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36화 〉 강성연네에서 저녁 식사 (4)
* * *
강성연이 오른손에 컵을 들고 다가오다가 나를 바라보면서 입을 열었다.
“너 집 언제 가?”
“모르겠어.”
“할 거 없음 또 겜 할래?”
“어, 그래.”
한두 시간 정도는 더 있는 편이 좋을 것 같았다. 그래야 강예린이 성연이랑 내 사이가 호전됐구나 하고 안심을 할 테니.
소파에서 일어났다. 강성연이 뒤돌아 자기 방 쪽으로 걸어갔다. 뒤따라 가 방에 들어갔다. 강성연이 컴퓨터랑 노트북을 켰다.
“문 닫아줘.”
“응.”
문을 닫았다. 강성연이 노트북 앞에 있는 학교 의자에 앉았다. 그러고는 커피를 한 입에 모두 들이켰다.
게이밍 의자에 앉고 입을 열었다.
“또 롤해?”
“응. 뭐 하고 싶은 거 있어?”
“아니 롤하자.”
“어.”
롤을 켜고 아이디를 접속했다. 바로 일반겜 듀오를 돌렸다. 강성연이 화면에서 시선을 떼고 나를 바라봤다.
“야.”
“응.”
“... 나도 뭐 해줄까?”
“아냐 괜찮아. 뭐 안 해줘도 돼.”
“...”
강성연이 큐를 끊고 나를 올려봤다. 겜할 생각이 없어졌나.
“왜?”
“겜하지 말고 얘기나 하자.”
“으응.”
“기다려봐.”
강성연이 유튜브를 켜서 알고리즘으로 뜬 힙합 플레이리스트 하나 눌러 틀고 소리를 키운 다음 다시 나를 바라봤다.
“지금 엄마 옆에 없어서 다시 묻는 건데, 우리 엄마랑 요리 프로그램할 생각 진짜 있어?”
“솔직히 별로 없어. 근데 왜? 엄마가 방송 나오는 거 싫어?”
“아니 뭐, 그것도 좀 거부감 드는 게 약간 있기는 해. 원래 방송 같은 거 제의 와도 안 하던 엄마인데 너 때매 억지로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그러니까. 근데 그것보다는 내가 아까 말했던 거가 맘에 걸려서. 따지고 보면 진짜 잘못한 거는 나인데 엄마가 보상하는 건 좀 아니다. 이해돼?”
“응. 근데 나는 개인적으로 보상이나 보답 같은 거 받을 이유 없다고 생각하고 있어. 너나 어머니한테나. 네가 나한테 잘못하기 이전에 내가 먼저 잘못했던 것도 있고 그러니까. 너 때렸던 것도 있고.”
“...”
강성연이 입을 우물거렸다. 가사를 잘 알 수 없는 외국 힙합이 귀에 들어왔다. 왠지 머쓱해서 시선을 돌려 컴퓨터를 봤다가 다시 강성연을 봤다. 이내 강성연이 다시 입을 열었다.
“고마워...”
살폿 웃었다. 작은 목소리가 귀여웠다.
“근데 갑자기 그런 말 하면 뭐 할 말이 없어지잖아...”
“무슨 말 하려고 했는데?”
“아니... 그냥 내가 잘못했던 거 뭐 어떻게 보상할지, 그리고 네가 나 챙겨주는 거 어떻게 보답할지 그런 거 물어보고 그러려 했는데, 네가 뭐 받을 맘도 없고 생각도 안 한다고 하니까...”
“으응. 근데 뭐 주는 거는 거절 안 할게. 초콜릿이나 그런 먹을 거 같은 거는.”
“어...”
강성연이 고개를 살짝 끄덕이다가 피식 웃었다.
눈썹을 치켜세웠다.
“왜?”
“아니, 내가 너한테 빵셔틀되는 거잖아. 막 먹을 거 조공하고 그러면.”
픽 웃었다.
“그게 그렇게 되나?”
“그렇게 되지. 일단 모양새가 이상하잖아.”
“으응. 근데 원래 내가 말했던 의도는 학교나 그런 데서 직접 사주는 게 아니라 기프티콘 같은 거 주는 거 얘기한 거였어.”
“음... 근데 너무 성의 없지 않아? 기프티콘 띡 주고 끝나는 거면.”
“이미 나랑 얘기 나눠서 내가 그렇게만 해줘도 괜찮다고 했으니까 별 상관없지.”
강성연이 흐음, 하고 콧소리를 냈다.
“그래도 너무 좀 아닌 거 같아. 몇천 원 몇만 원 하는 거로 대충 때우려는 느낌이니까.”
“으음. 확실히 주는 사람 입장에서 그렇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네가 생각해도 그렇지.”
“응. 그럼 아예 뭐 안 해주는 방향으로 가는 거 어때? 내 잘못 네 잘못 쌤쌤인 거로 하고.”
강성연이 살폿 웃었다.
“그건 좀.”
“달리 방법이 없잖아.”
“방법은 뭐 찾음 나오겠지. 정 안 나오면 네 말대로 기프티콘이나 주거나 빵셔틀하거나 하고.”
“아니 빵셔틀은 내가 원한 게 아니었는데?”
강성연이 킥킥 웃었다.
“그냥 좀 내가 발로 움직이는 동작이 추가돼야 잘못했던 거랑 내가 받은 거를 상환하고 있구나 하고 생각들 거 같아서.”
“음. 무슨 느낌인지는 알겠는데 그래도 빵셔틀 일은 안 해주는 게 좋을 거 같아. 아니 그냥 하지 말아줘. 남들이 보면 이상하게 생각할 거 같아서 약간 정신 고문일 거 같아.”
강성연이 눈웃음 지었다. 원래 같았으면 짜증을 유발했을 듯한 웃음인데 왠지 지금은 귀여운 감이 있었다.
“그래?”
“어. 진짜로.”
“네가 그러니까 오히려 더 하고 싶어지는데?”
“아니 왜요?”
“그냥 내가 너한테 보답하는 의미도 있는데, 네가 나한테 잘못했던 것도 있는 게 맞으니까 너 괴로워하는 거 보면서 약간 복수하는 느낌도 느끼고 할 수 있어서?”
헛웃음이 나왔다.
“발상이 너무 사탄 아니야?”
“사탄이라기에는 아기자기한 아이디어 아니야?”
“아기 사탄이라 하자 그럼.”
강성연이 픽 웃었다.
“존나 노잼.”
“노잼이라면서 왜 웃어.”
“몰라, 어이없어서 웃은 듯.”
피식 웃었다.
“그래서 진짜 빵셔틀처럼 하려고?”
“글쎄. 내일까지 한번 생각해볼게.”
“아니 그냥 하지 말라니까요.”
강성연이 웃었다.
“네가 그러면 더 하고 싶어진다니까요?”
“그럼 하지 말라고 안 하면 안 할 거야?”
“생각해보고.”
헛웃음 섞인 한숨이 나왔다. 강성연이 또 킥킥 웃었다.
“아, 존나 웃기네 진짜.”
“웃었으니까 빵셔틀짓 하지 마.”
“웃은 거랑 빵셔틀이랑 무슨 연관이 있는 거야?”
“몰라, 그냥 하지 마.”
강성연이 히 웃었다.
“안 되겠다. 해야겠다.”
“아 왜.”
“그냥 그게 맞다 싶어.”
뭐라 할 말이 없었다. 그냥 기막혔다.
“세상에 빵셔틀 자처하는 사람 너밖에 없을 듯.”
“최초에 유일하다는 타이틀? 오히려 좋아.”
헛웃음이 나왔다.
“진짜 진심으로 하려고 하는 거야?”
“어. 근데 일단 내일 되면 맘 바뀔지도 모르니까 미리 걱정하지 마.”
“지금 네가 마음을 먹었다는 데에서 이미 걱정이 되는데요?”
“그렇게 걱정되면 빨리 잠이나 자서 생각 멈추든가.”
“바로 자려면 여기에서 잘 수밖에 없는데.”
강성연이 입을 비틀었다.
“에, 아무리 그래도 내 방에서 자는 건 좀.”
이걸 다큐로 받는다고? 살짝 당황스러웠다.
“아니 난 진짜 여기에서 자겠다는 의미로 말한 게 아니라 잠자는 거로 걱정 해결하는 건 좀 아니라고 말한 거였어.”
“풋, 왤케 진지하게 받아들여?”
“아니 네가 그렇게 답을 했으니까...”
강성연이 픽 웃었다.
“넌 내가 이성으로 보여?”
“너 여자잖아 미친년아...”
강성연이 끅끅대면서 오른손등으로 입을 가리고 웃었다. 휘어진 눈꼬리가 고운 선을 그렸다.
“아, 반응 진짜 존나 웃긴다.”
“아냐 나 별로 안 웃겨.”
“풋, 아닌데? 존나 웃긴데? 완전 인간 웃음벨인데?”
헛웃음이 나왔다. 강성연이 장난꾸러기처럼 웃는 소리랑 제목이 뭔지 모를 외국 힙합 소리가 동시에 귀에 들렸다. 강성연이 고개를 살짝 숙여서 차츰 웃음을 잦아들게 하고는 왼손으로 마우스를 움직여 플레이리스트를 정지했다.
“하아... 너 전화 온 거 같은데?”
“응?”
오른 주머니를 만졌다. 폰은 울리지 않고 있었다.
“진동 안 하는데?”
“그래? 내가 잘못 느꼈나?”
“끊어졌나?”
“한번 봐봐.”
“응.”
오른 주머니에서 폰을 꺼냈다. 강성연이 못 보는 각도로 폰을 고쳐 쥐고 잠금을 푼 다음 상태바를 내려 봤다. 부재중 전화는 없었다. 그냥 문자만 와 있었다.
“전화 안 왔어?”
“응. 문자. 잠만 볼게.”
“어.”
메시지 앱을 열고 확인했다. 방금 전에 백지수랑 송선우가 문자를 보내온 게 있었다. 백지수가 보낸 것부터 눌렀다.
[언제 와?]
[삼 분 안에 답 안 하면 오늘 문 안 열어줌.]
입꼬리가 올라갈 것 같았다. 억지로 무표정을 유지하고 곧 갈게, 라고 쓴 다음 전송했다. 송선우가 보낸 문자도 확인했다.
[빨리 와 나 너 보고 싶어]
빨리 갈게, 라고 답장하고 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강성연을 바라봤다.
“나 슬슬 가야 될 거 같아.”
“왜? 누구랑 문자 했는데?”
“그냥, 나 드라마 준비하는 거 여동생이랑 같이 하는데, 걔가 같이 연습하자고 나 불러서 가봐야 될 거 같애.”
“으응...”
강성연의 얼굴이 살짝 떨떠름해졌다.
“근데 그 애 내가 그 욕했던 거 알아...?”
“음, 내가 얘기 안 해서 아마 모를걸.”
“으음. 다행이다 그럼.”
“근데 너 여태 그거 신경 쓰고 있었어?”
“당연히 신경 썼지... 근데 그 얘기 꺼내기 어려워서 말만 안 했던 거고...”
“으응.”
고개를 끄덕였다. 강성연이 시선을 아래로 내리고 왼손으로 테이블을 톡톡 쳤다.
“... 너 없는 데서 욕하고 학폭위로 등교 정지시켜서 미안해. 이제와서 사과하는 것도 미안하고...”
피식 웃었다.
“뭐 그렇게 미안한 게 많아.”
“아니.”
강성연이 눈살을 찌푸렸다.
“나 지금 진지하게 말한 거야.”
“나도 알아. 그냥 네가 진지한 게 간지럽고 어색해 가지고.”
“... 근데 너도 나한테 잘못했었잖아...”
점점 목소리가 작아지는 게 귀여웠다. 살폿 웃고 입을 열었다.
“미안해. 지수한테 고백했을 때 장난쳤던 거랑 먼저 주먹 날렸던 거.”
“... 너 지금 나 놀리는 거지.”
“조금.”
“... 이거 순 개새끼네...”
눈웃음 짓고 표정을 고쳐 장난기를 지웠다.
“미안해.”
“... 응...”
강성연이 나를 올려봤다.
“근데 너 나한테 사과해야 될 거 하나 더 있잖아.”
“뭐?”
“...”
강성연의 얼굴이 붉어졌다.
“진짜 몰라서 그래?”
“으음, 응.”
“... 너 때매 나 오줌싸개 됐잖아...”
“아...”
강성연 실금했었지.
“미안. 그거는 말 꺼내면 싫어할 거 같아서 일부러 안 말했어.”
“... 잘했어.”
피식 웃었다.
“응.”
얼굴이 홍당무가 된 강성연이 눈을 찡그렸다.
“왜 웃냐?”
“웃겨서.”
“진짜 개 패고 싶네.”
“맞기 전에 도망가야겠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강성연이 따라 일어섰다.
“진짜 간다고?”
“응. 자고 갈 순 없잖아.”
“아니 뭐 이불 남는 건 있으니까 거실이나 그런 데에 재워주는 건 가능해.”
픽 웃었다.
“됐어. 여동생이 화내.”
“... 둘이 사이 꽤 좋은가 봐?”
“그럭저럭인 거 같아.”
“응. 집에는 어떻게 가?”
“아마 대중교통?”
“엄마 차 타고 가.”
“아냐 괜찮아.”
방문을 열고 나섰다. 강성연이 뒤따라 나와 왼편에 나란히 걸었다.
거실 롱소파에 앉은 강예린이 폰을 보고 있다가 고개를 들어 나를 쳐다봤다.
“이제 가니 온유야?”
“네. 가려구요.”
“더 있어도 되는데.”
“아뇨, 할 일 있어 가지고요.”
“으응... 알겠어.”
강예린이 소파에서 일어났다.
“내가 바래다줄게.”
“아, 저 그럼 역까지만 바래다주세요.”
“아냐, 그냥 집까지 데려다줄게.”
“아녜요. 저 진짜 괜찮아요.”
“흐음. 알겠어 그럼.”
현관으로 가서 신발을 꺼내 신었다. 강예린도 신발을 꺼내 신었다.
강성연이 팔짱을 끼고 있다가 오른손을 들어 흔들었다.
“잘 가.”
“응. 잘 있어.”
“어. 잘 자고.”
“너도.”
문을 열고 나갔다. 강예린이 같이 나와서 문을 닫고 다다다 달려와 내 오른편에 섰다. 얼굴이 싱글벙글했다.
“고마워 온유야.”
“왜요?”
“그냥, 성연이랑 친하게 지내줘서.”
“아.”
미소 지었다.
“네.”
강예린이 미소로 화답했다. 차고로 갔다. 강예린이 조수석 문을 열어주고 운전석으로 가 앉았다.
조수석에 앉아 차 문을 닫았다. 강예린이 차에 시동을 건 뒤 벨트를 매는 걸 보고 따라서 맸다. 강예린이 나를 봤다가 차를 몰기 시작했다. 서울의 거리가 빠르게 눈을 스치고 지나갔다.
“성연이 되게 밝아졌지 않아?”
“네, 예전이랑 점점 비슷해지는 거 같아요.”
“흫. 그치. 진짜 다행이야, 너 있어서.”
“네...”
답하는데 기분이 살짝 묘했다. 내가 없었으면 성연이가 지금처럼 몰리지도 않았을 텐데. 물론 성격적으로 다른 애랑 갈등을 빚고 친구들과 불화를 겪을 수야 있겠지만, 나랑 만든 갈등만큼 크고 깊은 것을 만들고 친구들에게 기피당할 정도로 비호감으로 찍히지는 못했을 거였다.
강예린이 다시 입을 열었다.
“난 예전보다는 요즘 우리 딸이 더 좋은 거 같애. 조금 더 부드러워진 느낌도 들고.”
“아아. 네. 확실히 날 선 느낌은 좀 줄어든 거 같아요.”
“그니까. 적당히 뭉툭해진 거 같아. 자기 개성은 안 흩어지고 딱 사람들한테 미움 안 받을 정도로.”
“으음, 그 평가가 정확한 거 같아요.”
강예린이 눈웃음 지었다.
“내가 성연이 엄마니까.”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었다. 누구보다 딸을 많이 봐온 어머니이니 타인의 눈에 어떻게 보일지 알 수밖에 없을 거였다.
살짝 나른했다. 저녁을 배불리 먹고 그런 건가.
“저 잠시 눈 감아도 될까요?”
“어. 편히 쉬어.”
“네, 감사합니다. 말씀 계속 걸어주셔도 돼요.”
“응. 고마워.”
눈을 감았다. 강예린이 더 말을 걸어오지는 않았다. 잠이 몰려왔다. 자면 안 될 거 같은데. 아니 또 지수랑 선우랑 하게 될 거니까 지금 자둬야 되나. 알 수 없었다.
의식이 흐릿해졌다가 다시 또렷해지기를 반복했다. 시간이 얼마나 흐른 건지 잘 체감이 안 됐다.
차가 멈춰 서는 게 느껴졌다. 차창을 봤는데 지하철 출구가 보였다. 벌써 다 왔나. 양손 손등으로 눈을 비비고 강예린을 바라봤다. 강예린이 빙긋 웃었다.
“일어나 있었구나.”
“네. 데려다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냐. 근데 진짜 집까지 안 데려다줘도 돼?”
“네. 괜찮아요. 태워주셔서 감사해요.”
“응.”
차 문을 열고 내린 다음 강예린을 보며 고개 숙였다.
“안녕히 들어가세요.”
강예린이 미소 지었다.
“그래. 너도 잘 가.”
“네. 문 닫을게요.”
“응.”
조수석 문을 닫았다. 강예린이 차 안에서 오른손을 흔들었다. 미소 지으면서 양손을 흔들고 등 돌려 역 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고개를 슬쩍 돌려 도로를 봤다. 강예린의 차가 떠나가고 있었다.
이제 지수 별장으로 가서 지수랑 선우를 보고 잠들고 내일을 맞이해야 했다. 근데 내일은 또 뭐할까. 수요일이니까 동아리 하려나. 등교 정지 때문에 이 주 동안 참여 안 했는데 얼마나 진행됐을까. 한번 선우한테 물어봐야 할 듯했다. 폰을 꺼내고 동아리 진도 얼마나 나갔는지 묻는 문자를 보냈다. 금방 숫자가 사라지고 답장이 왔다.
[서예은이 아직 강사하고 있어.]
[아 그래?]
[응. 연기하는 거 보고 알려주는 형식으로 하고 있어.]
[으응]
[빨리 와. 너 없는 동안 동아리 어떻게 됐는지 내가 아는 대로 상세하게 알려줄게.]
[알겠어 바로 갈게]
[응]
백지수에게 지금 가고 있다고 문자하고 폰을 끈 다음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서예은은 최근에는 연기 활동을 아예 안 하면서 쉬는 건가. 여태 영화든 드라마든 가리지 않고 많이 찍어왔으니 쉴 법도 하다 싶었다.
그나저나 현실의 서예은은 어떤 사람일까. 영화나 드라마에서 그려지는 모습만 생각하면 어리고 청순한 이미지가 강해서 학생 중 한 명으로도 보일 수 있을 거 같은데. 강단에 서면 과연 어떨지 궁금했다. 이제 바로 내일이면 볼 수 있을 거였다. 살짝 기대감이 들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