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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어머니가 생겼다-354화 (353/438)

〈 354화 〉 대본 리딩하는 날 (9)

* * *

배우들이 전부 보이는 상석에 오지윤 감독이랑 정서아가 앉았다. 어수선한 분위기가 가라앉고, 오지윤 감독이 입을 열었다.

“반갑습니다. 연출을 맡은 오지윤입니다.”

오지윤 감독이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 숙였다. 다들 박수했다. 인사를 해야 할 사람이 많아서인지 적당히 짧게 끝났다. 오지윤 감독이 손바닥을 내보이면서 정서아를 가리켰다.

“그리고 여기는 얼굴 되게 앳돼 보이죠?”

살폿 웃음소리가 들렸다.

“실제로 되게 어려요. 젊은 재능을 격려하는 차원에서 좀 더 큰 박수 부탁드리겠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밖에 안 되지만, 능력 있고 글 잘 쓰는 우리 드라마 작가. 정서아입니다.”

아까보다 박수 소리가 컸다. 정서아가 멋쩍게 웃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연방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이어서 오지윤 감독이 내 이름을 불렀다. 자리에서 일어나고 고개 숙이면서 안녕하세요, 라고 했다. 두 번 더 고개를 숙이면서 눈치를 보다가 자리에 앉았다. 오지윤 감독이 내 맞은편에 있는 정시은을 봤다.

“이쪽은 우리 드라마 작가 친여동생이에요.재능 많은 집안이에요.”

실내에 살짝 웃음기가 돌았다. 정서아가 오른손으로 입을 가리면서 조용히 웃었다.

“이서은 역할의 정시은입니다.”

정시은이 미소를 띤 채 일어나서 고개를 숙였다. 장난기 있는 얼굴이 이서은 캐릭터랑 성격이 딱 맞물려 보였다. 아마 정서아가 드라마를 쓰면서 정시은을 많이 참고한 것 같았다.

“안녕하세요.”

정시은이 적당히 고개를 숙이고 자리에 앉았다. 오지윤 감독이 이어서 배우와 맡은 역할을 호명하면서 차차 소개했다. 이름이 불린 한 명 한 명이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짧게 인사를 마쳤다.

“정하윤 역의 이수아 배우입니다.”

오지윤 감독이 호명하자 이수아가 자리에서 다소곳이 일어나고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목소리가 맑고 부드러웠다. 계속해서 고개 숙이는 모습은 진정성마저 느껴졌다. 평소 모습을 아는 나는 어느 정도 연기라고 느꼈지만, 목소리 톤이랑 고개 숙이는 모습에는 가식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아서 다른 사람들은 이수아가 실제로 참한 성격이라고 착각을 할 것 같았다.

이수아가 자리에 앉고, 순서가 또 지나서 윤가영을 소개할 차례가 되었다. 오지윤 감독이 입가에 살짝 미소를 띠고 윤가영을 바라봤다.

“그리고 여기는 원래 일반인이셨는데 오랜 설득 끝에 오늘 드디어 응낙해주신 분입니다. 앞서 소개한 수아 양의 친어머니이기도 합니다. 정하윤 어머님 역의 윤가영 배우님입니다.”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윤가영에게 박수를 보냈다. 박수 소리에 휩싸인 윤가영이 수줍게 웃으면서 어정쩡한 자세로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너무 사랑스러웠다. 실제로 이수아의 엄마가 맞지만, 작중 캐릭터인 이서은의 어머니로 캐스팅하는 게 과연 옳은가 싶을 정도로 어리고 귀여워 보였다.

윤가영도 자리에 앉고 순서가 넘어갔다. 그나저나 윤가영이랑 이수아가 나랑 가족 관계라고 짚지 않은 건 감독님이 배려를 해준 거일까. 만약 그렇게 소개했다면 안 좋은 생각을 하든 안 하든 신기하다는 듯한 눈으로들 쳐다봤을 것 같은데. 적당히 넘어가 준 게 고마웠다.

소개가 끝나고 곧장 대본 리딩이 시작됐다.

“씬 1. 이윤우 방 안. 아침. 침대에 누워 양손으로 핸드폰을 잡고 있는 이윤우. 크롬을 켜고 검색창을 누르자, 떠보는 방법, 여자가 호감 있는지 확인해 보는 방법 등의 최근 검색어가 줄지어 나온다. 이윤우 화면을 보면서 콧숨을 내쉬고 휴대폰을 꺼 침대에 내팽개치듯 내려놓은 다음 기상해서 교복을 입는다. 마이를 걸친 뒷모습이 보이다가, 화면 강당으로 부드럽게 넘어간다. 씬 2. 학교 강당. 개학식을 위해 모인 학생들...”

오지윤 감독이 지문을 읽고, 배우들이 대사를 쳤다.

내가 나오는 장면의 대사를 다 읽고 좀 쉬는 건가 생각하다가도 얼마 안 가 다시 또 내가 나오는 장면이 나왔다. 시간이 흐를수록 분량이 많다는 게 체감됐다. 말만 하다가 지치는 것 아닐까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나 말고도 이수아랑 정시은도 대사 비중이 컸다. 자세히 따지고 들면 정시은이 보조 역할이라서 상대적으로는 비중이 작았고, 나랑 이수아가 가장 많은 배분을 가져갔다. 군말할 필요도 없이 나, 이수아, 정시은이 다 끌고 가는 극이었다.

생각해보면 주연 세 명이 다 신인인데. 이걸 추진할 마음을 먹었다는 건가. 게다가 각본가도 검증이 안 된 고등학생 작가인데. 마음을 먹는 건 그렇다 쳐도, 계획을 지체하지도 않고 그대로 실행했다니. 오지윤 감독의 깜냥과 능력이 새삼 대단하다 싶었다.

오지윤 감독이 부분부분 배우의 연기에 코멘트를 하면서 대본 리딩이 진행됐다. 장이 술술 넘어갔다. 다행히 발음에서 문제가 생기는 일은 없었다. 연기는 해본 적이 없으니 한 번쯤은 혀가 꼬이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기우였던 모양이었다.

계속해서 장이 넘어가면서 이윤우가 정하윤의 질투심을 유발하기 위해 이서은을 좋아하는 척하고, 정하윤은 거짓 조언을 해대는 파트에 도달했다.

“학교 도서실. 1교시 후 쉬는 시간. 이윤우가 이서은과 얼마나 가까워졌는지 궁금해서 미칠 것 같은 정하윤이 수업이 끝나자마자 이윤우를 불러 도서실로 데려가고, 바깥에서 둘의 모습이 보이지 않도록 책장 뒤로 간다. 이윤우가 얼떨한 표정으로 정하윤을 바라본다.”

오지윤 감독이 지문을 읽었다.

누가 듣는 것도 아니지만 이윤우랑 정하윤은 서로 속닥이며 말하는 장면이었다. 이윤우는 이러다가 정말 이서은이 자신에게 호감을 느낄까, 그리고 정하윤은 이런 짓을 하게 해도 이서은이 이윤우와 사귀게 될까 근심하면서 둘 다 속을 태우지만, 외부적으로 보기에는 두 명이 이서은을 꼬일 방법을 논하며 노닥거리는 모습이 누가 봐도 천생연분인 한 쌍이라는 느낌을 줘야 했다.

오른편에 앉아있는 정하윤이 입을 열었다.

“어떻게 됐어?”

속삭이는 소리가 귀여웠다.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호감을 품고 있다는 게 티 나면 멀어질 수도 있었다. 바로 미소를 지우고 입을 열었다.

“아니 갑자기 어떻게 됐어라고 하면 뭐 얘기하는지 내가 어떻게 알아.”

“... 서은이랑 진도 얼마나 나갔냐고.”

“그냥 별거 없는데. 내가 문자 보내면 답해주고 하는 수준.”

“음, 보통 하면 얼마나 해?”

“별로 길지는 않아. 걔가 약간 단답하고 그래서.”

정하윤이 팔짱을 끼고 흐음, 하고 콧숨을 쉬었다.

“그래?”

“응...”

정하윤이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웃음기가 살짝 담겨 있었다.

“그럼 안읽씹은 안 해?”

“응... 좀 답이 늦을 때가 있긴 한 거 같아.”

“으응, 그래도 답장해준다는 게 좋은 신호야. 계속 네가 관심 있다는 거 어필할 수 있게 자주자주 연락하고... 내가 말해준 거 안 잊었지?”

“응.”

“말해봐.”

“여자는 장문을 좋아한다.”

정하윤이 고개를 끄덕였다. 흡족한 얼굴이었다.

“응. 좋아. 내가 말한 대로만 하면 언젠가는 이서은이랑 사귈 수 있을 거야.”

난 그런 걸 원하는 게 아닌데.

“으응...”

정하윤이 왼손으로 오른 팔꿈치를 받치고 오른손을 오른볼에 댔다.

“내가 팁 하나 더 줄게.”

“... 뭔데?”

“수업 시간에 갑자기 걔한테 카톡해. 심심하다고.”

“왜?”

“수업에 집중이 안 될 정도로 네가 걔한테 관심 있다는 걸 표현하는 거지. 그런 동시에 심심함을 너랑 풀고 싶다, 이런 것도 어필되는 거고.”

“으응...”

“이따 수업 시간에 바로 걔한테 카톡해. 쉬는 시간에 검사할 거야.”

“...”

“대답?”

“알겠어...”

정하윤이 히죽 웃었다.

“근데 우리 다음 수업 뭐지?”

“어... 수학일걸?”

“아 그럼 빨리 가자.”

“응.”

“이윤우랑 정하윤이 나란히 달려서 도서실을 벗어나고 반으로 돌아간다. 각자 자기 자리에 앉고 쌤이 오는 걸 기다린다. 쌤이 들어오자마자 바로 수업을 시작하고. 정하윤이 이윤우를 흘깃흘깃 본다.”

오지윤 감독이 말했다. 별 지적이 없는 걸 보면 잘하고 있다는 건가. 살짝 기분 좋았다.

책상 밑으로 폰을 꺼내 만지작대고 화면을 켰다가 껐다. 이서은한테 톡을 보내고, 둘이서 톡으로 대화를 진행해야 했다. 대화 내용은 나레이션으로 처리되니 지금 다 읽어야 했다.

괜히 어두운 화면을 엄지로 두드리며 톡을 하고 있다 생각하고 입을 열었다.

“서은아.”

“카톡, 하는 소리가 들리고, 수학 선생님이 뒤돌아본다.”

“누구야.”

수학 선생님 역을 맡은 중년 남자 배우가 말했다.

“수업 시간이면 음소거를 해놓는 게 기본 아니냐. 당연한 것만 좀 지키자. 응? 이번엔 범인 안 잡을 테니까, 이런 실수 안 하게 다들 조심 좀 해줘라.”

이서은이 눈살을 찌푸리고 주머니에서 폰을 꺼내 책상 밑으로 화면을 봤다. 얼굴에 불만이 가득했다.

“이서은이 빠르게 카톡 설정을 바꿔 알람을 끄고 톡을 보낸 사람을 확인한다. 이서은의 얼굴이 더 구겨진다.”

오지윤 감독이 지문을 읽었다. 이어지는 부분은 이서은의 속마음이 나레이션으로 나오는 부분이었다.

“아니 얘 나한테 왜 이래?”

이서은이 의아하다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톡을 주고받는 부분이었다. 이서은이 다소 성난 목소리를 냈다.

“왜?”

“그냥... 심심해서. 히히...”

“너 말투 왜 그래?”

정하윤의 작품이었다.

“왜...? 별로야...?”

“어. 개 별로야. 존나 별로야.”

“으응... 미안...”

“이서은이 무심코 헛웃음을 터뜨린다. 소리가 커서 수학 선생님이 뒤돌아본다. 이서은이 다급히 폰을 책상 서랍 속에 넣으려 하지만, 서랍 안 윗부분에 폰이 부딪혀서 쿵 소리가 난다. 수학 선생님이 이서은을 바라본다.”

“이서은.”

“죄송합니다.”

“... 아까도 너였니? 카톡 소리 났던 거?”

“네. 죄송합니다.”

“아니, 그거 소리 난 거는 설정하는 거 까먹을 수 있으니까 그렇다고 쳐도. 수업 시간에 대놓고 문자 주고받고 하는 거는 좀 아니지 않아?”

“네...”

“서은아. 너 공부 좀 잘한다고 수업할 때 안 듣고 하면 안 돼. 지금 공부하는 거의 문제가 아니라, 이런 행동들이 쌓여서 습관 되면 나중에 사회 생활할 때도 별로 안 좋아.”

“네... 죄송합니다...”

“그래. 한 번만 봐줄게.”

“감사합니다.”

“어.”

“수학 선생님이 수업을 재개한다. 정하윤이 이서은의 얼굴을 슬쩍 본다. 아무리 봐도 불쾌해하는 듯한 얼굴. 정하윤이 속으로 좋아 죽으려고 하면서도 내색하지 않으려 표정을 관리한다. 정하윤이 노트 끝부분을 소리가 안 나게 뜯고 샤프로 빠르게 휘갈겨 적은 다음 이윤우에게 넘긴다.”

“미안하다고 지금 톡해.”

정하윤이 나레이션으로 말하는 부분이었다.

괜히 폰을 만지작거리면서입을 열었다.

“미안해 서은아.”

“이서은이 수업이 끝날 때까지 칠판만 보며 집중해서 이윤우가 보낸 카톡을 보지 못한다. 쉬는 시간이 되고 반을 나가는 수학 선생님. 이서은이 폰을 챙기고 선생님의 뒤를 따라가서 죄송하다고 연방 인사를 올린다.”

“죄송합니다...”

“됐어. 한 번 실수했다 생각하지 뭐.”

“... 감사합니다...”

“이서은이 수학 선생님의 뒷모습을 보다가 화장실로 들어가 폰을 꺼내 본다. 미안해 서은아라고 적혀 있는 것을 본 이서은이 미간을 좁히고 천장을 봤다가 다시 고개 숙여 빠르게 키패드를 두들긴다. 또 수업 시간에 톡하면 뒤진다, 라고 썼다가 지우고 다시 써서 전송한다.”

“다시는 수업 시간에 톡하지 마.”

이서은이 말했다. 오지윤 감독이 싱글싱글 웃었다.

“좋아요. 여기에서 끊고 잠깐 쉬죠.”

네에, 하고 답했다. 다들 일제히 박수했다. 배우들 얼굴에 미소가 가득한 게 아무래도 꽤 괜찮게 소화해낸 듯했다. 오지윤 감독을 비롯해 사람들이 잘했다고 인사를 건넸다. 고양감이 들었다. 성공적으로 버스킹을 했을 때랑 느낌이 비슷한 것 같았다. 연기하는 것도 되게 기분이 좋은 일이구나. 연기랑 음악을 적극적으로 병행해도 좋겠다 싶었다.

내 바로 왼편에 있는 정서아가 오른손을 뻗어왔다.

“고마워.”

느닷없이 감사하다니. 일단 마주 오른손을 뻗어 악수했다.

“으응... 근데 뭐가 고맙다는 거야?”

“아...”

정서아가 멋쩍은 듯 살폿 웃었다.

“이윤우 역 맡아줘서 고맙다구. 다른 배우였으면 느낌 안 살았을 거야.”

“네...”

정서아가 손을 놓아주고 이수아를 봤다.

“수아도 고마워.”

“제가 더 고마워요 언니. 재밌는 대본 써주고 역할 맡게 해줘서.”

“응. 어머님도 감사해요, 참여해주신 거.”

“으응...”

윤가영이 어색하게 웃었다.

“고맙다고 할 건 없어... 나도 좋아서 하는 거니까...”

정서아가 눈웃음 지었다.

“네.”

내 맞은편에 있던 정시은이 정서아의 뒤로 가 어깨에 두 손을 얹었다.

“언니, 나는?”

“어?”

정서아가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려 정시은의 얼굴을 쳐다봤다.

“너한텐 이미 많이 말했잖아...”

“그래두. 공개 칭찬 좀 듣고 싶어서.”

“그래. 고마워, 이서은 역 맡아줘서.”

정시은이 히 웃었다.

“응.”

정시은이 나를 바라보고 양손을 뻗어왔다.

“언니 대본 좋게 보고 참여해줘서 감사해요. 이윤우 역 맡는 사람 오빠 아니었으면 언니 심술 가득 차서 내내 우울해했을 거예요.”

픽 웃고 오른손을 뻗어 정시은의 손을 마주 잡고 정서아를 봤다.

“진짜예요?”

“아, 아뇨...?”

정서아가 눈살을 찌푸리고 정시은을 쳐다봤다.

“너 그런 소리 할래?”

정시은이 히죽 웃었다.

“맞잖아.”

“아니, 너... 일단 따라와.”

정서아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시은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어디 가게?”

“화장실.”

정시은이 이수아를 봤다.

“수아도 갈래?”

정시은이 이수아한테 말을 놨었구나. 이수아보다 한 살 나이 많았으니 그럴 법한 듯했다.

“아뇨. 저 대본 좀 더 볼려구요.”

“으응...”

“가자.”

정서아가 오른손으로 정시은의 왼손목을 낚아챘다. 정시은이 정서아에게 이끌려 터벅터벅 문 쪽으로 걸어갔다.둘이 겨우 한 살 차이밖에 안 되는데 뭔가 터울 많은 언니 동생 사이 같았다.

고개 돌려 이수아를 봤다. 양손으로 대본을 잡고 눈으로 훑고 있었다. 보고 있자니 왠지 모르게 장난기가 들었다. 오른손을 내밀면서 입을 열었다.

“수고했어.”

눈을 휘둥그레 뜨고 고개를 든 이수아가 나를 쳐다보며 피식 웃고는 오른손을 맞잡았다.

“어.”

내 오른손을 잡은 이수아의 손아귀에 약간 힘이 들어간 느낌이 들었다. 왜 이러지.

이수아가 입을 열었다.

“나랑 손잡고 싶었어?”

“... 좀 건방지다?”

이수아가 히죽 웃고 내 손을 놓아줬다. 시선을 돌려 윤가영을 봤다. 나랑 이수아만 보고 있었는지 바로 눈이 마주쳤다. 수아랑 너무 가까워진 것처럼 보였나. 상체를 윤가영 쪽으로 숙이면서 오른손을 뻗었다.

“수고했어요.”

윤가영이 수줍게 웃으면서 내 오른손을 잡았다.

“너도... 연기 진짜 잘하더라...”

“어머님도요.”

윤가영이 살폿 웃었다. 손을 놓고 자리로 돌아가 물을 한 모금 마셨다.

이수아가 윤가영을 봤다가 나를 쳐다보고 상체를 숙여왔다.

“오빠 엄마랑 얼마나 친해진 거야?”

이수아가 주변 사람들도 못 들을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냥 기분 좋아져서 한번 해본 건데.”

“흠... 믿어야 돼 말아야 돼?”

“믿어. 그런다고 손해 볼 거 없잖아.”

“...”

이수아가 상체를 뒤로 물리고 물을 한 모금 꿀꺽 마시고 오른 주머니에서 폰을 꺼냈다. 나한테는 안 보이는 각도로 들고 양손 엄지를 놀리는 게 문자를 하는 모양이었다.

웅, 하고 내 바지 오른 주머니에서 폰이 진동했다. 꺼내서 확인했다. 이수아가 문자를 보낸 게 있었다.

[나한테도 좀만 살갑게 대해주라]

피식 웃었다. 이수아를 바라봤다. 이수아가 모른 척하고 자기가 앉은 자리의 맞은편에 시선을 던지고 있다가 고개를 돌려 윤가영을 바라봤다. 이수아의 뒤통수가 보였다. 뒤통수도 귀여웠다.

딸이라 그런가, 이수아도 윤가영 만큼이나 귀여운 것 같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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