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3화 〉 73화 악신의 칼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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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대원들이 정신을 차린 것은 한참 뒤였다. 그동안 나는 그들을 진정시키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해야 했다. 까놓고 말해서 악신의 칼날과 싸우는 것보다 얘네들 진정시키는 게 더 힘들었다. 이게 그 정도로 패닉에 빠질 일이냐고.
“흠, 흠! 바, 반갑습니다. 저는 서쪽의 경비대장인 호레이스입니다.”
“네. 반갑습니다. 옥석 모험가 시그입니다.”
헛기침하면서 인사한 경비대장은 굉장히 공손한 태도였다. 솔직히 불편한 반응이다. 경외하는 시선을 즐기는 편이지만, 얘네들은 그것보단 두려움이 더 컸다.
하긴, 건물을 두부처럼 자르는 검기를 마구 쏘아대는 놈을 봤는데 두려워해도 이상하진 않지. 악신의 칼날은 나처럼 강한 저항력을 가진 인간이 아니라면 일반병 수백 정도는 혼자서 쓸어버릴 수 있는 초인이다.
사족이지만, 그래서 이 세계의 군대는 초인의 존재가 매우 중요하다. 그 어떤 것이든 6단계만 익혀도 사방에서 러브콜이 들어오는 것이 괜히 그런 게 아니다. 6단계부터 일반인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격차가 생기고, 7단계부터는 세계에서도 극히 소수인 전력이 되니까.
악신의 칼날도 순수하게 무력만 따지면 7~8단계 정도의 전력일 거다. 이런 놈들이 못해도 열 명 가까이 있다니. 악신의 추종자가 아직도 뿌리 뽑히지 않은 가장 확실한 이유겠지.
어쨌든 그런 초인을 박살낸 나를 경비대원들이 두려워하는 건… 이해 못할 일은 아니지만 섭섭하기는 하네. 누가 봐도 나는 정의로운 사람이잖아. 단순히 힘이 강하다는 이유만으로 두려움을 받는 건 역시 별로야. 그래도 그들은 일반인. 내가 이해해줘야지. 그게 강자가 가져야 할 아량이다.
“지금 상황을 어디까지 파악하고 계십니까?”
“그, 저, 저기…. 시그 님께서 악신의 추종자들을 잡았다는 것은 알겠습니다.”
“그 정도면 웬만큼 파악하고 계시네요. 네. 이 녀석은 악신의 추종자의 간부급인 악신의 칼날이라는 놈입니다. 놈들의 주력 중 한 명으로 아마도 이 도시에 잠입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악신의 칼날……. 얘기는 들어본 적 있습니다.”
경비대장은 심각해진 얼굴로 내게 박살이 난 놈을 바라보았다. 그나저나 들어본 적 있다니. 나는 아이르세르가 알려주기 전까지는 몰랐는데. 아무래도 책에는 적히지 않았지만, 소문이 퍼질 정도의 인지도는 있나 보다.
“네. 보시다시피 매우 흉악하고 강력한 녀석입니다. 이런 놈이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날뛰었다면… 정말 끔찍하군요.”
“…그, 그렇습니다. 시그 님은 저희 도시를 구해주신 영웅이나 다름 없습니다!”
내 말에 정신을 번뜩 차린 경비대장이 태도를 180도 바뀌었다. 조금 전 악신의 칼날의 공격이 사람들에게 쏟아지는 상상이라도 했는지 안색이 조금 파랗게 질려 있었다.
그나저나 또 영웅인가. 후우. 정말 어쩔 수가 없네~
“그렇게까지 불일 일은 아닙니다. 놈들을 발견한 건 말 그대로 우연이었으니까요. 저도 악신의 칼날 같은 게 튀어나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는데… 만약 여기가 시가지였다면 제 잘못된 판단으로 큰 피해가 생겼을 겁니다. 죄송합니다.”
“아, 아닙니다! 이런 흉악한 것들이 도시에 숨어 있었다는 걸 몰랐던 저희의 책임이 더욱 큽니다! 시그 님께서는 놈들이 더 큰 피해를 내기 전에 막으신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내가 자책하자 경비대장이 호들갑을 떨면서 위로했다. 본래 나중에 문제가 될 수도 있는 부분은 내가 스스로 언급해서 덮는 것도 하나의 기술이다. 이걸로 악신의 칼날이 일으킨 피해를 내 탓으로 돌리려는 사람들은 막아낼 수 있다.
뭐, 그 정도로 후안무치한 인간들이 많지는 않겠지만. 있기는 있단 말이지. 사건 해결하러 온 경찰관이나 소방관을 탓하는 사람들이.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으니, 그 정도는 아니겠지만, 여기 근처 건물을 창고로 사용하던 상인들은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피눈물이 흐르겠구나.
“그렇게 얘기해주시니 위안이 되는군요. 그럼 지금부터는 바삐 움직여야 할 것 같은데, 도와주실 수 있습니까?”
“말씀만 하십시오!”
“우선 아까 말했던 것처럼 도시의 주요 공직자들과 영주님에게 이 사실을 알려주세요. 그리고 저 창고의 주인도 알려주시겠습니까? 그 사람도 조사를 받아야 하니.”
“아! 네. 바로 시행하겠습니다. 어이! 거기 살아있는 사람들 묶어서 데리고 와! 그리고 여기 창고 누가 쓰던 거냐!”
경비대장은 사건 현장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경비대원들에게 고함을 질렀다. 그들은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이젠 폐허가 된 창고 쪽으로 달려갔다.
몇 명은 조각난 시체들을 보고 구토를 했고 몇 명은 살아있는 세 명을 질질 끌면서 도망치듯이 이쪽으로 달려왔다. 딱 한 명 만이 문이 있던 근처의 팻말을 찾아서 가지고 왔다.
그 처참한 광경에 경비대장의 안색이 파리해졌다. 내 눈치를 보는 것이 경비대원들의 추태가 창피한 듯했다. 아니, 댁도 꼴사나운 비명 지르면서 바닥을 기던 게 조금 전이구만. 뭐, 굳이 그걸 언급할 필요는 없겠지.
“여, 여기 가지고 왔습니다!”
“음. 잘했다. 창고의 주인은 레르크군요. …어, 레르크 상단?”
“아시는 이름입니까?”
“네. …설마, 이 상단이?”
경비대장은 믿을 수 없다는 얼굴이었다. 레르크 상단은 라리레스트에서 제법 유명한 곳인가 보군. 하긴, 이 정도 크기의 창고의 주인이라면 대형 상단일 수밖에 없겠지. 이거 파장이 제법 크겠어.
“좋습니다. 그러면 저기 살아있는 사람들을 데리고 관청으로 가주세요. 그리고 경비대원 다섯만 빌려주시겠습니까? 저는 레르크 상단으로 가보겠습니다.”
“…혹시 지금 당장 레르크 상단에 가실 생각입니까?”
“증거인멸을 할 시간을 줄 필요는 없죠. 저는 그 상단주가 악신의 추종자의 협력자라는 확신이 있습니다. 어차피 놈들이 여기서 회담하고 있었던 이상, 그는 반드시 조사를 받아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저는 이 사람들을 데리고 관청으로 먼저 가 있겠습니다.”
내 말에 잠시 고민하던 경비대장은 이내 결심했는지 얼굴에 각오가 담겨 있었다. 조금 전에 꼴사나운 비명을 지른 사람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태도다.
두 눈에서 사명감이 빛나는 거로 봐서는 이게 보통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각오했나 보다. 조금이지만 욕심도 보이는 걸 봐선 출세 기회라고 생각도 하는 것 같고.
좋은 태도야.
“그런데 그 악신의 칼날은….”
“이놈은 제가 데리고 가죠. 듣기론 악신의 칼날은 부활의 권능 같은 게 있어서 죽어도 부활한다더군요. 일단 제압은 했지만, 언제 깨어날지 모르니 제가 데리고 있어야죠.”
“…그, 그렇군요. 정말 무서운 존재입니다.”
침을 꿀꺽 삼킨 경비대장은 그 이상 묻지 않고 경비대원 다섯을 선발해서 내게 맡겼다. 그리고 본인은 나머지 경비대원과 살아남은 사람들을 데리고 관청으로 향했다. 그들의 경례를 받으면서 나는 레르크 상단으로 향했다.
상단은 창고에서 그렇게 먼 곳에 있지 않았다. 그래도 창고보단 중앙에 가까워서 근처에 주거지가 제법 있었다.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면 조금 피해가 크겠군. 나는 악신의 칼날에 신경을 쏟으면서 사람이 거의 없는 새벽 거리를 나아갔다.
나를 따르는 경비대원들은 하나 같이 긴장된 표정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조금 전에 그런 싸움을 보고, 그중 한 명이 자기네를 끌고 유명한 상단의 주인을 체포하러 간다는데 긴장이 안 되는 편이 이상하다.
…그런데 댁들. 내게 이럴 권한이 없다는 걸 지적 해야 하지 않아? 나는 그냥 옥석 모험가거든? 경비대원들을 이끌고 상단주를 체포할 수 있는 권한 같은 거 없거든?
뭐, 이렇게 되도록 유도했지만. 경비대장이 이 부분으로 태클을 걸었다면, 아마 나 혼자서 상단주를 잡으러 왔을 거다. 그럴 권한이 없어도 결과가 좋으면 웬만한 건 다 덮을 수 있다.
특히 지구만큼 행정이 세분화 되지 않았고, 초인의 비중이 큰 이 세계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 결과, 상단에 도착할 때까지 나는 아무런 저항도 받지 않을 수 있었다.
4층에 달하는 거대한 상단 건물을 지키던 문지기 두 명은 병사들을 대동하고 온 나를 보고 눈을 껌뻑거렸다. 흠. 아무것도 안 느껴지는 거로 봐서는 일반인들인가.
“안녕하세요. 좋은 밤입니다.”
“…네, 네. 그, 저, 누구십니까?”
난데없는 인사를 받은 문지기가 얼빠진 얼굴로 되물었다. 나는 방긋 웃으면서 내가 질질 끌고 온 악신의 칼날을 들어 올렸다. 그의 처참한 모습을 본 문지기들의 안색이 새파랗게 변했지만, 내 뒤에 있는 병사들을 보고 뭐라 말하진 못했다.
“잠시 상단주 님께 볼일이 있어서 찾아뵈었습니다. 계시죠?”
“……무슨 용건이십니까?”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읽은 문지기가 정색하며 물었다. 제법 배짱이 있는 친구로군. 나는 들어 올린 악신의 칼날을 앞으로 내밀었다. 문지기의 안색이 더 새파랗게 변했지만, 그는 이를 악물고 외쳤다.
“이게 대체 무슨 짓입니까! 그 처참하게 다친 사람은 또 뭐고요! 경비대원까지 대동하고…, 당신 대체 누구야!”
“보면 몰라? 악신의 추종자를 후원하던 너희 상단주를 잡으러 온 사람이다.”
“뭐, 뭐?! 아, 악신의 추종자?!”
문지기가 당황하고 있을 때 나는 피식 웃고 그들을 무시하고 문으로 다가갔다. 문지기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고 허둥거렸다. 그 틈에 나는 문을 힘껏 걷어찼다.
콰앙!
“우왓!”
“뭐, 뭐야?!”
대문이 한방에 박살 나면서 안쪽으로 날아갔다. 그 파격적인 행각에 문지기만이 아니라 경비대원들도 말을 잇지 못하고 입을 멍하니 벌렸다. 그 안에서 유일하게 당당하고 태연한 나는 성큼성큼 상단 안으로 들어섰다.
제법 깔끔한 상단 내부엔 아무도 없었다. 그야 이런 새벽까지 일하는 사람은 없겠지. 하지만 내가 일으킨 소란에 잠에서 깼는지 건물 곳곳이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총 4층. 면적은 이곳의 모험가 길드보다 크다. 괜히 경비대장이 그런 반응을 보인 게 아니다. 상당히 잘나가는 상단.
그리고 악신의 기운이 여기저기서 느껴지는 추악한 곳.
“하. 이 새끼들 봐라.”
이런 대형 상단을 손에 넣었을 정도라니. 이 도시에서 무슨 일을 벌이려고 준비하고 있었던 걸까. 짐작하는 게 몇 가지 있기는 했지만, 이건 놈들의 협력자들을 심문해야지 확실하게 알 수 있을 거다.
“누구시오.”
그때 내 정면으로 건장한 체격의 중년 남성이 성큼성큼 걸어왔다. 새벽에 찾아온 난데없는 불청객을 상대로도 조금도 주눅 드는 기색이 없는 당당한 태도와 기세.
“레르크 상단주?”
“그렇소. 내가 레르크 상단의 주인이오. 그대는…….”
거기까지 말하고 나서야, 상단주는 내가 손에 들고 있는 악신의 칼날을 알아차렸다. 그는 처음에는 그가 누구인지 못 알아보다가, 이내 그 정체를 알고는 두 눈을 크게 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다시 원래의 표정으로 돌아왔다.
호오. 과연 이런 대형 상단을 운영할 정도의 실력은 있나 보군. 표정 관리가 탁월해. 하지만 그 정도로는 안 되지.
“아는 사람이지?”
“난데없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군.”
내가 악신의 칼날을 들어올리자 상단주는 시치미를 땠다. 하지만 그 눈가와 손끝이 가늘게 떨리는 걸 봐선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뻔히 보였다.
“다 알고 왔으니까, 이제 와서 내뺄 것은 없어. 이 녀석들. 댁이 운영하는 창고에서 쥐새끼처럼 살고 있더라? 뭐야. 전세라도 내준 거야?”
“…당신, 모험가군. 그것도 고작 옥색. 대체 무슨 속셈인지 모르겠지만, 길드에 정식으로 항의하겠소!”
상단주는 분노를 드러내며 외쳤지만, 가소로울 뿐이었다.
나는 그 감정을 숨기지 않고 비웃음으로 드러내며 말했다.
“나는 시그다.”
“…………!”
상단주의 눈이 크게 떠졌다.
예상대로의 반응에 나는 방긋 웃어주었다.
“이야. 역시 알고 있네. 이 녀석도 날 알고 있더라. 하지만 밑바닥까지는 날 모르지? 그 말인즉, 댁은 어느 정도 높은 직위에 있다는 소리인데.”
“…헛소리! 미친놈의 말은 그 이상 들어줄 수 없다! 뭣들 하나! 당장 저 미치광이를 끌어내라!”
상단 건물엔 어느새 사람들이 꽉 차 있었다. 잠에서 깬 직원들은 대체 무슨 일인지 몰라 어리둥절한 표정이었고, 사병들만이 머뭇거리다가 상단주의 명령에 따라 나에게 다가왔다.
얼씨구. 내가 악신의 칼날을 잡았다는 걸 알면서도 일반 병사들에게 제압을 명령해? 그사이에 도망을 치겠다는 건지, 내가 일으킨 소란을 빌미로 정치적인 싸움으로 가겠다는 건지 모르겠지만, 내가 거기에 맞춰줄 이유가 없잖아.
나는 한발자국 내딛었다.
그것만으로도 곧바로 상단주의 코앞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진괘?? 전광?光
“……뭐?!”
상단주가 얼빠진 소리를 내는 순간 그 멱살을 잡고 들어올렸다가 곧바로 땅에 내리 찍었다. 상단주는 반항하려고 했지만, 내게 멱살을 잡힌 순간 놈의 모든 힘은 내 지배하였다.
“커흑!”
“가만히 있어. 지금 당장 사지가 분지러지기 싫으면.”
경악한 눈으로 나를 올려보는 상단주에게 차갑게 말해주고 뒤에서 달려드려는 사병들에게 외쳤다.
“너희들도. 네놈들의 주인이 평생 병신이 되는 꼴 보기 싫으면 거기 가만히 있어.”
“네, 네놈! 상단주 님을 놔줘라!”
“이, 이 미친놈이!”
병사들은 욕설을 내뱉었지만, 감히 접근하지는 못했다. 내 말에 담긴 진심을 알았기 때문이겠지. 적당한 수준의 살기는 이렇게 경고 용도로 아주 잘 써먹을 수 있다.
그렇게 장내를 완전히 제압한 나는 부들부들 떨고 있는 상단주를 보며 상냥하게 웃어주었다.
“아직 빠져나갈 길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완전히 글렀거든? 우선, 내가 악신의 칼날을 때려잡을 정도의 사람이라는 걸 알았다면 무력으로 저항할 생각은 하지 말았어야지.”
“…크, 크윽. 무,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군!”
“하. 뭐, 그야 끝까지 발버둥 치고 싶겠지만… 아쉽게도 나는 너희들의 모시는 신의 기운을 아주아주 잘 느낄 수 있거든?”
“…………!!!!”
비웃으면서 내뱉은 말에 상단주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거, 거짓말을…!”
“무슨 거짓말? 내가 네가 믿는 악신의 기운을 느낀다는 게 거짓말 같아? 응?”
“허, 헛소리를…!”
“뭐, 믿든 말든 상관없긴 해. 어차피 증거는 이 상단에도 여기저기 있으니까. 어디 보자… 2층 왼쪽에서 세 번째 방. 3층 오른쪽에서 두 번째 방. 4층은… 정확한 위치는 모르겠지만 있기는 있군.”
“허억……!”
내가 악신의 기운이 느껴지는 정확한 위치를 말하자 상단주의 두 눈이 절망감으로 물들었다. 이젠 숨기는 시늉조차 못 하는군. 나는 방긋 웃으면서 고개를 돌려서 얼빠진 직원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중 한 명, 안색이 새하얗게 변한 사람을 보며 말했다.
“그리고 여기 1층은… 댁이랑 저기 직원에게서 느껴지네? 경비대원 분들. 저기 안경 쓴 짧은 머리 남자 좀 잡아봐요. 놈의 품 안에 악신의 상징이 있을 겁니다.”
“…네, 네! 알겠습니다!”
“이봐! 거기 가만히 있어라!”
“흐, 흐이이이익!”
직원은 뒤늦게 도망치려고 했지만, 경비대원들이 한발 빨랐다. 거칠게 직원을 제압한 병사들은 그 품을 뒤졌고, 그 안에서 사악한 기운을 풍기는 엠블럼을 찾을 수 있었다. 그것을 보고 병사들은 물론이고 다른 직원들도 기겁했다.
“아, 악신의 엠블럼!”
“진짜였어!”
“케로스 씨가 악신의 추종자였다고!”
“상단주님!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
직원들의 비명과 추궁에 상단주의 안색은 새하얗게 질렸다. 완전히 포기한 상태가 된 그에게 나는 활짝 웃어주었다.
“끝이네. 그러게 믿을 신을 잘 골랐어야지. 하필이면 악신 따위를 믿냐?”
“흐, 흐으윽. 네, 네놈은…대체…!”
모든 게 끝났다는 것을 아는지 흐느끼는 그에게 나는 주먹을 들어 올리면서 말했다.
“말했잖아. 모험가 시그다.”
그리고 내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