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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어머니가 생겼다-161화 (161/438)

〈 161화 〉 월요일, 근데 이제 학교를 안 가는 (12)

* * *

양치하고 나서 다 같이 백지수 방으로 갔다. 백지수부터 머리를 말려줬다. 백지수가 많이 졸린 것 같아서 침대에 눕혀줬다. 의자에 앉아 있던 송선우가 눈을 찡그린 채 나를 쳐다봤다.

“왜?”

“안아 가지고 침대에 내려놓는 모습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 이상하게 들리잖아.”

“이상하게 보여서 그런 건데 뭐. 머리나 말려줘.”

“... 응.”

오른손으로 헤어드라이어를 잡고 최대한 세게 틀었다. 머리가 길어서 시간이 오래 걸렸다. 다 말려주고 뒤돌아봤다. 침대에 누워 있던 백지수가 나를 쳐다보고 입을 열었다.

“나 꼭 내려가야 돼?”

송선우가 의자에서 일어나 침대로 걸어가서 백지수 오른편에 누웠다. 베개가 너무 폭신해서 송선우의 얼굴이 반 묻혔다. 송선우가 왼팔을 접어 베개 위에 올리고 머리를 얹어 백지수를 바라보고 입을 열었다.

“그러기로 내기한 거잖아. 내려가야지.”

“여기 내 집인데.”

“그래도 어쩔 수 없는 거잖아.”

“너무 야박하다.”

“너도 내가 졌으면 가차없이 보냈을 거면서.”

“솔직히 그렇긴 해.”

“그럼 내려가야지.”

“흐응...”

백지수가 고개를 내게로 돌리고 두 팔을 벌려왔다.

“나 안고 가줘. 못 일어나겠어.”

“알겠어.”

침대 왼편으로 다가가서 백지수의 무릎 뒤로 왼팔을 넣고 날개뼈 뒤로 오른팔을 넣었다. 백지수가 가슴을 밀착해오며 내 목 뒤로 두 팔을 감아왔다. 몸을 일으켜 백지수를 들었다. 송선우가 눈을 감고 입을 열었다.

“빨리 갔다 와.”

백지수가 내 오른 귀 가까이에 입을 댔다.

“이온유 천천히 가.”

이 속삭이는 것 좀 어떻게 자제해주면 좋겠는데. 너무 꼴려서 참기 힘들었다. 백지수 방을 나오고 밑을 보면서 천천히 걸었다. 계단을 밟을 때는 더 느리게 걸음을 옮겼다.

“너무 빨리 가잖아.”

“최대한 천천히 가는 거야.”

“더 천천히 갈 수 있으면서.”

“지금도 속삭여야 돼?”

백지수가 밀착한 몸을 뒤로 빼고 내 얼굴을 살폈다. 백지수의 얼굴에 웃음기가 돌았다.

“왜. 불편해?”

“나 피곤해... 힘들어...”

“꼴려서?”

“아니...”

진짜 왜 이럴까. 너무 힘들어서 울기라도 하고 싶었다. 백지수를 소파에 눕혀줬다. 백지수가 내 목을 풀어줄 생각을 안 하는지 계속 목을 감고 있었다. 그냥 자위도 안 하고 바로 자고 싶었다. 입을 열었다.

“뭐 마음에 안 드는 거 있어?”

“아니 나 다 마음에 드는데?”

“그럼 왜 그러세요.”

“왜냐니. 키스나 하자는 거지.”

“선우 위에 있는데?”

“어차피 안 내려올 건데 왜.”

“내려오면 어떡하게?”

“들키면 들키는 거지 뭐.”

얼굴이 찡그려지는 게 느껴졌다. 내 울상을 본 백지수가 아이처럼 배시시 웃고 왼손으로 내 오른 볼을 쓰다듬으면서 입을 열었다.

“왜애.”

“나 진짜 힘들어...”

“뭐가 힘든데?”

울음이 차오를 것 같았다. 억지로 참아내고 입을 열었다.

“몰라 그냥... 힘들어 나...”

“그니까 좀 자제하지 그랬어.”

“뭘...?”

“됐어 바보야.”

백지수가 두 팔을 내 등 뒤로 감싸오면서 상체를 살짝 일으키고 얼굴을 가까이해왔다. 백지수의 입술이 내 볼에 닿았다. 상체를 살짝 숙이고 백지수의 등 뒤로 두 팔을 감쌌다. 백지수가 내 윗입술에 입을 맞췄다. 이건 또 언제 알아왔을까. 백지수의 혀가 내 입안으로 침투했다. 그대로 키스했다.

“하움... 츄읍... 쮸읍... 츄릅... 헤웁... 쯉...”

너무 소리 나게 키스하는 것 같았다. 말을 좀 하려고 고개를 뒤로 빼려 하는데 백지수가 집요하게 내 등을 안아왔다. 이젠 나도 몰랐다. 그냥 백지수에게 입을 맡겼다.

“츕... 쮸읍... 하움... 쯉... 츄릅... 쮸읍...”

백지수가 입술을 떼고 침을 꼴깍 삼킨 다음 한숨을 쉬었다.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뜨거웠다. 지금 백지수의 입에서 섹스하자는 말이 나와도 어색하지 않을 것 같았다. 만약에 진짜로 그 말을 한다면 어떡해야 할까? 거절해야 할 테지만 어려울 듯했다. 백지수가 입을 열었다.

“이제 가.”

조금 맥이 빠졌다.

“... 응.”

백지수의 왼 볼에 입술을 맞추고 왼 귀 가까이에 입을 댔다.

“사랑해.”

백지수가 내 오른 볼에 입술을 맞췄다.

“나도 사랑해.”

백지수의 입술에 입술을 맞췄다. 오른손으로 쿠션을 짚고 왼손으로 소파 등받이를 밀어내듯이 해서 몸을 일으켜 세웠다. 백지수가 입을 열었다.

“불 끄고 가.”

“응.”

불을 끄면서 2층으로 올라가 발기한 자지가 가라앉기까지 기다린 다음 백지수 방으로 갔다. 송선우가 문 쪽을 바라보고 있었는지 바로 눈이 마주쳤다. 송선우가 입을 열었다.

“왜 이리 늦게 와?”

물어볼 게 뻔했는데 왜 변명을 안 생각해뒀을까. 너무 멍청했다.

“그냥.”

송선우가 살폿 웃었다.

“둘이 뭐 했어?”

침대로 가 송선우 옆에 누웠다. 베개에 얼굴이 반쯤 파묻혔다.

“아니 뭐 안 했어.”

“뭐 안 했으면 왜 이렇게 늦었어?”

“그냥 지수가 좀 억울했나 봐. 자기 집인데 왜 내가 침대에서 못 자고 이렇게 소파에서 자야 되는 거냐고 그랬어.”

“으응...”

“근데 그 내기는 누가 제안한 거야?”

“그거? 그거 지수가 하자 했어. 내기 보상이 침대에서 자는 거인데 그걸 내가 제안하긴 좀 그렇잖아, 내기 방식도 그렇고.”

“으음...”

송선우가 내 눈을 똑바로 마주 보고 진지한 기색을 하고 입을 열었다.

“온유야.”

“응?”

“지수 엄청 야한 거 같지 않아?”

“... 네?”

“아니, 여자인 내가 봐도 야한데 넌 남자잖아. 지수 보면서 그 막...”

송선우가 얼굴 근육을 마구 구기면서 오른손을 자기 얼굴 옆으로 올리고 막 오그라뜨렸다.

“하고 싶지 않아?”

헛웃음이 나왔다. 송선우가 눈살을 찌푸렸다.

“웃지 말고. 나 진지하게 얘기한 거란 말이야.”

“진짜?”

“어. 지수 이대로 내버려 두면 진짜 큰일 날 거 같애.”

“너 큰일이라는 말 엄청 좋아하는 거 같다.”

“아니 거기에다 초점 맞출 거야? 진짜 진지하게 말하는 건데 나 좀 서운해져?”

“미안해.”

“그럼 너도 좀 어떡할지 생각해봐.”

“뭐를?”

“계속 이대로 지수랑 같이 있을 거냐구. 같이 있을 거면 무슨 대책을 세우고, 대책이 안 떠오르면 다른 데에서 묵을 생각을 하고 그래야지!”

언성이 점점 높아지는 게 웃겼다. 송선우가 오른손으로 내 왼 볼을 꼬집었다.

“아파.”

“진짜 생각 없이 헤헤 웃기만 하고. 사람 얄밉게.”

“혹시 쓸데없는 걱정이라는 말 아세요?”

“후회하는 것보단 쓸데없는 걱정하는 게 기회비용 측면에서 낫거든요?”

“오 송선우. 고급 어휘 사용하는데.”

송선우가 씨익 웃고 다시 내 왼 볼을 약하게 꼬집었다.

“개지랄.”

웃었다.

“너처럼 웃으면서 개지랄이라는 말 쓰는 사람 진짜 한국에 다섯 명도 없을 듯.”

“너도 지금 웃으면서 개지랄이라고 말했잖아.”

“그건 직접 인용이었으니까 제외해야지.”

“원칙에 예외를 둘 수 없어서요.”

“그거 그거지. 자기 아내한테 유부녀랑은 데이트 안 한다는 거.”

“응. 근데 진짜 개 웃기지 않아? 자기들이 좋아서 결혼했으면서 정작 하고 나서는 데이트 같은 거 막 귀찮아하고 그러는 거.”

“그렇긴 해. 근데 공감하는 사람 많은 거 생각하면 합당한 이유가 있는 거 아닐까?”

“예 좀 들어봐.”

“음. 일단 결혼한 거면 적어도 둘 중 한 명은 일하는 거겠지? 그럼 데이트는 주말 정도에 시간 내서 하는 거고.”

“그치.”

“근데 같이 살아서 얼굴은 매일 보니까 연애할 때처럼 얼굴 보자고 굳이 시간 낼 이유도 없어지고 일 때문에 좀 쉬고 싶은 마음도 있을 테니까 안 하려는 거겠지. 필요도가 뒤집혔다고 해야 하나? 원래는 얼굴을 보고 싶은 마음이 더 컸는데 결혼을 하고 나니까 쉬고 싶은 마음이 더 커지는? 대충 그런 느낌 아닐까?”

송선우가 오른손으로 내 왼 볼을 쓰다듬었다.

“말 존나 잘해 이온유.”

“감사합니다.”

“야.”

“응.”

“너 평소에 지수랑 안고 자잖아.”

“평소에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막 그런 건 아니고요...”

“아무튼. 그런 적 좀 많은 거지.”

“그렇다고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겠죠?”

송선우가 배시시 웃었다.

“말 이상하게 배배 꼬아서 하지 마.”

“알겠어.”

“아 나 뭐 말하려 했지? 아 기억났어. 이따 우리 잘 때 있잖아, 지수랑 하는 것처럼 껴안고 자면 안 돼?”

“어... 네?”

“껴안고 자자. 궁금해 어떤 느낌인지.”

뭐 어떡해야 하지? 눈빛이 살아난 게 바로 거절을 놓기는 조금 뭐했다. 완곡하게 안 된다고 말해야 할 건데 어떤 식으로 얘기를 해야 송선우가 수긍할지는 감이 잘 오지 않았다. 송선우가 입을 열었다.

“싫어?”

“싫은 건 아닌데요...”

“그럼 껴안고 자면 되지 뭘 고민을 하고 있어.”

“...”

송선우가 오른손으로 베개를 내 베개 바로 옆으로 가져오고 꿈틀거리며 내 앞으로 저돌적으로 다가왔다. 왠지 무서워서 상체를 약간 뒤로 뺐다. 송선우가 히히 웃고 두 팔을 벌렸다.

“일로 와. 한번 안아보자.”

“너 지금 진짜 변태 아재 같애.”

“그런 건 난 모르겠고, 한번 안아보기나 하자.”

“무서워요 아저씨...”

“내숭은 그만하면 됐다 이 녀석아!”

“아 진짜 아재 같애.”

“아 빨리. 나 지금 졸려.”

“알겠어.”

송선우의 품에 안겨 부드러운 가슴에 얼굴이 닿게 했다. 발기해버려서 혹시라도 자지가 안 닿게 하체를 뒤로 뺐다.

“이렇게 잔다고?”

“응.”

“와... 지수 진짜...”

“왜?”

“아냐. 그냥 네가 나 안아주는 식으로 바꿔보면 안 돼?”

“그래.”

얼굴을 뗐다. 이불 속에서 오른손으로 자지를 위에 올리고 왼팔을 벌렸다. 송선우가 바로 안겨 왔다. 샴푸 향이 풍겨왔다. 송선우를 품에 안고 눈을 감았다.

“이거다.”

송선우의 입김이 가슴을 간질였다.

“이러고 자는 거 내 로망이라고 말했었나?”

“몰라?”

“안 했었나 보다. 내 로망이었어, 이런 식으로 껴안고 자는 거. 고마워. 로망 이뤄줘서.”

“천만에요.”

송선우가 웃음 지었다. 송선우의 단단한 오른팔이 살짝 압력이 느껴지게 조여왔다. 빠져나가기 힘들 것 같았다. 아무래도 이대로 잠들어야 할 듯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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