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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어머니가 생겼다-239화 (239/438)

〈 239화 〉 왜 그래요 (4)

* * *

집에 들어갔다. 배고파서 발이 절로 주방 쪽으로 갔다. 먹은 게 도넛 하나에 우유뿐이었으니 당연했다. 주방 테이블에는 어제처럼 위스키병과 술잔과 먹다 남긴 음식이 있는 흰 접시가 하나 있었다. 그리고 검은 브라가 비쳐 보이는 흰 반팔 티셔츠를 입은 윤가영이 어제처럼 두 팔을 테이블에 대고 엎드리고 있었다. 또 술 취했나. 한숨이 나왔다. 다가섰다. 윤가영의 발치에 멈췄을 때 오른발에 물기 어린 뭔가가 느껴졌다. 아니 뭘 흘렸길래. 밑을 내려봤다. 살구색 팬티만 입고 있어서 훤히 드러난 윤가영의 허벅지와 엉덩이가 먼저 보였다. 순간 밑에 아무것도 입지 않은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인텔에서 윤가영의 가슴을 본 기억이 머리를 스쳤다. 자지가 꼿꼿이 섰다. 아니 존나 왜 바지를 벗고 있지? 어이없었다.

바닥을 보니 윤가영의 발치에는 두루마리 휴지를 뜯고 쌓아놓은 게 있었다. 액체에 축축이 젖어서 내 오른발에 닿았을 때 물기가 느껴진 거였다.

아니 치울 거면 바로 치우지 왜 이걸 그냥 내버려두고 잠이나 잘까. 그것도 속옷 차림으로. 도저히 이해가 안 됐다.

두어 발짝 뒷걸음질 치고 주방 바닥을 둘러봤다. 윤가영이 입었을 거로 생각되는 검은 돌핀팬츠가 주방 한쪽 구석에 내팽개쳐져 있었다. 주사가 바지 벗고 뭐 사고 친 다음 다 내팽개쳐두고 자는 건가? 지독한 술버릇이었다. 작게 한숨 쉬었다. 깨우긴 깨워야 할 텐데. 발기한 상태로는 깨울 수 없었다. 몸을 돌려 냉장고를 열고 점심으로 뭘 먹을까 고민했다. 만들 생각을 하니 귀찮아졌다. 그냥 배달이나 시켜야 할 듯했다. 냉장고를 닫고 벽지를 보면서 자지가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렸다. 윤가영의 오른편으로 가 두 손을 윤가영의 오른 어깨에 대고 흔들었다. 윤가영이 으응, 하고 귀여운 소리를 냈다.

“뭐 해요?”

“아...”

“뭐 하나구요.”

“몰라아...”

지금 애교부리는 건가? 자지가 솟아올랐다. 아니 난 왜 또 발기할까. 짜증 났다.

“내가 여기서 자지 말랬죠.”

“...”

윤가영이 고개를 들어 나를 쳐다봤다. 윤가영의 두 볼이 발그레했다. 입술 오른쪽이 약간 번들거리는 게 침을 흘리고 잔 듯했다. 이상하게 더럽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윤가영이 나를 바라보면서 히 웃었다. 눈꼬리와 입꼬리가 곱게 휘어졌다. 가슴이 살짝 떨렸다. 윤가영이 입술을 열었다.

“어뉴야...”

“... 뭔데 침 흘리고 자요.”

“침...? 어디...?”

윤가영이 상체를 세우고 오른손 중지로 왼쪽 입꼬리부터 눌러보고 오른쪽 입꼬리를 눌렀다.

“아...”

“닦아요 빨리.”

“알게써...”

윤가영이 손바닥으로 오른쪽 입가를 닦고는 나를 바라봤다.

“나 이제 어디 이상한 데 없지...?”

“...”

옷차림을 말해줘야 하나.

“지금 나한테 이미지 관리하는 거예요?”

“그치...?”

“그럼 바지는 왜 안 입었어요?”

“바지를 안 입었다고...?”

윤가영이 자기 밑을 내려봤다. 윤가영이 헉 소리를 냈다.

“노출증이에요?”

윤가영이 나를 올려봤다. 동공이 높은 진도로 흔들리고 있었다.

“아니 온유야 이게...!”

“취하면 옷 벗고 그래요?”

“어, 으응...”

뭔가 수상했다. 정확히 왜 느껴지는지는 규명되지 않는 의심이었다.

“발치에 흘린 건 뭐예요?”

“발에...?”

윤가영이 다시 밑을 내려봤다. 시선이 절로 윤가영이 바라보는 곳을 따라갔다. 윤가영의 하얀 허벅지랑 커다란 골반, 엉덩이가 다시 보였다. 자지가 껄떡거렸다. 천장을 쳐다봤다. 조명이 켜지지 않아서 눈이 아프지는 않은 게 다행이었다.

“물, 술이야.”

고개를 내려 윤가영의 얼굴만 보기 위해 노력했다. 윤가영이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래서 물이에요 술이에요?”

“그니까, 일단 술이야.”

“물이라 한 건 말실수예요?”

“으응...”

오른손 검지로 위스키병을 가리켰다.

“근데 당신이 마신 게 이거면 왜 색이 그래요?”

“색...?”

윤가영이 다시 밑을 봤다. 시선이 따라갈 거 같아서 그냥 허공을 봤다.

“이게...”

“이게 뭐요?”

“... 원래 소주 마시고 있었는데 흘려서 그래...”

“소주 마시다 위스키로 갈아탔다고요?”

“응...”

“식성이 신기하네요.”

“그치...”

피식 웃었다. 목소리가 줄어드는 게 웃겼다.

“왜 그래요 반응이.”

“아니 그냥, 치워야 되니까...기다려 봐...”

“빨리 치워요.”

“응...”

조용히 한숨을 쉬었다. 고개가 아팠다. 목을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스트레칭하고 뒤랑 앞으로도 했는데 윤가영이 어느새 일어나서 까치발을 들고 두 손으로 내 눈 위를 덮었다.

“뭐 해요.”

“보지 말아줘...”

“뭘요?”

“나 치울 때까지눈감아 줘...”

“왜요?”

“... 나 진짜 창피해...”

“그러길래 누가 팬티만 입고 있으래요?”

“아니 너...!”

입꼬리가 절로 올라갔다. 억울하다는 듯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는 게 웃기고 귀여웠다.

“언성은 왜 높여요?”

“아냐...”

“그래서 뭐가 억울했는데요?”

“너 집 잘 안 오니까...”

“어제는요.”

“... 그래도 오늘은 평소처럼 말도 없이 나갔으니까... 또 떠난 줄 알았어...”

픽 웃었다.

“또 며칠 동안 집에 안 올 거 같아서 술버릇 나올 정도로 편하게 마시고 취했는데. 갑자기 예상치 못하게 집에 와 버려서 추태를 보여 가지고 창피해 죽겠다, 그거예요?”

“... 응...”

“근데 결국에는 당신 잘못이잖아요.”

“맞아... 다 맞으니까, 미안하니까... 잠시만 눈감아줘...”

“알겠어요.”

두 눈을 감았다.

“감았어...?”

“네.”

“으응...”

두 눈가에서 윤가영의 손이 떨어지는 게 느껴졌다.

“그대로 있어야 돼...?”

“네. 바지나 입어요.”

“응... 진짜 잠깐만 있어...”

앗, 하고 놀라는 소리가 들렸다. 이어서 액체가 꼴꼴거리면서 병 주둥이에서 빠져나오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병이 깨지는 소리는 안 들렸는데. 뭔 상황인지 궁금했다. 눈뜨고 싶었다.

“뭐 깨진 거 없죠?”

“안 깨졌어...”

“뭐 한 거예요? 나 눈 떠도 돼요?”

“눈뜨지 마...!”

콧숨을 내쉬었다.

“뭔 상황인데요?”

“나 또 흘렸어...”

“또 뭘 흘려요.”

“술...”

헛웃었다.

“당신 바보예요?”

“... 나 바보 맞나 봐...”

“그런데 탁자 위에 있는 걸 어떻게 흘려요?”

“... 마시려다가...”

“술을 왜 또 마시는데요?”

“맨정신으로 못 있을 거 같아서...”

어이없었다. 한편 그럴 만한 거 같기도 했다. 나였어도 윤가영처럼술을 마시려 했을 거였다. 그렇다고 흘리지는 않았겠지만.

콧숨을 내쉬었다. 잠시 기다리다 입을 열었다.

“나 눈떠도 돼요?”

“안 돼!”

“바지 아직도 안 입었어요?”

“응...!”

“바지 먼저 입어야 할 거 아니에요.”

“나 일단 치우고 입을게!”

“아니 입고 치워요.”

“내가 알아서 할게...!”

콧숨을 내쉬었다. 윤가영이 조금 답답했다. 나를 눈감게 시켜놓은 채 칠칠치 못하게 뭘 또 흘려대고는 그걸 닦은 다음에야 바지를 입겠다고 하는 걸까.

두루마리 휴지를 돌돌 돌리고 뜯는 소리가 빠르게 반복되어 들렸다. 굉장히 분주한 모양이었다.

난 왜 이렇게 눈 감고 서 있을까. 현자타임이 왔다. 그냥 눈을 떴다. 여전히 팬티만 입고 있는 윤가영이 의자 옆에 쪼그려 앉아서 오른손에 휴지를 돌돌 말고 있었다. 원래 있었던 휴지들 옆으로 위스키병이 세워져 있었고, 위스키병이 있는 쪽에 액체가 조금 흘려져 있었다. 그 액체 위로 듬성듬성 새로이 뜯은 휴지 뭉치가 올라가 있어서 천천히 젖어갔다.

윤가영이 한숨을 쉬었다. 왠지 고개를 들려는 것 같았다. 들키면 안 되는데. 목 주변에 짜릿한 느낌이 들었다. 윤가영의 고개가 움직이는 게 보이자마자 눈을 질끈 감았다.

“나 눈 뜰 거예요.”

“뜨지 마...! 나 닦고 있단 말야...!”

“아니...”

“진짜 잠깐만 기다려 줘...”

“... 나 눈 뜨고 위만 보면서 주방에서 나갈게요.”

“아냐 진짜 제발 잠깐만... 나 바지부터 입을 테니까...”

“네.”

걷는 소리가 들렸다. 다행히 내가 눈뜬 것을 들키지는 않은 듯했다. 하아, 하, 하고 입으로 숨 쉬는 소리가 들렸다. 왠지 야했다. 발기한 자지가 껄떡거렸다. 짜증스러웠다.

“입었어요?”

“응...”

“나 눈 떠요?”

“떠...”

한숨 쉬고 두 눈을 떴다. 윤가영이 쪼그려 앉아서 적셔진 휴지 뭉치를 두 손으로 끌어모으고, 일어서면서 들었다. 휴지 뭉치에서 액체가 똑똑 떨어졌다. 이유를 알 수는 없는데 민망한 느낌이 들었다. 시선을 올렸다. 윤가영과 눈이 마주쳤다. 왠지 눈빛이 촉촉했다. 볼도 발그레했다. 윤가영의 분홍빛 입술이 열렸다.

“나 좀 안 봐주면 안 돼...?”

“... 왜요?”

“그냥... 창피해...”

“빨리 버리기나 해요.”

“...”

윤가영이 고개를 살짝 숙이고 쓰레기통으로 걸어가 휴지 뭉치를 버렸다. 가는 동안에도 물이 똑똑 떨어져서 윤가영은 떨어진 물들을 다 닦아내야 했다.

윤가영이 휴지를 오른손에 돌돌 말아 뜯어내고 오리걸음을 하면서 물을 닦았다. 커다란 골반이랑 엉덩이가 눈에 들어왔다. 하얀 허벅지가 주무르기 좋아 보였다. 자지가 껄떡거렸다.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부끄러웠다. 다시 눈을 떴다. 윤가영이 왼손으로 바닥을 짚고 무릎으로 기어 조금씩 전진하며 오른손에 든 휴지로 물을 닦고 있었다. 윤가영이 오른팔을 뻗어 앞에 있는 물을 닦고 왼발을 앞으로 뻗다가순간 미끄러지면서 균형을 잃어 몸이 앞으로 쏠렸다. 바닥에 물기가 조금 남아있었기라도 한 모양이었다.윤가영이 그대로 왼 무릎을 찧었다.

“아읏...!”

왼발이 조금 더 뒤로 나와 있는, 어정쩡한 고양이 자세였다. 윤가영이 입은 게 또 돌핀팬츠인 탓에윤가영의 탐스러운 허벅지와 엉덩이 밑살이 드러났다. 자지가 껄떡거렸다. 이건 윤가영이 너무 야하게 소리를 내고 이상한 자세를 취한 잘못이었다. 내 죄가 아니었다.

한숨이 나왔다. 윤가영이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려 나를 쳐다봤다. 아차 싶었다. 이럴 땐 차라리 화를 내는 게 나을 거였다. 눈살을 찌푸리고 입을 열었다.

“왜 그리 취했어요?”

“... 미안해...”

“... 아뇨. 됐어요. 치우기나 해요.”

“응...”

윤가영이 다시 고개를 돌리고 마저 물을 닦고 일어나서 쓰레기통에 휴지를 버렸다. 윤가영이 서 있는 모습이 뭔가 어정쩡해 보였다. 윤가영이 다시 바닥에 엉덩이를 깔고 앉았다. 다가가면서 입을 열었다.

“다리 아파요?”

윤가영이 오른손으로 바닥을 짚고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봤다.

“그냥 무릎 찧었을 때 찌릿하고 느낌 와서... 그래서 발에 쥐 나 가지고 그래...”

콧숨을 내쉬었다. 오늘따라 많이 의심스러웠다. 윤가영의 무릎을 확인해봤다. 약간 붉어지기만 했지 까지지는 않았다.

“네.”

가슴이 답답했다. 집에 와서 한 게 겨우 술 취한 윤가영을 깨우고 바지를 입게 한 다음 휴지를 치우게 한 것뿐인데 왜 이렇게 힘든지.

조용히 한숨 쉬었다. 윤가영한테는 자꾸 마음이랑 신경을 많이 쓰게 되는 느낌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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