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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어머니가 생겼다-366화 (365/438)

〈 366화 〉 월요일, 귀가 후 (1)

* * *

강예린이 브레이크를 밟았다. 차가 감속하고 이내 멈춰섰다. 오른손으로 문손잡이를 잡고 입을 열었다.

“감사합니다.”

강예린이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봤다.

“응. 잘 가.”

“네.”

문을 열어젖히고 밖으로 나왔다. 나를 쳐다보고 있던 강성연이 입을 열었다.

“잘 가.”

“어. 문 닫아줄게.”

“응.”

차 문을 닫고 뒤로 물러섰다. 몸을 돌리고 대문으로 걸어갔다. 뒤에서 배기음이 들렸다. 고개 돌려 강예린의 차가 떠나는 것을 한번 확인하고 대문을 열었다. 집으로 들어가자마자 내 방에 들어갔다. 가방을 내리고 교복을 벗은 다음 화장실에서 빠르게 샤워하고 헤어드라이어로 머리를 말렸다. 바로 침대에 누워 폰으로 시크네스 데뷔곡 no love를 틀고 왼 옆구리 옆에 내려놓은 다음 눈을 감았다. 이따 연습을 시작하면 바로 이수아한테 기가 빨리고 말 거니까 잠깐이나마 쉬어둘 필요가 있었다.

세은이는 언제 폰을 쓸 수 있을까. 아직 데뷔한 지 며칠 되지 않았으니 좀 더 기다려야 할까. 그럼 한두 달 있으면 되려나. 못 본 지 너무 오래된 거 같은데. 빨리 보고 싶었다. 내가 기다리고 있는 만큼, 아니면 그 이상으로 나를 볼 날을 고대할 세은이를 위해서라도.

내가 드라마 촬영을 다 하고 나면 만날 수 있을까. 그럼 일단 가수 활동을 미뤄두고 백수처럼 시간을 보내다가 시작하는 것도 좋을 듯했다. 순간 문이 벌컥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야.”

이수아 목소리였다. 눈을 뜨고 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오른손에 대본집을 들고 있는 이수아가 성큼성큼 걸어왔다. roka티에 검은 돌핀팬츠 차림이었다. 봉긋하게 올라온 가슴 위로 뭔가 툭 튀어나온 듯한 부분이 보였다. 노브라인가? 혈류가 아래로 쏠리는 느낌이 들었다. 아니겠지. 내가 잘못 본 거일 터였다.

이수아가 침대 옆으로 와서 상체를 살짝 굽히고 왼손으로 내 왼옆구리를 툭툭 쳤다.

“나 앉게 좀 옆으로 가.”

“너 왜 들어오라고 말도 안 했는데 맘대로 오냐?”

“그럼 뭐 노크하고 들어가겠사옵니다 오라버니, 이래야 돼?”

“또 오바한다.”

“오바는 오빠가 하는 거고.”

“뭐래. 솔직히 노크는 해야지. 아님 말로 나 들어간다 같은 식으로 미리 알려는 주든가.”

“흐음.”

왼눈썹이 치켜세워졌다.

“그 흐음은 뭐냐?”

“아니 그냥, 오빠 말이 맞는 거 같아서. 오빠 딸치고 있는데 내가 들어와서 봐 버리면 서로 되게 민망해지잖아.”

헛웃음이 나왔다.

“너 미쳤냐 진짜.”

“왜. 그냥 현실적인 거지.”

“뭔 개소리야...”

이수아가 피식 웃었다.

“또 당황해서 욕한다.”

“... 내가 당황할 때 욕을 하는 게 아니라 네가 욕을 할 수밖에 없게 하는 거야.”

“내가 너무 항상 정곡을 찔러서?”

한숨이 나왔다. 이수아가 히 웃었다.

“할 말 없죠?”

“말이 안 통해서 안 하는 거야.”

“아닌데. 너무 잘 통하고 있는데.”

“와, 개유치해 진짜.”

이수아가 킥킥 웃으면서 침대를 빙 돌아 오른쪽으로 왔다. 빠르게 몸을 굴려 오른편으로 갔다. 이수아가 침대 왼편으로 대본집을 던져놓고 양손을 뻗어왔다. 마주 양손을 뻗어 손을 막았다. 이수아가 눈살을 찌푸렸다.

“아 좀 나도 자리 줘.”

“싫어.”

“싫으면 시집이나 가.”

“내가 여자야 시집가게?”

“말꼬투리 잡는 거 봐. 개 얄미워.”

“나는 네가 얄미워.”

“아니.”

이수아가 픽 웃고 어깨를 흔들었다. 앙탈을 부리는 느낌이었다. 하는 짓은 귀여운데 그런 중에 쓸데없이 발육이 잘 된 d컵 가슴이 양옆으로 흔들려서 쓸데없이 자극적이었다.

이수아가 입을 열었다.

“아 존나 유치하게 뭐하는 거야 이게...”

“네 수준 맞춰주기.”

“아 뭐래 존나.”

픽 웃었다. 이수아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오빠.”

“뭐.”

“나랑 손잡고 있는 게 그렇게 좋아?”

“뭐래.”

“근데 왤케 잡고 안 놔.”

“놓으면 네가 장난치니까.”

“내가 뭔 장난을 치는데.”

“말장난 몸장난 다.”

“하아니... 안 해. 그리고 나 허리 아파 이러고 있으면.”

“넌 좀 아파 봐야 돼.”

“내가 뭐 했다고 아파야 되는데.”

“나 귀찮게 했잖아.”

“대본 연습하러 온 게 귀찮게 하는 거야?”

“네가 하는 게 정작 연습이 아니니까 그러지.”

“아니, 오빠가 자리 안 내줘서 그런 건데 뭐라 그럼 어떡해.”

“그럼 애초에 비켜줬음 안 했어?”

“어.”

“내가 널 어떻게 믿어.”

“아 씨... 여동생인데 좀 믿어.”

“싫은데.”

“아 왜.”

“넌 네가 여동생인 게 유리할 때만 여동생 카드 꺼낸다.”

“아 억지로 까지 마.”

“너나 나 억지로 까지 마.”

“아 알겠어. 나 허리 끊어질 거 같으니까 빨리 손 좀 놔. 나 사랑하는 거 아니면.”

두 손을 놨다. 이수아가 내 손을 놓지 않은 채로 살짝 다가와 허리를 약간 뒤로 젖히면서 끙 소리를 냈다.

“너는 왜 손 안 놓냐.”

“지금 놓게.”

이수아가 손을 놓고 입을 열었다.

“이제 옆으로 가줘.”

“네가 반대로 돌아와.”

“굳이? 오빠가 좀만 움직이면 되는데 그래주면 안 돼?”

“응 안 돼.”

이수아가 헛웃음을 터뜨리고 발을 떼 반대편으로 가서 침대에 걸터앉았다. 이수아가 오른손으로 대본집을 잡고 침대에 드러누운 다음 고개를 왼쪽으로 돌려 내 얼굴을 마주 봤다.

“얼굴 치워라.”

“왜. 예쁘잖아.”

“미친...”

이수아가 히 웃고 오른손을 올려 오른 볼을 받쳤다. 계속 보고 있기 뭐했다. 침대에서 내려가고 책상 앞으로 걸어갔다.

“뭐 해?”

“대본 찾아.”

“어.”

대본집을 오른손에 쥐고 뒤돌았다. 이수아가 아까랑 똑같이 오른손을 오른 볼에 댄 채 왼손에 대본집을 잡고 왼허벅지 위에 내려놓고 있었다. 왼허벅지 쪽 돌핀팬츠가 말려 올라가 있어서 엉덩이 밑살이 살짝 드러났다. 이수아는 골반이랑 엉덩이가 컸다. 알고 싶지는 않았는데 보자마자 알게 됐다. 윤가영의 피를 받았으니 그럴 만도 하다 싶었다. 괜히 고개를 돌려 거울을 찾아 얼굴을 확인했다. 그냥 별 표정이 없었다. 침대로 돌아가 드러눕고 왼팔을 들어 눈 앞을 가렸다.

“오빠.”

“대본 연습할 거야.”

“그 얘기하려던 거 아닌데.”

“그럼?”

“오빠 시크네스 좋아해?”

“왜?”

“그냥 물어보는 거지. 왜라 하면 뭐라 해.”

“... 노래 좋아서.”

“흐응... 오빠 근데 아이돌 노래 잘 안 듣지 않아?”

“좋으면 자주 들어. 그런데 좋아한다고 하기에는 좀 그렇지 않아? 이제 데뷔곡 나온 그룹인데.”

“그것만 계속 돌려듣는 느낌이라서.”

“나 노래 하나 반복재생해서 듣는 타입이라서 그래.”

“으응.”

“근데 보통 그렇지 않아? 뭐 플레이리스트 트는 거 아니면.”

“그렇긴 하지. 근데 오빠는 음악하는 사람이잖아.”

픽 웃었다.

“음악하면 뭐 어떻게 들어야 하는데?”

“음, 뭐 일단 하나만 돌려 들을 때는 분석하거나 할 때만 그러고, 평소에는 앨범 단위로 들으면서 음악의 구성과 작곡한 사람과 가수의 의도, 감정 같은 걸 느끼는 거지. 그리고 폰 스피커 말고 큰 거 두고 소리 크게 해서 틀어놓거나, 아니면 이어폰 꽂고 듣기. 자세는 약간 힙스터처럼 묘하게 불편한 자세로 있고.”

헛웃음이 나왔다. 왼팔을 치우고 고개를 돌려 이수아를 봤다.

“힙스터 같은 자세는 또 뭔데?”

“몰라? 그냥 좀 느낌 있는? 그치만 굳이 저럴 이유가 있나 생각 드는 그런 자세?”

“뭐 다리 꼬고 턱 괴고 있는 그런 거?”

“어 약간 그런 거.”

피식 웃었다.

“아무도 안 그래.”

“그래? 근데 그런 사람 있을 수도 있잖아.”

“있다고 해도 나는 안 그래.”

“으응...”

“근데 너 생각이 쓸데없이 자세하다?”

“상상력이 풍부한 거지. 그리고 그러니까 연기도 잘 하는 거고. 공감력이 좋으니까.”

픽 웃었다.

“네 입으로 연기 잘한다고 하는 건 좀 아니지 않아?”

“할 수도 있지. 괜히 겸손 떠는 것보다는 이게 나은 거 같은데. 지금 뭐 남들 보는 상황도 아니니까.”

“음, 그건 그렇네.”

이수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왜 동의해?”

“왜?”

“오빠 내 말이면 사사건건 다 아니라고 하고 딴지 걸잖아.”

“... 딴지 안 걸어줘서 섭섭해?”

“아니? 좋은데?”

“그럼 딴지 걸어야겠다.”

이수아가 피식 웃었다.

“아 왜애. 하지 마.”

은은히 미소 짓는 얼굴이 귀여웠다. 짜증스러웠다.

“안 할 테니까 애교 부리지 마.”

“애교 안 부렸거든.”

“내가 그렇게 느꼈어.”

이수아가 히 웃고는 갑자기 다가붙어서 왼팔로 나를 껴안아 왔다. 왼팔에 이수아의 가슴이 닿았다. 살짝 눌리는 느낌이 리얼한 게 진짜로 브라를 입지 않은 듯했다. 머리카락이 쭈뼛 솟는 느낌이 들었다.

“오빠 나 귀여워?”

오른손을 이수아의 왼팔에 대고 밀었다.

“아 야 떨어져.”

“히. 싫은데.”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가슴 감촉 때문에 돌아버릴 것 같았다. 얘는 부끄럽지도 않나? 오른손으로 이수아의 왼팔을 잡아서 힘으로 뗀 다음에 침대에 걸터앉았다. 왼손을 주머니에 넣어 자지를 살짝 조정한 다음 일어나 이수아를 내려봤다.

“너 브라 안 입었어?”

“헐.”

이수아가 두 팔로 가슴을 감쌌다. 어이없었다.

“그거부터 봤어 오빠?”

“아니, 본 게 아니라 네가 내 팔 껴안아서 느낀 거잖아.”

“허억. 느꼈다고?”

미친. 아찔했다. 눈을 찡그리고 양손 엄지로 관자놀이를 눌렀다.

“여동생 가슴에만 집중하는 오빠가 있다아?”

한숨이 나왔다. 팔짱을 끼고 이수아를 내려봤다.

“빨리 브라나 입고 와.”

“왜? 안 입으면 안 돼?”

“어. 안 돼. 빨리 입고 와. 대본 연습이나 하게.”

“못 입어.”

“왜.”

“불편하니까.”

“내가 더 불편해.”

“서서 불편해?”

“너 자꾸 그러다 진짜 뒤진다 나한테.”

이수아가 눈웃음 지었다. 존나 요망했다.

“어떻게 하시게?”

가슴 언저리가 뜨거워졌다. 얘는 지금 팬티도 안 입었을까? 벗겨서 확인하고 싶었다. 한숨을 흘리고 이수아한테 다가갔다. 이수아가 눈을 크게 뜨고는 두 팔로 가슴을 감싼 자세 그대로 굳어버렸다. 내가 뭘 할 줄 알았나? 막상 한다고 생각하니 얼어붙어 버리는 모습이 귀여웠다. 몸을 숙였다. 이수아가 눈을 감고 입술을 작게 벌렸다. 약간 벌리고 있는 게 꽤 소심해 보였다. 평소 발칙하게 구는 거랑 갭이 있어서 더 사랑스러웠다. 미칠 것 같았다. 두 팔로 이수아를 안아 들었다. 이수아가 눈을 휘둥그레 뜨고는 두 손으로 내 양팔을 붙잡았다. 이수아의 향기가 풍겨왔다.

“뭐 해 오빠?”

“내쫓기.”

방에서 나가서 거실로 가 소파에 이수아를 내려놓았다. 이수아가 매달리지 않고 얌전히 누웠다. 아직도 굳어있는 건가. 내색하면 안 되는데 존나 귀여웠다.

“입고 와라.”

바로 뒤돌아서 내 방쪽으로 빠르게 걸었다. 이수아가 일어나서 뛰어오는 소리가 들리면 뛰어야 했다.

“안 입으면 어쩔 건데?”

걸으면서 고개를 왼쪽으로 돌려 뒤를 봤다. 이수아가 소파에 앉아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문 안 열어줌.”

다시 정면을 보고 문을 열어 안에 들어갔다. 바로 잠가버리고 침대에 걸터앉았다. 바지를 내렸다. 자지가 솟아올랐다. 오른손으로 잡아 조정한 다음 다시 바지를 천천히 올렸다. 아니 그냥 일단 딸칠까. 진지하게 고민스러웠다. 이따 또 이수아가 오면 꼴리게 할 수도 있으니까 미리 쳐두는 것도 좋을 듯싶었다.

그런데 치다가 이수아가 오면 끊길 텐데. 그냥 안 해야 할 것 같았다. 그게 맞았다. 딸을 치는 게 이수아한테 지게 되는 길이었으니까 이기기 위해서라도 치면 안 됐다.

바지를 완전히 올리고 침대에 걸터앉았다. 한숨이 나왔다. 뒤를 보고 내 베개를 찾은 다음 머리를 베며 드러누웠다. 수없이 봤던 천장 무늬가 왠지 새로웠다. 이수아가 옆에 있을 땐 별생각 안 들었는데. 너무, 너무 이상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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