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4화 〉 103. 동시사건(18)
* * *
부스럭.
수풀이 우거진 숲속을 자그마한 그림자가 빠르게 주파했다.
그 정체는 나은주였다. 작디작은 열 살짜리 꼬마가 험한 산길을 마치 놀이터에서 뛰어놀듯 가벼운 발걸음으로 뛰어 내려갔다.
허나 그 마음은 급하기 그지없었다.
나은주는 현재 칼리의 정신을 조종하여 그녀로 하여금 도망칠 시간을 벌게 해둔 상태. 문제는 칼리의 몸 상태가 당장 죽어도 이상하지 않다는 점이었다. 추격을 뿌리치기 위해선 칼리의 목숨이 다하기 전에 최대한 현장에서 벗어나야만 했다.
나은주는 비록 초인이었으나 결국 어린애에 불과했다. 아직 제대로 여물지 않은 신체는 그녀에게 있어서 족쇄나 다름없었다. 나은주가 열심히 10분을 달린다 해도, 평범한 초인이라면 3분만에 주파할 수 있는 거리에 지나지 않았다.
“!!”
그러던 중 돌연 나은주의 발걸음이 우뚝 멈췄다.
‘죽었어…….’
나은주는 자신이 조종하던 칼리와의 연결이 끊어진 것을 느꼈다. 거리가 멀어져서일까 싶었으나 아니었다. 나은주의 초능력 사정거리는 약 3km. 허나 나은주는 아직 그 절반의 절반조차 도망치지 못했다.
‘치잇. 설마 1분도 못 버틸 줄은……!’
피잉!
그 순간 나은주의 뇌리에 강렬한 현기증이 엄습했다.
“히윽?!”
나은주의 발이 꼬이며 그녀가 지면을 굴렀다. 두 번 연속으로 정신 조종을 사용한 반동이 방금 칼리와의 연결이 끊기면서 단번에 몰려왔다.
“으으. 아파…….”
고개를 내리자 무릎이 까져서 빨간 속살이 보이고 있었다. 나은주의 신체는 이다지도 연약했다. 운동능력은 그나마 어지간한 성인 이상이었으나 신체의 강도는 좀 튼튼한 일반인이나 다름없었다.
쓰라린 아픔이 올라오는 무릎을 부여잡고 나은주가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그러곤 다시 바쁘게 발을 놀렸다.
‘도대체, 도대체 왜……!’
뛰어가던 나은주가 입술을 앙 깨물었다.
‘그 오빠만 조종할 수 있었어도 다 이긴 거였는데! 도대체 왜 조종이 안 된 거야!’
나은주로선 분통이 터질 노릇이었다. 그녀의 초능력이 사람에 따라 상성을 탄다고는 하나, 설령 상성이 최악이더라도 최소한 움직임을 묶는 것 정도는 가능해야 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랬다.
그러나 안수호에겐 그녀의 초능력이 전혀 통하지 않았다. 그런 일은 이제껏 단 한 번도 없었는데.
‘그래, 돌아가면 아빠한테 물어보자. 아빠라면 답을 알고 계실 거야!’
이내 그렇게 생각한 나은주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더욱 빠르게 뛰었다. 나주용에게 물어보고 자시고 일단 이곳에서 도망치고 나서야 가능한 일이었으니.
험준한 산길에 어린아이의 헐떡이는 숨소리가 작게 울려 퍼졌다.
***
한편 그 시각.
전투의 소음이 멎은 숲의 공터.
“흐극…….”
여성이 작게 흐느끼는 소리가 허공에 울려 퍼졌다.
안수호는 자신의 앞에 만신창이로 쓰러진 칼리를 내려다보았다. 나은주에 의해 정신이 조종당해 제 몸조차 돌보지 않고 막무가내로 덤비던 그녀는, 이제 실이 끊긴 인형처럼 바닥에 축 늘어져 있었다.
전투, 랄 것도 없는 싱거운 공방이었다.
애초에 칼리의 몸은 싸울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허나 나은주는 그런 칼리를 억지로 싸우게끔 했고, 그 결과 채 1분조차 버티지 못하고 그녀의 몸은 무너져 내렸다. 그마저도 칼리가 이성이 없는 상태로 조종당해 목숨을 도외시했기에 가능한 결과였다.
“살려, 줘……. 죽고 싶지 않아……. 제발…….”
칼리가 힘겹게 손을 뻗는다. 그 손끝이 안수호의 바짓가랑이를 붙잡는다.
마치 살려달라고 애원하듯이.
그러나 칼리의 부상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지점을 넘어갔다.
온몸에 깊게 그어진 자상과 무리한 활동으로 인한 대량의 출혈.
피부는 창백하기 그지없고 살은 그 온기를 빠르게 잃어가고 있었다.
칼리는 곧 죽는다.
애초에 칼리가 지금 정신을 차린 것도 ‘죽을 정도의 상처’를 입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칼리가 자신의 자아를 되찾고, 죽기 싫다며 안수호에게 애원한다는 것은 즉 역설적으로 그녀의 죽음이 멀지 않았음을 나타냈다.
안수호는 그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칼리 또한, 본능적으로 직감하고 있었다.
“제발, 뭐든지 할 테니까. 나 좀 살려……”
그럼에도 삶을 갈구하는 칼리를 보며 안수호는 찝찝한 기분을 느꼈다. 아마도 측은지심이리라. 나은주가 오기 전, 그녀에게 느꼈던 격렬한 분노와 가학심은 어느새 씻은 듯이 사라져 있었다.
칼리가 불쌍해서? 그런 이유도 없다면 거짓말이겠지.
그러나 그 이상으로 안수호는 당시 자신이 느꼈던 격렬한 감정들이 한없이 낯설게 느껴졌다.
마치 자신이 자신이 아닌 다른 이가 된 것 같은 느낌.
꼭 다른 사람이 느낀 감정을 뇌에다 직접 때려박은 느낌이었다고 안수호가 생각했다.
‘……나도 참 어지간히도 흥분했었나 보군.’
그 괴리감을 안수호는 그렇게 대충 결론지었다. 그 외에 무슨 답이 있겠냐 싶었다.
설마 쾌락천마가 자신의 감정에마저 영향을 주는 게 가능할 거라곤 생각할 수 없었으니.
“제, 발…….”
“나한테 애원해도 소용없어. 넌 곧 죽는다.”
“아니야. 나, 치료, 하면 살 수……”
“아니. 이미 늦었어.”
“…….”
칼리가 안수호를 맥없이 올려다보았다. 제 운명을 부정하려는 듯한 그 간절한 눈빛이 점차 탁해지며 아득해진다.
아득한 그 눈동자에 죽음이 드리워진다.
안수호는 타인의 죽음을 보는 게 처음이었다. 일전에 여명단의 추격자를 얼떨결에 죽이긴 했지만, 그때는 워낙 경황이 없기도 했고 시체조차 남기지 않고 증발시켜버렸으니 논외였다. 허나 지금 안수호는 타인의 생명의 불씨가 꺼져가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별로 유쾌한 기분은 아니었으나, 그렇다고 싫다거나 끔찍한 기분이 들지도 않았다.
그저 덤덤했다.
지예원과 강하늘을 만나며,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과 교감하며 안수호는 이 세상을 소설이 아닌 진짜 세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으나, 목숨을 걸고 싸운 적을 동정할 정도로 도덕심이 넘쳐흐르진 않았다.
반면 칼리는.
청부업자로 일하며 수많은 죽음을 그 눈으로 목격해온 칼리는, 난생 처음 겪어보는 자기 자신의 죽음에 벌벌 떨었다.
지금껏 겪어온 수많은 타인의 죽음과 다른, 그녀 자신의 오롯한 죽음.
그것은 차갑고.
완만했으며.
그러나 착실하게 차근차근 그녀의 숨통을 조여오는 것이었다.
이내 두려움으로 점철된 그녀의 정신이 이윽고 그 문턱에 걸쳤을 때, 칼리의 머릿속을 채운 건 오로지 단 하나, 후회뿐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이딴 의뢰 받지 말걸.’
이윽고 그 눈동자에 불이 꺼지고, 칼리의 고개가 아래로 푹 꺼졌다.
칼리가 죽었다.
빠르게 온기를 잃어가는 시체를 향해 안수호가 손을 뻗었다. 그 오른손에 탈리스만의 빛이 깃들며 시커먼 연기가 회오리쳤다.
칼리는 죽었다.
허나 시체를 방치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행여 누군가 발견했다가 피곤한 일이 생길 수도 있으니.
꾸드득.
안수호가 칼리의 상처에 손을 우겨넣었다. 아직 따듯했다. 그리고 끈적했다. 그 기분 나쁜 따듯함 속에서 시커먼 연기가 끝없이 압축되었다.
투콰아아아앙!!
이윽고 연기를 해방하자, 내부에서 일어난 폭발에 의해 칼리의 시체가 수백 개의 핏덩이로 조각나 사방으로 비산했다. 어디 그뿐인가, 그녀가 쓰러져있던 지면 또한 폭풍에 의해 문자 그대로 갈아엎어져, 그녀가 흘렸던 핏자국조차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얼굴에 튄 피를 소매로 훔치며 안수호가 생각했다.
‘끝났다.’
그 순간.
띠링
===
[ 엑스트라 퀘스트 클리어. ]
[ 당신은 정체 모를 괴한에게 납치된 강하늘을 무사히 구해냈습니다. 어서 그녀를 데리고 안전한 곳으로 향하세요. ]
<보상/>
1. ■■■■■■■
( 보상을 획득하려면 보상 탭을 활성화하세요. )
===
눈앞에 떠오른 시스템 메시지에 안수호가 긴장의 끈을 탁 놓았다. 직후 느껴진 짜릿한 복통.
“크윽.”
안수호가 인상을 찡그렸다. 전투로 인한 피로, 탈리스만의 반동, 그리고 칼리에게 당했던 깊은 상처까지. 퀘스트가 끝났다곤 해도 안수호의 상태 또한 말이 아니었다.
‘그래, 아직 끝나고 끝난 게 아니지.’
소풍은 돌아갈 때까지가 소풍이라던가. 강하늘을 데리고 안전한 장소로 향할 때까지는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안수호가 전투 현장 외곽에 곱게 눕혀둔 강하늘에게 향했다. 퀘스트 보상 확인은 뒷전이었다.
“하늘아.”
대답은 없었다. 그녀에게 투여된 마취제의 효력은 적어도 내일까지 지속될 것이다. 나은주가 했던 것처럼 모종의 수단으로 아바타를 꺼내게 하지 않는 이상 그녀가 깨어날 일은 없었다.
‘나은주…….’
안수호는 나은주가 도망친 방향을 바라보았다. 당연히 그 방향엔 아무도 없었다. 칼리의 목숨을 건 방해공작 탓에 안수호는 그녀를 놓칠 수밖에 없었다.
오늘 일을 통해 안수호는 나은주의 위험성을 여실히 느꼈다. 그러나 이제 와서 추적한다 한들 쫓는 건 무리겠지.
결국 추격을 포기한 안수호는 쓰러진 강하늘을 등에 업고 천천히 산길을 내려갔다. 임시방편으로 막아둔 옆구리의 상태가 점점 안 좋아졌으나, 그렇다고 멈춰설 순 없었다.
그렇게 얼마나 내려갔을까.
부스럭.
“안수호……?”
저만치 앞에서 풀숲을 헤치며 나타난 지예원의 모습에 안수호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지예원이 자신을 찾으러 왔다는 것은 즉, 산 아래 창고의 상황도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되었다는 뜻일 테니까.
“어떻게 된 거야? 그 청부업자는? 잠깐, 등 뒤에 걔 설마 강하늘이야?”
“맞아. 그게 어떻게 된 거냐면…….”
자초지종을 설명하려던 안수호가 돌연 말끝을 흐렸다. 그가 자신에게 다가오던 지예원에게 손을 뻗어 제지했다.
“잠깐. 그 이상 다가오지 마.”
그와 동시에 안수호가 작게 중얼거렸다.
“……상태창.”
그러나.
띠링.
===
[ 상태창 열람 불가. ]
[ 대상은 아카데미 관계자가 아닙니다. ]
[ <스킬 :="" 아카데미의="" 경비원="">으로는 아카데미 관계자가 아닌 자의 상태창을 열람할 수 없습니다. ]
===
그 메시지에 안수호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러나 곧 그는 자신이 간과한 사실이 있음을 깨달았다.
‘지예원은 이제 학생이 아니지 참.’
지예원의 학적은 이미 제적 처리되어 있었다. 고로 그녀는 아카데미 관계자가 아니었다.
“뭐야 너. 갑자기 왜 그래?”
지예원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그러나 안수호는 대답할 수 없었다. 현재 그의 뇌리에는 눈앞의 지예원이 가짜가 아닌가 하는 의심이 싹트고 있었기에.
언뜻 보면 지나친 의심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안수호 입장에서 보면 이야기가 다르다. 그는 오늘 하루만 해도 벌써 두 번이나 변신 능력자에게 농락당했다. 그중 한 명은 변신능력이 아닌 카피능력자였던 건 차치하더라도 말이다.
하여튼.
안수호는 눈앞의 지예원이 99%의 확률로 진짜 지예원이라 생각했지만 1%의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었다. 경계를 누그러뜨리지 않으며 그가 지예원에게 물었다.
“다가오기 전에 네가 진짜 지예원인지 아닌지 증명해.”
“……뭐?”
“내가 오늘 벌써 두 번이나 가짜들한테 속아넘어가서 좀 예민하거든. 그러니까 증명해. 그래, 예를 들어 나랑 지예원밖에 모르는 사실 같은 걸 말해봐. 그럼 널 진짜라고 믿을게.”
“아니 이 상황에 그게 대체 무슨 뚱딴지 같은…….”
안수호가 걱정되어 급하게 산을 탄 지예원 입장에선 황당하기 그지없었으나, 안수호의 태도에서 묻어나오는 진심에 결국 그녀는 안수호의 뜻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나랑 안수호만 아는 사실이라고……?’
그런 걸 갑자기 말해보라 한들 바로 툭 튀어나올 리가 없었다. 지예원이 입술을 달싹이며 한참 고민했고.
"으음."
이내 그 뺨이 스멀스멀 빨개지기 시작한다.
“뭐해? 어서 말하라니까?”
“…………다섯 번.”
“뭐?”
“다섯 번. 그, 너랑 나랑 그날, 네 방에서…….”
부끄러워하며 말끝을 흐리는 지예원을 보며 안수호가 갸웃했다. 둘만 아는 사실을 말하랬더니 분명하게 말하지도 않고, 대뜸 다섯 번이라고만 하면 그게 뭔지 어떻게 알겠는가.
“그런 식으로 얼버무리려고 해도 소용없어. 똑바로 말해.”
“뒤에 듣는 귀도 있는데 꼭 말해야겠어?”
“강하늘은 잠든 상태야. 신경쓸 거 없으니 바른대로 말해.”
그리 말했음에도 우물쭈물하는 지예원.
그러한 지예원의 태도에 안수호의 의심의 싹이 더욱 자라나려 했다. 설마설마해서 물어본 것인데 정말 가짜였는가.
‘잠깐, 다섯 번?’
그 순간 안수호의 뇌리를 스친 번뜩임.
“……아.”
이내 안수호는 얼마 지나지 않아 지예원이 말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아차릴 수 있었다.
다섯 번. 지예원이 말한 그 횟수의 정체는…….
‘이런 미친…….’
섹스 횟수.
지예원이 말한 것은 그날, 지예원과 안수호가 몸을 겹친 날 두 사람이 나눈 관계의 횟수였다.
그야말로 안수호와 지예원 밖에 모를, 두 사람만이 공유하는 비밀 그 자체.
“……”
그러나 답을 들은 안수호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고 멋쩍게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안수호의 뇌리에 수많은 생각이 오간다.
하필이면 말을 해도 그걸 말하는가.
무언가 다른 걸 말해도 됐을 텐데.
아니, 생각해보면 저 답이야 말로 명답인가. 우리 둘 말고는 절대로 모를 일이니.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갑작스레 훅 들어온 지예원의 대담한 발언에 안수호는 머리가 지근지끈 아파오는 것을 느꼈다. 두 사람 가운데 숙연한 침묵이 내려앉는다.
“이, 이 정도면 내가 진짜라는 증명이 돼? 아니면 더, 더 말해야 하나……?”
“……아니. 그 정도면 됐어.”
안수호가 지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러나 그 얼굴에는 안도하는 기색이 다분했다.
지예원이 진짜 지예원이어서? 물론 그것도 있었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하늘이가 자고 있어서 다행이다.’
자신의 등 뒤에 업힌 강하늘의 무게감을 여실히 느끼며 안수호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래는 어떻게 됐어?”
“어떻게 되긴. 당연히 다 끝났지. 하늘이는 나한테 넘겨. 상태 보니까 너도 꼴이 말이 아니네.”
“그래….”
안수호로부터 강하늘을 건네받은 지예원이 그녀를 영차, 하는 소리와 함께 업었다. 힘없이 축 늘어진 강하늘을 어깨너머로 곁눈질하며 지예원이 작게 중얼거렸다.
“……정말 푹 잠들었네.”
내심 들으라고 한 소리였는데.
그 자그마한 중얼거림에 안수호가 귀를 쫑긋 세웠다.
“뭐라고 했어?”
“응?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가면서 이거나 상처에 발라.”
“뭔데?”
지예원이 주머니에서 붉은 빛깔이 도는 약병을 휙 던졌다.
“포션. 설아현이 들고 온 거야.”
“아현 씨가?”
“응. 혹시 몰라서 길드에서 가져왔다는데? 중급 포션이라더라. 역시 길드마스터가 좋긴 좋아?”
그렇게 말한 지예원이 앞장서서 산길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중급 포션이라…….”
일찍이 튜토리얼 퀘스트 보상으로 받았던 물건. 그때는 지예원을 구함으로써 이 포션을 받았는데 이번엔 지예원에게 건네받게 되니 감회가 새로웠다.
‘그나저나 이거 적어도 억은 넘길 텐데…….’
이런 걸 선뜻 받아도 되나 싶은 생각이 스쳤으나, 다시금 저릿하게 퍼지기 시작하는 아픔에 결국 안수호는 포션 마개를 열었다.
‘뭐 됐다. 애초에 이런 걸 노리고 설아현한테 접근한 거였으니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안수호가 상처에 포션을 적당량 바른 뒤 남은 포션을 전부 들이켰다.
정작 지예원에게 포션을 넘길 때 설아현이 어떤 심정으로 넘겼는지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채.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