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52화 〉 대본 리딩하는 날 (7)
* * *
이따 대본 리딩하러 가야 되는데. 이렇게 멍하니 있을 시간이 없었다. 정신을 차리고 화장실에 들어가 빠르게 샤워했다. 교복 와이셔츠에 바지를 입었다. 넥타이를 메고, 조끼까지 입을까 생각하다가 그냥 아우터를 하나 걸쳐야겠다 생각했다. 방을 나서고 괜히 1층을 돌아다니며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이수아랑 윤가영 둘 다 안 보였다. 아마 다 자기 방에 있는 모양이었다.
윤가영을 보러 빠른 걸음으로 2층으로 올라갔다. 오른손 중지를 굽혀 방문을 똑똑 두드렸다.
“거기 있어요?”
네, 하고 답하는 소리가 돌아왔다. 웃음이 나왔다.
“들어가도 돼요?”
“들어와요...”
“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윤가영이 걸터앉아 있는 침대에 형형색색의 옷가지가 늘어져 있었다. 뭘 입을까 고민하던 듯했다.
문을 잠그고 윤가영에게 다가갔다. 윤가영이 나를 올려보면서 입을 열었다.
“끝났어요...?”
“네.”
윤가영의 왼편에 앉고 양팔로 윤가영을 끌어안았다. 윤가영이 엉덩이를 살짝 뒤로 빼고 나를 마주 안으면서 내 가슴팍으로 얼굴을 묻어왔다.
“여보...”
목소리가 기어들어 가는 게 귀여웠다. 입꼬리가 절로 올라갔다.
“네, 말해요.”
“... 여보 요즘 수아랑 많이 친해졌죠...?”
멋쩍게 웃었다.
“거리감이 많이 줄기는 했죠.”
“... 수아가 여보한테 적극적으로 접근하지 않아요...?”
“... 네. 조금 그런 거 같아요.”
윤가영이 콧소리를 내면서 내 품으로 더 파고들어 왔다. 몰래 사귀고 있는 남자친구를 친딸이 뺏어갈지도 모른다는 기막힌 상황에 놓여 있으니 심사가 복잡할 거였다.
왼손으로 윤가영의 뒤통수를 쓰다듬었다. 그런데 이수아가 키스신 연습을 빌미로 나랑 키스했다는 걸 지금 알려줘야 할 텐데. 안 그래도 마음고생 하는 윤가영을 더 힘들게 하는 것 아닐까 걱정됐다.
그렇다고 나중에 말하기도 뭐한 게, 내가 말하기 이전에 윤가영이 스스로 이수아랑 내가 키스를 했다는 걸 알게 되면 내가 치팅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말 거였다. 감춘다고 좋을 건 없을 것 같았다.
“여보.”
“네...”
“... 수아랑 나랑 방금까지 연습했잖아요, 대본 리딩 가기 전이라고.”
“그쵸...?”
윤가영이 내 가슴팍에서 얼굴을 떼고 고개 들어 나를 쳐다봤다.
“무슨 일 있었어요...?”
“... 수아가 정하윤 캐릭터 이해도가 아직 부족한 거 같다고 하면서 한번 키스신 연습해보자고 했어요.”
“... 그럼 키스한 거예요...?”
“네...”
“히잉...”
윤가영의 눈이 서글퍼졌다. 심정은 미안한데 윤가영이 참을 수 없이 귀여워서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가는 게 느껴졌다.
“얼마나 했어요...?”
“연습은 다섯 번 했어요.”
“키스는요...?”
“음...”
이수아가 한 번 하고 내가 한 번 하고를 번갈아서 다섯 번 했으니까 열 번 남짓 했을 터였다.
“열 번 정도 한 거 같아요. 혀는 안 들어가고 그냥 입술만 닿는 키스기는 했는데.”
“...”
슬픈 눈을 한 윤가영이 말없이 나를 꼬옥 껴안아 왔다. 내가 이수아랑도 관계를 맺는 건 차마 안 된다는 말도 꺼내기 어려울 정도로 상상하는 것조차 버거운 일인 모양이었다. 확실히 자기 딸이 자기 남자친구를 노리는 건 견디기 힘들 듯했다. 게다가 그 대상이 새아들이고, 대놓고 견제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그럴 터였다.
윤가영이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꼬옥 껴안았다. 오른손으로 윤가영의 뒤통수를 쓰다듬었다.
“괜찮아요 여보. 걱정 마요.”
“네...”
윤가영이 내 품에서 숨을 쌔액쌔액 내쉬었다. 내 여자친구 중에 윤가영이 가장 나이가 많은데 행동은 제일 아기 같았다. 연상이지만 왠지 연하를 사귀는 느낌이었다.
윤가영이 내 가슴팍에 얼굴을 묻은 채로 입술을 우물거렸다. 간지러웠다. 윤가영의 목소리가 나직이 들려왔다.
“근데여 여보...”
“네.”
“... 나 연기해도 괜찮을까요?”
“당연히 괜찮죠. 하고 싶으면 해요.”
“근데 잘못하면 폐 끼치는 거잖아요... 여보하고 우리 수아, 그리고 스태프분들한테 다...”
살폿 웃었다.
“잘할 수 있을 거예요. 어려우면 내가 도와줄 테니까 걱정하지 마요. 그리고, 여보 분량 거의 까메오 수준으로 적으니까 조금 잘못해도 괜찮을 거예요.”
“... 알겠어요... 해볼게요...”
웃음이 나왔다. 왼손으로 윤가영의 등을 천천히 쓸었다. 내 품에 안긴 윤가영이 히히 웃었다. 진짜 미치도록 귀여웠다.
그나저나 윤가영이 배우를 하겠다는 건 내 옆에 붙어서 이수아를 견제하려는 건가. 내가 생각한 것보다도 이수아를 강한 연적으로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얼굴 들어봐요.”
“네...?”
윤가영이 고개 들었다. 오른 볼에 뽀뽀하고 이어서 왼 볼에도 입을 맞췄다.
“히...”
마주 웃었다. 항상 보고 싶은 웃음이었다. 윤가영의 이 아름다운 미소를 내 손으로 앗아갈 수는 없었다.
윤가영이 내 입술에 쪽 입을 맞추고 눈을 마주쳐왔다.
“여보...”
“네.”
“내일이나 언제, 수아한테 여자친구 생겼다고 하면 안 돼요...?”
“으응. 여보 말고 다른 애랑 사귀고 있다고 말하는 거 어떻냐구요?”
“네... 여자친구 있다고 하면 수아도 여보 포기할지 모르니까...”
“으응. 그렇네요. 지수나 선우하고 사귀고 있다고 하면 수아가 나 건드리기 어렵겠네요.”
말하면서 오른손으로 윤가영의 등을 쓰다듬었다. 이수아한테 내가 여친이 있다고 말을 하게 되면 어떤 일이 생길지 짧게 고민했다.
“근데 수아한테 내가 여자친구 있다고 말하게 되면 상황이 좀 복잡해질 거 같기는 해요.”
“왜요...?”
“음... 내 여자친구 중에 백지수라고 있거든요. 제가 세은이 다음으로 사귄 애인데, 만약 수아한테 나 여자친구 생겼다라고 말할 거면 지수를 대게 될 거예요. 지수가 질투심도 있고, 저도 지수랑 사귀기 전에 지수를 기만했던 만큼 더 대우해주고 싶어서 그럴 거예요.”
“네...”
“근데 내 여자친구가 지수라고 공언하게 되면 저 연예인 됐을 때 되게 잡음 생길 거예요. 지수가 백화 그룹 회장 손녀이고 하니까, 제가 좀만 인지도 얻으면 어떻게든 이목이 쏠릴 거예요. 그리고 지수 아버님이랑 오빠가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지수가 저한테 메여있는 거나 다름없어진 거니까 강하게 감시할 거고요.”
윤가영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감시요...? 그리고 백화 그룹이요...?”
“네. 감시는 뭐 완전 빅브라더나 중국 같이 엄격하게 하는 건 아니어도, 주시 정도는 분명히 할 거예요. 무슨 짓 하고 다니는지는 확실히 알려고 하겠죠.”
“그럼 지금은 지수라는 애 아버님이랑 오빠가 여보랑 지수가 사귄다는 걸 모르고 있는 거예요...?”
“아뇨. 알고 있어요. 지금 당장은 아직 지수랑 제 프라이버시 존중해주는 거인지 주변에 지켜보고 있거나 하는 건 없는 느낌인데, 나중에는 분명 압박이 생길 거예요.”
“안 되는데...”
“그니까요. 나중에 저한테 여자친구 여럿 있는 거 밝혀지면 그때 저 진짜 죽을 거예요.”
“허억... 그럼 수아한테 선우라는 애가 여자친구라고 할 수는 없는 거죠...?”
“네. 선우가 여자친구라고 하고, 수아가 그거 혹시 다른 데에 말하고 그러면 저한테 무슨 일이 생기기는 생길 거예요.”
“으흐으응... 어떡해애...”
안달하는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웠다. 절로 미소가 걸쳐졌다.
“수아는 내가 잘 밀어내볼게요.”
“... 믿어요...”
“네.”
윤가영의 입술에 짧게 입 맞췄다. 윤가영이 미소 지었다. 마주 눈웃음 지었다.
솔직히, 나는 지금 있는 여자친구들만으로도 충분히 복에 겨웠다.
시선을 돌려 침대에 널브러진 윤가영의 옷가지들을 봤다.
“여보 옷 뭐 입을까 고민하고 있었어요?”
“네... 너무 꾸미면 배우도 아닌 사람이 괜히 튀어 보이려고 한다고 생각할 거 같아 가지구...”
윤가영이 대본 리딩장에 들어서는 모습이 상상됐다. 사람들이 윤가영의 얼굴과 옷차림만 보고 배우인 줄 알고 가볍게 인사를 건네왔다. 윤가영은 멋쩍게 웃고, 쭈뼛대면서 안녕하세요, 라고 답했다. 상상만 해도 귀여웠다. 웃음이 나왔다.
“왜 웃어요오...”
“그냥, 사람들이 여보 보면 배우라고 생각하고 인사할 거 같아서요.”
“아아... 놀리지 마요...”
“뭐가 놀리는 거예요. 여보 얼굴 진짜 예쁘잖아요. 난 여보 처음 봤을 때 그냥 겉만 보고 대학생인가 했는데.”
“뭐예요...”
윤가영이 시선을 살짝 피했다. 무표정한 얼굴에서 약간의 웃음기가 느껴졌다. 칭찬은 기분 좋은데 내색하기는 부끄러운 듯했다.
“여보.”
“네...”
“키스할래요?”
“... 양치했어요...?”
자기 딸이랑 키스했다는 게 신경 쓰이는 거구나.
“했어요.”
“그럼 해요...”
“좋아요.”
얼굴을 가까이 했다. 입술을 포갰다. 윤가영이 익숙한 듯 바로 입술을 애무해왔다. 이수아랑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능숙했다.
“쮸읍... 쯔읍...”
키스한 지 한 시간도 안 지나서 키스했던 애의 엄마랑 키스한다니. 배덕감이 극렬했다. 하체로 피가 몰렸다.
“쯉... 츄읍...”
윤가영의 혀가 입속으로 들어왔다. 느긋하게 혀를 맞댔다. 윤가영의 혀가 뒤섞여왔다.
“우움... 쮸읍... 츕... 쯔읍... 츄릅... 쯉... 하움... 츄읍... 헤웁...”
윤가영이 입술을 떼고 하아, 하고 한숨을 쉬었다.
“혀 빨아줄까요 여보...?”
“좋아요.”
혀를 내밀었다. 윤가영이 입술을 오므리고 혀롤 쪼옵쪼옵 빨아왔다.
“쪽... 쪼옵... 쪼옥... 쪼옵... 쫍... 쪼옥...”
이거였다. 이수아는 수년이 지나도 윤가영의 기술을 못 따라올 거였다.
“쪼옵... 쪼옥... 여보 기분 좋아여...?”
“존나 좋아요.”
“히... 쪼옵... 쪼옥... 쫍...”
윤가영이 내 혀를 빨다가 한 번 숨을 골랐다.
“이제 저도 빨아주세여...”
흥분하면 혀가 풀린다고 했는데. 잠깐 키스한 것만으로 흥분한 걸까. 진짜 존나 음탕했다.
“알겠어요.”
입술을 오므리고 윤가영의 혀를 쪽쪽 빨았다. 윤가영의 눈꼬리가 휘어졌다. 눈웃음이 미치도록 꼴렸다.
“쪼옵... 쪼옥... 쫍... 쪽... 쪼옥... 쪼옵...”
가만히 혀를 빨리던 윤가영이 갑자기 입술을 움직여 키스해왔다. 자연스럽게 윤가영의 움직임에 맞췄다.
“쮸읍... 츄읍... 쯉... 츄릅... 헤웁... 아움... 츄읍... 쯉... 츄읍... 츄릅...”
윤가영이 입술을 떼고 하아, 하, 하고 숨 쉬었다. 얼굴이 달아올라 있는 게 귀여웠다.
“사랑해요 여보.”
“히... 저두 사랑해요...”
빙긋 웃었다.
“이제 옷 골라야죠.”
“네...”
윤가영이 옷가지들을 봤다.
“그냥 아무거나 입어도 되지 않아요?”
“그래도 여보랑 수아 망신 시키면 안 되잖아요...”
“난 여보가 평소 입는 대로 입으면 될 거 같은데.”
“제가 평소에 어떻게 입는데요...?”
“그냥 블라우스에 가디건 걸치고 하는 거 있잖아요.”
“으응...”
“간단하게 입어요. 깔끔하게.”
“알겠어요...”
윤가영이 침대 위로 기어올라서 잠시 옷들을 뒤적거리다가 흰 폴라티랑 청바지, 베이지 가디건을 잡아 들었다.
“이 정도면 될까요...?”
“네. 괜찮을 거 같은데요.”
“히... 입어볼게요.”
“네.”
“근데 볼 거예요...?”
“네. 안 돼요?”
“아뇨... 괜찮아요...”
살폿 웃었다. 부끄러워 하는 모습도 귀여웠다. 그냥 윤가영은 사람이 귀여웠다.
윤가영이 윗옷을 벗었다. 검은 브라에 감싸진 g컵 가슴이 시선을 빼앗았다.
윤가영이 빠르게 흰 폴라티를 입었다. 검은 브라가 비쳐 보였다. 안 그래도 가슴이 커서 더 눈에 띄는 느낌이었다.
“안 돼요.”
“네...?”
“다 비치잖아요. 남들이 여보 가슴 보는 거 싫어요.”
“히... 알겠어요.”
윤가영이 같은 색상이지만 조금 두꺼운 폴라티를 들고 바꿔 입었다. 자세히 보면이것도 브라가 살짝 비쳐 보이기는 했지만 눈에 띌 정도는 아니었다. 이렇게 무방비한 윤가영을 나처럼 뚫어져라 볼 수 있을 사람은 없었다.
윤가영이 청바지를 들고 침대에서 내려가 나를 등진 채 입고 있던 바지를 벗었다. 검은 레이스 팬티에 커다란 골반과 엉덩이가 남자를 자극했다. 주물러보고 싶은 욕망을 자극하는 탐스러운 허벅지도 성기를 자극해왔다. 진짜 섹스를 부르는 몸이었다.
윤가영이 청바지를 올려 입었다. 살짝 타이트해 보였다. 윤가영이 쭉 올리다가 으음, 하고 소리 냈다. 한번 봤는데 엉덩이가 걸려서 입는 데 조금 어려움을 겪는 듯했다.
“아... 이게 왜...”
윤가영이 억지로 바지를 끌어 올려서 입고는 뒤돌아 나를 바라봤다. 뭐가 창피한지 얼굴이 엄청 붉었다. 엉덩이가 크다고 부끄러워할 필요는 전혀 없는데.
“다 봤죠...?”
“네. 다 봤어요.”
“...”
살폿 웃고 침대에서 일어나 윤가영의 뒤로 갔다. 백허그하면서 윤가영의 왼 귀에 입술을 가까이 댔다.
“여보 엉덩이 커서 존나 꼴려요. 맨날 섹스하고 싶어요. 하루에 열 번 넘게 하고 싶어요.”
윤가영이 흠칫하고는 달뜬 한숨을 쉬었다.
“여보 속궁합도 잘 맞고 보지도 존나 조여서 할 때마다 안에다 싸고 싶어요.”
“하읏...”
윤가영이 양손으로 내 허벅지를 잡고 고개를 왼쪽으로 돌려와 내 얼굴을 올려봤다. 눈동자가 흥분에 젖어 있었다. 덮쳐버리고 싶었다. 아쉽게 그럴 시간이 없었다. 그냥 윤가영을 껴안아 들고 침대에 눕힌 다음 입술을 덮쳤다. 윤가영이 입술을 우물거리면서 양손으로 내 등을 감싸 안았다.
“쮸읍... 츄읍... 쯉... 츄릅...”
입술을 떼고 윤가영을 내려봤다.
“키스하다가 수아나 실장님한테 전화 오면 내려가는 거예요.”
“네... 다시 빨리...”
웃음이 나왔다.
“알겠어요.”
입술을 포갰다. 윤가영이 적극적으로 혀를 섞어왔다.
“하움... 츄읍... 쮸읍... 헤웁... 아움... 츕... 츄릅... 쯉...”
거듭하는 생각인데, 나는 진짜 지금 있는 여자친구들만으로도 차고 넘쳤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