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9화 〉 chapter 71. 서큐버스 김나리
* * *
49.
“제, 제가 서큐버스라고요?”
“네, 확실해요.”
나리는 믿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케이라가 말한 것은 분명 진실일 것이다.
틀린 말을 하는 사람은 아니니까.
“...하지만 저는 아직 아무런 기술도 모릅니다. 제가 어떻게 들어갔다가 나왔는지도 모르겠어요.”
“아직 융합 중이라서 그럴 거예요. 시간이 지나면 차츰 기술을 쓸 수 있게 될 거예요.”
“그런...”
나리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자신이 몬스터가 될 거라고는 상상한 적이 없었다.
“...저는 이제 인간이 아닌 건가요?”
“그건 아니에요. 수장은 여전히 인간이죠. 그저 서큐버스의 힘을 쓸 수 있을 뿐인 인간.”
“후우...”
나리의 입에서 절로 안도의 한숨이 흘러 나왔다.
“아, 수명은 조금 길어졌을 수도 있겠어요. 그건 괜찮죠?”
“네, 괜찮습니다.”
힘도 주고, 수명도 늘어나고, 서큐버스가 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리가 없다.
그러면 나리가 이곳, 엘레나방에 있지 않을 테니까.
“...부작용이 뭐죠?”
“서큐버스의 습성을 따라간다는 거죠.”
“서큐버스의 습성이라면...?”
“방금 꿈속에서 뭘 하셨는지를 떠올려 보시면 돼요.”
“그, 그게...”
나리의 머릿속에 조금 전의 장면들이 자동으로 재생됐다.
정민의 거시기를 자기 입에 물려고 했었다.
자신의 의지는 아니지만, 꿈속에서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화아악.
부끄러움에 나리의 얼굴이 달아올랐다.
“...안 할 수는 없나요?”
“무의식중에 ‘남자’를 찾아 여기로 온 걸 보면, 아마 어렵지 않을까요?”
“시간이 지나면 어떤가요? 제가 힘에 익숙해지면 컨트롤 할 수 있을까요?”
나리가 혹시하는 마음을 가지고 케이라에게 질문했다.
“그건 안 됩니다.”
그러나 케이라는 바로 고개를 저었다.
“서큐버스는 원래가 타차원의 존재예요. 이른 바 악마입니다. 악마는 현재 차원에 존재하기 위해 끊임없이 에너지를 소모하며, 따라서 쉬지 않고 에너지를 보충해줘야 해요. 그러지 않으면 소멸합니다.”
“그 말은...”
나리는 뒤에 나올 말을 예상하며 침음을 삼켰다.
“네, 맞아요. 수장은 매일 남자의 정기를 흡수해야할 겁니다. 안 그러면 죽을 거예요.”
나리가 예상한 그대로의 말이었다.
‘...말도 안 돼. 그 짓을 매일 해야 한다고?’
끔찍했다.
나리는 스스로 그 짓을 하는 자신을 상상할 수 없었다.
차라리 강제로 당하는 거면 모르겠는데, 자신이 먼저 나서서 하는 건 뭔가 거부감이 들었다.
‘오줌 나오는 곳이잖아? 더럽잖아?’
이런 말을 하면 그녀의 친구들이 이상하게 쳐다봤기 때문에, 그녀는 입 밖으로 내진 않았다.
그러나 늘 그런 생각은 하고 살았다.
이런 말을 하면, 나리 자신은 얼마나 깨끗하냐고 되물어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리도 자신이 깨끗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러니 서로 하지 말자는 주의다.
엄밀히 말하면 나리의 생각은 틀린 이야기는 아닐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저 사랑과 종족번식의 욕구에 눈이 멀어 참고 있는, 아니 참는다는 생각도 못하는 것일 뿐.
반면 사랑도, 성욕도 없는 나리는 그걸 못 참을 뿐이다.
“...어? 수장님?”
그때, 정민이 일어났다.
이불이 스르르 내려가고, 조금 전 꿈에서 본 탄탄한 가슴이 보였다.
저 정도는 나리도 괜찮았다.
그러나 그 아래에 있을 무언가는, 볼 자신이 없었다.
나리는 정민을 보지 않기 위해 고개를 숙였다.
“...헉.”
정민이 재빨리 이불을 다시 끌어 올렸다.
그는 얼굴만 내놓은 상태로 말했다.
“...죄송해요. 그런데 무슨 일이죠? 케이라는 또 왜?”
“방금 무슨 꿈 꿨어?”
“방금?”
케이라의 질문에 정민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나리에게로 향했다.
“...그걸 꼭 알아야 해?”
“벌써 다 말해놓고는 뭘 또. 그거, 수장 본인이 맞아.”
“...뭐?”
나리는 부끄러움에 어디라도 숨고 싶었다.
꿈속에서의 추태는 잊어달라고 빌고도 싶었다.
“수장은 서큐버스가 됐어.”
“...뭐어?”
정민이 놀라는 만큼 나리는 더욱 움츠러들었다.
낮에는 잠재력이 생겼다고 좋아했는데, 12시간도 지나지 않아 모든 게 바뀌었다.
나리는 갑자기 인생이 꼬여 버린 것만 같았다.
나리가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있는 동안, 정민은 케이라에게 모든 상황을 전해 들었다.
“저, 수장님...?”
나리는 정민의 목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정민에게 가장 먼저 해야 할 말이 뭔지는 그녀도 아까부터 생각하고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조금 더 숙였다.
“네, 정민씨. 죄송합니다. 저도 모르게 정민씨 꿈에 들어가서, 그 강제로... 추행을... 한 점, 정말로 죄송합니다.”
나리는 사과를 하기도 힘들었다.
특히나 ‘추행’이라는 단어를 꺼내기가 힘들었다.
평생 이런 이야기와는 담을 쌓아왔으며, 자신이 가해자 입장에 서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해본 적이 없는 탓이다.
하지만 옆에서 지켜보던 케이라가 끼어들었다.
“성추행, 아니, 성폭행 미수라고 해야 하지 않나요?”
정확한 지적이었다.
나리도 알고 있었지만, 차마 자기 입으로 그 말을 꺼낼 수가 없어서 ‘추행’으로 대체한 거였다.
그녀는 케이라의 지적이 있고서야 그게 안일한 생각이며, 합리화인 걸 인지했다.
“...죄송합니다, 정민씨. 추...행...이 아니라, 성폭행...이 맞습니다. 비록 미수에 그쳤지만..., 아니 미수라도 범죄는 범죄죠. 변명은 안 하겠습니다. 어떤 벌이라도 받겠습니다. 정말로 죄송합니다.”
나리는 황급히 무릎을 꿇었다.
말하다보니, 지금 자신이 서큐버스가 되었니 말았니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보다는 잘못을 시인하고 용서를 구하는 게 급했다.
“일단 일어나 주시겠어요?”
나리의 머리 위에서 정민의 따뜻한 목소리가 들렸다.
“아닙니다. 정말로 죄송합니다.”
그 목소리에 혹해서 바로 일어나고 싶은 욕구가 차올랐지만, 그녀는 참았다.
그녀가 저지른 죄는 실수라고 말하며 덮고 넘어갈 문제가 아니었다.
“두 번 말하게 만들지 말고, 일단은 일어나 주세요, 수장님.”
‘...어?’
나리는 순간 어디서 들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바로 낮에 자신이 한 말임을 깨달았다.
그녀는 그제야 왜 낮에 네 사람이 자기 앞에 무릎을 꿇었는지, 조금은 이해했다.
특히나 정민이 얼마나 불안했는지 말이다.
나리는 정민처럼 불안하고, 불편한 마음으로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정민의 얼굴이 보였다.
그는 웃고 있었다.
그 순간만큼은, 정민의 얼굴이 부처의 미소 같아 보였다.
뒤에서 후광이 비치는 것 같기도 했다.
“사죄를 받아들입니다. 수장님이 무례했던 저를 용서하셨듯이, 저도 수장님을 용서할게요. 이제 됐죠?”
“...”
나리는 눈물이 나올 것 같은 걸 겨우 참았다.
감격과 안도의 눈물.
나연이 죽음에서 돌아왔을 때 느낀 감정과 비슷했다.
“다음부터 안 그러시면 돼죠. 안 그래요?”
“...네, 다음부터는 안 그러겠습니다.”
절대로.
나리는 굳게 다짐했다.
그러나 그 다짐은 3초도 안 되어 깨어졌다.
“다음에도 그러셔야 할 것 같은데요.”
“...네?”
나리가 케이라에게 고개를 돌렸다.
케이라도 정민처럼 웃고 있었다.
하지만 미소의 종류가 달랐다.
정민의 미소가 천사의 미소라면, 케이라는 악마 같았다.
“제가 말씀 드렸죠? 수장은 이제부터 누군가의 정기를 흡수해야 한다고요.”
“그, 그, 그... 그 문제는 제가 어떻게든 하겠습니다.”
나리는 일단 이 장소를 벗어나고 싶었다.
파도처럼 밀려온 일들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허나 케이라는 놓아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어떻게든이 아니라, 지금 당장 풀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수장은 또 누군가의 꿈속에 들어갈 거라고요. 정민이 아니면, 누구의 꿈에 들어가시게요? 이 건물에 다른 남자가 있나요? 아니면 지금 사람을 부르시게요?”
“그게...”
‘다른 남자...? 정민씨 아니라?’
정민이 아니라면 괜찮은 일은 아니었다.
그것도 같은 성폭행이니까.
그러면 다른 사람을 구해도 동의하에 일을 진행해야 하는데, 그렇다고 꿈에서 정기를 빼앗겠다느니 하는 이야기를 할 수는 없었다.
이건 크루 수장으로서 흠이 될 만한 이야기니까.
‘그건 안 돼.’
“제 생각에는 결국 정민이 밖에 없을 것 같은데, 수장도 그렇게 생각하죠? 정민이가 좋겠죠?”
나리는 무심코 고개를 끄덕이다가 황급히 멈췄다.
아무리 그래도 방금 사죄를 구한 사람에게 또 요구할 수는 없었으니까.
“아니, 그게 아니라...”
“괜찮아요. 저희는 다 이해합니다. 지금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잖아요? 정민이는 어때? 수장께 정기를 제공하는 건?”
“...케이라는 어떤데? 괜찮겠어?”
‘아...’
나리는 정민의 질문을 듣고서야, 이게 정민과 자신만의 문제가 아님을 깨달았다.
정민의 성적인 부분에 대한 권리는 여자친구인 케이라도 일부 주장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야 뭐... 괜찮아. 엘레나는 어때요?”
‘엘레나도...?’
“(저는 케이라의 뜻에 따를게요.)”
자연스럽게 답하는 엘레나를 보며, 나리의 입이 떡하고 벌어졌다.
그녀는 눈을 깜빡이며 자기가 제대로 해석한 게 맞는 건지 몇 번을 점검했다.
그녀가 이해한 게 맞았다.
엘레나도 분명 정민과 일종의 연인관계를 이루고 있었다.
“아... 수장은 모르셨죠? 우리 세 사람은 함께하기로 했어요. 지구에서는 비상식적인 일이겠지만, 저나 엘레나의 세계에서는 흔한 일이에요.”
“아, 그, 그렇군요. 지, 지구에서도 가능한 지역이 있어요.”
“맞아요. 그렇다고 들었어요. 가능하면 나중에 그쪽으로 국적을 바꿀까도 생각중이에요. 아무튼, 이 일은 비밀로 해주시겠어요? 아무래도 다들 충격일 테니까요.”
“아, 아니에요. 충격이라뇨. 다들 이해할 거예요. 정민씨는 그만큼 능력도 있고, 훌륭한 분이시니...”
나리는 당황해서 아무 말이나 떠오르는 대로 막 둘러대다가 멈췄다.
그녀가 생각해도 말이 안 됐다.
“흠흠, 비밀은 지키겠습니다. 약간 놀라긴 했지만, 저는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것만 알아주세요. 어쩐지 자연스럽게 납득이 갔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다시 아까 이야기로 돌아갈까요. 우리는 괜찮아, 정민아. 이제 네가 선택하면 돼.”
“...”
정민은 쉽사리 말을 하지 않았다.
나리는 그런 정민이 신기했다.
남자들은 누구나 저런 기회가 있을 때 망설이지 않는다고 전해 들었으니까.
물론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미 연인이 두 명이나 있는 정민이 저 정도로 조심스러울 거라고 생각하기는 힘들었다.
그래서 정민이 두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는 게 느껴졌다.
“나는... 잘 모르겠어. 꿈속이니 상관없다고 하고 싶지는 않아. 어쩔 수 없다면 또 해야겠지만... 혹시 정기를 제공하는 다른 방법은 없어?”
“역시 정민이야. 다른 방법 있지. 네 정액을 제공해도 될 거야, 아마.”
“어?”
“네?”
정민과 나리가 동시에 놀랐다.
그 반응을 즐기듯 케이라가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어때요? 수장은 꿈속에서도 그 행위를 하기 힘들어하시니까, 정액을 먹는 정도라면 괜찮을 것 같은데요.”
“확실히... 그 정도라면 가능할 것 같아요.”
눈 딱 감고 먹기만 하면 되는 일이다.
하고 싶지도 않은 일을 알 수 없는 힘에 떠밀려 강제로 하는 것보다는 나았다.
“정민이는? 이 정도면 타협점이 되겠어?”
“...이게 더 부끄러운 것 같은 건 기분 탓이지?”
“부끄러울 수는 있지만, 심리적으로는 훨씬 덜 엮이는 거지.”
“너 말이 맞아. 나도 그 정도라면 괜찮을 것 같아.”
“좋아, 그럼 바로 해보자.”
“어?”
“네?”
나리와 정민은 방금 전과 같은 반응을 보였다.
“뭘 그렇게 놀라고 그래요. 수장, 지금 상황은 그리 만만한 게 아니에요. 수장은 언제 사라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라니까요.”
“아, 네...”
“그러니까 엘레나, 수장을 데리고 잠깐 나가 있어요.”
“(네, 케이라님.)”
엘레나가 바로 일어나 나리를 이끌고 나갔다.
나리는 아직 영문을 몰랐다.
그건 정민도 비슷했다.
“잠깐, 내 의사는? 나는... 윽...”
츄릅, 츄릅.
나리는 방문 너머로 들리는 생생한 3D 사운드에 자신도 모르게 귀를 막으려다가 옆에 엘레나를 의식해서 다시 내렸다.
그 모습에 엘레나가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자애와 사랑의 신인 루께서는 무성욕자도 사랑하신답니다. 마음이 가는대로 하셔도 됩니다. 수장님.)”
“고마워요.”
나리는 사양하지 않고 귀를 막았다.
소리를 듣지 않는 게, 소리가 만들어지는 장면을 상상하지 않는 게, 있다가 정액을 먹는 데 훨씬 유익할 것 같았다.
‘먹을 수 있을까?’
나리의 입장에서는 정액이나 오줌이나 다를 게 없었다.
질적으로는 분명 달랐지만, 기분상으로는 그러했다.
‘오래도록 물을 못 마시면 오줌도 마신다는데...’
그녀도 지금 비슷한 상황이었다.
살려면 분명 먹어야 하는 상황.
얼마 지나지 않아, 케이라가 두 사람을 불렀다.
그녀가 나리에게 컵을 건넸다.
종이컵에 반 정도, 하얀 액체가 차 있었다.
“자, 드세요.”
“잠깐만, 이거 꼭 여기서 먹어야 하는 거야? 아니잖아? 최소한 나는 나가 있어도 되지?”
“아니, 있어야 해. 아마 너가 멀어지면 정기의 효과가 없어질지도 몰라.”
마침 나리도 묻고 싶은 문제였는데, 케이라가 사전 차단하고 말았다.
꿀꺽.
각오는 했지만, 나리는 쉽사리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참고로 그거 엄청 많은 양이에요. 진짜 대단한 거랍니다? 그래도 한 번에 다 드셔야 합니다. 안 그러면 효과가 떨어질 거예요.”
케이라가 자랑처럼 뭔가를 얘기했지만, 나리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정액의 밤꽃 냄새가 그녀의 정신을 마비시키고 있었다.
‘마시자. 그냥 넘기면 돼.’
길게 끌어봐야 좋을 것 없었다.
나리는 두 눈을 감고서 한 번에 종이컵을 기울였다.
꿀떡꿀떡.
입안에 밤꽃향기가 가득 퍼졌다.
미끌 거리는 액체의 느낌은 솔직히 별로였다.
목 넘김도 역시 좋지 않았다.
끈적해서 잘 넘어가지도 않았다.
나리는 뱉고 싶은 걸 꾹 참고서 끝까지 삼켰다.
“다 드셨으면, 머리 위에서 털어요.”
나리는 케이라가 시키는 대로 했다.
한 방울도 떨어지지 않았다.
“야, 너...”
“좋아요. 수장. 느낌이 어때요?”
나리는 별로라고 말하려다가, 정민을 생각해서 말을 바꾸기로 했다.
그런데, 진짜로, 갑자기 맛이 변했다.
화아악.
목을 넘어간 순간 정액이 온몸으로 퍼지는 게 느껴졌다.
정확하게는 따뜻한 기운이었다.
온 몸을 감싸주는 듯한 느낌?
따뜻한 물에 온 몸을 담군 것 같기도 했다.
“으음...”
나리는 자신도 모르게 음미하다가 눈을 떴다.
“좋아요. 맛은 좀 아니었지만, 느낌은 너무 좋네요.”
진심이었다.
지금이라면, 얼마든지 또 마실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다 나리는 몇 초 후에, 자신이 무슨 이야기를 한 건지 깨달았다.
지금 그녀는 정민의 눈앞에서 정민의 정액을 마시고는 정액이 맛있다고 한 거였다.
“...”
“...”
정민과 나리는 서로를 바라보지 못했다.
둘의 얼굴은 홍당무처럼 빨개져 있었다.
“쿠쿡.”
옆에서 케이라만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 정도라면, 확실히 정기로 흡수된 모양이에요. 정액으로 대체가 가능한 거, 확인 됐습니다. 내일도 정액을 마셔야 하니까... 음, 제가 알아서 드릴게요. 그때마다 드셔야 합니다?”
“네, 알겠어요. 케이라. 그럼 이제 가도 되는 거죠?”
“네, 고생하셨어요. 수장.”
나리는 부끄러움에 황급히 자리를 떴다.
그 탓에 자신이 얼마나 무서운 약속을 했는지 내일이 되어서야 깨달을 수 있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