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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경비원으로 빙의당했다-101화 (102/266)

〈 101화 〉 100. 동시사건(15)

* * *

­부우우우웅.

어두운 밤길을 달리는 택시 한 대가 있었다.

불이 꺼진 허름한 골목을 따라 쭈욱 들어온 택시가 이윽고 망해버린 섬유공장 앞에 멈췄다.

이내 택시 문이 열리고 앳된 소녀가 내렸다. 기사에게 밝게 웃으며 인사한 소녀가 골목 너머로 사라져가는 택시를 바라보다 고개를 돌려 공장을 바라보았다.

­……! ……! ……!!

공장 쪽에선 한창 잡다한 소음이 들려오고 있었다. 이따금 들려오는 폭발음이나 비명소리가 그 소음의 근원이 결코 평범한 일이 아님을 은연중에 알려주고 있었다.

그 소리를 멍하니 듣던 소녀가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스마트폰을 꺼냈다.

“어라?”

이윽고 그 얼굴에 의아한 기색이 떠오른다.

“여기가 아니네?”

스마트폰과 공장을 번갈아보던 소녀의 시선이 이내 다른 곳으로 향했다.

공장 뒤편에 자리한 새까만 야산 방향으로.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산을 하염없이 바라보던 소녀가 이내 발걸음을 옮겼다.

***

그 시각. 안수호와 K가 싸우던 숲 속 공터.

주르륵.

안수호의 입가에서 한 줄기 진한 피가 흘러내렸다.

그가 당황한 눈으로 류태현을 바라봤다. 그의 배에 시퍼런 나이프를 꽂은 류태현이 눈을 마주치더니 씨익 웃었다. 류태현이라면 결코 흘리지 않을 비열한 웃음.

“이런, 씨발…….”

이내 환한 빛이 팟 터지더니 그 모습이 류태현에서 K로 변했다. 온몸이 상처투성이인, 전신이 피로 물든 K의 모습으로.

그 변화에 그럴 줄 알았다며, 쓴웃음을 지은 안수호의 입가에서 진한 피가 한 번 더 터져 나왔다.

‘무슨 씨발 만나는 놈마다 다 변신 능력자냐…….’

분명 변신 능력자는 그 수가 무척 적다는 설정 아니었나. 안수호가 가증스런 쾌락천마를 떠올리며 속으로 주억거렸다.

­푸슛!

“커헉!”

K가 나이프를 거칠게 뽑아들며 안수호를 걷어찼다. 수 미터를 날아간 그가 맥없이 바닥에 쓰러졌다.

“아슬아슬했어. 피하는 게 조금만 늦었으면 그대로 죽었을 거야.”

이마에 흐르는 피를 훔치며 여유롭게 말하는 K.

그런 K를 올려다보며 안수호가 깊은 자상이 남은 자신의 옆구리를 움켜쥐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지혈이 될 리가 없었다. 그의 손가락 틈 사이로 시뻘건 피가 꿀럭꿀럭 새어나왔다.

‘찔린 위치가 안 좋다. 어지간한 방법으론 지혈이 안 될 거야. 그렇다면…….’

안수호가 K 몰래 서리마법을 발동했다. 차가운 냉기가 그의 손에 모여들어 상처 안으로 침투했다. 직후 흐르던 피가 얼어붙어 상처를 틀어막았다.

“크으윽!”

생살이 얼어붙는 고통에 안수호가 신음했다. 서리마법의 존재를 눈치 채지 못한 K는 안수호가 상처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는 줄 알고 이죽거렸다.

“아프지? 아주 제대로 쑤셨거든. 그거 알아? 아무리 초인이라도 간이 찔리면 어지간해선 과다출혈로 죽는다는 거.”

알고 있었다. 원작에서도 나온 내용이고 자시고 하기 이전에, 애초에 사람은 간을 정통으로 찔리면 죽는다. 간에는 근육이 없어서 지혈이 전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위치를 보면 간 보다는 조금 아래쪽인 것 같지만…….’

혼자 그렇게 생각했으나 안수호가 인간의 신체 구조에 대해 알아봤자 무얼 알겠는가. 설령 운 좋게 간에서 조금 비껴들어갔다 해도, 좀 전에 흘러나오던 출혈량을 보면 결코 가벼운 상처는 아니었다.

‘피는 막았지만 격하게 움직이다보면 다시 터질 수도 있겠어.’

그렇게 생각한 안수호가 말없이 K를 올려다보았다. 그 시선에 K가 안수호를 비웃었다.

“왜, 궁금해? 아주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몰라서 미칠 지경이지?”

“……모르긴 개뿔. 너도 네 친구처럼 변신 능력자였던 거잖아. 안 그래?”

“변신 능력?”

그 말에 K가 깔깔깔깔 크게 웃었다.

“착각도 유분수지. 내 초능력이 그런 반쪽짜리 능력일 것 같아?”

K가 마치 물어봐주길 기다렸다는 듯 신나서 대답했다. 정말 떠들기 좋아하는 빌런이라고. 그런 안수호의 생각을 증명하듯 K가 여유로운 태도로 말을 이었다.

그 말에 안수호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내 능력은 변신이 아니야. 카피지.”

“……뭐?”

“복사라고 복사. 방금 전 변신은 그 여자애의 능력을 복사한 거야. 나는 손으로 만진 사람의 능력을 복사할 수 있거든.”

­휘오오오오.

다음 순간, 싱글벙글 웃은 K의 손에 까만 연기가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방금 네 능력도 복사했지롱. 마지막은 특별히 네 초능력으로 끝내줄게. 자기 초능력에 죽게 되면 무슨 기분일까? 되게 궁금하네?”

“…….”

그러나 안수호는 놀란 눈으로 K를 올려다볼 뿐이었다. 그 맥 빠진 반응에 K가 입술을 삐죽 내밀며 불평했다.

“뭐야, 좀 더 반응을 보여달라고. 이제 곧 죽게 될 텐데 할 말도 없어? 젠장, 분하다! 라든가 제발 목숨만은 살려주세요 같은­”

“칼리.”

칼리. 그 말에 K의 표정이 흠칫 굳었다.

“……칼리. K. 그래, 그래서 K였군. 자기 이름 앞글자를 따서 청부업자 일을 받았나 보지?”

“뭐야. 네가 어떻게 내 이름을 알아?”

굳은 얼굴로 그렇게 묻는 K, 칼리에게 인수호는 말없이 웃어 보일 뿐이었다.

칼리. 그녀 또한 원작에 등장하는 캐릭터 중 하나였다. 비록 비중은 고작 몇 화 나오다 죽은 단역에 불과했으나 안수호는 그녀를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이능력 배틀물에 단골로 나오는 카피 능력자. 그녀야말로 원작에 등장했던 유일한 카피 능력자였으니까.

‘설마 칼리가 청부업 일을 하고 있었을 줄은…….’

원작에서 그녀는 청부업 따위와는 전혀 거리가 먼 인물이었다. 그야 그녀는 빌런이긴 해도 본격적인 빌런이 아닌, 강하늘처럼 같은 재학생 신분으로 주인공의 앞을 가로막던 자였으니.

“왜, 궁금하면 알려줄까? 내가 어떻게 네 정체를 알아냈는지.”

그 말에 칼리가 움찔 떨었다. 그야 궁금할 것이다. 아카데미 경비대원인 사람이 자신의 정체를 알았다는 건 즉, 어쩌면 그 개인이 아닌 경비대 차원에서 칼리의 ‘일탈’에 대해 파악하고 있다는 것일 지도 모르니까.

“……아니, 됐어. 어차피 지금 죽일 거니까.”

그러나 칼리는 궁금증을 풀기보다 안수호를 죽이는 걸 택했다. 조금 전부터 그의 태도가 묘하게 여유로운 것이 그녀의 불안감을 자극했다.

­휘오오오오오.

칼리의 손에서 시커먼 연기가 소용돌이쳤다. 당장이라도 터질듯 요동치는 연기 덩어리, 그러나 안수호는 한없이 여유로운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 여유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칼리가 있는 힘껏 능력을 발동했다. 그 보기 싫은 얼굴을 주변 땅과 함께 아예 갈아버릴 심산으로.

그러나.

­푸슈우우우욱.

“……어?”

다음 순간 칼리의 손에서 맥없이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대략 소화기 정도의 출력. 그 속도가 빠르긴 했으나 좀 전에 안수호의 일격처럼 물리적인 위력을 가지진 못했다.

당연한 결과였다. 조금 전 안수호의 일격은 탈리스만을 통해 한계까지 강화한 결과였다. 탈리스만 없이 발동한 그 능력은 고작해야 강하게 뿜어져 나오는 연기 덩어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뭐야, 이거 왜 이래?”

그런 사정을 알리가 없는 칼리의 얼굴에 당혹감이 차오른다.

“병신.”

그 순간 안수호가 지면을 박차고 달려들었다.

“그러게 누가 내 능력 카피하래?!”

부지불식간의 공세. 안수호가 옆구리의 상처 때문에 골골댈 거라 생각한 칼리는 미처 반응하지 못했다.

­서걱!

칼리가 뿜어낸 연기를 뚫고 나온 안수호가 검을 휘둘렀다. 그 일격에 칼리의 오른팔이 깊게 베인다.

“크흣?!”

칼리가 제 팔을 감싸며 나이프를 휘둘렀다.

­챙! 챙! 카앙!

종횡무진 휘둘러지는 칼날들. 사방에서 은광이 번뜩였다.

그 공세를 주도하는 것은 놀랍게도 안수호였다. 본래 신체 능력은 칼리 쪽이 우세하나 누적된 부상으로 인해 제 힘을 내지 못하고 있었다.

‘쳇!’

그러나 뒤로 물러설 수는 없었다. 거리를 벌려 강하늘 근처에서 떨어지면 조금 전의 일격이 다시금 그녀를 집어삼킬 테니까.

‘분명 제대로 쑤셨는데, 어떻게 이렇게 움직일 수 있는 거야?!’

칼리가 흘긋 안수호의 옆구리를 바라봤다. 시뻘건 얼룩이 가득한 옆구리. 그러나 더 이상의 피는 흘러나오지 않고 있었다. 모종의 방법으로 지혈한 게 분명하다고, 입술을 잘근 씹은 칼리가 생각했다.

‘부상이 너무 심해. 이대로 가다간 질 게 뻔하다. 그렇다면…….’

이렇게 된 이상 이판사판이다.

그렇게 마음먹은 칼리가 안수호가 아닌 바닥에 쓰러진 강하늘에게 달려들었다.

칼리는 강하늘에게 치명상을 입힌 뒤 안수호가 당황한 사이 도망칠 생각이었다. 나주용의 의뢰? 당장 패배해서 죽게 생겼는데 그게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저 애가 다치면 이놈도 날 쫓지는 못하겠지!’

칼리의 나이프가 그 날카로운 칼날을 강하늘에게로 향했다.

그러나.

“내 그럴 줄 알았다.”

그 뒤를 바짝 쫓은 안수호가 칼리의 어깨를 붙잡았다.

“이거 놔!”

­까득!

안수호를 뿌리치려든 칼리는 문득 느껴진 위화감에 제 어깨를 바라봤다. 그가 붙잡은 부분에 새하얀 서리가 끼고 있었다.

“끄흐으윽!”

칼리가 신음하며 안수호를 억지로 뿌리쳤다. 서너 걸음 물러선 그녀가 고통스러운 얼굴로 어깨를 부여잡았다. 차디찬 냉기가 뼛속까지 침투해 그녀를 고통스럽게 했다.

‘뭐야, 이게. 냉기 능력자인가? 하지만 분명 저 놈의 초능력은 냉기가 아니라…….’

칼리가 당황에 빠진 한편, 안수호도 쓰라린 아픔에 어금니를 까드득 물고 있었다. 너무 급한 나머지 강도 조절을 잘못해 제 손까지 얼려버린 탓이었다.

그러나 안수호는 씨익 웃었다. 얼어버린 왼손의 부상은 차치하더라도, 이미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으므로.

“아.”

그리고 그 순간 칼리 또한 뒤늦게 깨달았다.

자신이 무심코 거리를 벌려버리고 만 것을.

그녀가 그 사실을 인지했을 때, 안수호의 오른손에는 이미 시커먼 연기가 모여들고 있었다.

피하기엔 늦었다. 그렇게 생각한 칼리는 맞불이라도 놓는 심정으로 똑같이 초능력을 발동했다. 그녀의 손에도 까만 연기가 모여들기 시작한다.

허나 안수호가 보기엔 가소롭다 못해 불쌍하게까지 보일 뿐이었다.

­투콰아아아아아앙!!!

안수호의 손에서 두 번째 해일이 풀려났다.

“꺄아아아악!!”

압축되었던 연기는 한 방향으로 터져나가며 수십 수백 개의 칼날이 되어 칼리의 몸을 유린했다. 그 앞에 그녀가 그러모은 한 줌의 연기 따위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했다.

이윽고 연기가 걷혔을 때, 칼리는 중간 부분에서 부러진 커다란 나무둥치에 기대어 쓰러져 있는 채였다. 전보다 더욱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시발. 어째서. 왜 나는. 왜 내가 쓰면 안 되고 쟤가 쓰면 이렇게 쎈 건데……!”

칼리가 불평을 늘어놓았으나 자업자득이었다. 무릎을 짚으며 힘겹게 일어나는 그녀 앞에 안수호가 다시 한 번 탈리스만을 발동해 세 번째 일격을 준비했다.

그 두 눈은 고요하기 그지없었다. 그 전에 느낄 수 있었던 분노나 살의조차 이제는 보이지 않았다.

그저 차갑게. 그리고 덤덤하게.

이 남자는 자신을 죽일 작정이라고.

“자, 잠깐만.”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칼리의 몸이 사시나무 떨리듯 떨렸다. 두 다리가 풀려 제대로 일어서지도 못한 채, 칼리가 반쯤 애원하다시피 안수호에게 말했다.

“하, 항복할게. 시키는 대로 하, 할 테니까 죽이지만 말아줘……”

“…….”

“그, 그래! 정보, 정보 안 필요해? 나, 나한테 누가 의뢰를 맡겼는지! 그, 그리고 걔네들의 약점 같은 거! 나, 나 잔뜩 알고 있어!”

채 일어서지도 못한 칼리가 두 무릎을 꿇었다. 이젠 명백히 빌고 있는 모양새가 된 그녀가 꼴사납게 두 손을 모았다. 청부업자로서의 프로의식이니 자부심 따위 이미 다 내던진 뒤였다.

“그, 그러니까…….”

그러나 안수호는 아무런 대답도 없이 연기를 그러모을 뿐이었다. 그 변함없는 태도에 결국 칼리의 두 손이 힘없이 늘어졌다.

툭, 하고.

축 늘어진 손이 주머니에 있던 무언가를 건드렸다. 안수호 일행이 쳐들어왔을 때 눌러둔 호출기였다.

‘10분 안에 달려온다며…….’

그 호출기는 그녀의 의뢰인인 김선우가 준 물건이었다. 만약 예상치 못한 문제가 터지거나 사냥개들만으로 처리할 수 없는 적을 만났을 때 누르라며. 누르면 그 누구라도 쓰러뜨리 수 있는 강력한 지원병력이 찾아올 거라며.

그러나 지원병력은 오지 않았다. 설령 도착했다 해도 지원병력은 산 아래의 창고로 향했지, 어딘지도 모를 이 숲속 한복판으로 찾아오진 않을 터였다.

“야.”

그 사실에 절망한 순간, 안수호가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분명 하늘이한테 수술용 마취제를 투여했다 그랬지. 부작용이 없는 건 확실하냐?”

그 물음에 칼리가 다급하게 대답했다.

“화, 확실해! 더, 더 이상 투약하지 않으면 내일 오후쯤엔 깨어날 거야. 부, 부작용은 없어! 조금 몸이 나른할 수도 있지만…….”

“그래. 너 말고 달리 고용된 청부업자는 더 있나?”

“없어. 따로 고용된 건 나랑 스테파니뿐이야. 저, 저 밑에 헬멧 쓴 놈들은 의뢰인이 놔두고 간 애들이라…….”

“본래 이 뒤엔 어떻게 하려고 했지?”

“내일 저녁에 사, 사람이 오기로 했어. 그 사람이 강하늘을 데려가면 그때 의뢰가 끝나는­”

“데려간다고? 어디로?”

“연구소로 데려간다고 했어. 주, 준비가, 그 애를 들키지 않고 연구소에 들이려면 준비가 필요하다 그래서……!”

“연구소라는 건 용인에 있는 초인재활연구소가 맞나?”

“맞아! 그 지하로 데려간다고 했어! 지하에 숨겨진 시설이 있다고……!”

“그런 사실을 임시로 고용한 너한테 알려줬다고?”

“스, 스테파니가 들은 거야! 의뢰를 받을 때 조, 조사해볼 목적으로 몰래 연구소에 숨어들, 숨어들어갔으니까…….”

“그런가.”

그 말을 마지막으로 안수호가 입을 다물었다.

침묵.

안수호가 다시 말없이 자신을 바라보자 칼리가 마른 침을 삼켰다. 살고 싶다는 생각에 물어보는 족족 대답해주긴 했으나, 생각해보니 지나치게 섣부른 판단이었다. 정보를 대가로 협상을 했다면 모를까, 궁금한 걸 다 말해주었으니 이제 저 남자가 자신을 살려줄 이유가 없지 않은가.

“호, 혹시 더 궁금한 건 없어……?”

뒤늦게 그렇게 물었으나 안수호는 답이 없었다. 그 손에는 여전히 시커먼 연기가 소리 없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끝이다.’

칼리는 멍청하게 정보를 불어버린 과거의 선택을 후회했다. 허나 후회한다 한들 달라지는 건 없었다.

자포자기한 칼리가 힘없이 고개를 떨궜다.

그 순간.

“……그렇게도 살고 싶냐?”

안수호의 입에서 나온 자그마한 물음에 칼리가 퍼뜩 고개를 들며 끄덕였다.

‘설마?’

안수호의 물음에서 느껴진 한 줄기 희망. 부상 때문에 제대로 일어서지도 못하는 그녀가 매달릴 곳은 이제 그것밖에 없었다.

두 눈을 빛내며 안수호를 바라보는 칼리의 모습에 그가 비릿한 웃음을 지었다.

“그래?그럼, 일단 짖어봐.”

“……뭐?”

순간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 반문하는 칼리.

그런 칼리를 보며 안수호가 웃었다.

가학심이 묻어나오는 명백한 비웃음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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