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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어머니가 생겼다-359화 (358/438)

〈 359화 〉 일대일 여러 번 (1)

* * *

열쇠로 문을 열고 별장 안에 들어갔다. 신발을 벗고 유리문 안으로 들어섰다.

“나 왔어.”

“이온유!”

송선우 목소리였다. 거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건가. 다다다 뛰어오는 소리가 가까이에서 들렸다. 이내 코너에서 살구색 브라가 비치는 흰 티셔츠에 청바지 차림의 송선우가 튀어나왔다. 송선우가 나를 발견하자마자 미소를 띠고는 내게 직행해 달려왔다. 두 팔을 벌렸다. 송선우가 양팔로 나를 꼭 끌어안아 왔다.

“못 본 지 되게 오래된 거 같애.”

송선우가 말했다. 미소 지었다.

“금요일에 봤으니까, 못 본 지 이틀이나 됐네.”

“응... 생각보다 오래된 건 아니네? 왤케 오랜만에 보는 거 같지? 너 없음 시간이 잘 안 가서 그런가?”

살폿 웃었다. 송선우가 흐흫, 하고 웃었다.

“키스할까 온유야?”

“좋아.”

얼굴을 가까이했다. 송선우가 두 손으로 볼을 감쌌다. 입술이 포개졌다. 눈을 마주치면서 가볍게 입술을 맞췄다 떼기를 반복했다. 입가에 고운 호선을 그리는 송선우를 보고 있자니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송선우가 킥킥 웃었다.

“너 왜 자꾸 웃어...”

“나는 네가 웃어서 웃은 건데.”

“응? 나두 네가 웃어서 웃었는데.”

“그럼 얼굴만 봐도 좋아서 그런가 보다.”

“으응, 맞아. 그래서 나 학교에서 너 볼 때마다 힘들어. 얼굴 보면 자꾸 미소 지어져 가지구.”

살폿 웃었다.

“나도 그런데.”

선우 뒤에서 걸음 소리가 들렸다. 백지수가 오는 모양이었다. 고개를 살짝 들었다. 흰 박스티에 검은 돌핀팬츠를 입은 백지수가 다가오고 있었다. 몸에 완전히 달라붙지 않는 헐렁한 면 너머로 분홍빛이 은근히 보였다. 아무래도 브라를 안 입은 듯했다. 설마 팬티도 안 입었나? 이마가 살짝 뜨거워지는 듯했다. 밑부분이 커지는 게 느껴졌다.

백지수가 쭉 걸어오면서 입을 열었다.

“이온유.”

“응...”

송선우가 나를 품에 안은 채 고개를 돌려 백지수를 봤다. 백지수가 송선우랑 눈을 마주쳤다. 둘이 키 차이가 조금 나서 시선이 사선으로 교차했다.

“많이 안은 거 아냐?”

“아직 많이 안은 건 아니지?”

“그럼 빨리 다 안고 나 줘.”

송선우가 왼팔을 백지수 쪽으로 뻗었다.

“그냥 너두 와.”

“됐어. 허그는 일대일로 해야지 다 같이 하면 뭐야 그게.”

“그렇긴 하지.”

백지수가 나를 쳐다봤다.

“나 소파에 앉아있을게.”

“응.”

백지수가 거실 쪽으로 걸어갔다. 송선우가 나를 쳐다보고 오른손 검지로 내 왼볼을 콕콕 찔렀다. 눈을 휘둥그레 뜨고 시선을 마주쳤다. 송선우가 히 웃었다.

“온유야.”

속삭이는 듯 작은 소리였다. 나도 조용히 목소리 내야 할 것 같았다. 입을 열었다.

“응.”

“내 이름 불러줘.”

“어 선우야.”

“흐흫. 이름 불리는 거 왜 이렇게 좋지?”

“내 목소리가 좋아서?”

송선우가 히히 웃었다.

“와, 되게 뻔뻔하다. 근데 귀여워.”

히 웃었다.

“너한테 배웠어.”

“음? 내가 뻔뻔하게 자화자찬한 적 있어? 어저께 학교 옥상 올라갔을 때도 예쁘고 연기된다고 말한 거 말고.”

픽 웃었다.

“그거는 왜 빼는 거야.”

“그냥. 지금 생각나서.”

“으응. 근데 네가 말한 거 말고도 되게 많은데.”

“아닐걸? 그거 말고는 생각 안 나는 거 보면 없는 느낌인데.”

“아냐, 했어. 나 네가 말한 것 중에 임팩트 있는 거 정확히 어떤 문장으로 말했는지도 기억나는데.”

“어? 진짜? 난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는 게 하나도 없는데?”

순진하게 동글동글 크게 뜬 눈이 귀여웠다. 오른손 엄지랑 검지로 송선우의 왼볼을 잡고 살살 조물거렸다.

“알려줄까?”

“응.”

말하려고 입을 여는데 웃음이 나왔다.

“왜 웃어어.”

“너 말했던 거 귀여워서.”

“으응... 빨리 말해줘. 궁금해.”

“응. 그, 내가 좀 명물이에요. 진짜 이대로 말했어 너.”

“아...”

송선우가 킥킥 웃었다.

“그거는, 진짜 맞는 말이니까 한 거구...”

“맞는 말이어도 본인 입으로 하기에는 조금 그렇잖아.”

“그래두. 할 수도 있지. 근데 내가 한 말 되게 기억 잘한다.”

“잘하지, 네가 한 말인데.”

송선우가 히 웃고 오른손으로 내 왼볼을 쓰다듬었다. 사랑스럽다는 듯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기분 좋게 간지러웠다. 입을 열었다.

“나 잘했지?”

“응. 엄청 기특해.”

송선우가 왼손으로 내 오른 엉덩이를 톡톡 쳤다.

“우리 귀여운 온유.”

“잘했으면 키스해줘.”

“흐흫. 알겠어. 누나가 뽀뽀해줄게요.”

송선우가 양손으로 내 얼굴을 잡고 입술을 쪽 맞췄다.

“나 지금 아기야?”

“응. 그런 거 바란 거 아냐?”

“음, 딱히 노린 건 아닌데 아기 되는 것도 좋을 거 같애.”

“응... 그럼 우리 아기 어떡해줄까요?”

살폿 웃었다.

“아냐. 아닌 거 같아.”

“왜? 좋을 거 같다매.”

“막상 설정하고 하니까 약간 어색해. 안 맞는 옷 입은 느낌.”

“으응. 확실히 아기라기에는 너무 크기는 해.”

픽 웃었다.

“그치.”

“흐흫.”

송선우가 내 양 볼을 조물조물 만져댔다.

“근데 또 피부는 애기야.”

“내 얼굴 장난감 아냐.”

송선우가 조물거리기를 멈추고 내 볼을 쓰다듬었다.

“근데 왜 재밌어?”

살폿 웃었다.

“몰라. 나 빨리 키스하고 싶어.”

송선우가 눈웃음 지었다.

“급해?”

“응.”

“알겠어.”

송선우가 두 팔로 내 허리를 감싸안았다. 송선우를 마주 안고 입술을 포갰다.

“쮸읍... 츄읍... 쯉... 츄읍... 아움... 헤웁... 하웁... 츕...”

송선우가 입술을 떼고 입을 열었다.

“온유야.”

“응, 선우야.”

송선우가 히죽 웃었다.

“이름 불러주는 거 좋다고 해서 불러준 거야?”

“응.”

송선우가 내 입술에 입술을 쪽 맞췄다.

“아, 근데 나 뭐 말하려 했지?”

“내가 맞춰볼까?”

“응. 말해줘.”

“그거하자?”

송선우가 살폿 웃었다.

“그것도 좋은데, 아니야. 근데나 하려던 말 기억났어 지금.”

“뭔데?”

“지수. 나 요즘 지수랑 거의 같이 사는 것처럼 있잖아.”

“그치.”

“근데 오늘 아침에 지수 잠꼬대 하는 거 들었는데, 네 이름 부르더라.”

“그랬어?”

“응. 온유야, 하구. 되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그러고 옆으로 누워서 팔이랑 다리 뻗어 가지구 내 몸 위에 얹어서 나 껴안아졌어.”

지수가 잠결에 선우를 안고 선우가 살짝 당황하는 모습이 상상됐다. 살폿 웃었다.

“그래서 어떻게 했어?”

“그냥 그대로 있었어. 움직이면 깰까 봐.”

“으응...”

“지수가 너 엄청 사랑하나 봐. 자면서도 생각할 정도로.”

눈웃음 지었다. 지수처럼 좋은 여자에게 사랑받는 건 기분 좋은 일이었다.

“암튼, 그래서 그때 내가 한 생각이 그거였어. 궁금한 거라고 해야겠다.”

“뭐?”

“너도 잠들고서 꿈꿀 때 있잖아, 그때 꿈에 나나 지수 나온 적 있어? 아니면 세은이나 가영 씨? 그분.”

“으응... 있지 당연히.”

“누구?”

“우리좀 어릴 때 내 꿈에 너 나왔다고 몇 번 말한 적 있지 않아?”

“있지. 근데 최근으로 따지면 있어?”

“있을걸? 다 나왔을 거야. 잘 기억은 안 나는데.”

“응? 기억 안 나는데 왜 다 나왔다는 거는 아는 거야?”

“꿈이 꿈에서 깼을 때 잠깐 기억나고 좀 지나면 바로 잊게 된데. 딱 깨어났을 때도 이미 꿈 내용이 조금 머릿속에서 흩어진 상태로 있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아 그래? 몰랐다. 그럼 가끔 되게 기억에 남는 꿈도 있잖아. 그건 뭐야?”

“모르겠어. 좀 충격적이고 그래야 하나?”

“으음. 그래서 여자친구 나온 꿈 중에 기억나는 거 뭐 없어?”

“응. 없는 거 같아.”

“흐음... 아쉽다. 난 있는데.”

“음? 무슨 꿈이었는데?”

“그냥 너랑 결혼하는 꿈. 그날 내가 자기 전에 엔딩 결혼식으로 끝나는 로맨스 영화만 세 개 봐서 그랬던 거 같애.”

“으응. 어떻게 됐는데...?”

“어. 좀 초록초록한 야외 결혼식장에 길 나 있고, 내가 아빠 손 잡아서 너한테 가고 있었어. 주변 테이블에 하객들이 막 우리 보고 있고. 너는 끝에서 웃으면서 나 기다리고 있고.”

“으응...”

“...”

송선우가 오른손으로 내 왼 볼을 쓰다듬었다.

“우리, 결혼할 수 있을까...?”

속이 살짝 뜨거워졌다. 남들처럼 사람들의 축복 속에서 결혼하는 건 아무래도 불가능할 거였다. 나는 여자친구가 네 명이니까. 한 명 한 명 결혼식을 올린다고 하면 매장당하는 길뿐이었다. 그렇다고 못 할 거라고 못 박듯 말할 수는 없었다. 선우의 로망을 깨뜨릴 수 없었다.

“할 수 있을 거야. 남들처럼은 못해도...”

“응...”

송선우가 내 품에 안겨 왔다. 꼭 끌어안아 와서 살짝 압력이 느껴졌다.

“그거면 돼...”

“...”

오른손으로 송선우의 뒤통수를 쓰다듬었다. 송선우가 고개를 들고는 발뒤꿈치를 살짝 들어 입술을 맞춰왔다. 송선우를 껴안아 균형을 잃지 않게 몸을 받쳐주고 입술을 마주 움직였다.

“쮸읍... 츄읍... 쯉...”

송선우가 눈을 감았다. 혀를 섞지 않고 입술을 애무했다가 떼기만 반복했다.

“쯉... 츄읍...”

송선우가 눈을 뜨고 내 눈을 쳐다봤다. 송선우가 입술을 떼고 입을 열었다.

“사랑해 온유야...”

“나도 사랑해 선우야.”

송선우가 미소 지었다. 이 미소만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사랑스러웠다.

내게는 한없이 과분한 여자친구들을 위해 나는 평생토록 헌신해야 할 거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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