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2화 〉 월요일, 근데 이제 학교를 안 가는 (13)
* * *
“야 근데 나 다리 올려도 돼?”
“왜?”
“그래야 더 제대로 안는 느낌 들 거 같아서.”
“지금도 괜찮지 않아?”
“그냥 좀 해주라.”
안 되는데. 이렇게 안는 것만으로도 자지가 도저히 가라앉지 않을 것 같은데 몸을 붙이면 자지가 제멋대로 껄떡거려서 곤란해질 게 뻔했다. 갑자기 송선우가 하체를 밀착해와서 오른 다리를 내 허벅지 뒤로 가게 해서 송선우의 배에 내 자지가 맞닿았다. 예상대로 자지가 껄떡거렸다. 망했다. 송선우가 내 품 안에서 고개를 들었다. 입김이 턱에 닿았다.
“배에 이 뜨거운 거 뭐냐...?”
“아 그거요...?”
“그, 남자만의 그거지...?”
“네... 그니까 좀 떨어져 주실래요...?”
송선우가 몸을 더 밀착해왔다. 뭔 생각으로 이러는 거지? 미칠 것 같았다.
“야.”
“응...?”
“너 지수랑 잘 때도 이렇게 세웠어?”
“...”
“섹스는 했어? 둘이?”
“안 했어...”
“진짜?”
“응...”
“진도 하나도 안 나갔어?”
“어...”
“진짜?”
“진짜로...”
“지수가 참았다고?”
“... 응...”
“거짓말 같은데?”
“...”
“솔직하게 말해봐.”
“아니야 진짜...”
“흐음...”
발소리가 들려왔다. 올 사람은 한 명밖에 없었다. 송선우가 오른손으로 내 등을 더듬어댔다.
“지금 지수 오는 거 같지.”
얼굴에 닿아오는 송선우의 입김이 덥고 간지러웠다.
“응.”
“왜 올까?”
“글쎄.”
“안 왔음 좋겠다...”
하지만 발소리는 점점 커지기만 했다. 쿵 소리가 났다. 고개만 뒤로 돌리고 눈을 떠봤다. 베개를 왼팔로 안고 오른손에 손전등 기능을 켠 폰을 든 백지수가 문 옆의 벽에 등을 기대고 있었다. 아마 문에 몸을 부딪치고 저러는 모양인 듯했다.
“왜 왔어 지수야?”
송선우가 내 품에서 말했다. 백지수가 휘청휘청 다가오면서 입을 열었다.
“둘이 섹스 안 했지...?”
미친년. 진짜 미친년이었다. 송선우가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터뜨렸다.
“지수야 너 미쳤어?”
“몰라...”
백지수가 손전등 기능을 끄고 침대 옆 탁자에 폰을 내려놓았다. 등으로 검지 하나가 쿡쿡 찌르는 느낌이 들었다. 송선우인가 싶었는데 백지수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
“옆으로 가봐.”
“왜?”
송선우가 물었다.
“나도 침대에서 잘 거야.”
“내기했잖아 우리.”
“한 번만 봐주라. 침대도 넓잖아.”
“아 나 이럼 좀 억울한데.”
“억울한 거로 치면 나도 엄청 억울하니까 봐줘.”
“진짜 억지인 거 알지?”
“미안해.”
“정 눕고 싶으면 내 뒤에 와서 누워.”
“싫어.”
“뭐야 그럼.”
“나도 이온유 안고 잘 거야.”
“넌 평소에 안고 자잖아.”
“그래도 안 돼.”
“뭐가 안 된다는 거야?”
“안고 잘 거야...”
논리가 없었다. 순수한 떼 부리기였다. 애나 다름없는 백지수가 두 손으로 내 등을 꾹꾹 눌렀다. 아니 무슨 고양이도 아니고.
“빨리이...”
“안 돼 나 진짜 이건 양보 못 해.”
“이온유 네가 힘으로 해봐.”
“나 억지로 옮기기만 해봐 이온유.”
송선우가 오른팔이랑 오른 다리를 세게 조여왔다. 존나 힘들고 피곤했다. 왜 이렇게 된 거지. 갈비찜을 만들러 왔을 때 생각 없이 송선우를 들여보낸 게 갑자기 후회됐다.
“이 씨... 여기 내 집이니까 내 침대에서 안 나올 거면 둘 다 나가.”
“진심이야?”
“어.”
송선우가 오른손으로 내 왼 볼을 쓰다듬었다.
“그럼 우리 찜질방이나 다른 데 가서 잘까?”
“안 돼.”
백지수가 즉답했다. 송선우가 큭큭 웃었다.
“뭐야 나가서 자라는 거야 아님 여기에서 자라는 거야.”
“둘 다 나가서 따로 자든지 여기 침대에서 내 자리도 내주든지 해.”
“온유랑 내가 나가서 같이 자는 건 안 되고?”
“어.”
“온유야.”
송선우가 이 타이밍에 나를 왜 불렀을까. 원망스러웠다.
“응?”
“그냥 우리 지금 나가자. 어차피 우리 나가고 나면 지수는 우리가 같이 자는지 안 자는지 확인도 못 할 거 아냐.”
“너 진짜 그럴 거야?”
백지수가 울컥하고 말했다. 유치원에서 본 이지성이 성하윤에게 따지던 모습이 떠올랐다. 지금의 백지수는 완전 애나 다름없었다.
“그냥 내 뒤로 와 지수야.”
“싫어!”
송선우가 꺄르르 웃었다. 지금 이 상황이 어떡하면 즐거운 건지 하나도 이해할 수 없었다. 그저 죽을 맛이었다. 한숨이 나왔다. 송선우가 오른손으로 내 왼 볼을 쓰다듬었다.
“왜 한숨이야?”
“저 지금 힘들어요...”
“왜?”
이불이 걷혔다. 고개를 돌려봤다. 백지수가 베개를 세로로 내려놓고는 좁은 자리를 비집어 옆으로 누워서 나를 껴안으려 하고 있었다. 백지수의 왼팔이 내 배를 감싸왔다. 등에 크고 부드러운 가슴이 닿아 그대로 지그시 눌렸다. 자지가 껄떡거렸다. 송선우가 꺅, 하고 비명 지르면서 상체를 뒤로 뺐다.
“이온유!”
송선우가 오른손으로 내 왼팔을 한 대 때렸다. 억울했다. 이건 진짜 내 잘못이 아니었다. 일차적으로는 억지로 몸을 끌어안아 와서 발기시킨 송선우 잘못이었고 이차적으로는 뒤에서 억지로 나를 붙잡듯이 안아 가슴으로 육탄공격을 감행한 백지수 잘못이었다. 백지수가 왼손으로 내 옆구리를 쿡쿡 찔러댔다. 이동하라는 건가? 그냥 무시하려 하는데 백지수가 이번엔 내 옆구리를 간질여댔다. 참기 힘들었다. 그냥 가운데 쪽으로 이동했다. 송선우랑 닿았을 때 멈췄다. 백지수가 따라붙어서 빈틈없이 나를 껴안고 왼손으로 내 배를 더듬었다. 방심하고 있어서 무심코 신음할 뻔했다. 입을 꾹 다물었다. 미친 것 같았다.
“야 너 왜 나한테 붙었어.”
“지수가 뒤에서 막 가라고 나 찔러...”
“그래?”
송선우가 오른팔이랑 오른 다리로 나를 껴안고 내 등을 더듬어댔다. 백지수의 몸을 걷어내려 하는 모양인데 애무처럼 느껴졌다. 백지수가 입술을 내 목 뒤에 붙이고 소리 없이 우물거렸다. 자지가 또 껄떡거렸다. 송선우가 힉, 하고 기겁하면서 몸을 또 뒤로 뺐다.
“아 이온유 너 뭔데!”
“왜?”
내 목에서 입술을 떼고 베개에 누운 백지수가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다는 듯 순진한 목소리로 물었다. 아니 안 보인다고 이렇게 대범해질 수 있나? 뻔뻔한 건 또 뭐고. 너무 어이없어서 술기운이 달아나는 느낌이었다.
“얘 그냥 존나 개 짐승이야!”
“몰랐어?”
몰랐어라니? 다른 사람은 몰라도 백지수만큼은 나한테 그런 소리를 해서는 안 됐다. 입을 열었다.
“아니 이건 내가 억울...”
송선우가 오른손바닥으로 내 왼팔을 때렸다.
“억울은 무슨!”
“아 진짜 아파...”
“개 씨... 너희 진짜 섹스 안 한 거 맞아?”
“안 했어...”
“안 했어.”
백지수가 어조 없이 평이하게 답하면서 스리슬쩍 왼손을 내 옷 속으로 집어넣고는 검지랑 중지로 복근의 선을 훑어댔다. 울고 싶었다.
“아 나 좀 살려줘...”
“뭐래 존나 좋아서 죽을 거 같으면서.”
백지수가 말했다. 좋은 건 둘째치고 심력 소모가 너무 심했다. 그리고 이래놓고 섹스하는 것도 아니니까 바짝 꼴리게만 하고 정작 해소는 못 하니 좋은 것도 아니었다. 이건 그냥 정신 고문 더하기 성고문이었다.
“진짜 나한테 왜 그래...”
백지수가 왼손을 옷에서 빼고 내 왼 볼을 쓰다듬었다. 정신이 나갈 것 같았다.
“나 걍 침대에서 자고 싶어서 이러는 건데 왜.”
방 안에 빛이 생겼다. 송선우가 폰을 켠 거였다. 화면의 불빛에 송선우의 얼굴이 보였다가 갑자기 강한 빛이 내 두 눈을 강타해왔다.
“아.”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어 미안.”
송선우의 목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빛이 바로 사라졌다. 핸드폰으로 플래시 라이트를 켰다가 끈 모양이었다.
“근데 지수야 너 지금 너무 붙어있는 거 아냐?”
“너도 그랬잖아.”
“아니 난 한번 체험해본 거지 너 평소에 하는 거.”
“나는 그렇게 안 하는데?”
“아, 그치. 좀 다르댔지.”
송선우가 다시 몸을 밀착해왔다. 송선우가 오른팔이랑 오른 다리로 내 몸을 감쌌다. 내 품에 안기는 게 아니라 나를 끌어안는 식이었다. 송선우가 오른손으로 내 뒤통수를 잡아서 끌어내리려 했다. 좀 버티다가 목이 아파져서 그냥 수그렸다. 송선우의 가슴에 얼굴이 묻혔다. 자지가 껄떡거렸다. 송선우가 피식 웃었다.
“이젠 좀 귀엽네.”
“...”
자존심이 와르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나는 지금 송선우랑 백지수의 섹스 토이 정도밖에 안 되는 듯했다.
“이제 그냥 좀 자면 안 될까...?”
“자고 싶으면 자.”
백지수가 얼굴을 내 등에 붙이고 말했다. 놀리는 건가? 너무 얄미웠다.
“아냐 지금 이 자세는 좀 아닌 거 같애.”
송선우가 말했다.
“왜?”
백지수가 물었다.
“얘 그 세운 거 존나 뜨거워...”
아니 그러면 나를 안 안으면 될 거 아닌가? 꿋꿋이 몸을 밀착해대면서 이런 말을 하는 게 어이없었다. 하지만 이런 말을 입 밖으로 꺼낼 수는 없었다. 여기에선 내가 한없이 불리했다.
“온유야 똑바로 누워봐.”
송선우가 말했다.
“내가 몸을 어떻게 움직일 수 있는 상황이 아닌데요?”
“알겠어. 지수야 잠깐만 나와봐.”
“응.”
둘 다 안 움직였다.
“아니 둘 다 뭐하세요 지금?”
“지수 먼저 움직이는 거 기다리고 있어.”
“난 선우 먼저 움직이는 거 기다렸어.”
돌겠다.
“네가 내기에서 졌으니까 지금은 네가 움직여야 되는 거 아냐 지수야?”
송선우가 말했다.
“알겠어.”
백지수가 왼팔이랑 왼 다리를 먼저 빼고 송선우가 오른팔이랑 오른 다리를 뺐다. 빠릿하게 안 움직이면 뭐라 재촉할 것 같아서 그냥 바로 정자세로 누웠다. 백지수의 왼팔이 내 가슴을 감싸고 오른 다리가 내 배를 감쌌다. 아기처럼 몸을 웅크린 모양이었다. 이어서 송선우의 오른팔이 내 배를 감싸고 오른 다리가 내 골반 오른쪽으로 올라와서 자지를 건드렸다.
“야 너 그것 좀 어떻게 치워주면 안 돼...?”
송선우가 말했다. 억울했다.
“알겠어.”
오른손으로 자지를 잡고 왼쪽 밑으로 내렸다. 송선우가 오른손으로 내 왼 볼을 쓰다듬었다.
“잘했어.”
“...”
“잘 자 온유야 지수야.”
“선우 온유 잘 자.”
“... 잘 자 지수야 선우야.”
““응.””
둘이 동시에 답하고 침묵이 방에 내리깔렸다. 쿵쿵거리는 심장 소리가 고요를 비집고 들려왔다. 둘 다 별말 없이 있는 걸 보면 미친 듯이 뛰고 있는 건 내 심장인 것 같았다. 한숨을 쉬고 싶었는데 한숨을 쉬면 둘 다 왜 한숨 쉬냐고 하면서 물어와 가지고 금방 잠들지 않을까 꾹 참았다. 엄청 피곤하긴 한데 금방 잠들 수는 없을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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