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읍토미. 라 세상 속에 들어와 버렸다-43화 (43/54)

19 EP.48 아부라야 유곽(4).

#047화, 아부라야 유곽(4).

쾅━!

순식간에 날아와 꽂힌 묵빛의 섬광.

밥의 주먹이 나를 향해 날아왔었다. 순간 막아냈지만, 저 피지컬에서 오는 압도적인 파워에 그만 날아가 벽에 꽂히고 말았다.

“쿨럭!”

나는 품에서 손수건을 꺼내, 입을 닦아냈다.

여태껏 금태양들과의 싸움은 많았었지만, 흑인과의 싸움은 나 또한 처음이었다.

탄력적인 근육에서 나오는 힘은 마치, 옛날에 싸웠었던 촉수 괴물과 동급.

‘아니면, 그 이상.’

나는 살짝 흐트러진 머리를 머리에 남아있는 왁스로 그대로 올려 넘겼다.

“yo. 그늘 속에 은신하고 있는 나를 알아봤을 때부터 이상하다 생각했다yo. 그리고….”

밥이 슬쩍 밥에게서 멀어져 가는 키코를 내려다봤다.

그 시선을 느꼈는지, 부들부들 떨려대며 물결을 만들어대는 구릿빛의 엉덩이.

끼익-

기름칠이 필요할 것만 같은 목을 억지로 돌린 키코는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밥을 바라봤다.

“하.하.하. 왜, 그래. 밥? 나 아직 아무런 말도 안 했다고? 히끅!”

역시 밥이었나.

“고용주가 비밀엄수를 지키라고 말을 했다고yo. 이거 벌이 필요하겠군yo.”

그리고 검은 가마솥 뚜껑 같은 손이 들리더니, 호를 그리며 구릿빛 엉덩이를 향해 떨어져 내렸다.

쫘아아악━!

밥의 손에 내려쳐진 키코는 손바닥에 때려 잡힌 벌레처럼 바닥에 바짝 붙어버렸다.

그리고….

눈빛으로 상상임신을 시키는 금태양과 같이 흑인의 손맛은......

“흐이이이익!!!♡ 호오옥, 이거 뭐야 아픈데, 오옥♡ 프히이이익!”

고작 엉덩이를 한 대 맞은 것일 뿐인 키코는 개구리처럼 추잡하게 벌린 다리와 땅바닥에 붙인 팔을 벌벌 떨어대며 비명을 내지르듯이 신음을 흘렸다.

치켜뜨는 눈과 숨이 컥컥 막힌다는 듯이 숨을 몰아쉬기 위해 벌린 입. 그리고 벌렁거리는 코.

푸슈슈슛-!

땅바닥 위에서 경련하며, 치골로 바닥을 툭툭 쳐대는 키코의 보지에서 분수가 뿜어져 나왔다.

‘이거 어쩌면 금태양보다 위험할 수 있겠어.’

츠우미를 만난 뒤, 왜 모든 기준이 츠우미화 되었는지 몰라도, 약을 먹어 한껏 예민해진 키코라도 츠우미 3 정도의 쾌락내성은 가지고 있었었다.

그런데 스팽킹 한 번에 저 꼴이라니.

이거 방심할 수 없겠구먼.

나는 천천히 안경을 벗어 호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저편에서 비치는 유리 벽 속에서 날카로운 내 눈이 보였다. 그리고 섬뜩한 안광을 번쩍이는 나의 눈동자.

“그 남자, 아니 여자는 놔둬.”

이제는 숫제 벨트를 꺼내, SM을 즐기려는 밥의 손목을 잡아챘다.

꽈악

강하게 손목을 틀어쥐었음에도, 놈의 손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녀석을 이기기 위해서라면, 컨셉이 필요했다.

전생에서 좋아하던 래퍼가 있었다. 재미 교포였었던 사람이었는데. 빈민가에서 살다 보니 질 나쁜 흑인들을 자주 만났다 했었다.

체구도 작고 마른 동양인이다 보니, 마초적인 암내가 그득한 미국에서는 무시를 당하고 살 수밖에 없는 동양인.

그런 그는 괴롭힘을 당하지 않기 위해, 열심히 태권도를 익혔다고 했었다.

그리고 여느 날과 같이 괜히 시비를 거는 흑인들이 왔을 때, 그는 화려한 발차기를 선보여 녀석의 얼굴 앞에 껌딱지 묻은 신발 밑창을 보여줬었고.

오리엔탈리즘으로 그득한 어뭬리깐 답게.

“쿵푸! 좋아요! 연애가 중계”를 외쳤다는 썰이었다.

사실 쿵푸가 실전 격투기와 붙어보면 추하게 나가떨어져 박살이 나버리는 사기 삼류 무술이라는 사실은 이세계에서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얼마나 고정관념에 박혀 클리세화가 되었는가가 중요한 세상이지.

‘어쨌든 밥도 외국인, 외국인에게는…. 그게 더 유명하지.’

나는 얼굴에 힘을 주고, 최대한 눈을 크게 뜬 뒤.

한 손을 등 뒤로 돌려 허리 위에 얹혔다.

그리고 다리를 벌려 기마자세를 잡는다.

“yo, 그 요상한 자세는 뭐냐고yo.”

나는 내 높은 콧대를 자랑하듯이 턱을 내밀고 기합을 내뱉었다. 그리고 엄지를 단단히 세워 코를 흩어준다.

“아뵤오오옷!”

그런 내 모습에 당황하면서도, 주먹을 강하게 쥐어 가드를 바짝 올린 밥의 모습.

역시 흑인하면 유명한 복싱을 배운 모양인데.

이 절권도는 발차기가 더 유명한 무술!

나는 곧바로 날 듯이 뛰어 놈의 명치에 발차기를 먹여 줬다. 단단히 들어간 발차기, 하지만 발에서 느껴지는 감촉은 철과 같았다.

데미지가 들어가기에는 저 두꺼운 복근부터 뚫어야 할 터.

“와다아아-!”

하지만 괜찮다.

정확한 타이밍.

박자를 쪼개가며 나는 빠르게 발를 놀려 끝없이 발을 녀석의 복부에 날려댔다.

이곳이 만화 속의 한 장면이라면 ‘와다다다다다.’라고 의성어 적힌 말풍선이 나올 것만 같은 발차기의 향연.

녀석의 눈과 나의 눈에는 내 다리의 잔상들로 메워져 갈 뿐이었다. 그래도 얼굴 위로 올린 가드를 풀 생각을 하지 않는 밥.

가드를 함부로 내리는 순간, 내 빠른 발차기가 녀석의 턱에 꽂힐 것을 아는 것이었다.

아무리 괴물 같은 육체라도, 뇌를 단련할 수는 없는 법.

뇌에 충격을 받으면 기절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다다다다다다-

끝없는 내 발차기를 뚫고 천천히 들어오는 밥의 모습은 마치, 두꺼운 강철로 덮인 전차와 같은 모습이었다.

“괜찮은 발차기이군yo. 벗!”

but?

밥의 묵직한 스트레이트가 공기를 베어버리는 섬뜩한 소리를 내며 내 턱을 향해 날아왔다.

나와 그의 사이에 있던 물건들과 장애물들이 주먹에 맞아 터져 나간다.

손을 펼쳐, 녀석의 팔꿈치를 쳐 궤적을 살짝 비튼 뒤, 태연하게 한 걸음 앞으로 먼저 나아가 곧바로 녀석의 명치에 주먹을 올린다.

그리고 녀석과 나의 주먹의 거리가 고작 일인치 남짓했을 때.

나는 기마자세로 단단히 땅을 지탱하고 있던 무릎을 살짝 굽혔다, 위로 점프를 하듯이 무게 중심을 올렸다.

위로 올라가는 무게 중심.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는 나의 온몸의 무게를 한 점으로 모아 한 점으로 모은다.

‘일 인치 펀치.’

툭-

겉으로 보았을 때는 그저 꿈틀한 것으로 보일 테지만.

퍼어엉━!

밥이 입고 있는 양복의 뒤, 실밥들이 모조리 터져 나갔다.

그리고 뒤로 날아 가버리는 밥. 뒤로 날아가면서도, 자신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지 못하는 듯 의문을 가득 품은 선글라스.

“커허어억! 댐!”

왠지 어색한 발음으로 욕지거리를 내뱉는 밥이 벽을 그대로 뚫고 들어가 버렸다.

“꺄아아악-!”

“이게, 뭔 일이요!”

방 저편까지 뚫고 들어가, 옷장을 산산조각내며 파고 들어간 밥의 모습.

그리고 그 소란에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는 듯이 옷을 벌거벗고 있는 아재와 유녀가 튀어나왔다.

‘저 여자는.....’

많이 놀란 듯, 피부가 창백해져 있던 여자가 나를 보고 놀란 듯 몸을 가리고 있던 수건을 놓쳐버렸다.

스르륵

그리고 드러난 아랫배는 X-ray태그를 달고 있어, 흰 정액이 출렁거리는 자궁 속을 훤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전 투명인간, 토메이.

리카 양호선생님의 실험용 원형 관속에 있던 모습 그대로였다.

지금까지 봐온 리카 선생의 특징상 분명, 그녀는 제 실험이 다 끝난 뒤, 어디 간에 대충 유기를 했을 것이었다.

‘그럼 여태껏, 내가 리카 선생에게 실험용으로 줬었던 것들을 모조리 모아 온 건가.’

나를 보고 뒷걸음질 치다, 도망치는 그녀를 바라보고는 나는 거울을 바라봤다.

점이 사라졌었다.

아까 전 밥의 주먹을 막았을 때, 가드를 올린다고 팔을 얼굴에 붙인 탓에 지워져 버린 듯했다.

‘이러면….’

프스슥-

돌 더미와 나무 조각을 치우며 일어난 밥은 몸에 묻은 먼지를 털어냈다.

이 한 방에 쓰러져 나갈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온몸에 둘려 있는 근육을 봤을 때는 연육이 될 때까지 돈가스 패듯 패야 겨우 충격이 들어갈 몸이었으니 말이다.

나는 슬쩍 땅바닥을 내려다봤다.

고자 엉덩이에 한 대 찰싹 맞았다고, 아직도 엉덩이를 바들바들 떨어대고 있는 키코.

‘일단 이 녀석은 챙겨야 하는데.’

이 조직의 정체, 보스는 누구고 구성원이 어떻게 되는지 심문을 해야 하니까.

그러니 최대한 빠르게 밥을 쓰러트리고 녀석을 챙겨서 튄다.

방금 나간 전 토메이, 현 유녀를 봤을 때. 시라베 선배가 말했던 마법사나 경호원들이 물밀 듯이 몰려올 게 분명했다.

저런 괴물과 동시에 나와 붙어봤었던 마법사나 다른 사람들까지 한 번에 상대하는 것은 나에게도 무리였다.

그러니 못해도 3분 안에 쓰러트려야 한다.

아까 전, 밥이 엎어져 있는 키코의 엉덩이를 때려주려고 뽑아냈었던 벨트를 슬쩍 들어 올린다.

그리고 티셔츠를 벗어 올려, 그 속에 벨트 뭉텅이를 말아 돌돌 말아 맨다.

훙- 훙- 훙-

티셔츠를 돌릴 때마다, 나는 살벌한 바람 소리.

옷으로 만든 절곤이 내 옆구리 그리고 어깨 위 승모근, 그리고 겨드랑이에 붙었다 떨어지기를 반복한다.

어렸을 때, 태권도 도장에 가봤다면, 누구나 한 번쯤은 돌려봤었을 쌍절곤.

그 자세 그대로 나는 벨트를 감싼 옷을 돌려대며, 밥에게 천천히 다가가기 시작했다.

‘무기를 쓰는 건 취향은 아니지만.’

빠르게 녀석을 제압하기 위해서는 도구가 필요했다.

“이거, 방심했군yo. 이렇게 감쪽같이 변장하고 들어오다니, 제 보스가 말했던 것처럼. 만만한 사람이 아닌 거 같습니다. 류.”

그런 나를 바라보며 재 얼굴보다 두꺼운 목을 돌려대는 밥.

뚜둑-

“그렇다면, 저도 도망치기 전에 확실히 제압해야겠네yo. 마침 제게 월급을 주시는 분들이 모여있어서. 보너스도 제대로 받을 거 같으니. 그래도 원망은 하지 마세yo.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 아니겠습니까.”

나는 완전히 넝마가 되어버린 검은색의 정장 재킷을 손으로 잡아 뜯는 밥을 바라보다, 이제는 내 바로 앞에서 누워있는 키코의 허벅지를 발로 툭툭 쳐주었다.

“흐으응, 흐윽! 왜….”

나는 다시 한번 키코의 허벅지를 툭차고 이제는 거의 정장 재킷을 다 뜯어 가는 밥에게 눈짓을 보냈다.

“흐읍!”

곧바로 입을 막고 몸을 벌벌 떨어대는 키코. 다행히 정신을 차린 듯하니, 나는 눈짓으로 문을 가리켰다.

내 눈빛에 키코는 땅을 슬슬 기며, 내게 멀어져 갔다.

“오늘은 인사차 온 거라서 말이에요. 이만하고 다음에 보면 안 되겠습니까.”

“그런게 될 리가 없잖아yo. 류씨. 보스가 왜 편리한 방법을 놔두고, 계속 생포하려고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저 양아치랑 비슷한 꼴로 만들려고 하는 거겠지yo. 하하하하, 제가 잘 교육해 드릴 테니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나에게 원한도 없고, 그저 돈 받고 고용됐다고 한다면, 무리해서까지 나와 상대할 일이 없다 생각해서 꺼낸 말이었는데.

역시 무리였나.

뒷골목 조직주제에 사내복지가 끝내주는 듯했다. 산재를 당할 위기를 무릅쓰는 충성스러운 직원이라니.

‘그것도 그건데, 역시 내가 했던 것처럼 그대로 복수를 노리는 거였군.’

정확히 나의 목숨보다는 내 목숨만큼 소중한 불알을 노리고 있다는 것이 확실해지는 순간이었다.

“그럼, 밥씨? 후회하실 겁니다.”

나는 휘둘러대던 쌍절곤을 내 겨드랑이 사이에 끼워 넣고 손을 앞으로 뻗은 뒤, 까딱거렸다.

깊은 음영이 드리우는 내 얼굴과 동그랗게 떠지는 나의 눈.

그리고 올라가는 광대와 원을 그리며 벌어지는 입.

그렇다.

나는 지금 류가 아닌 싱하.

당장 아무나 굴다리로 부르고 싶은 욕구가 솟아오른다.

몸 주위로 노란색의 기가 퍼져 올라가기 시작하며, 깨진 유리창에 비친 내 모습은 마치 노란색의 저지 운동복을 입은 것처럼 보였다.

그런 내 모습을 흥미롭게 바라보던 밥이, 마지막으로 허리춤에 걸쳐있던 옷자락을 툭툭 털어냈다.

“하하, 재밌군yo. 역시 동양 신비의 무술….”

‘아니, 잠깐만.’

“제가 조국에 있을 때, 동양의 고수는 두 손가락으로 총알을 잡는다고 하더군yo?”

매끈하게 코팅이 되어있는 철로 된 막대기가 나를 향했다. 그 막대기 안 속에 회오리 모양으로 파여있는 강선이 내 온 정신을 빨아들이는 것만 같았다.

“그러니까, 안 죽을 거jo?”

철컥

섬뜩한 장전음이 들려왔다.

아니, 거 시발 총은 너무한 거 아니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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