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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전 이세계에서 엘프의 노예가 되었다-72화 (72/140)

〈 72화 〉 72.

* * *

뭐, 대답은 저렇게 해도, 데이트를 하는데 질투하지 말라는 건 무리겠지.

일단 오늘은 이 정도로 넘어가자.

나중에 에로리나와 하는 걸 보여주면서,

내가 큰 가슴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증명할 날이 올 것이다.

"그럼 오늘은 조심히 들어가 봐요. 나는 약속한 게 있어서, 마저 시간을 보내야 하니까요."

"아.. 알겠어.. 그..그래도 일찍 들어가야 해?"

은근 질투하는 게 묘하게 귀엽다.

"이미 임신시킨 애에요. 임신 기념으로 데이트하는 거니까, 걱정 말아요. 그보다도! 세피아도 빨리 임신해야죠!"

"앗.. 으..응..!"

"자, 그러면 들어가 봐요. 선물 고맙고요."

엉덩이를 툭툭 쳐주며 세피아를 보내고, 다시 카페로 돌아온다.

카페에서는, 아리엘이 멍하니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앗.. 돌아오셨어요."

"응. 혼자 둬서 미안."

"아니에요. 그런데 저 분.. 오빠가 아시는 분인가요?"

나는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말했다.

"응. 요새 제일 마음에 드는 여자야."

"에.. 역시 그렇군요.."

"왜? 뭐가?"

"아르피엘이 오빠는 풍만한 타입을 좋아한다고 했었거든요."

"뭐.. 그렇지.."

"저는.. 예쁘다는 소리는 많이 들었었지만, 오빠 취향은 아니겠네요.."

"아냐, 아리엘도 예쁘긴 해."

어설프게 변명을 해 보지만, 별 소용은 없는 것 같다.

"네에.."

좀 삐진 것 같은 기색이라, 나는 말을 돌렸다.

"아리엘은 이미 임신했잖아? 지금 내 취향은 별로 중요한 게 아냐. 이미 아리엘을 안았다는 게 중요한 거지."

"그건.. 그렇죠.."

"그러니까. 기분 풀고 즐겁게 데이트나 하자?"

"네 오빠..♡"

아리엘은 그렇게 많이 삐진 건 아니었는지 금방 풀려서 헤실거렸다.

* * *

그렇게 아리엘과 적당히 데이트를 하고,

저녁이 다 되어 엘룬드 저택으로 돌아온다.

저택에서는, 의외의 손님이 기다리고 있었다.

"오래간만이에요. 리 군."

"클라리스?"

놀랍게도, 뒷골목에서 무늬만 건전 업소를 운영하고 있던 그녀, 클라리스가 저택으로 날 찾아온 것이었다.

"에, 클라리스? 여긴 어쩐 일이에요?"

"제가 불렀습니다."

그렇게 대답한 것은, 남성교단의 대신관인 세레니아 페이엘이었다.

'엥? 둘이 무슨 관계지? 아! 그러고 보니 몸에 그림 많이 그렸던 눈나들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네.'

잠깐 문신눈나들 생각을 하는데, 세레니아가 설명을 덧붙였다.

"배후를 추적하는데, 아무래도 도움이 필요할 것 같아서."

"클라리스가 도움이 돼?"

"사도님 이 여자는.."

세레니아가 뭔가 말하려고 하는데, 클라리스가 가로막았다.

"직접 소개드리도록 허락해 주시겠어요?"

"..원하신다면요."

"안녕하세요. 리 군. 다시 인사드릴게요. 공화국 정보보안국의 3급 요원, 클라리스 브리즈라고 해요."

"정보보안국요..?"

"네. 공화국의 안전을 음지에서 지키는 조직이랍니다."

"엑.."

"후훗, 놀랐나요?"

"조금요.. 근데 왜 그런 건전업소를 운영하고 있어요?"

"뭐, 정보수집의 일환이라고나 할까요.. 사실 큰 건 하나를 맡았다가 실패하는 바람에 좌천된 것이지만요."

"큰 건..?"

"아, 중앙 박물관이 정체불명의 인물에게 털려 국보급 문화재 백 수십 점 가까이 도난당한 사건인데요.. 테러에 이용할 수 있을 정도로 위험한 수준의 성유물도 있었는지라, 정보국에서 수사를 맡았었지요."

"어어..?"

'이거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야기인 것 같은데..?'

나도 모르게 시선이 세레니아에게 향했다.

세레니아는 천역덕스럽게 아무것도 모르는 척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수사를 지휘한 것이 저였답니다. 당시에는 일급요원이었는데.. 증거가 끔찍할 정도로 없어서, 제가 고의로 증거를 인멸해 범인을 숨겨주는 것이 아니냐는 오해를 사기도 했어요. 후. 정말 끔찍한 시간이었죠. 아무튼 아니라는 게 드러나서 좌천되는 걸로 끝나긴 했지만요.."

나는 물끄러미 세레니아를 바라보았다.

'좀 찔리는 거 있지 않아..?'

세레니아는 눈길을 피하지도 않았다.

'신의 뜻을 따랐을 뿐입니다.'

"아무튼, 이런 저라도 아직 본부에 줄이 닿아 있으니, 분명 배후를 캐는 데에 도움이 될 거에요."

"내가 좀 험한 일 당한 것 때문에 정보국까지 나서는 건가요?"

"리 군은 그냥 남자가 아니라, 교단의 사도잖아요? 남성교단은.. 뭐 메이저는 아니지만, 마이너 중에서는 으뜸이라고나 할까.. 게다가 리 군은 제가 옛날부터 요주의 인물로 보고를 했었거든요."

"엣, 나를요?"

"네. 정보국에서 자체적으로 입수한 정보들이 있었는데.. 좀 스케일이 큰 이야기라 별로 신뢰는 가지 않지만요.."

"무슨 정보에요?"

"그건 아직은 자세하게는 알려드릴 수 없어요."

"조금만 알려주면 안 되나요?"

"음.. 그냥 두루뭉술하게 말하자면, '남성의 신' 의 힘을 받은 절륜한 남자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정도에요. 정보국에서는 그런 남자를 찾고 있었는데.."

"그런데요?"

"교단의 대신관님은 사라지고, 남성교단도 오늘 내일 한다고 해서, 정보 자체가 좀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했죠."

"아.."

"그래도 '절륜한 남자' 에 대한 정보는 보고하도록 되어 있어서.. 업소에 있을 때엔 확신은 없어서 그냥 요주의 인물로 보고했었는데, 결국 내 예감이 맞았던 것 같네요."

"흐음.."

뭔가 기묘할 정도로 이상하게 이야기가 잘 맞아 떨어지는 느낌이다.

마치 누군가가 미리 준비한 것처럼.

"대신관님도 돌아 오셨고, 리 군은 남성교단의 사도라고 하니.. 저한테는 출세길이 열린 셈이에요."

"그래요?"

"네. 처음 리 군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한 것도 저였고, 저택에서도 무슨 일을 했는지 나름 소상하게 파악하고 있거든요. 전에 대신관님과도 한 번 접촉을 했었고.. 정보국에서 리 군에 관해 알고 싶다면, 제가 반드시 필요할 거에요."

"그렇군요. 그런데 저택 안의 일까지 알아냈어요?"

"네. 이제 와서 하는 말이긴 한데, 리 군은.. 리 군 생각보다 훨씬 유명하답니다."

"아.."

"그리고 이번 일.. 가볍게 볼 일이 아니에요."

"그래요?"

"네. 세레니아 대신관께서 일차적으로 '조사' 하신 바에 의하면, 상대는 어줍잖은 인물이 아니에요."

"무슨 귀족.. 그런 건가요?"

"아니요. 귀족이라면 오히려 금방 꼬리가 잡혔을 거에요. 정보국에서도 바로 도움을 드릴 수 있었을 거고요."

"그러면..?"

"상대는 아마도, '영원의 도시'의 뒷세계를 지배하는, 암흑가의 거물입니다."

"엑.."

진짜 조폭엘프에게 찍힌 건가.

"우리도 확실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은, 진짜배기 흑막이에요."

"그 정도에요?"

"네. '영원의 도시' 의 뒷세계를 자기 마음대로 주무른다는 인물인데, 그 정체도, 나이도, '성별' 도 불명이라고 하거든요."

"여..여자긴 하겠죠?"

"그야, 아마도 상당한 마력을 가지고 있다고 하니, 여자는 맞겠죠..?"

온 몸에 소름이 오소소 돋는다.

제발 여자여야 한다. 제발.

아니 임신하려고 날 납치하려는 거잖아?

100% 여자일 거야

그렇게 생각하자..

"이거 참.. 끽해야 정신 못 차린 귀족 나으리 정도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일이 크네요."

"네. 일단은 제 휘하의 요원들이 보이지 않게 경호를 제공하겠지만, 최우선적으로 '신분이 높은 여성' 을 임신시키는 일에 집중해주세요. 아직 본부에서는, 리 군, 아니 사도님이 보호해야 할 대상인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흐음.."

"그, 조금 참견하는 것 같긴 한데, 세피아 라 페아 영애를 임신시킨다면, 저도 상부에 지원을 요청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기니까요."

그런 것까지 다 알고 있는 건가.

하긴 그렇게 크게 경매를 벌였으니 모를 리가 없었다.

"알겠어요. 노력할게요."

"되도록 밖에 다닐 때, 부디 조심하시고요. 약속해 주세요."

내가 위험한 곳에 가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나서야 클라리스는 떠났다.

세레니아와 함께 뒷세계에 선이 닿는 인물을 더 추적해 보겠다나 뭐라나.

내가 관심 가져봐야 뭐 해줄 수 있는 게 없는 것 같아,

그냥 둘에게 맡기고 방으로 돌아왔다.

방에 와서 침대에 누워 생각하니,

어째 점점 일이 커지는 느낌이다.

그냥 엘프눈나들과 섹스섹스하러 온 거 아닐까 했는데,

몬가..

몬가 벌어지고 있다.

'뭐, 어떡하든 잘 되겠지.'

내게 주어진 능력은 둘.

궁극의 절정을 느낄 수 있게 해 주는 섹스와,

확정적으로 임신을 하게 해주는 것.

앞으로 무슨 사건이 벌어질지는 모르지만,

이 두 능력을 써서 헤쳐나가야 할 것은 확실하다.

'아, 에로리나에게 편지를 써야겠네. 임신섹스하는 걸 보고 싶어하는 애가 있다고 말이지..'

책상에 앉아 편지를 쓰는데,

누군가 문을 똑똑 두들겼다.

"누구세요?"

"아르피엘이에요­"

"들어와."

"헤헤­ 오빠♡"

"왜 또."

"오늘 데이트는 잘 하셨어요?"

"응. 근데 중간에 아는 사람을 만나서 좀 곤란했어."

"누구요?"

"너도 알 걸? 그 경매에서 날 낙찰받은 여자."

"아, 페아 공작가의.."

"응. 나를 보더니, 막 도망가더라고."

"아이고 저런.."

"좀 열등감이 심한 것 같아."

"그럴 것 같아요. 자기 자신한테 애정이 별로 없는 타입이죠? 저도 그래서 잘 알아요."

"너도 그랬어?"

"네. 외모에 대한 컴플렉스에, 가문을 위한다는 중압감까지.. 그런 거에 눌려 살면 삶이 많이 우울해져요."

"넌 지금은 전혀 아니잖아?"

"그야 오빠가 해방시켜주셨으니까 그렇죠­♡"

"해방? 내가?"

"네."

"임신 말고는 별 달리 한 것은 없는 것 같은데..?"

"아니에요, 아이 말고도, 저에게 엄청나게 많은 걸 선물해주셨어요."

"그래?"

"네, 전에는 집이 이렇게 따스하고 살갑지 않았어요. 레이나도 그렇고 어머니도 그렇고 다들 일이 우선이라.. 저도 뭐 사랑 받거나 하는 것 보다는 의무를 먼저 생각했었거든요."

"요새는 달라?"

"엄청 다르죠. 엄마하고 레이나하고 둘이 무진장 친해졌는걸요, 같이 태교도 공부하고.. 물론 예전에도 친하긴 했지만, 그건 충성 같은 거지 지금처럼.. 뭐랄까? 임신 동지? 친구?"

"임신.. 동지.. 라니.."

대략 아득해지는 단어다.

아르피엘은 멈추지 않았다.

"아, 물론 그 '임신 동지' 에는 저도 포함이에요..♡"

뭔가 남자들끼리 야한 이야기로 뭉치는 것처럼,

이쪽 세계에서는 임신 이야기로 여자들끼리 뭉치는 것 같다.

"대충 이해가 되는 것 같기도 하네.."

그래서 아르피엘이 그렇게 임신을 권장했던 걸까.

비서도 임신.

엄마도 임신.

친구도 임신.

그리고 모두 화기애애하게 하하 호호 쎄쎄쎄..

대략 정신이 멍해진다.

"그러면.. 세피아도 임신하면 좀 달라질까?"

"그 페아 공작가 여자 말이죠? 아마도요? 근데 그걸로는 좀 부족할 것 같아요."

"그치? 뭔가 더 필요할 것 같기는 해."

"이걸 써보시는 건 어때요..?"

"뭘..?"

아르피엘은 어디서 났는지 그걸 꺼내 들었다.

"엣.. 그건.."

"엄마가 그날 많이 피곤하셨는지 그냥 다 보이는 곳에 두고 잠드신 걸 제가 챙겼어요."

빨간 에나멜 가죽.

은색으로 반짝이는 버클.

그렇다.

그것은, 목줄이었다.

"아니.. 이걸 왜?"

"이걸로, 그렇고 그런 거 하는 거 아니에요?"

"그, 그렇지."

"평소에 책임을 많이 지는 성인 엘프 여성이라면, 그런 책임감에서 해방되어, 자신의 전부를 믿을 수 있는 남자에게 모두 맡기고 싶은 욕망이 있는 법이에요."

"그래?"

"네. 모든 책임에서 벗어나, 몸을 주인님에게 맡기고 복종하는 쾌감.. 칭찬 받는 기쁨.. 얼마나 달콤할까요?"

"너도 참.. 별 걸 다 안다?"

"제가 좀 조숙하거든요."

"원래 안 그랬던 것 같은데.."

"맞아요. 사실 이런 거 전혀 몰랐는데, 침대에 목줄이 있는 걸 발견하고 대체 이걸로 뭐 하는 건가 궁금해서 찾아봤다가..♡"

"아이고."

"처음에 봤을 땐 우리 집은 개 안 키우는데? 하고 생각했었다니까요?"

"맙소사.."

"주인님이 암캐를 셋이나 키우는데..♡"

"그.. 일단 넘어가자. 그래서 이걸 뭐 어쩌라고?"

"아, 그분도 마음에 짐이 무거우신 것 같은데, 엄마한테 해주신 것처럼 부담으로부터 해방시켜 자유로운 자신을 맛보게 해 주세요."

"..뭐 ..애초에 그럴 생각이었기도 했고.. 좋은 생각이네.. 고마워. 참고할게."

"도움이 되었다니 기뻐요♡ 세상에 사랑과 축복과 은총을 내려주는 우리 오빠! 화이팅♡"

아르피엘은 화이팅 포즈를 하더니, 내 뺨에 뽀뽀를 쪽 하고 호다닥 도망쳤다.

하는 짓을 보면 엄청 귀여운데, 요새는 좀 요망하기까지 하다.

그러고 보니 오늘도 학교에서 꽤나 막 나갔었지.

임신한 몸만 아니었으면 옴팡지게 혼내주는 건데..

'잠깐만.. 아르피엘은 다른 곳도 좋아하지 않았나?'

나는 다시 편지를 쓰다 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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