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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쇼타의 변태목록-141화 (141/142)

〈 141화 〉 가능충 주신 (2)

* * *

대륙의 각 국의 고위층에서 난리가 났다.

주신 아가사를 믿는 교단의 성녀가 계시를 받았는데 대륙을 멸망시킬지도 모를 대형괴수가 나온다는 이야기. 그걸 누가 쉽사리 믿겠는가? 하지만 그 얘기가 대륙에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교단의 성녀에게서 나왔으니 마냥 무시할 수도 없었다. 거기다 성자인 나 또한 그에 동의하자 한층 더 소란스러워졌다.

교단에서 정치에 강한 영향을 끼치기 위한 거짓말이라는 등, 이 얘기가 사실이고 모두 협력해야 한다는 등. 정말로 수십의 얘기가 난무했지만 결국 모두 그 이야기를 인정하고 받아들이기에 일렀다.

그게…… 하도 개판이 되려고 하니 주신이 각 국의 지도자들에게 꿈에서 나와 아비 누나에게 내렸던 계시를 똑같이 내렸던 거다.

결국 모두가 합심하고대형괴수가 나타난다고 했던 해당 지역을 폐쇄하고 강자들로 이뤄진 소수정예를 꾸려 성자인 날 대장 삼아 전부 떠맣기자는 식으로 이야기가 흘러갔다.

덕분에 나만 개고생을 하게 되었다. 애인들과 놀기로 계획했던 해변가에서 커다란 천막이나 치고 고위층 인사들과 대비해서 계획을 짜는 일이나 하게 되었으니. 미인도 있어서 눈요기에는 좋았지만 이미 연인이 충분한 내게는 지겨운 시간일 뿐이었다. 유명한 기사단이나 용병들, 혹은 야만족 출신의 대전사까지 합류했다.

내 어머니랑 같은 출신인 대전사는 회의가 끝난 후에도 내 천막에 남아있었다. 할 얘기가 있다던가.

'그나저나 근육 지리네. 답답해서 돌아가실 것만 같아.'

나 같은 경우는 압축형 근육으로 실전용이지만 동시에 미(美)를 해치지 않을 수준이라 괜찮다. 앨리스도 그런 경우고. 하지만 눈앞에 있는 대전사는 달랐다.

근육이 얼마나 빵빵한 건지 지구에 있는 보디 빌더들조차 보면 감탄을 흘리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두꺼운 육신이 근육으로만 가득 차 있었다. 설마 아랫도리도 근육으로 차 있는 걸까. 왠지 진짜 그럴 것 같아서 호기심이 들어도 물어보지 않기로 했다. 북부 설산 민족 출신의 노예가 밤일을 그렇게 잘한다더니 이래서였나.

"다시 말하지만 만나서 반갑다, 푸른 바람의 아들."

"푸른 바람이요?"

"음? 몰랐던가? 우리 부족의 이름은 제국식과 다르다. 푸른 바람처럼 단단한 주먹, 혹은 바위 같은 근육이라고 부르지. 네 어머니의 이름은 푸른 바람이었다."

"그렇군요. 처음 알았어요."

푸른 바람이라니. 나는 내 어머니 이름을 제국식으로 알고 있어서 전혀 몰랐네.

어머니 출신이 그쪽이라 궁금한 건 있었지만 워낙 제국이 북부 설산 민족과 갈등이 심해서 정보를 모으고 싶어도 모을 수조차 없었다. 그래서 자연스레 시간이 흐름에 따라 나도 호기심이 줄어들어 나중에는 알아볼 수 있음에도 굳이 알려 들지 않았고.

생각해 보니까 나 너무 불효자였던 게 아닐까 싶다.

어머니 묘비에 매 년 가고 있기야 하지만.

"푸른 바람은 대단한 여전사였지. 뛰어난 자식을 만들어 줄 것 같기에 고백했다."

"그래서 어떻게 됐어요?"

"차였지. 자기보다 약한 사람과는 아이를 가질 마음이 없다나."

"오우."

현재 대전사인 이 양반을 보면 결코 약한 게 아닐 텐데.

그럼 어머니는 이 양반 젊을 적보다 강했고 아버지는 그런 어머니보다 강해서 결혼에 성공했다는 건가. 하기사 아버지가 약한 양반은 아니다. 검술로 치면 제국 제일이라 칭송받고 있고 어렸을 때 봤던 그 역량은 황제폐하에게도 밀리지 않는 수준이었으니까. 공작이라는 입장 상 폐하보다 더 자유로웠고 명성을 떨칠 기회 또한 많아서 제국에서 명성을 얻었던 거겠지만.

"역시 내 예상은 맞다. 너는 푸른 바람의 아들답게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다. 내가 여자였다면 고백했을지도 모르겠군."

"……하하. 사양할게요."

저 근육 떡대가 TS되어 고백을 해온다면 나는 거절할 자신이 있었다. 아무리 봐도 저 빵빵한 근육이 성전환을 받는다고 사라지지는 않을 것 같으니까.

아르잔느야 원래부터 지가 여자가 되고 싶어서 아름답게 바뀐 것도 있었고.

"하지만 내게는 딸이 있지. 내 딸과 만나보는 게 어떤가?"

"어…. 죄송하지만 전 이미 아내가 여섯 명이나 있는 데요."

"상관없다."

내 생각보다 북부 설산 민족은 존나게 쿨했다.

"강한 수컷은 암컷을 많이 거느리는 법. 푸른 바람의 아들이자 강자인 그대라면 내 딸이 첩으로 들어가도 상관없겠지."

"참고로 그분의 의사가 반영된 건가요?"

"내 딸도 나랑 사상이 비슷하다. 애당초 우리 부족은 강자의 피를 받아 자식을 낳는 게 풍습이지. 내 딸이 푸른 바람의 아들을 본다면 충분히 호감을 가질 거다. 당장 거사를 치뤄 그 정을 받으려고 노력하겠지."

"나이가 어떻게 되는 데요?"

"이제 열네 해를 거쳤다."

즉, 열네 살이라는 거다.

'응. 다행이야.'

수컷으로서 호색함이 자랑은 아니라지만 합법도 아니고 자물쇠 달고 철컹철컹할 정도로 나는 발정난 개새끼가 아니었다.

아무리 그래도 열네 살은 선 넘지.

덕분에 마음 편히 거절을 할 수 있겠다.

"하하하. 생각은 해볼게요. 하지만 지금은 거대괴수에 대한 대비책을 생각할 때니 이제 슬슬 헤어지도록 하죠."

"그렇군. 제국민은 태도를 중요시한다고 했던가. 내가 너무 성급했다. 미안하다, 푸른 바람의 아들이여."

"뭘, 그 정도로요. 그러니까……."

그러고 보니 이 양반 이름을 아직도 몰랐네. 직함만 기억하는 걸로도 벅찰 정도로 이 해변가에 많은 강자들이 모였던 지라.

그런 내 고민을 간파한 건지 전사장이 이두박근을 꿀렁대며 훗 웃었다.

"내 이름은 부드러운 가시다."

"……."

뭐야. 이름 존나 안 어울려. 저 근육돼지 같은 떡대가 어딜 봐서 '부드러운'이라는 형용사가 들어가는 건데.

그래도 내색하지 않고 서비스 마인드가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악수를 나누었다.

"하하. 잘 가세요, 부드러운 가시. 참고로 제 이름은 레온 하르트입니다."

"알겠다, 레온. 다음에 보도록 하지."

근육 떡대인 부드러운 가시가 천막에서 나가자 숨을 쉬기가 한층 더 편해졌다. 존재만으로도 천막을 가득 채우다 못해 땀내가 솔솔 나는 것만 같았으니까.

"그보다 레비아탄이라……."

내가 알기로 레비아탄은 성경에 나오던 괴물이고 마조성검이 생전에 죽인 거대괴수의 이름은 리바이어던이라고 했다. 레비아탄의 영어식 이름이 리바이어던이니까 이번 거대괴수는 생전의 마조성검인 아르미사엘이 쓰러뜨린 녀석과 똑같은 존재라는 걸까.

­아마 그러지는 않을 것이니라.

그때 마조성검이 말을 걸어왔다.

"어째서?"

­분명 본녀는 별빛이 담긴 성검의 힘을 빌려 거대괴수를 쓰러뜨렸도다. 심장에 구멍을 내고 목을 친 다음, 시체를 바다 아래로 가라앉는 걸 똑똑히 봤지. 그럼에도 아직까지 살아남았다가 심연의 늪에서 돌아왔다는 것보다는 똑같은 개체가 등장했다는 게 더 설득력이 있지 않겠는가?

"그것도 그런가. 하긴, 죽었다 살아난다는 건 신의 영역이겠지."

성녀로 불리는 아비 누나나 성자인 나 또한 죽은 이의 부활은 불가능하다. 그게 가능했다면 지난 일 년 동안 느긋한 육욕 가득한 일상을 보내지 못했겠지.

"그렇다면 이름만 같을 뿐이지 동족일 수는 있다는 거려나. 그보다 네가 리바이어던이랑 싸웠으니까 알 거 아냐. 녀석은 어떻게 싸워?"

­시작부터 꼬리를 채찍처럼 휘둘러 물장구를 친다.

"…제발 개소리는 그만하고 진지하게 좀 설명해 봐."

피○츄가 삐까삐까 하면서 전기는 안 쓰고 아이언 테일 쓰는 소리 하고 있네. 진짜로 가르치면 쓸 수 있기야 하지만 꿈과 희망으로 이뤄진 애니메이션도 아니고 어떤 할 짓 없는 양반이 그딴 할 짓 없는 짓을 한단 말인가.

­거짓말이 아니니라. 녀석이 꼬리로 물장구를 치면 작은 해일이 일어난다. 게다가 물장구를 계속 치면 시간이 좀 걸리긴 하지만 커다란 해일도 일어나지. 그야말로 심해의 뱀장어 같은 위용이더구나.

참고로 이 세계의 뱀장어는 몇 안 되는 괴물 중 하나다. 아니. 괴물이라기보다는,

'존나 크지.'

단순하게 크다. 뱀장어가 어선보다 크다고 하면 믿겠는가.

괴물이 아님에도 크기가 그쯤 되니 매우 위협적이랄까. 그래서 어떤 민간 지방에서는 뱀장어를 해신으로 취급한다. 크기가 커진 만큼 정력제로서 효과도 더 커져서 귀족들 사이에서는 상당한 인기 식품이긴 하지만.

아니, 지금 이런 것보다는 리바이어던의 전투 방식이 중요했다. 곧 있으면 녀석이 대륙을 습격한다는 계시가 떨어졌으니 하나라도 더 머리속에 기록해 놓아야지. 리바이어던이랑 레비아탄이랑 다른 객체일 수 있고 동족이 아닐 수도 있겠지만 들어서 나쁠 건 없다. 적어도 동격의 괴물일 테니 그 정도 사이즈의 적이다~라고 인식할 수는 있을 테니까.

­그런 의미에서 해일이 일어나면 본녀에게 맡겨라! 본녀가 책임지고 심연의 거주민으로서 심해의 존재가 마음대로 활개치지 못하도록 격의 차이를 보여주겠노라!

"본심은?"

­아핫! 사실 해일을 검신으로 받아내는 감촉이 어떠한 것일지 매우 궁금하도다!

그럴 줄 알았다, 이 마조성검!

그때였다.

─────땡땡땡!

습격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려퍼지며 누군가가 외쳤다.

"해일이다! 해일이 온다!"

……레비아탄님 물장구 치신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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