절정이었다.
"빨리 안 일어나면 나쁜 버릇이 들지도 모른다?"
"우, 앗, 오오옷♥"
적당히 입보지를 쑤셔주던 나는 오래지 않아 기분 좋게 절정했다.
입 안에 진한 백탁액을 듬뿍 머금은 채 괴로워하는 예리엘.
하지만 그와 별개로 아래쪽의 반응은 아까보다 훨씬 좋아졌다.
무방비한 비부를 적당히 가지고 놀다가, 이윽고 엉덩이 쪽도 개발을 시작했다.
어른들의 장난감으로 굳게 닫혀있던 구멍을 쿡 찌르자 얇은 허리가 힘차게 들썩거렸다.
"히윽?!"
움찔, 움찔...
어떻게든 침입을 거부하려고 애쓰던 구멍이 힘으로 밀어붙여진 끝에, 물방울 모양의 장난감을 받아들였다.
끝에 모조품 보석이 박혀있는 장난감은 중간 부분이 오목해서 쉽게 빼낼 수 없는 형태였다.
그대로 밤새 조교를 받던 예리엘이 깨어난 것은 다음 날 아침이었다.
그녀의 기척에 눈을 뜬 나는 알몸으로 인사했다.
"잘 잤어?"
"다, 당신..."
예리엘은 뒤늦게 상황을 눈치채곤 얼굴을 화악 붉혔다.
아직 알몸으로 남아있던 그녀가 몸을 부들부들 떨며 나를 노려봤다.
물론 앨리스의 눈빛에 비하면 애교 수준이지만, 전에 없던 원망이 담겨있었다.
게다가 예리엘의 실력을 잘 알고있는 나로선 심장이 따끔거릴 지경이다.
하지만 여기서 물러나면 도루묵이다.
나는 목줄을 차고있는 그녀를 덥썩 끌어안았다.
"그냥 장난 좀 친거야. 괜찮지?"
"너무하셔요. 저는 정말 뭐든지 들어드렸는데..."
이번에는 좀처럼 쉽게 화가 풀릴 것 같지 않았던 예리엘이었으나...
내가 그녀의 젖꼭지를 꽈악 꼬집어주자 순식간에 목소리가 바뀌었다.
"하흣?"
"그래도 용서해줄거지?"
"아앗, 제가 잠든 사이에 도대체 무슨... 꺅♥"
침실 바닥에 나동그라진 예리엘이 무릎을 꿇은 채 나를 올려봤다.
그대로 양물을 들이대자 어렵사리 원망을 유지하고 있던 그녀의 눈이 헤실헤실 풀렸다.
어젯밤 내도록 머금고 있었던 백탁액의 냄새와 그에 동반됐던 쾌감을 떠올린 것이다.
저항의 의지를 완전히 잃어버린 그녀는 얼굴에 좆기둥을 비벼대자 이내 멍청한 얼굴로 침을 줄줄 흘려대기 시작했다.
"옷♥ 흐끄윽... 아앗♥"
"과연 어떻게 해야 용서해주려나..."
"하앗, 하아... 흐읍..."
어느샌가 온순한 태도로 귀두에 키스를 쪽쪽 퍼붓고 있는 예리엘.
청초하고 도도하던 얼음의 성녀가 발정난 암캐로 전락해버렸다.
나는 발가락으로 그녀의 음핵을 건드리며 머리를 치켜들도록 만들었다.
"예리엘, 괜찮지? 너는 서방님 자지에 환장한 변태년이니까."
"우웃... 쭈웁, 쪼옥... 도, 도대체 제 몸에 무슨 짓을 하신 건가요오... 이렇게 심한 짓 당하는데도 전혀 싫지 않다니..."
"네가 원래 마조라서 그렇다니까? 앞으로도 꼴릴 때마다 마음대로 가지고 놀아도 되지?"
"그, 그건..."
이제 거의 다 넘어왔다 싶을 즈음.
예리엘은 힘겹게 머리를 뒤로 빼내더니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약에 취한 것 같은 반응이긴 했지만 확실히 거부하고 있다.
"그건 안 돼요."
역시 너무 일렀던 건가?
내가 머쓱해져서 그만 끝낼까 싶던 중.
예리엘이 고개를 돌려서 내 눈을 피하며 말했다.
"하지만 푹푹 씨뿌리기 섹스 해주시면서 키스까지 해주시면 생각해볼게요."
"푸훗..."
내가 예리엘을 일으켜세워서 침대 위로 넘어뜨리자 그녀가 황급히 덧붙였다.
"하, 하나만 더요."
"뭔데?"
"그... 좋아한다고, 말해주실래요?"
"엑."
지금 생각해보니, 나는 지금까지 저거 비슷한 말도 해준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이래서야 불안해하는 것도 당연하지 않은가.
나는 피식 웃으며 기꺼이 그녀가 원하는대로 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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