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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어머니가 생겼다-356화 (355/438)

〈 356화 〉 대본 리딩하는 날 (11)

* * *

옷을 입고 거실로 갔다. 이수아랑 윤가영이 여전히 소파에 누워 있었다. 자세도 아까랑 똑같이 이수아가 뒤에서 윤가영을 끌어안고 있는 모양새였다. 차이점이라면 윤가영이 입가에 은은히 미소를 띤 채 양손으로 폰을 쥐고 영상을 보고 있다는 거였다. 그런데 윤가영 폰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가 왠지 익숙했다.

“제 영상이에요?”

윤가영이 히 웃었다.

“응. 너 버스킹하던 거.”

“좀 옛날 거예요? 목소리 지금이랑 약간 다른 거 같은데.”

“응... 그래도 1년 전 영상이니까. 완전 옛날은 아니지.”

“네.”

윤가영이 영상을 멈추고 폰을 뒤집어서 내려놓고는 나를 올려봤다.

“온유야.”

“네.”

“나 네 자작곡 한번 들어보면 안 돼...? 다 들려주면 좋은데, 그게 안 되면 한 곡이라도...”

어떻게 물어보는 것도 이렇게 귀엽지? 남자라면 윤가영의 애교를 듣는 순간 요구하는 것은 뭐든지 다 들어주고 싶어질 거였다.

입꼬리가 올라갈 것만 같았다. 딸 앞에서 나한테 이렇게 사랑스럽게 굴어도 되는 건가? 이수아가 보지 못하는 곳으로 데려가서 꼭 껴안아 주고 싶었다.

그래도 일단 흔쾌히 된다고 답할 수는 없었다. 아직 남에게 들려줄 수준으로 다듬은 곡들이 아니기도 했고, 이수아가 보는 앞에서 윤가영에게 지나치게 호의적인 모습을 드러내면 이수아가 동물적인 감각으로 경계할 테니까.

“안 돼요.”

“왜애...?”

“미완이라 남 못 들려줘요. 조금 부끄러운 수준이라.”

“나한테는?”

이수아가 물었다.

“너한테도 안 돼.”

“왜. 나 진짜 안 좋은 소리 안 할게.”

“그냥 지금은 남 들려주기 싫어.”

이수아가 치, 하고 소리 내고는 윤가영을 바라봤다.

“오빠 되게 비싸게 군다 엄마.”

윤가영이 멋쩍게 웃었다.

“엄마가 좀 어떻게 해줘.”

“내가 뭘 어떡해...”

“오빠 엄마한테는 좀 너그러워지는 거 같단 말야.”

“... 아닐걸...”

“엄마도 지금 내가 한 말 맞는 거 같아서 잠깐 망설였지.”

“아냐아...”

이수아가 흥, 하고 콧소리 냈다.

“알겠어.”

이수아가 오른손으로 윤가영의 배를 만지작거렸다. 당황한 듯한 기색의 윤가영이 오른손을 이수아의 오른손등 위에 올렸다.

“왜 그래...”

“그냥 엄마 배 만져보는 중.”

“그니까아...”

윤가영의 얼굴이 점점 달아올랐다.

“온유도 보고 있는데...”

“왜. 엄마 배 보여주는 것도 아닌데.”

“그래도 창피하잖아...”

“으음...”

그제야 이수아가 윤가영의 배에서 오른손을 뗐다. 그러고는 오른팔로 윤가영의 배를 감싸 안았다.

“안는 건 되지?”

“응...”

“응.”

이수아가 오른팔을 슬쩍 뒤로 빼 오른손으로 윤가영의 오른 옆구리를 토닥토닥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엄마.”

“응?”

“오늘 배달 시켜먹자. 대본 리딩해서 엄마도 힘드니까.”

“그래... 뭐 먹고 싶은데?”

“나 몰라.”

“으응...”

이수아가 윤가영의 몸에서 떨어져서 와이셔츠의 윗단추를 두 개 풀고 오른손 중지랑 엄지로 안에 입은 흰 티셔츠의 가슴팍 쪽을 잡아당겨 앞뒤로 움직였다. 옷깃이 펄럭이면서 검은 브라랑 하얀 가슴이 슬쩍슬쩍 드러났다. 얘 지금 일부러 야하게 보이려 의도하고 움직이는 건가. 아니겠지. 나한테 가슴을 보여주려는 건 분명히 아닐 텐데 왜 내 눈에는 그렇게만 보일까. 내 잘못인 것 같았다.

슬쩍 보니 가슴 가운데 면이 조금 젖어있는 게 땀이 차서 그런 듯했다. 이수아가 계속 가슴 쪽으로 바람을 넣으면서 나를 올려봤다.

“오빠 먹고 싶은 거 있어?”

먹고 싶은 건 없었다.

“나 딱히 없는데.”

“그럼 떡볶이 먹을래?”

“그래.”

“엄마는 괜찮아?”

“응...”

“그래. 그럼 오빠가 시켜줘.”

“알겠어.”

롱소파 옆에 있는 1인 소파에 앉고 폰을 켜 배달 어플을 실행했다.

“근데 뭐로 시켜?”

“로제.”

“응. 튀김은?”

“오빠가 알아서 해줘.”

“뭐 없다거나 하면서 투정하지 마.”

“안 할게.”

“응.”

프랜차이즈점을 눌러 로제 떡볶이를 고르고 적당히 추가 메뉴를 더해 주문했다.

“배달 오면 오빠가 나가는 거지?”

“그래.”

“고마워.”

“어.”

“주문했어?”

“응.”

“뭐 뭐 주문했어?”

“떡볶이에 중국당면이랑 분모자 추가하고 튀김 세트 주문했어. 핫도그도 하나씩 먹을 수 있게 더 추가하고.”

“오, 센스 있는데?”

“그냥 있는 거 다 시킨 거지.”

이수아가 픽 웃었다.

“부끄러워할 일도 아닌데 왜 틱틱대?”

“뭐래.”

이수아가 히히 웃었다.

“오빠 볼수록 은근히 귀엽다?”

“아니 딸...”

윤가영이 발끈하듯 갑작스레 말했다. 이수아가 눈을 휘둥그레 뜨고 상체를 살짝 세워 윤가영을 내려봤다.

“왜?”

“... 아니이, 오빠보고 너무 버릇없이 말하면 어떡해...”

“왜, 그냥 귀엽다고 말하는 건데. 오빠가 뭐라고 하지도 않았고.”

“그래도...”

이수아가 흐응, 하고 콧소리 내고는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엄마는 오빠만 편애해.”

“아냐아...”

“아닌 거 같은데. 맨날 내가 오빠랑 말장난 좀 하려고 하면 일단 가만히 지켜봐 줄 수도 있는 건데 꼭 엄마가 나서서 오빠 심기 거스르게 하지 말라고 뭐라고 하구. 잘잘못 따질 때마다 오빠보다 내가 먼저 했다고 하면서 나한테 먼저 사과하라고 하구.”

“그건... 솔직히 맞잖아... 딸이 먼저 하는 거.”

이수아가 흥, 하고 소리 내고는 등 돌렸다.

“나 삐쳤어.”

윤가영이 픽 웃고 뒤돌아 누워 왼팔로 이수아를 안았다.

“미안해...”

“됐어. 나 말고 오빠랑 살아.”

그럼 거의 신혼생활처럼 될 거 같은데.

“왜 그래애...”

윤가영이 이수아의 말에 반응하면서 고개를 슬쩍 돌려 나를 쳐다봤다. 윤가영이 눈웃음 지었다. 나랑 비슷한 생각을 했나. 2층으로 데리고 올라가서 사랑해주고 싶었다.

윤가영이 다시 고개 돌려 이수아의 뒤통수를 보고 왼손으로 머리카락을 쓸었다.

“딸 없음 어떻게 살라구...”

“엄마는 오빠만 같이 있음 될 거 같은데.”

“아니라니까아...”

이수아가 다시 몸을 돌려 윤가영을 마주 봤다. 모녀의 커다란 가슴이 맞닿을 듯 보였다. 왜 이런 데 눈이 쏠릴까. 스스로 한심했다. 하지만 남자인 이상 어쩔 수 없는 것도 같았다.

이수아가 입을 열었다.

“그럼 오빠 없어도 살 수 있어?”

“...”

“왜 답 못해? 나만 있음 되는 거 아냐?”

“... 바로 옆에 온유 있잖아...”

“그럼 지금 오빠 옆에 없음 답 달라져?”

“...”

윤가영의 눈꼬리가 내려갔다. 난처한 듯한 기색이었다.

이수아를 보며 입을 열었다.

“너 유치하게 왜 그러냐.”

이수아가 고개를 획 돌려 나를 쳐다봤다.

“모녀 대화니까 끼지 마.”

픽 웃었다. 어이없는데 귀여웠다. 이수아는 날 서봤자 털을 세운 고양이처럼만 보였다.

윤가영이 왼손으로 이수아의 오른볼을 만지며 입을 열었다.

“온유도 이제 내 자식인데 어떻게 없이 살아...”

“오빠가 엄마 자식이야?”

“... 그치...”

“... 응. 알겠어. 그럼 할 말 없지.”

지금 윤가영한테 내가 윤가영의 자식이라는 인식을 갖게 해서 혹시라도 남녀 관계로 이어지지 못하게 막은 건가? 내 생각이 억측이 아니라면 이수아도 진짜 대단한 애였다.

“미안해 엄마.”

“괜찮아...”

“응. 이제 일어나서 옷 갈아입자. 떡볶이 오기 전에.”

“그래...”

윤가영이 먼저 소파에서 일어났다. 이수아가 뒤따라 일어나고 윤가영의 뒤에 붙어 윤가영을 끌어안았다. 이수아가 미세하게 키가 더 컸다.

윤가영의 등에 맞닿은 이수아의 가슴이 지그시 눌렸다. 윤가영이 깜짝 놀랐는지 토끼눈을 뜨고 그대로 정지했다. 굳어있는 모습이 사진에 담고 싶을 만큼 사랑스러웠다.

이수아가 윤가영의 오른 어깨 위로 고개를 내밀어 윤가영의 얼굴을 보고 히 웃었다.

“엄마 우리 오랜만에 같이 씻을까?”

“그래...”

“응. 아까 집 들어왔을 때처럼 이대로 걸어가자. 욕실까지.”

“그래도 일단 옷은 챙겨야지...”

“내 방에 화장실 있잖아. 옷은 내 거 입음 되구.”

“으응...”

“그럼 이제 가자.”

“그래.”

모녀가 발맞춰 걸었다. 이수아가 나를 흘깃 보고 자기 방 쪽으로 걸어갔다. 이수아가 상체 체중을 윤가영에게 맡기듯 하고 조금 앞으로 몸을 기울인 탓의 이수아의 엉덩이가 약간 내 쪽으로 내밀어져 있었다. 줄이지도 않은 중학교 교복 치마에 이수아의 엉덩이가 딱 달라붙어 있어서 윤곽이 드러나 있었다. 이수아가 한 걸음 한 걸음 발을 뗄 때마다 치마 너머로 엉덩이가 미세하게 실룩이는 모습이 보였다. 미치도록 야했다. 설마 이걸 노리고 움직이고 있는 걸까. 자기를 여자로 의식하게 하려고? 그게 아니면 무의식적으로 어쩌다가 저렇게 하는 건가. 뭐가 됐든 음탕한 건 확실했다. 모녀라서 그런가 윤가영이나 이수아나 야한 게 매한가지였다.

자지가 설 것 같아서 뒤돌아서고 내 방에 들어갔다. 문을 잠그고 바지를 벗었다. 자지가 솟아오르려 하고 있었다. 팬티도 벗고 자지를 오른손으로 잡아 올렸는데 귀두에 쿠퍼액이 맺혀 있었다. 교복 치마에 가려진 이수아의 야한 엉덩이가 머리에 선명했다. 그 속이 궁금했다. 무슨 팬티를 입었을지, 엉덩이는 어떤 감촉이 들지. 화장실로 걸어 들어갔다. 오른손으로 꽉 붙잡고 잠시 멈췄다. 이러면 이수아한테 지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참아야 할 듯했다. 샤워기를 잡고 자지에 물을 뿌렸다. 내 여자친구인 윤가영의 딸이랑 할 수는 없었다. 그러니 그런 상상도 해서는 안 될 터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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