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2화 〉 더부살이 시작 (4)
* * *
알람을 듣자마자 왼손을 뻗어서 끄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핸드폰을 켜 백지수 쪽을 비춰봤다. 머리가 헝클어진 백지수가 입을 살짝 벌린 채 태아처럼 몸을 웅크려서 자고 있었다. 피곤해서 조금 미웠다. 지금 깨워버릴까 했는데 학교도 가야 할 애니까 그냥 1층으로 내려가 화장실에서 세수하고 주방에 가 의자를 꺼내 앉았다. 멍하니 허공에 시선을 던진 채 아침 메뉴를 뭐로 할까 고민했다. 자기 전에 내일 아침 뭐 먹고 싶냐고 물어봤어야 했는데. 화이트 보드를 사서 주방 근처에 걸어놓고 거기에다가 먹고 싶은 걸 쓰라고 해야 할 듯싶었다.
불을 쓰고 싶지는 않았다. 그냥 간단하게 대충 뚝딱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결국엔 또 빵바구니로 눈길이 갔다. 일어나서 식빵 봉지를 집어 테이블에 놓고 냉장고를 열어 잘 익은 바나나를 꺼냈다. 싱크대에서 손을 씻었다. 식빵을 세 개 꺼내 도마에 올리고 테두리를 자른 다음 손바닥으로 꾹꾹 눌러주고 반으로 갈랐다. 식빵 조각들 단면에다 숟가락으로 누텔라를 펴발랐다. 바나나 두 개를 껍질을 까내고 도마에 올려 얇게 슬라이스한 다음 누텔라가 발린 단면 위를 덮어주듯이 올렸다. 남은 바나나는 먹어치웠다. 크기랑 모양이 서로 다른 흰 접시 세 개를 꺼내고 오픈 샌드위치를 옮겨놓았다. 일단 끝나긴 끝난 거였는데 성의없어 보여서 뭔가 더 해야 할 것 같았다. 선반을 뒤졌다. 소스통이 보였다. 누텔라를 넣고 어떻게 위에 뿌려볼까, 하다가 떠오르는 이미지가 난잡하고 뒷처리도 귀찮아서 그냥 관뒀다. 컵 두 잔에 원두 스틱을 타고 정수기에서 뜨거운 물을 조금만 뽑아 숟가락으로 휘저었다. 냉장고에서 우유를 꺼내 적당히 붓고 폰을 켜봤다. 6시 56분이었다. 이 정도면 깨워도 될 거였다. 2층으로 올라가 백지수 방으로 갔다. 여전히 태아처럼 몸을 웅크려 자고 있는 백지수의 왼어깨를 양손으로 잡고 살살 흔들었다. 백지수가 눈 감은 채로 미간을 찌푸리고는 왼어깨를 앞뒤로 털었다.
“아아...”
“...”
새벽에 들었던 신음 소리가 머릿속에서 오버랩됐다. 발기했다. 백지수가 돌아보기 전에 왼손으로 자지를 잡고 빠르게 위쪽으로 조정했다. 입을 열었다.
“일어나, 아침 먹어.”
“뭔데...?”
“식빵에 누텔라 바르고 바나나 슬라이스 올린 오픈 샌드위치.”
“맛있겠다...”
백지수가 이불을 끌어안았다. 이불에 주름이 생겼다. 귀여워서 웃음이 나왔다.
“지금 안 일어나면 내가 다 먹는다?”
“아아... 치사하게 굴지 마...”
장난기가 들었다.
“많이 잤잖아. 일어나야지.”
“아 몰라 나 졸려 지금...”
“몇 신지 알아?”
“몇 신데...”
“일곱 시 오십 육 분.”
“... 뭐?”
백지수가 이불을 갖다 던져버리고 벌떡 상체를 일으키더니 오른손을 뻗어 탁자에 있는 폰을 쥐었다. 왼손등으로 두 눈을 비비고는 폰을 키고 눈을 삐푸려서 봤다.
“여섯 시잖아!”
“그래도 일곱 시에는 가깝잖아.”
“아니 뭔 개소리야. 존나 지각한 줄 알았잖아.”
알람 소리가 들렸다. 지금이 딱 일곱 시인 모양이었다. 백지수가 신경질적으로 오른손 엄지를 움직여 알람을 해제했다. 입을 열었다.
“세수하고 내려와.”
“어. 근데 나 아침 먹고 나서 머리 감겨줘야 돼.”
“알겠어.”
1층으로 내려가 주방 테이블 앞 의자에 앉았다. 커피에 시럽을 타고 숟가락으로 저었다. 숟가락을 백지수 잔에다 넣고 내 커피를 한 모금 마셔봤다. 적당히 달았다. 폰을 보며 기다렸다. 얼마 안 가 교복 와이셔츠에 교복 치마를 입은 백지수가 내려왔다.
“내 커피에 시럽 넣었어?”
“아니.”
백지수가 옆 자리에 앉자마자 바로 시럽을 들고 자기 컵에다가 부었다. 숟가락으로 저어줬다.
“그 정도면 머리 아프지 않아?”
“이래도 아이스크림보단 덜 달아.”
“그래?”
백지수가 숟가락을 오픈 샌드위치 접시 한 구석에 올리고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백지수가 컵을 내려놓고 입을 열었다.
“뭐 해. 먹어.”
“응.”
오픈 샌드위치를 하나 집어들고 한 입 베어물었다. 실시간으로 살이 찌는 듯한 달콤함이 느껴졌다.
“세 개씩 먹자.”
내가 말했다.
“어.”
백지수가 오픈 샌드위치 하나를 들고 한 입 베어 물었다. 오물오물대는 모습이 귀여웠다. 백지수가 왼손으로 입을 가렸다.
“야.”
“응?”
“너 에스프레소 머신 쓸 줄 알아?”
“응.”
“너 앞으로 나 커피 만들어줘야 됨.”
피식 웃었다.
“어.”
“부려먹기 진짜 개 좋다 너.”
“그렇다고 너무 굴리지는 말아주세요.”
“응? 내가 너 뭐 빡세게 굴리는 건 아니잖아. 평일에 그냥 아침하고 저녁 만들어 달라고 하는 거랑 머리 두 번 감겨달라는 게 끝 아냐?”
“설거지도 있고, 이젠 주말에도 있을 거니까 점심까지 만들어줘야 되는 거 아냐?”
“주말에도 있을 거야?”
“그러지 않을까? 어머니 보러 가는 거 아니면.”
“으응...”
백지수가 오픈 샌드위치를 한 입 베어물고 왼손으로 입을 가렸다.
“그래도 웬만한 일보단 쉬운 거니까 감사한 줄 알아.”
“알겠어.”
커피랑 오픈 샌드위치를 먹어치웠다. 백지수는 커피를 빨리 마셔서 우유도 한 잔 따라 마셨다. 백지수가 일어나서 입을 열었다.
“나 머리 감겨줘.”
“응.”
일어서서 뒤따랐다. 백지수가 화장실로 들어가 당연하다는 듯 미용실 샴푸의자에 앉았다. 발걸이를 올리고 오른손으로 샤워기 헤드를 잡은 뒤 믈을 틀어 온도를 느꼈다. 눈 감은 채 살짝 입술을 벌린 얼굴이 새삼스레 예뻤다. 무방비한 여자만이 줄 수 있는 야릇한 성적 긴장이 느껴졌다.
“온도는 어제처럼?”
“어. 여름 전까지는 그 온도로 고정해줘.”
“응.”
물을 정수리 쪽 머리에 쏘았다.
“괜찮아?”
“응. 좋아.”
손을 바꿔가며 머리를 어루만졌다. 꼼꼼히 적시고 나서 귀를 만지기 시작했다. 귀 위쪽의 패인 느낌이 드는 부분에 엄지를 넣어 괜히 약하게 꾹꾹 누르기도 하고 귓불을 만지작거리기도 했다.
“으음... 흐응...”
백지수가 팔걸이에 두 팔을 얹은 채로 몸을 배배 꼬았다.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몸을 비틀 때마다 와이셔츠 안으로 비치는 검은 브라 속 가슴이 생동감 있게 흔들렸다. 단추를 풀어헤치고 브라를 끌어내려 가슴을 빨고 싶었다. 탄식이 흘러나올 뻔했다. 꾹 참고 귀만 더 만졌다. 백지수가 몸을 배배 꼬았다.
“으응... 흣... 흐응...”
쿠퍼액이 나올 것 같아서 샴푸를 했다. 물로 씻겨내리면서 입을 열었다.
“귀 더 만져줘?”
“응... 한 3분?”
음탕한 년.
“너 학교 가야 되잖아.”
“아... 그럼 2분만.”
“응.”
물을 끄고 샤워기 헤드를 내려놓았다. 양손으로 두 귀를 만졌다. 1분 정도 지나고 나니 백지수가 두 손을 들어 왼손은 가슴 쪽으로 오른손은 보지 쪽으로 느리게 가져가다가 허공에서 두 손을 맞잡은 다음 배 위에 올렸다. 내가 귀 마사지해주는 것도 까먹고 자위하려 했나? 존나 따먹고 싶었다.
“좋아?”
음탕한 년아?
“으응... 좋아... 너 마사지 진짜... 흐응... 존나 잘한다...”
“고마워.”
마사지를 끝내고 수건으로 머리의 물기를 털어냈다. 발걸이를 내리고 일어나도 된다고 말했다. 백지수가 샴푸의자에서 내려와 나를 쳐다보고 입을 열었다.
“머린 내가 말릴게. 2층 올라오지 마.”
“... 응.”
백지수가 화장실에서 나가자마자 2층으로 가는 계단을 밟았다. 하얀 허벅지를 보고 있자니 몸이 뜨거워졌다. 왜 나한테 따먹어달라고는 안 하는 걸까? 말만 하면 진짜 원하는 모든 자세로 따먹어줄 자신이 있는데. 백지수가 시야에서 사라졌다. 한숨이 나왔다. 주방에 가서 설거지한 뒤 소파에 앉아 폰을 했다. 시간을 봤다. 8시 19분이 되었는데도 백지수는 내려오지 않았다. 내가 여기에서 묵을 동안은 계속 지각할 작정인지도 몰랐다. 8시 23분이 되었을 때 계단에서 쿵쿵 소리가 들려왔다. 머리가 촉촉한 백지수가 가방을 멘 채 뛰어서 내려오고 있었다.
“잘 가.”
“어 잘 있어.”
현관으로 걸어갔다. 백지수가 다급하게 신발을 신고 곧바로 문을 열어 밖으로 나섰다. 문이 닫혔다. 걸어가서 문을 잠그고 뒤돌아 2층으로 올라갔다. 백지수 방에 딸린 화장실로 들어갔다. 자위기구가 있던 선반을 열어봤다. 키친타올로 돌돌 말린 게 세 개나 있었다. 이것들을 쓰고 나간 모양이었다. 두드드, 오른 주머니에서 폰이 울렸다. 백지수였다. 받았다.
ㅡ야.
“응?”
ㅡ너 화장실은 1층에 있는 거만 써.
“왜 굳이?”
ㅡ걍 그러라면 캐묻지 말고 알겠다고나 해.
“알겠어.”
ㅡ끊는다.
“응.”
전화가 끊겼다. 선반을 닫았다. 좀 더 둘러봤다. 드럼 세탁기 안에 속옷들만 들어간 듯했다. 백지수 팬티가 많았는데 내 것도 있었다. 난 2층에다가 넣은 적이 없는데. 백지수가 자위할 때 썼나? 존나 꼴렸다. 나만 손해볼 수는 없었다. 바지랑 팬티를 벗고 화장실 문 밖으로 대충 던졌다. 오른손으로 자지를 잡고 왼손으로 백지수가 입은 팬티랑 브라를 두세 개씩 집어올렸다. 코를 박고 냄새를 맡아봤다. 가슴에 안겼을 때 밑았던 익숙한 살내음, 미약한 청결제 냄새, 보지 냄새가 풍겨왔다. 지독하게 야한 냄새였다. 눈 감고 오른손을 흔들었다. 간 새벽에 백지수가 내 이름을 불렀을 때 내가 눈을 뜨고 백지수를 덮치는 상상을 했다. 너 진짜 깼었어, 라고 백지수가 약간 떨리는 목소리를 냈다. 기대가 섞여 있는 게 너무 티 났다. 네가 존나 깨라고 그러는데 내가 어떻게 안 깨, 라고 말하고 침대에서 일어나 바지랑 팬티를 벗어버린 다음 백지수의 뒤로 갔다. 왼손으로 허리를 안고 오른손으로 오른 가슴을 움켜쥐었다. 백지수가 하악, 흐응, 하고 신음을 내며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렸다. 몸을 살짝 낮춰 백지수랑 키스했다. 츄읍, 후움, 찌걱찌걱, 츄릅, 찌걱, 하고 추잡한 소리가 방 안에 가득 찼다. 키스하면서 바로 보지 쑤시네? 따먹히는 것만 기다렸어 변태 년아? 으응... 흐으읏... 왜 대답을 안 해? 기다렸어어... 보지... 학... 발정나서어... 보지 발정나서 뭐? 흐으응... 츄릅... 하악... 자지 넣어줘어... 보지 많이 젖었어? 보지... 흐응... 자위하면서어... 하윽... 보지물 많이 나왔어어... 빨리이... 보지에 자지를 집어넣었다. 단숨에 끝까지 넣었다. 흐윽...! 기다리는 것 없이 허리를 튕겼다. 쌀 것 같았다. 안에 쌀게 지수야. 응... 응... 흣... 흐윽... 싸줘... 보지이... 정액으로오... 후으으응... 사정했다. 눈을 떴다. 세탁기에 정액이 흘러내렸다. 세 번 더 자위하고 백지수의 속옷을 다시 세탁기에 넣었다. 세탁기에 묻은 정액을 씻어내린 다음 벗어 던졌던 바지랑 팬티를 줍고 1층으로 가 빨래통에 넣은 뒤 샤워했다. 냉장고에서 캔맥주를 하나 꺼내 그 자리에서 다 마셔버리고 오른손으로 찌그러뜨렸다. 백지수 방으로 가 침대에 누워 눈 감았다. 곧 잠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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