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읍토미. 라 세상 속에 들어와 버렸다-19화 (19/54)

19 EP.26 철벽의 츠우미(3)

#025화, 철벽의 츠우미(3).

무슨 처녀인 게 밝혀진다면, 친구 사이에서 끝장이라는 둥, 이지메 당할까 봐 두려워하는 마오의 모습에 입이 절로 벌어졌다.

대체 갸루의 세상은 어떤 세상인가.

처녀라고 안 놀아준다니, 더는 알아보고 싶지 않은 세상이었다.

친구라면, 괜찮은 친구를 골라 사귈 수도 있는 마오였다. 어쨌든 다른 여자들이 선망할 만큼 예쁘게 생겼으니 말이다.

‘그깟, 맨 뒷자리에 앉아서 껄렁거리는 게 뭐라고.’

나는 내 팔을 잡으며, 앞으로 나서는 츠우미에 다시 한번 놀랬다. 그녀의 성격을 생각하면, 이렇게 사람이 모여있는 곳에 앞장서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기에.

“퍼, 퍼트려. 난 하나도 안, 안 부끄럽고 자랑스러우니까….”

말을 더듬으면서, 벌벌 떨어 대면서도 할 말은 하는 츠우미의 모습이 자랑스럽다.

그리고 감동이었다.

내 교육을 자랑스러워 해주다니.....

내 수업은 외설이 아닌, 건전한 교도(敎導)였다.

알아줬구나, 츠우미.

“사람이 말하는데 끼어들지 마. 암퇘지년아.”

나는 슬쩍 두 사람의 눈에서 나오는 번개에 감전이 될까 봐,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츠우미는 더는 음침녀 따위가 아니야.’

내 교육을 받고 다시 태어난 정조 개념 가득한 훌륭한 부반장이었다.

지금 이렇게 오히려 퍼트리라고 적반하장으로 나오는 것도 모두 나의 교육 덕분.

금태양이 협박을 할 때, 오히려 당당하게 나가라고 세뇌하다시피 주입 시켰던 나였다.

학교는 퇴학을 당하면, 다른 학교로 재입학하면 그만이다.

동영상이 뿌려지는 수치는 잠시일 뿐. 혹시 남자친구를 사귀게 된다면 그 사람을 가장 위하는 방법은 협박에 넘어가지 않는 것이라 했으니 말이다.

무슨 남자친구를 위해, 보지를 대주다니.

정말, 읍토미를 볼 때마다, 말도 되지 않는 클리세라 생각했다.

“너, 너 같이. 엉덩이 가벼운 여자는 류도 싫어할걸.....”

“하, 그럼 너같이 무거운 엉덩이를 가진 여자를 좋아할 줄 아나 봐?”

부들부들

평소에 지나치게 큰 가슴과 엉덩이를 콤플렉스로 생각하던 츠우미의 두 손이 드레스를 꽉 쥔 채 떨려댔다.

“아, 아닌데? 거기 휴대폰 영상 보면 모, 모르겠어? 류가 내, 내 엉덩이를 마구마구 주물러 대는 거.”

츠우미가 어깨를 쭉 펴더니, 비릿하게 웃었다.

“크흑.....그건, 네가 알몸으로 돌아다니는 변태년이니까, 류가 어쩔 수 없이 그런 거잖아. 그런 형편없는 몸을 만지게 한 게, 미안하지 않아?”

-어머, 어머 요즘 애들은 너무 과감한 거 아니에요?

-그러게요.

입을 가리고 어머머 거리는 아줌마들의 눈이 마치 아침드라마를 보며, 흥미로워하는 거 같았다.

공적인 자리에서 사적인 일들을 너무 말하고 있었다. 슬슬 과열된 분위기를 정리하고, 이곳에서 뜰 생각을….

“아, 아닌데? 전철에서 막, 막 내 엉덩이 만지면서 엉덩이 구멍이랑, 내 소중한 곳 찌걱찌걱 쑤, 쑤셔댈 때, 류도 빳빳하게 서 있었거든?”

-어머머머, 남자애가 모범생처럼 생겨서….

-그러게요. 착하게 생긴 애들이 더한 법이라고.

그거는 나도 남자라 어쩔 수 없이 설 수밖에 없었고, 내 수업에는 한 점의 사심도 없었다.

자, 이제 그만 하는 게 좋겠다.

나는 츠우미의 팔을 잡아 말리려 했다.

지지직

하지만 장막을 친 것 같은 전류에 내 손이 퉁겨져 나왔다.

“크흑!”

얼마나 전류가 강하면, 아직도 내 손등 위로 밝은 빛이 점멸해댄다.

눈싸움을 하니 정말로 번개가 나오는 빌어먹을 세상에 한탄하며, 나는 저 아수라장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이익! 너 그거 알아? 류가 화장실에서 나한테 ‘보지 좀 벌려 봐도 될까’라고 한 거?”

-헤에, 보지 벌려 봐도 될까라니….

-세상에.....요새 애들은 저런 식으로 대시 하나 봐요. 어머어머.

그렇게 앞뒤를 다 짜르고 말을 하면, 누가 들어도 오해하지 않는가!

투명인간에게 구해준 뒤, 처음 보는 처녀비치에 안경 컨셉에 맞게 탐구심이 강해 생긴 일이었다.

츠우미가 잠시 나를 돌아봤다.

찌릿.

가슴에 날아와 꽂히는 전류.

명치로 그대로 날아와 꼽힌 작은 번개, 끔찍한 고통에 잠시 심장이 멈추는 것만 같았다.

“크흐윽.”

가슴을 붙잡고, 두 걸음 물러나니 츠우미의 머리에서 정전기가 일어나 머리카락이 둥둥 떠오르기 시작했다.

“하! 그, 그것뿐이야? 나, 나는 류한테 엉, 엉덩이 구멍으로 자지까지 박혀 봤단 말이야━!”

이 길거리 양옆으로는 상가들이 쭉 길 지어 있었다. 벽에 부딪힌 메아리가 양옆의 콘크리트 벽에 부딪혀 메아리치며, 웅성거리던 사람들의 목소리를 모조리 덮어버렸다.

일순간 군중들이 꿀 먹은 벙어리와 같이 입만 뻐끔거리고 있는데, 남의 시선은 나만 중요한 거 같았다.

마오는 우쭐한 표정으로 서 있는 츠우미 밖에 신경을 쓰지 않았으니 말이다.

“뭐, 뭐? 엉덩이 구멍이라니.”

“너, 넌 류께 얼마나 크, 크고 단단한지 모르지? 막 엉덩이 구멍 푹푹 쑤시고 안에 정액 꿀럭꿀럭 나, 나오는데. 나 막 배가 빵빵해질 정도로 싸줬거든.”

손짓으로 내 자지 사이즈를 설명하듯 팔을 벌려댔다.

-어머머머! 엉덩이 구멍이요?

-헤에, 그것도 그런데. 저 정도면 얼마나 큰 거죠?

“쿨럭.”

길거리 한복판에서 내 자지 사이즈를 공개 당하는 수치를 당하니, 입에서 주륵 하고 피가 흘러나온다.

마오가 당황하며 한 걸음 물러나다, 좋은 생각이 났는지 이죽거리며 말을 꺼내려 했다.

제발, 그 입 쫌....

“하앙? 왜, 아직 앞으로는 안 했나 봐?”

사기꾼이 사기꾼의 눈빛만 봐도 알듯이, 자신이 처녀이니 남이 처녀인 것도 빠르게 알아차리는 듯했다.

“아하, 그 지방밖에 엉덩이랑 허벅지를 보니까. 보지가 헐렁거려서 못 써먹을 정도였나 봐? 호호호호.”

“아, 니야! 너처럼 이 남자, 저 남자한테 가볍게 벌려주는 여, 여자보다는 당연히 더 쪼일걸!”

“하, 난 매일 같이 자전거 타면서, 매일 케겔 운동도 하거든? 네 냄새나는 엉덩이보다 당연히 기분 좋을걸. 왜 내기해볼래? 류가 나랑 하면 너 같은 흐물거리는 보지는 생각도 안 날 테니까.”

귀에 담기 힘든 상스러운 말들에, 잠시 귀가 멍해진다. 왠지 축축한 내 귀.

손을 슬쩍 들어 닦아내니.

이곳도 피가 흘러 있었다.

‘그렇구나, 고막아 너도 힘이 들었구나.’

“흥! 너, 너는 이런 거 없지? 나, 나는 류 구해준 약 덕분에 이, 이렇게 됐단 말이야! 류가 야, 야하다고 칭찬도 해줬어.”

-허어어억, 저게 뭐래!

-어떠, 어떻게 사람 자궁이랑 질이 훤히 드러나 보여요!

잠깐, 그거는 내 덕이 아니라, 리카가 약을 이상하게 개조해버린 거라. 저런 식으로 말하면 마치, 내가 엑스레이 태그를 달아준 것처럼 보이지 않는가.

“그, 그리고. 정액으로 난자 마, 마킹할 때, 잘 보, 보이겠다고….”

양아치를 연기 하느라 했던 말이란 말이다!

-와....귀축이네요, 귀축.

-세상에, 대체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 변태스럽게 될 수 있죠?

내 얼굴이 보이지 않는 손에 따귀를 맞은 것처럼, 옆으로 돌아갔다. 이게 만화 속의 언어 폭행인가.

다행히 마오는 완전히 사기를 잃어버린 듯했다. 눈에서 지직거리던 전기가 힘없이 스위치가 꺼져버렸다.

아니면 정액을 싸면, 난자가 마킹 되어버리는 반투명한 아랫배를 본 순간 할 말을 일었던가.

그래도 다행이었다.

더는 저 싸움을 더 봤다가는 피눈물을 흘려버릴 것만 같았다.

완전히 기세가 오른 츠우미가 당당하게 어깨를 폈다. 그 모습이 입밖으로 꺼내는 추잡한 말들과 다르게 든든해 보였다.

왠지 작아진 것만 같은 마오를 향해 츠우미가 걸어가 자신의 가슴으로 마오의 가슴을 밀어붙였다.

‘마치, 가슴 크기도 내가 이겼네?’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먼저 손, 손에 묻은 애액부터 닦아. 마, 말라서 흰색으로 변했잖아. 엿보기 범아.”

동공이 떨려대는 마오는 츠우미의 거대 가슴에 밀려 뒷걸음치다, 자신의 가슴을 가리고 소리쳤다.

“무슨! 이거는 다 증거를 위해서….”

“그리고 동영상들 퍼트릴 거면, 퍼, 퍼트려. 근, 근데 너도 그거 퍼, 퍼트리면 경찰서 가는 거 알지?.”

씽긋-

웃음도 의성어를 내는 이세계. 츠우미는 손을 뒤로 보내, 뒷짐을 쥔 마오의 귀에 속삭였다.

“…백도 못하는 겁쟁이.”

너무 작게 속삭여 무슨 말을 한지는 모르겠지만, 마오의 얼굴이 새하얗게 변하며, 눈에 띄게 당황하는 게 보였다.

그리고

마오는 만화 속의 삼류 악당처럼-

“두, 두고 보자!”

틀에 박힌 대사를 내뱉고는 곧바로 줄행랑을 치며 달아났다.

‘드디어 끝났나….’

나는 풀리는 다리에, 손을 무릎 위에 올리고 손수건으로 흘려댄 피들을 닦아냈다.

마왕을 잡은 용사 마냥, 당당하게 걸어온 츠우미가 내 앞에 섰다.

“그, 그 류, 가르쳐준 데로. 협, 협박 같은 거에 굴하지 않았어.”

그리고 곧바로 내게 정수리를 내미는 츠우미.

이걸 칭찬을 해줘야 하는 거겠지?

내가 기세에서 밀리지 말고, 오히려 큰소리를 치며 당당하게 굴라고 가르쳤던 사람이 나니까.

‘근데, 이 정도로 당당할지는 몰랐지!’

나는 속으로 각혈을 삼키며 츠우미의 머리를 토닥거렸다. 무시하기에는 군중의 시선이 너무 따가웠었다.

“그, 그래. 잘했어. 츠우미.”

당장 이곳을 벗어나고 싶었다.

나는 츠우미의 손을 잡아챘다. 동그래진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츠우미.

“우리 일단은 여기서 벗어나자.”

“응!”

나는 곧바로, 뭉쳐있는 사람들의 틈을 파고들며, 걸어가기 시작했다.

내 손에 붙잡혀 따라오는 츠우미는 뭐가 그렇게 행복한지 챙 넓은 모자를 잡으며 해맑게 웃어대고 있었다.

“류, 헤헤, 우리 어디로 가?”

“일단, 사람들 없는 곳으로.”

츠우미의 옆으로 화사한 배경과 빤짝거리는 별 가루들이 뿌려졌다. 흰 드레스를 휘날리며 뛰는 소녀.

마치 청춘물 애니의 한 장면 같은 모습.

그 와중에 나는-

“헤에, 가까이서 보니 더 잘생겼네. 저렇게 멀쩡하게 생겨서 막, 여자 아랫배가 투명하게 만들어 버리는 약도 먹이고 그런다고?”

“그러게요. 나도 딸이 있는데 저런 남자 만날까 봐. 걱정이에요. 걱정.”

너무 억울하다.

*

끼익-

츠우미는 조금은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문 안으로 들어왔다. 조금 더 데이트를 즐기고 싶었던 그녀였지만, 류가 왠지 너무 피곤해보였다. 안색도 좋지 않았고.

‘다음에 또 데이트하면 되니까.’

“딸, 오늘 친구랑 데이트한 거는 어땠어?”

“헤헤, 좋았어요.”

“손에 든 거는 뭐니? 설마, 우리 딸 옷 산 거야? 엄마한테도 보여줘.”

손에 들린 박스를 곧바로 큼지막한 엉덩이 뒤로 숨긴 츠우미는 고개를 저어댔다.

“나중에, 보여줄게요. 저 오늘은 좀 피곤해서!”

곧바로 방 안으로 뛰어들어간, 츠우미는 문을 닫고-.

달칵

손가락을 꾹 눌러, 문을 잠궜다.

“흐으음~”

츠우미는 기분이 좋았다. 짜증 나는 여자였던 마오의 콧대도 단단히 눌러 버리고, 류에게 자신이 믿어도 될 여자라는 걸 어필했다. 거기다, 나름 데이트까지.

꽤 알찬 하루였다.

‘이제 류도 점점 더 날 여자...친구감으로 생각하겠지?’

츠우미는 종이가방 안에 있는 박스를 바라봤다.

「세이텐카」

류의 집 앞에 생긴 성인용품점에서 산 박스였다. 그곳에서 자신의 유두를 고정 시키던 클립과 클리캡도 그곳에서 산 것이었다.

‘류도 그, 그 사은품으로 준 오나홀 같은 거 받았었지.’

그런 거 안 써도, 자신에게 말만 하면 바로 류 전용 오나홀이 되어줄 텐데.

츠우미는 짤그랑거리는 소리가 나는 속옷을 들어냈다.

면 위로, 단단한 쇠가 붙어있는 팬티였다.

그리고 하트모양의 음각에 열쇠 구멍이 나 있었다.

정조대였다.

‘절대로 배신 안 하고 믿을 수 있는 여자.’

츠우미는 열쇠를 잘 포장된 상자에 집어 놓고, 기도하듯이 무릎을 꿇어앉고는 다짐했다.

이 열쇠를 주면서 내일 고백하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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