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8화 〉 새엄마의 남편이자 새여동생의 새아빠 (2)
* * *
화장실로 가 하체만 빠르게 씻고 다시 거실로 나갔다. 이수아가 소파에 누워 폰을 보고 있었다.
“이수아.”
이수아가 드러누운 채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봤다.
“왜?”
“저녁 뭐 먹고 싶어?”
“해주게?”
“내가 할 수 있는 거면.”
“됐어. 엄마가 저녁 차려준다 했어.”
“으응. 근데 넌 요리하는 거 안 도와줘?”
이수아가 눈살을 찌푸렸다.
“도와줄 거였거든.”
“그럼 왜 지금은 그러고 있어?”
“엄마 아직 자고 있으니까.”
“자는 줄은 어떻게 알아.”
“씨... 내가 아까 두 번 전화 걸었는데 다 안 받았거든?”
내가 윤가영을 따먹고 있었을 때 얘기인가.
“삼고초려는 했어야지.”
“아 존나...”
이수아가 자리에서 일어서고 주방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뒤를 쫓다 이수아의 오른편에 서서 나란히 걸었다. 이수아가 의자를 꺼내고 자리에 앉았다. 이수아 왼편에 있는 의자를 꺼내 앉았다. 이수아가 아직도 불만스러운 듯 얼굴을 살짝 찌푸리고 있었다.
“넌 왜 옴?”
“내가 궁금한 건데. 너는 왜 주방 왔어?”
“네가 엄마 요리하는 거 거들라면서. 넌 왜 왔는데?”
“나도 네 엄마가 요리하는 거 거들게.”
“존나 네 엄마라고 할래?”
“미안.”
그런데 윤가영을 연인으로 두고 있는 내 입장에 네 엄마라고 말하는 게 크게 어폐가 있는 것은 아닐 터였다.
이수아가 콧숨을 내쉬었다.
“화났어?”
“어.”
“미안해.”
“... 말 좀 착하게 해. 나한테는 몰라도 우리 엄마한테는.”
“알겠어.”
“우리 엄마가 네 새엄마이기도 하잖아. 근데 왜 자꾸 호칭 이상하게 불러.”
“잘못했어. 미안해.”
“... 다시 또 우리 엄마보고 네 엄마 그러면 진짜 나 너 조져버릴 거야.”
“안 할게 진짜.”
“... 어.”
이수아가 고개를 돌렸다. 이윽고 발소리가 들렸다. 머리를 금방 말린 게 티가 나는 윤가영이 검은 브라탑에 검은 돌핀팬츠 차림으로 나타났다. 가만히 있어도 어깨랑 허리에 부담이 갈 것 같은 커다란 가슴과 가는 허리의 가운데에 중심처럼 자리한 일자 배꼽, 그리고 아기를 낳기에 최적화된 형태를 자랑하는 골반이 눈을 사로잡았다.
윤가영이 나랑 이수아를 보고 흠칫 놀란 표정을 지었다.
“엄마...”
이수아가 충격에 물든 내색을 보였다.
“으, 응...?”
“...”
이수아가 자리에서 일어나 윤가영에게 다가갔다. 이수아가 윤가영의 앞에 서서 내가 윤가영을 못 보게 가리고는 두 손으로 윤가영의 양팔을 잡았다.
“엄마 잠깐만 돌아가자...”
이수아가 속닥거렸다. 얼굴이 발그레해진 윤가영이 가만히 이수아를 바라봤다.
“왜...?”
“아, 좀...”
윤가영이 살짝 뒷걸음질을 쳤다. 이수아가 윤가영의 몸을 가리면서 발맞춰 움직였다.
“진짜 왜...?”
“뒤에 오빠도 있는데... 엄마 지금 옷차림 너무...”
“이렇게 입으면 안 돼...?”
“안 되는 건 아닌데... 그래도 너무 야하잖아...”
“안 야한데...”
윤가영은 창피하지 않은 걸까? 얼굴이 붉어진 것을 보면 창피를 느끼기는 하는 거 같은데.
“그리고 엄마 원래 옷 이렇게 안 입잖아...! 엄마 원래 브라탑 갖고 있었어...?”
원래 저렇게 안 입으면 나한테 보여주려고 입었다는 건가? 자지가 빠르게 부풀어올랐다.
“브라탑 원래 요가할 때 썼어... 그리고 나 돌핀팬츠도 많이 입잖아...”
“... 알겠어. 돌핀팬츠까지는 알겠는데... 아무리 그래도 브라탑은 너무...”
“... 그럼 그냥 온유한테 물어보자. 야한지 아닌지.”
“야하다 하지 이거는...!”
“그니까, 물어보자구.”
“아니 엄마 진짜 왜 그래...”
“... 나 그냥 옷 갈아입기 귀찮아서...”
이수아가 나직이 한숨을 내쉬는 소리가 들렸다.
“딱 한 번만 귀찮아주면 안 돼...? 부탁이야 엄마...”
“... 알겠어. 근데 온유가 부담스럽다고 하면 그때 갈아입을게.”
“만약에 아니라고 하면 어쩌게...?”
“그럼 그냥 있어도 되는 거지.”
“아 엄마아...”
“너무 과민하게 굴지 마... 온유 어차피 내 아들인데...”
머리가 빙빙 도는 느낌이었다. 나한테 존나 따먹힌 새엄마가 딸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새아들한테 야한 모습을 보여주기만을 위해 고집을 부리는 이 상황이 너무 어지러웠다. 그런데 어지러운 만큼이나 미치도록 꼴리기도 했다.
“... 엄마 맘대로 해.”
“응...”
윤가영이 이수아를 지나쳐서 내 쪽으로 천천히 걸어왔다. 달아올라 있는 얼굴이 금방 섹스를 마친 사람처럼 보였다.
“온유야...”
괜히 목이 탔다. 조용히 침을 삼켰다.
“네.”
“내 옷차림 이상해...?”
이수아가 윤가영의 뒤에서 나를 째려봤다. 눈빛이 나를 녹이기라도 할 것 같았다.
“아니요. 안 이상해요.”
“그치...”
이수아가 오른손을 말아쥐어서 턱 아래까지 들어 올렸다. 어퍼컷을 날리겠다는 걸까. 마냥 귀엽게만 보였다.
윤가영이 입을 열었다.
“나 이대로 입고 있어도 되지...?”
“당연하죠.”
이수아가 오른손 엄지를 세워 목을 긋는 제스처를 취했다. 윤가영이 뒤돌아서서 이수아를 바라봤다.
“온유가 된다잖아...!”
“알겠어.”
“나, 나 이대로 입는다...?”
“엄마 맘대로 해.”
“어...”
윤가영이 뻣뻣하게 움직여서 냉장고를 열었다. 이수아가 눈으로 윤가영을 좇다가 나를 바라봤다.
“왜?”
“아냐.”
픽 웃었다. 이수아가 눈을 부라렸다. 어깨를 으쓱였다. 이수아가 콧숨을 내쉬고 윤가영의 왼편에 섰다. 윤가영이 식재료를 이것저것 꺼내는 동안 이수아가 거들었다. 지금 보니 다 같이 검은 상의에 검은 바지를 입고 있었다. 아마 윤가영은 내 옷에 맞춰 커플룩 느낌으로 입고 온 모양이었다.
“오빠, 안 도와줄 거야?”
이수아가 물었다.
“도와줘야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냐 다 했어 온유야.”
“요리 도와야죠.”
“아, 고마워...!”
이수아가 윤가영을 흘깃 봤다가 나를 쳐다봤다.
“뭐 할 줄 알고 도와준다 그래?”
“뭐든지 밑준비 같은 거는 할 수 있잖아. 하다못해 청소나 설거지 같은 것도 가능하고.”
“온유 말이 맞아.”
윤가영이 나를 지지했다. 웃음이 나왔다. 윤가영은 하는 짓 하나하나가 다 귀엽기 그지없었다.
이수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내게 사나운 눈빛을 보냈다. 지금 이수아도 귀여웠다.
그냥 모녀가 쌍으로 귀여웠다. 차이점이 있다면 윤가영은 순종적인 개처럼 꼬리를 흔들면서 헥헥거리며 대놓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이는 귀여움을 가지고 있다면 이수아는 성질 더러운 고양이처럼 틱틱대면서도 이따금 호감을 드러내는 귀여움을 갖고 있다는 거였다.
“양파나 찹해.”
이수아가 말했다.
“알겠어.”
도마를 꺼내고 양파를 다졌다.
“그래서 오늘 요리 뭐 하는데?”
“김치볶음밥이랑 차돌박이 구울 거야. 온유야.”
윤가영이 프라이팬을 가스레인지 위에 올리면서 상냥하게 답했다.
“차돌은 김치볶음밥 만들 때 안 써요?”
“응? 절반은 볶음밥에 넣구, 반은 그냥 구워서 먹게.”
“계란프라이도 할 거죠?”
“당연하지.”
이수아가 윤가영이랑 내가 대화하는 모습을 조용히 관망했다. 이수아가 집게로 차돌박이를 흰 접시에 조금 옮겨담고 입을 열었다.
“둘이 언제 이렇게 사이 좋아진 거야?”
왠지 나한테 묻는 것 같지가 않았다.
“그냥 내가 일방적으로 친한 척하는 거야.”
윤가영이 말했다. 이수아가 흥, 하고 짧게 콧방귀를 냈다.
“오빠도 엄마랑 친해지고 싶은 거 같은데?”
“흫... 그래?”
이수아가 허리를 펴고 윤가영을 바라봤다.
“엄마 되게 좋아한다?”
“아니이... 그냥 여태 사이 안 좋았다가 지금 바뀌었다고 생각하니까 그게 좋은 거지...”
“흐응...”
“김치도 다질까요?”
“응. 도와줘서 고마워 온유야.”
윤가영의 목소리가 들뜬 느낌이었다. 참 기분을 알기 쉬운 사람이었다.
양파를 흰 접시에 치우고 김치를 하나 꺼내서 도마에 올렸다.
“이파리 많이 들어가게 해줘.”
이수아가 말했다.
“응.”
3인분 정도 되게 숭덩 자르고 나머지를 도로 봉지에 넣었다. 이수아가 국자로 김치 국물을 몇 번 떠서 그릇에다가 담고는 김치 봉지를 봉했다. 이수아가 김치통의 뚜껑을 닫고 김치통을 냉장고에 넣었다.
시선을 도마로 옮겨 김치를 빠른 속도로 잘게 썰어냈다. 윤가영이 테이블에서 차돌박이를 가져가서 달아오른 프라이팬에 구웠다. 치이익, 하고 고기 굽는 소리가 주방을 메웠다. 이윽고 허기를 자극하는 냄새가 풍겨왔다. 이수아가 윤가영의 왼편으로 갔다.
“엄마 나 배고파...”
“나두.”
“김치 가져다줄까요?”
내가 물었다.
“응. 고마워 온유야.”
도마를 가져갔다. 이수아가 불퉁한 표정을 지은 채 윤가영을 보고 있었다. 윤가영이 고마워, 라고 말하면서 도마에 있는 김치를 프라이팬에 넣었다.
“엄마 진짜 너무 다 고마워하는 거 아냐? 오빠가 하는 거면?”
“그냥 고마워서 그러지.”
“나한테두 그래주지.”
윤가영이 차돌박이와 김치를 볶으면서 이수아에게 미소 지었다.
“우리 딸도 고마워.”
“으응. 봐줄게.”
“고마워.”
이수아가 히 웃었다.
“양파도 갖고 와 오빠.”
“그래.”
뒤돌았다.
“고마워 온유야.”
“엄마 또 오빠한테만 고맙다고 하고.”
“딸이 가져왔으면 딸한테 고맙다고 했지요.”
“힝. 그냥 내가 할걸.”
윤가영이 히 웃는 소리가 들렸다.
“우리 딸 왜 이렇게 귀여워?”
다진 양파가 담긴 접시를 가져갔다. 윤가영이 고마워, 라고 말하면서 양파 찹을 프라이팬에 넣고 함께 볶았다.
“하나만 부탁해도 돼요 우리 딸?”
“무슨 부탁?”
“계란프라이 좀 해줘.”
“알겠어.”
이수아가 계란 세 개를 가져왔다.
“저는 뭐 더 할 거 없어요?”
“테이블에 고기 구울 수 있게 휴대용 가스버너랑 프라이팬 세팅해줘.”
“알겠어요.”
뒤로 가 치워야 할 것들을 치우고 테이블을 세팅했다. 그러는 동안 윤가영이 알아서 김치 국물 같은 것을 가져가서 썼다.내가 더 할 것은 없는 듯했다. 그냥 내가 앉았던 자리에 앉아서 윤가영 이수아 모녀를 지켜봤다.
윤가영과 이수아가 나란히 서서 요리하는 모습이 퍽 단란해 보였다. 그와 별개로 둘 다 돌핀팬츠를 입고 있어서 살집 있는 허벅지와 엉덩이 밑살, 그리고 골반이 가감 없이 드러난 모습이 성기를 자극했다. 가만히 보면 윤가영보다 이수아가 키가 아주 약간은 더 컸는데, 그 키 차이도 묘하게 성적 흥분을 가져다줬다. 윤가영이랑 또 섹스하고 싶었다.
순간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왔다.
“왜 웃음?”
이수아가 뒤돌아보지도 않고 물었다.
“그냥.”
문득 돌이켜보니 기가 막혔다.
겉으로 보기에 우리는 꽤 화목한 가정이라고 할 수 있을 거였다. 하지만 속사정을 다 까보면 불륜으로 만들어진 가정이고, 내연녀였던 새엄마라는 여자는 자기 딸을 속여가면서 새아들에게 사랑을 속삭이고 있는, 망가질 대로 망가진 가정이었다. 막장도 이런 막장이 없었다.
세상 어느 집도 우리 집보다 더 어그러질 수는 없을 거였다.
우리 집도 지금보다 더 어지러워지는 것은 불가능할 거였다. 내가 수아랑도 섹스하지 않는 이상에야 그럴 터였다.
왠지 모르게심장이 바삐 뛰기 시작했다.그런 상황은 정말 일어날 리 없을 건데.이마가 뜨거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심장의 근육이 불수의근이라는 게 체감됐다. 진짜 완전히 제멋대로였다.
그러니까,이렇게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은 내 잘못이 결코 아니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