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51화 〉 대본 리딩하는 날 (6)
* * *
고개를 돌려 이수아의 옆얼굴을 봤다. 내가 첫키스를 뺏은 예쁜 입술이 눈에 들어왔다. 입을 열었다.
“하윤아.”
“어?”
이수아가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봤다.
“키스, 해볼래?”
“...”
침묵 속에 심장 뛰는 소리만 들렸다. 말없이 나를 물끄러미 보던 이수아가 양손으로 내 어깨를 잡고 빠르게 얼굴을 가까이해왔다. 다시, 아까처럼 입술이 맞닿았다. 이수아가 입을 잠깐 우물우물거렸다. 아까보다 조금 과감해진 움직임이었다. 어디까지나 대범함을 연기할 뿐인 정하윤 캐릭터에 몰입했으면 이런 움직임을 줘서는 안 될 건데. 아무리 봐도 지금의 애무는 이수아의 욕망이 투영된 거였다.
자지가 움찔거렸다. 아마 아까부터 계속 쿠퍼액을 뿜어내고 있었을 거였다. 이따가 갈아입어야만 할 듯했다.
내 입술을 애무한 이수아가 상체를 뒤로 물렸다. 내 입술을 희롱한 부드러운 입술이 열렸다.
“존나, 이렇게 하면 될걸. 뭘 물어보고 있어...”
이번에는 내 차례였다. 윤가영을 닮은, 윤가영의 딸 이수아가 내 얼굴을 바라봤다. 발그레한 볼이, 기대감을 품은 듯한 눈동자가 사랑스러웠다. 이런 마음이 들면 안 되는데. 속이 타들어 갔다. 죄악감과 배덕감이 뭉쳐서 머리가 살짝 어지러운 느낌이 들었다.
키스는 해야 했다. 이제 와 못 하겠다고 빼면 여동생한테 사심이 생겼냐고 놀려댈 게 뻔했다.
상체를 이수아 쪽으로 기울였다. 오른손으로 이수아의 왼옆구리를 잡고 입술을 포갰다. 입술을 움직였다. 이수아가 눈을 반만 뜨고 호응해왔다.
“쮸읍... 쯔읍...”
게슴츠레 뜬 눈이 야했다. 혀를 섞지 않아서 더 야릇했다. 머리가 저릿한 지금보다 더 짜릿해질 수 있다는 생각이 죄악적인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이수아가 양손으로 내 옆구리를 잡고 상체를 내게 붙여서 기대왔다. 이수아의 체중이 실리면서 이수아의 커다란 가슴이 맞닿는 동시에 부드럽게 짓눌려왔다. 이수아의 몸에서 풍기는 살내음이랑 샴푸 향이 코를 건드렸다. 아찔했다.
“쯥... 쯔읍...”
혼미했다. 자지가 껄떡거렸다. 브라가 감싸고 있는 이수아의 가슴이 이수아의 살결을 상상하게 했다. 분명 부드럽고 중독성이 강할 거였다.
“쯉... 쮸읍... 쯔읍...”
이수아가 고개를 뒤로 빼고 달콤한 한숨을 흘렸다. 입김이 내 얼굴에 닿았다. 입김 속에 남자의 이성을 잃게 하는 마법이 담겨 있는 것 같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까지 이수아를 덮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 거였다.
잠시 호흡을 고른 이수아가 다시 얼굴을 가까이해왔다. 입술이 당연한 듯 맞닿았다. 이수아의 입술이 내 입술을 애무해왔다. 나도 모르게 이수아의 입술에 맞춰 움직였다.
“쮸읍... 쯔읍... 쯥...”
이래도 되나. 안 될 건데. 멈출 수 없었다. 심장이 터져서 죽은 사람도 있나? 있다면 내가 그 사례의 하나로 될 것 같았다.
이수아가 입술을 떼고 몸을 살짝 뒤로 뺐다. 그 상태로 나를 쳐다보면서 하아, 하, 하고 입으로 숨을 내뱉고 다시 들이마셨다.
“이, 이렇게 하면 되나?”
“... 아마도...”
“... 이거, 키스... 어떻게 할지 한번 생각해보자...”
“...”
또 키스하자고 돌려 말하는 건가. 보면 볼수록 발칙한 애였다.
“그냥 방금 우리가 한 대로 하면 되지 않을까? 이윤우랑 정하윤 둘 다 키스 처음한 캐릭터들이니까 좀 서툴러도 자연스럽게 보이겠지.”
“아니 그래도. 시청자들이 보기에 별로거나 그럼 안 되잖아. 예쁘게 해야지...”
“그건 감독님이 지도해주시겠지. 우리가 지레 어떻게 할 필요는 없지 않아?”
“아냐. 의남매한테 다시 키스하게 시키는 건 이상하다고 생각해서 결과가 좀 별로로 나와도 그냥 넘어갈 수도 있고 그러니까... 그럼 또 구린 연기로 흑역사 남는 거고...”
“그게 걱정되면 나중에 촬영할 때 네가 화면 보고 다시 해보겠다고 하면 되잖아.”
“아니 내가 어떻게 그래...! 다른 장면 다 잘하다가 키스신 할 때만 자꾸 다시 해보겠다고 하면 사람들 눈에는 존나 오빠랑 키스하고 싶어서 괜히 그러는 것처럼 보일 거 아냐...”
지금 키스신을 연습하자고 하는 거야말로 나랑 키스하고 싶어서 그런 거 아닌가. 이수아가 한 말 자체는 그럴듯해도 좀만 생각해보면 이상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스태프들 앞에서 어떻게 키스하라고 지도 당하기보다 지금 연습해놓고 나중에 잘할래.”
“... 그래...”
어차피 이미 세 번이나 연습했으니 다시 하지 못할 이유야 없었다. 한 번 정도는 더 해준다 해서 별 차이 없을 터였다.
“바로 다시 시작하는 거다...?”
이수아가 물었다. 고개를 끄덕였다.
이수아가 나한테서 고개를 돌렸다. 나도 잠시 벽면을 보다가 고개 돌려 이수아를 바라봤다.
“하윤아.”
“응?”
이수아가 고개 돌려 나를 쳐다봤다. 속으로 하나, 둘, 하고 센 다음 입을 열었다.
“키스, 해볼래?”
“...”
이수아가 물끄러미 나를 쳐다보다가 내 얼굴을 감싸 잡고 입술을 맞췄다. 이수아가 그대로 입술을 움직여 쮸읍, 쯥, 하고 소리 나게 애무하고는 상체를 뒤로 물렸다.
“존나, 이렇게 하면 될걸. 뭘 물어보고 있어...”
이제 내 순서였다. 잠시 이수아의 상기된 얼굴을 바라보다가 양손으로 이수아의 옆구리를 잡은 다음 상체를 기울이고 입술을 덮쳤다. 이수아가 눈을 거슴츠레 뜬 채 마주 우물거렸다.
“쮸읍... 쯔읍... 쯥...”
흐린 눈빛이 미치도록 음탕했다. 이 눈이 그대로 카메라에 담기면 그 부분은 절대로 못 쓸 거였다.
“쯔읍... 쯉...”
콘돔 없이도 섹스한 여자의 딸이랑 이렇게 키스를 해도 되는 걸까. 머리가 지끈거렸다. 배덕감이 너무 강렬했다.
이수아가 양팔로 내 등을 휘감고 상체를 밀착해왔다. 가슴이 짓뭉개져와서 부드러움이 덮쳐왔다.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섹스 어필이었다.
“쯉... 쮸읍... 쮸읍...”
이수아가 입술을 떼고 시선을 마주쳐왔다. 서로의 숨결이 얼굴에 닿았다. 우리는 지금 연기를 하고 있는 게 맞나? 적어도 나는 아니었다. 만약 우리가 하고 있는 게 연기라면 그건 고등학교 2학년인 두 캐릭터의 풋풋한 러브 코미디가 아니라 끈적한 성인 멜로일 거였다.
이수아가 다시 입술을 포개왔다. 정신이 나갈 것 같았다. 이수아를 밀어서 침대에 눕히고 옷을 전부 벗긴 다음 가슴을 움켜쥐고 싶었다. 보지에 손가락을 넣어 젖었는지를 확인하고 적당히 달아오를 때까지 쑤셔주다가 자지를 밀어 넣고 싶었다.
“쯔읍... 쯉...”
여기에서 더 하면 위험할 듯했다. 머리를 뒤로 빼고 이수아의 옆구리에서 두 손을 뗐다.
“하아... 이제 그만하자.”
“... 왜...?”
“왜냐니, 내가 짧게 하자 했잖아.”
“...”
이수아가 팔을 풀고 상체를 뒤로 뺀 다음 나를 쳐다봤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해.”
“왜.”
“오빠가 갑자기 끊었잖아, 정하윤이랑 이윤우 감정선에 맞게, 진짜 제대로딱 한 번만 다시 해.”
“아니 이미 할 만큼 했잖아. 얼마나 더 해야 돼.”
“말했잖아,마지막이라니까. 그리고,이미 나한테 입술 다 빨려서 불어 터질 정도로 됐는데 한 번 더 한다고 뭐 어디 덧나?”
이런 말을 이렇게 당당하게 말한다니. 건방진데 존나 꼴렸다. 아니, 건방져서 꼴렸다.
“할 거지?”
“... 어. 진짜 마지막이다.”
“어.”
이수아가 벽 쪽을 바라봤다. 이제 또 키스하면 다섯 번째인 건가. 첫키스 후로 연달아 키스하는 거인데 이수아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물어볼 수는 없을 텐데 궁금해서 미칠 것 같았다.
억지로 고개를 돌려 벽면을 보다가 다시 이수아를 바라봤다.
“하윤아.”
“응?”
이수아가 고개 돌려 나를 쳐다봤다.
“키스, 해볼래?”
이수아가 말없이 나를 바라보다가 양손으로 내 얼굴을 붙잡고 입술을 맞춰왔다. 그대로 맞대기만 하고 별다른 움직임은 없었다. 몸을 밀착해오지도 않아서 가슴이 짓뭉개져 오지도 않았다.
샴푸 향과 이수아의 살내음이 은은히 풍겨왔다. 향은 같은데 아까랑은 다르게 풋풋하고 산뜻한 느낌이 들었다.
정하윤이라면 정말 이렇게 첫키스를 하지 않을까 싶었다.
이수아가 서서히 상체를 뒤로 빼고 입을 열었다.
“존나, 이렇게 하면 될걸. 뭘 물어보고 있어...”
이제는 내 차례였다. 이수아가 정하윤 역을 다했으니 나도 이윤우스럽게 해야 할 거였다.
조금 적극적으로, 그렇지만 서투른 느낌이 나게 해야 하는데. 그게 어떻게 가능한 걸까. 몰입이 안 되어 있어서인가 머릿속으로 계산을 하게 되는 게 썩 유쾌하지 않았다.
그냥 무작정 감정에 이끌리는 느낌으로, 그러나 아주 과감하지는 않게 덮쳐야 할 듯했다. 그 이상으로 섬세하게 캐릭터를 그려내는 건 지금의 나로서는 불가능했다.
허벅지 위에 두 손을 얹고 얼굴을 가까이했다. 입술을 맞대고 가만히 있었다. 눈을 감고 있던 이수아가 슬며시 눈을 떴다. 게슴츠레 나를 쳐다보면서 이수아가 입술을 우물거리기 시작했다. 소심하지만 누구보다 호응을 잘해줄 용기가 있는 정하윤 캐릭터에 맞는 움직임이었다.
마주 입술을 움직였다. 떠듬떠듬 서로의 입술을 애무했다. 서투르기 그지없어서 성적 의미보다는 교감한다는 의미에 치중한 느낌이었다.
나도 모르게 가슴이 떨렸다.
“쮸읍... 쯔읍... 쯥...”
이수아가 고개를 뒤로 뺐다. 얼굴을 마주 봤다. 서로 입으로 천천히 숨을 골랐다.
이수아가 다시 얼굴을 가까이해왔다. 당연한 듯 맞닿는 입술을 받아들였다. 보드라움을 느끼며 우물거렸다. 먹는 행위를 하면서 아무것도 먹지 않고 있지만, 그 어떤 걸 먹은 것보다도 포만감이 들었다.
“쮸읍... 쮸읍...”
서로 몸을 밀착하고 있지 않아서 맞닿는 건 오직 입술뿐이었다.
이수아의 감촉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 당장은 입술밖에 없어서인가, 온 신경이 입술로 쏠린 느낌이었다.
“쯔읍... 쯥...”
이수아가 살내음이 진짜 좋구나. 알고 싶던 것은 아니지만 불현듯 깨달아버렸다.
“쮸읍... 쯥...”
이제 그만해도 될 거 같은데. 내가 막으면 또다시 하자고 밀어붙일지도 몰랐다. 그냥 이수아에게 맡겨야 할 듯했다.
“쯔읍... 쯉...”
이수아가 생각보다 금방 입술을 떼고 상체를 뒤로 물렸다.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흥분에 젖어 있었다. 성적이라기보다는 치기 어린 느낌이어서 귀엽게만 보였다.
“... 하아... 오늘은 그만 돌아갈까?”
이수아가 말했다. 신이 끝나는 부분이었다. 이제는 다시 키스를 안 할 모양인 듯했다. 고개를 끄덕였다.
“응...”
드디어 키스신 연습이 끝났구나. 방금까지의 상황이 얼떨떨했다.
마음이 흔들린 걸 보이면 파고들려고 할 것 같았다. 그냥 아무렇지 않은 척해야 할 듯했다.
“정하윤 캐릭터 이제 이해돼?”
“응... 근데 오빠.”
“어.”
“나랑 키스하니까 어땠어?”
“... 그냥 연기잖아.”
“연기여도. 뭐 느낌 없었어?”
“... 뭔 반응을 기대하는 거야?”
“글쎄. 그냥 설렌다거나 안 했어?”
“응.”
이수아가 픽 웃었다.
“거짓말.”
이수아가 두 손으로 침대를 짚고 산뜻하게 일어나서 방문 쪽으로 발을 뻗었다. 걷는 모습이 조금 삐걱거리는 느낌이었다. 첫키스한 충격으로 굳은 모양이었다.
이수아가 방문을 넘으면서 문지방을 밟고 살짝 휘청였다. 여유로운 척은 다 했으면서 저런다니. 표리부동한 게 왠지 미칠 듯이 귀여웠다.
이수아가 나를 등진 채로 문을 닫았다. 이내다다다 뛰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문지방을 밟고 균형을 잃은 게 창피해서 도망가는 중인가. 뛰는 모습을 눈으로 본 것도 아닌데 못 참도록 귀여웠다.
이수아가 가고 텅 비어 버린 방에 고요가 찾아왔다. 멍한 상태로 그대로 뒤로 쓰러져 침대에 누웠다. 이수아의 입술 감촉이 아직 선명했다.
홀로 남은 내 귀에 드럼처럼 거세게 박동하는 심장 소리만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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