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62화 〉 일대일 여러 번 (4)
* * *
손을 씻고 의자에 앉았다. 백지수가 자연스럽게 내 오른편으로 와서 두 손을 의자에 대면서 앉았다.
“아파?”
“응?”
백지수가 내 얼굴을 바라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아냐. 그냥 좀 따끔거리는 수준.”
“으응. 미안해.”
“됐어. 괜찮아. 내가 하지 말라고 한 것도 아니잖아. 싫다고도 안 했고.”
빙긋 웃었다. 백지수가 마주 미소 지었다가 고개를 밑으로 숙여 아래를 내려봤다. 시선을 좇아봤다. 백지수의 탐스러운 허벅지랑 검은 돌핀팬츠가 보였다. 이 짧은 바지가 가리고 있는 보지 속에 내 정액이 담겨 있었다. 그 사실을 재차 깨닫자마자 자지가 껄떡거렸다. 안에다 사정하는 걸 허용해주는 여자친구가 양옆에 있다는 데에서 오는 배덕감이 컸다.
백지수가 오른 발목이 왼 발목의 위에 가게 다리를 꼬았다. 정액 때문에 그런 건가. 고개를 들어 백지수의 얼굴을 보며 입을 열었다.
“신경 쓰여?”
“응... 보지에서 자꾸 네 정액 새어 나올 거 같애.”
자지가 껄떡거렸다. 의식하고 하는 건지는 몰라도 지수는 남자를 꼴리게 하는 말을 너무 잘했다.
백지수가 입을 열었다.
“걍 아예 벗을까?”
웃음이 나왔다.
“아냐. 입어줘. 너 벗으면 꼴려서 밥 못 먹을 거 같아.”
백지수가 흥, 하고 웃었다.
“그래. 그럼 입고 있을게.”
“응.”
“이제 먹자 얘들아.”
송선우가 말했다. 백지수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조심히 의자에서 두 손을 떼 엉덩이를 붙였다. 별소리를 내지 않는 걸 보면 크게 아프지는 않은 듯했다. 나도 응, 이라고 답했다. 메뉴는 김치찌개였다. 송선우가 아직 뜨거운 국물 속으로 면을 넣고 젓가락으로 풀었다.
“근데 이거 살짝 끓여야 하나?”
“안 해도 될 거야.”
백지수가 답했다. 송선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걍 먹기로?”
“응. 괜찮을 거 같아.”
내가 답했다. 송선우가 젓가락으로 면을 작게 뜨고 자기 밥그릇 위쪽으로 가져가고 입을 열었다.
“다음은 나야?”
“응.”
백지수가 답했다. 송선우가 살폿 웃고 나를 쳐다봤다.
“그럼 다 먹고 2층 가자 온유야.”
“응.”
“내 방 들어간다고?”
백지수가 물었다. 송선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안 돼?”
“아니. 걍 물어본 거야. 확인하려고.”
“히. 알겠어. 그럼 우리 좀 빨리 먹을까 온유야?”
“천천히 먹자. 급하게 먹어도 바로는 못 하니까.”
“으응.”
송선우가 면을 입에 넣었다. 백지수가 숟가락으로 국물을 한 입 떠먹었다. 나도 숟가락을 들고 국물을 한 입 마셨다. 짭짤했다. 매콤한 감은 없었다. 젓가락을 들고 면을 떴다.
“불 수도 있으니까 일단 면부터 다 먹어야겠네.”
“응응.”
송선우가 답했다. 면을 소리 없이 입에 넣고 우물거렸다. 이미 밥을 먹고 와서 그런가 많이는 못 먹을 듯했다. 식사 속도를 맞추려면 천천히 먹어야 할 거였다.
이대로 저녁을 먹고 나면 선우랑 지수하고 번갈아 가면서 섹스만 하다가 자는 건가. 나는 좋은데 진짜 그렇게만 해도 되나 싶었다. 왼손으로 입을 가렸다.
“우리 오늘 종일 섹스만 하는 거야?”
“응. 계속 번갈아 가면서.”
백지수가 답했다. 당연하다는 듯한 기색이었다.
“으응...”
“왜?”
“그냥 나한테 따로 뭐 바라는 거 없나 해서.”
백지수가 살폿 웃었다.
“잘하기만 하면 돼.”
“그건 자신 있지.”
“응.”
송선우가 말없이 밥을 우물거리다가 왼손으로 입을 가렸다.
“근데 온유야.”
“응.”
“너 그 드라마 촬영할 동안 여기 자주 못 오는 거야?”
“음, 올 수 있을걸. 촬영 전까지만 집에서 좀 있으면서 이수아랑 대본 연습하고 촬영 들어가고 나면 여기로 올 거야.”
“으응. 좋다. 그럼 촬영일은 언젠데?”
“다음 주 주말로 알고 있어.”
“토요일?”
“응.”
“되게 가깝네...”
“그치.”
잠자코 듣고 있던 백지수가 왼손으로 입을 가렸다.
“너 그럼 시험 기간에 촬영 겹칠 수도 있는 거 아냐?”
“응. 그럴 수도 있다 들었어.”
“그럼 어떡해?”
“뭐를?”
“시험 안 보면 아쉽다거나 하지 않아? 뭐 공결도 안 돼서 성적 어떻게 처리 안 될 거 같은데.”
“으응... 그래도 별로 아쉬울 거 없는 거 같아. 대학을 꼭 가야겠다는 생각도 딱히 없고 필요도 딱히 못 느끼니까.”
“그렇긴 하네. 꿈 이루려고 공부하는 건데 그게 당장 가까이 있음 크게 신경 쓰이지는 않을 수도 있겠다.”
송선우가 눈웃음 지었다.
“지수는 신경 쓰이는 거지. 시험 못 보는 거.”
“아니 뭐, 나였으면 신경 쓰였을 거 같다 그 정도인데?”
“으응.”
“그럼 넌 어케 생각하는데?”
“음, 좀 아쉽지. 온유랑 대학 같은 곳 입학해서 같이 캠퍼스 걷고 싶었는데. 수업도 같은 거 신청해서 같이 들으러 다니구.”
“응. 그건 좀 이해된다. 괜찮네.”
송선우가 히 웃었다.
“그치.”
선우 표정이 싱그러웠다.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듯했다. 지수도 선우가 말하는 걸 흥미롭다는 듯 듣고 좋게 반응했으니 대학을 갈 생각도 하는 게 맞을 것 같았다.
“그럼 내가 수능 공부도 해놓을게.”
“그럼 너 힘들잖아.”
송선우가 말했다.
“괜찮아. 되게 바쁘게 사는 사람도 공부해서 자격증 이것저것 다 따고 하니까 나도 할 수 있을 거야.”
송선우가 미소 지었다.
“그럼 나 좀 기대하고 있어도 되는 거야?”
“음, 너무 낙관하지는 말아줬으면 좋을 거 같아.”
“알겠어. 너무 부담가지지 마.”
“응. 고마워.”
백지수가 왼손으로 턱을 괴고 오른손 검지로 테이블을 톡톡 두드리다 입을 열었다.
“근데 대학 가면 문제 하나 있어.”
“응?”
송선우의 눈이 커졌다.
“뭔데?”
“아기 가지는 거 계획 조금 늦춰질 수밖에 없어. 얘 커리어 쌓으면서 대학 생활도 다 한다고 생각하면.”
“흐응... 그래두 포기하기 힘들지 않아?”
“그건 맞는데, 난 애 빨리 가지는 게 더 중요해.”
“으응... 근데 난 너무 급할 필요는 없을 거 같은데. 온유가 전에 말했던 것처럼 하고 싶은 것도 해야 하구.”
“그니까. 내가 하고 싶은 게 온유랑 육아하는 거라서 이런 말 하는 거야.”
“아, 오케이. 이해됐어.”
“응. 근데 너도 빨리 애 가지고 싶지 않아?”
“어... 난 좀 천천히 가지는 게 좋을 거 같다고 생각하고 있어. 애 생기면 너무 포커스가 서로한테 가는 게 아니라 아기한테만 가게 될 거 같아서. 우선순위도 좀 흔들릴 거 같고.”
“으음. 확실히 아기한테 신경 많이 쏠리기는 할 거 같다.”
“그니까. 그래서 좀 최소한 스물 초중반쯤은 됐을 때 가지는 게 맞는 거 아닌가 하고 생각 중이야.”
“응... 납득되는데, 난 아직 의견 그대로야.”
송선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이 완전 같을 수는 없으니까.”
“그렇긴 해.”
“응. 빨리 먹자. 다 불 거 같아.”
“응.”
백지수랑 송선우가 면이랑 건더기를 가져갔다. 둘 다 말없이 열심히 먹는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절로 입꼬리가 올라갔다. 나도 묵묵히 음식을 입에 가져다 넣었다.
숟가락을 입에 넣는 빈도가 다들 눈에 띄게 줄었다 싶어질 즈음에 송선우가 눈짓했다. 올라가자는 건가. 내가 말해주기를 바라는 모양이었다. 본인이 얘기해도 좋을 텐데. 지수 앞에서 내가 선우를 빨리 데려가려고 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원하는 걸까. 세심함이 요구되는 소소한 걸 원하는 게 묘하게 아이스러웠다. 선우에게서는 언제나 어릴 적의 느낌을 찾을 수 있었다. 그 아이 같음이 선우를 보다 사랑스럽게 해줬다.
입을 열었다.
“이제 뚜껑 닫을까?”
“다 먹었어?”
백지수가 말했다.
“응.”
“그럼 덮자.”
“그래.”
뚜껑을 덮었다.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송선우가 앉은 채로 테이블을 정리했다.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 듯 보이는 게 또 뭔가 기대하는 게 있는 느낌이었다. 아마 내가 직접 올라가자고 말하는 것을 원하는 듯했다. 정리하는 걸 돕고 수저를 싱크대에 놓은 다음 아직 의자에 앉아있는 선우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선우야.”
“응?”
선우가 눈을 크게 뜨고 나를 올려봤다. 순수함이 담긴 눈이 귀여웠다. 당장 뽀뽀라도 해주고 싶었다.
“이제 올라가자.”
송선우가 히 웃었다.
“응.”
송선우가 자리에서 일어나고 두 팔을 벌려왔다. 마주 팔을 벌리고 송선우를 품에 안았다. 선우의 가슴이 맞닿아왔다. 브라가 느껴졌다. 지수는 이미 벗고 있었는데. 빨리 벗겨주고 싶었다.
송선우가 내 얼굴을 쳐다보면서 헤헤 웃었다.
의자에 앉아있는 백지수가 뚱한 표정으로 나랑 송선우를 쳐다봤다.
“올라간다면서 뭐하는 거야.”
송선우가 까치발을 들고 턱을 내 왼 어깨에 얹고는 백지수를 바라봤다.
“그냥 식후 운동으로 잠깐 껴안기.”
백지수가 피식 웃고 나를 쳐다봤다.
“나랑도 식후 운동해주라 온유야.”
“일로와.”
“일단 선우랑 다 안으면.”
“지금 와. 나 어차피 온유랑 오래 같이 있을 거니까 양보해줄게.”
“그래 그럼.”
백지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송선우가 한 발짝 뒤로 물러나자마자 백지수가 내게 안겨 왔다. 백지수의 커다란 가슴이 짓눌려왔다. 익숙한 말랑함이 강제적으로 감촉을 떠올리게 했다. 존나 주무르고 싶었다.
오른손으로 백지수의 등을 쓸다가 살살 토닥였다. 백지수가 나를 올려보며 입을 열었다.
“올라가기 전에 뽀뽀 한 번만 해줘.”
미소 지으면서 백지수의 이마에 입술을 맞췄다.
“나 입냄새 날까 봐 입술에는 못 했어.”
“응.”
백지수가 오른손으로 내 왼 엉덩이를 토닥토닥 두드렸다.
“이제 올라가 봐.”
“알겠어.”
“선우랑 하고 나면 바로 따먹을 거야.”
자지가 껄떡거렸다.
“응.”
백지수가 살폿 웃고 나를 놓아줬다. 백지수를 안은 팔을 풀고 송선우를 바라봤다. 송선우가 내 왼팔을 끌어 팔짱을 껴 옆에 붙었다. 같이 거실로 걸어갔다.
“온유야.”
“응.”
“그냥 나 안아서 들고 가 줄 수 있어?”
“옆으로 해서 안아달라는 거지.”
“응.”
“어, 해줄게.”
송선우가 히 웃었다.
“고마워. 근데 어떻게 해?”
“그냥 내 팔에 눕듯이 하고 네 팔 하나 내 목 뒤로 감으면 돼.”
“응.”
오른다리를 꿇고 왼다리를 굽혔다. 송선우가 두 손으로 내 어깨를 잡고 뒤를 보면서 서서히 몸을 뒤로 했다. 두 팔로 송선우의 등이랑 허벅지를 받치고 조심히 일어났다. 송선우가 꺅, 하고 소리 냈다가 히히 웃었다.
“올라갑시다.”
“응.”
계단을 밟았다. 2층으로 올라가 지수 방으로 들어갔다. 선우를 침대에 눕히고 측면에 걸터앉았다. 송선우가 가만히 나를 올려보다가 입을 열었다.
“우리 일단 양치해야지.”
“응. 그래서 앉아 있었어.”
송선우가 상체를 일으켰다.
“가자.”
“응.”
송선우가 침대에서 내려오고 내 왼팔을 잡아 팔짱을 꼈다. 같이 화장실로 들어가고 빠르게 양치했다. 다시 방으로 돌아가 침대에 눕고 옆으로 누워 서로의 얼굴을 바라봤다. 송선우가 히 웃고 오른손으로 내 왼 볼을 만졌다.
“사랑해.”
내가 말했다. 송선우가 눈웃음 지었다.
“내가 먼저 말하려 했는데.”
“그럴 거 같아서 선수 쳤어.”
“흐흫. 너 왤케 귀여워?”
“네가 더 귀여운데.”
“응? 너 지금 너 스스로 귀엽다고 인정한 거야?”
“네가 나 귀엽다고 하는데 부정할 수는 없잖아.”
“흫. 그렇네.”
빙긋 웃었다. 왼손으로 송선우의 오른 볼을 만졌다. 송선우가 눈을 감고 오른팔로 나를 안으면서 내 가슴팍에 이마를 박았다. 송선우를 마주 안았다. 상체로 가녀린 숨결이 닿았다. 귀여웠다.
송선우가 내 품에 잠시 안겨있다가 고개를 들고 나를 쳐다봤다. 잠시 눈을 마주친 송선우가 기습적으로 입술을 쪽 맞춰 뽀뽀해왔다. 살폿 웃고 맞받아치듯 입술을 맞췄다. 송선우가 배시시 웃었다.
“사랑해 온유야.”
“나도 사랑해 선우야.”
송선우가 눈웃음 짓고 내 입술을 쪽 맞췄다. 입술이 잠시 떨어졌다가 다시 맞닿았다. 송선우가 그대로 몸을 밀착해왔다. 몸이 닿는 면적이 많아지고 송선우가 오른손을 내 옷 뒤로 넣어 등을 쓰다듬었다.
“쮸읍... 쯔읍... 츄읍... 쯉...”
송선우의 눈이 게슴츠레해졌다. 평소 모습이랑 갭이 있어서 더 야했다.
이제 다시 시작이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