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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화 〉 프롤로그. 야훼조차 인상을 찌푸리고, 부처조차 고개를 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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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락천마라는 이름의 작가가 있었다.
감히 말하건대, 그 빌어먹을 글쟁이 자식은 독자의 분노와 설움을 일용할 양식으로 삼는 사탄 마귀인 게 분명했다.
웹소설계에는 '드리프트'라는 용어가 존재한다.
마치 레이싱 선수들의 화려한 드리프트처럼, 잘 나가던 작품이 갑작스레 독자의 기대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를 틀어버리는 것. 그것을 사람들은 '드리프트'라고 부른다.
가장 끔찍한 BL드리프트부터 시작해서 강간드리프트, 피폐드리프트, 몰살드리프트, 분양드리프트, 집착드리프트, 순애드리프트 등.
세상엔 온갖 종류의 드리프트가 있고, 보통 작가라는 족속들은 그중 한 가지만 범해도 독자들에게 욕을 먹곤 한다.
그리고 이 빌어처먹을 쾌락천마라는 글싸개는, 위에 말한 드리프트 중 BL드리프트를 뺀 모든 것을 제 작품 하나에서 전부 선보였다.
초반부지는 분명 평범한 아카데미물이었다.
그런데 중반을 넘어가니 갑자기 히로인이며 라이벌이며 빌런한테 다 죽어나가질 않나.
급속도로 스토리가 전개되는 와중에 히로인 한 명은 정치질에 시달리다 아카데미를 자퇴하고 잠적.
그나마 남은 히로인 두 명은 경쟁하듯 주인공에게 얀데레마냥 집착해대고.
그 끝에 주인공이 한 선택이란 게, 널 지키기 위해서라는 웃기지도 않는 이유로 히로인 한 명을 다른 남캐에게 억지로 분양보내는 짓거리였다.
그 에피소드가 올라온 다음날, 작품 설명에서 #하렘이 빠지고 #순애 태그가 달렸을 때는 얼마나 기가 차던지.
심지어 그렇게 순애 태그까지 달며 유일하게 남은 히로인은.
그때까지 남아있던 독자들의 마지막 희망은.
이 소설에 남은 최후의 양심의 증명은.
주인공이 보는 앞에서 빌런에게 강간당한 끝에 칼로 난도질당해 잔인하게 죽었다.
다시 한 번 감히 말하건대, 쾌락천마 그 빌어처먹을 글싸개놈은 사탄조차 형님 소리를 아끼지 않을 악의 화신임이 분명했다.
야훼조차 그의 앞에선 인상을 찌푸릴 것이요.
부처조차 그를 보곤 고개를 저을 것이며.
구원의 여지고 갱생 가능성이고 나발이고 없는 희대의 인간쓰레기일지니.
그것이 쾌락천마의 정체이고 본질일 것이라 나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나도 안다. 그까짓 웹소설,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냥 하차하고 무시하면 그만이라는 걸.
이렇게까지 집착하며 작가를 욕하는 꼴이 우습게 보인다는 걸. 나 역시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하차하고 싶어도 하차할 수가 없고. 무시하고 싶어도 무시할 수가 없었다.
저 빌어먹을 작가 놈이, 날 자신이 쓴 소설 속 아카데미 경비원으로 빙의시켜버렸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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